경기도교육청만 ‘적정수준으로 감축하기 위해 노력한다’로 수정 안 제안
교육감협, 교원단체, 국회와 다른 이견 낸 이유 "인구 증가 경기도 특수성"

권정오 전교조위원장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6명 정원 교실의 책상간 거리를 실측하고 있다.(사진=전교조)&nbsp; &nbsp;<br>
권정오 전교조위원장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6명 정원 교실의 책상간 거리를 실측하고 있다.(사진=전교조)

[에듀인뉴스=한치원·지성배 기자] 코로나19 상황에서 거리두기가 무엇보다 중요해지면서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큰 가운데, 이탄희 의원이 발의한 교육기본법 개정안 대해 ‘20명 이하’ 삭제를 요구한 교육청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24일 교육부로부터 받은 교육기본법 개정안 의견조회 결과에 따르면, 이 같은 의견을 낸 기관은 경기도교육청이다. 

경기도교육청은 검토의견서에서 “경기도의 특수성을 감안해 ‘학급당 학생수 적정수준 20명이하’를 삭제 요청한다"며 ‘적정수준을 20인 이하로 한다’는 개정안을 ‘적정수준으로 감축하기 위해 노력한다’로 수정하는 안을 제시했다. 

‘20명 이하’라는 구체적 목표치를 법에 명시하지 말고, ‘한다’ 강행규정을 ‘노력한다’ 임의규정으로 바꾸자는 것. 

경기도교육청이 제시한 이유는 ▲전국적 저출산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학령인구가 증가세라는 점 ▲기존 학교를 학급당 20명으로 감축하려면 천문학적인 예산이 추가 소요된다는 점 ▲경기도는 택지 개발이 많아 현재 학급당 30명 내외가 기준이므로 20명으로 감축되면 학교부지가 1.5배 늘어나야 한다는 점 등이다. 

(자료=이은주 의원실)

이은주 의원은 "경기도교육청의 2020~2024년 중기경기교육재정 계획에 따르면,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같은 기관에서 다른 의견을 낸 것"이라며 "또 기존 학교를 학급당 20명으로 감축하려면 1명 감축 소요액으로 3년간 3900억원이 든다고 했는데 이는 학생 수가 유지되거나 증가세일 때는 타당하지만 학생이 줄어들 경우에는 예산이 적게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부지가 1.5배 늘어나야 하면 사업시행사와 갈등이나 입주민 불만 등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취지로 보인다”며 “학급당 학생수 감축은 중장기 계획을 필요로 하는 만큼 기존 조치를 존중하는 가운데 단계적으로 추진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교육청이 ‘20명이라는 수치를 빼자고 의견 낸 점 자체도 논란이다. '20명 이하'라는 구체적 목표를 법에 명시하지 않고 강행규정을 임의규정으로 바꾸면 사실상 선언 수준의 법으로 무력화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교육감협의회, 교원단체, 국회 등의 일치된 목소리에 교육청이 이견을 낸 것도 문제라는 것.  

앞서 지난 14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도이 ‘학급당 학생수 감축을 위한 학급수(교원수) 유지’를 정부에 요구한 상황이다. 당시 교육감들은 “방역지침 준수, 충실한 교육과정 운영,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고 뜻을 모은 바 있다.(관련기사 참조) 

교육감협의회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시대 방역과 학습 두 가지 모두의 해법이 학급당 학생 수라는 것은 교원단체도 이견이 없다.   

국회 교육위원회도 내년도 교육 예산에 학급당 학생 수 감축 연구를 위한 예산 10억원을 추가 편성해 예산결산위원회에 넘긴 바 있다. 

박효천 경기교사노조 초등 부위원장은 “경기도가 학생 수도 많고 지역별 교육 환경 편차가 큰 것도 이해하지만 경제논리를 앞세우는 것은 교육의 본질을 흔들 수 있는 문제”라며 “학급당 학생 수 20명을 추진해도 교실이 부족해 숫자가 넘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20명을 못 한다고 규정하고 시작하는 것과 의지를 갖고 해보겠다는 것은 전혀 다른 만큼 교육청이 의지를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은주 의원도 “다른 곳도 아니고 교육청이 20명 숫자 빼자는 의견을 냈다”며 “학급당 20명을 중장기에 걸쳐 할 수도 있고, 충분한 준비기간을 둘 수도 있고, 단계적으로 할 수도 있는데, 교육당국이 난색을 표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꼬집었다. 

학급당 20명 이하를 골자로 하는 교육기본법 개정안은 이탄희 의원이 지난 9월 대표발의했다. 교육부는 10월 14일부터 24일까지 전체 중앙부처 및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의견조회를 했고, 제출한 기관은 경기도교육청 1곳뿐이다. 

한편 이은주 의원은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 법안을 준비 중이다. 학급수 및 학급당 학생수를 정하는 교육감 권한을 고려해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의 역할을 규정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