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20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 성과 발표회' 개최
이승미 연구위원 '초·중학교 교육과정 이수 기준의 설정 방안 탐색' 연구

이승미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연구위원.(사진=한국교육학술정보원 유튜브 캡처)
이승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사진=한국교육과정평가원 유튜브 캡처)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초중학교 교육과정 이수 기준을 연령주의에서 보정주의와 졸업 인증제도로 바꾸자는 제안이 나왔다. 

연령주의는 교육과정 이수 개념을 정해진 기간에 취학하면 연령 또는 학년에 따라 자동적으로 진급 및 졸업이 이뤄지는 현행 제도를 의미한다.

2025년 전면 도입 예정인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 성취가 발생하지 않으면 진급 및 졸업이 어려운 유급제도가 포함된 취득주의(과정주의) 도입 필요성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나온 주장이어서 주목된다.

(사진=한국교육과정평가원 유튜브 캡처)

연령주의 "학습 결손 누적 문제 해결 못 해"


이승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은 26일 교육과정평가원이 진행한 2020년 연구 성과 발표회 ‘초중학교 교육과정 이수 기준의 설정 방안 탐색’(연구진: 이병천, 정영근, 이수정, 조재윤(목원대), 김선희(강원대), 오수정(국립국제교육원)) 발표자로 나서 연령주의를 보완한 '보정주의'와 '졸업 인증제도' 필요성을 제안했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수업 일수 및 학교장의 인정에 근거한 수료와 졸업 기준 이외에 엄밀한 의미의 초중학교 교육과정 이수 기준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초중학교 9년 교육기간 동안 각 학기/학년(군)내에서 학습경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이수 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학습 결손 누적 문제를 해소하고 차기 학기/학년(군)으로의 원활한 이행을 도모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그는 초중학교 교육과정 이수 기준 설정 요구 이유로 ▲학교교육에의 참여 소홀 ▲공교육 진학 관련 규정 불명료 ▲교육자치 대비 공통기준 불명료를 제기했다.

구체적으로는 ▲학교교육 참여 소홀에도 졸업 및 상급 학교 진학에 미치는 영향 미비로 학습 결손 누적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 ▲다양한 유형의 학교와 학교 밖 교육 증가하나 해당 교육에 참여한 학생이 공교육에 진입하기 위한 규정 불명료하고 그에 근거한 지원 미비로 학습자 또는 부모 등 개별적 노력으로 귀결되는 상황 일반화 ▲교육자치 강화 정책으로 수업시수 관련 교육과정 지역화 및 자율화가 일부 허용되고 있으나 국가수준 교육과정에서 공통적으로 이수해야 할 기준이 명료화되어 있지 않아 교육과정 지역화 및 자율화 발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파악했다.

이승미 연구위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과정 이수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준에 따라 연령주의를 보완한 진급 및 졸업 제도를 운영하고 더 나아가 졸업 인증 제도까지 도입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학년/학교급이 올라갈수록 학력 저하가 심해지는 문제를 해소하고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앞서 고등학교 입학 이전에 공통 교육과정에 대한 학습 질 관리 수행 ▲교육과정 이수 기준 미비로 인해 발생하는 단기 유학 및 사교육참여 등을 위한 의도적인 학교 교육에의 소홀 문제 해소 ▲공교육의 혜택자로서 학생의 권리이자 의무 확립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장에서는 국가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성취기준의 위상 및 역할과 그와 관련된 누적적인 학습 결손 해소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국내외 다양한 교육 경로의 증가에 따른 교육과정 이수 인정의 타당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에 의견이 모아졌다.

또 누적적으로 발생하는 학습 결손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정주의 관점에서 초・중학교 교육과정 이수 기준 도입을 제안했다.


보정주의  "월반 또는 유급제 도입하지 않고 학습 결손 확인하고 보정해 진급 도모하는 방안"


이 연구위원이 제안한 보정주의는 취득주의(과정주의)에서 채택하는 이수 평가를 실시하되 월반 또는 유급제를 도입하지 않는 대신 학습 결손을 확인하고 보정해 다음 단계로의 진급을 도모하는 방식이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 학생성취평가, 싱가포르 초등학교 졸업시험, 영국의 피닉스 검사와 KS1·KS2 국가시험, 호주의 국가 문해력·수리력 시험을 참고할 수 있다고 봤다.

▶외국의 교육과정 이수 기준 및 적용 사례(출처=초중학교 교육과정 이수 기준의 설정 방안 탐색 보고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교과별 내용 기준을 교육과정 이수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이 내용 기준을 바탕으로 하는 캘리포니아 학생성취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고등학교 졸업을 위해 최소 이수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이수하면 고등학교 학위를 수여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매 학교급마다 졸업 시험을 통해 수준별 진급이 가능하도록 하고 증명서를 수여하는 방식으로 교육과정 이수 기준이 활용된다. 중등교육은 초등학교 졸업시험 (PSLE)의 결과에 따라 속진과정, 보통과정(일반계), 보통과정(직업계)으로 나뉘어 이루어지고 시험은 교육과정에서 제시된 ‘학습 결과’를 기초로 한 평가 틀을 바탕으로 출제된다.

영국의 경우 국가 교육과정을 통해 의무 국가 교육과정의 과목과 기준을 제시하고 단계마다 교사 평가 및 국가시험을 통해 교육과정을 이수하였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초등 1학년을 대상으로 파닉스 검사, 초등 2학년을 대상으로 KS1 교사 평가와 KS1 국가시험, 초등 4학년을 대상으로 구구단 검사, 초등 6학년을 대상으로 KS2 교사 평가와 KS2 국가시험, 중등 11학년을 대상으로 중등교육 자격시험(GCSEs)을 실시하고 있다.

호주 NSW주에서는 주 교육과정에서 제시되는 ‘결과’가 교육과정 이수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중등 7학년부터 10학년까지 의무 교육과정 기준을 이수하면 학업성취 증명서(RoSA)를, 12학년 때 졸업 시험을 치르면 고등학교졸업증명서(HSC)를 수여하고 있다. 또한 3, 5, 7, 9학년을 대상으로 국가 문해력・수리력 시험을 실시하여 국가 최소 기준을 충족하도록 하고 있다.


졸업 인증제 도입으로 고교학점제 과목 선택 자격 확인해야...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필요  


이에 더해 졸업 인증제도 도입도 제안했다. 다만 졸업 여부 결정 기준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승미 연구위원은 “본 연구에서 제안하는 졸업 인증 제도는 졸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학교급의 졸업과 관련 학생이 이수한 교육과정에 대한 기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호주 NSW주의 학업성취증명서와 유사한 측면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이수 기준 대상 교과명과 교과별 출석률 제시하는 것으로 이수 기준 대상 교과의 교육내용 이수 기준별 도달 여부 제시(‘통과/미통과’로 표시. 단, 미통과한 학생도 해당 학년에서 보정교육 후 통과한 경우에는 ‘통과’로 표시)한다.

이 연구위원은 “졸업 인증제 도입으로 다음 학년/학교급 교사에게는 학생에게 적합한 교과 교육과정을 편성・운영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며 “학생 및 학부모는 다음 학년/학교급으로의 진급/진학 이전에 해당 학생이 보완해야 할 교과 및 교과 내용을 충실히 복습할 수 있는 기회 제공하고 고등학교에서는 고교학점제에서의 과목 선택을 위한 자격 요건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서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수료 및 졸업 관련 규정을 손보아야 한다. 다만 연령주의 개선 방안으로 보정교육을 도입하는 경우 시행령 개정은 필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50조에는 학교의 장은 학생의 교육과정 이수정도 등을 평가, 당해 학교의 교육과정을 이수했다고 인정하는 자에게 수료 또는 졸업을 인정하며 졸업장을 수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승미 연구위원은 “특히 졸업 인증제도를 도입하는 경우 초・중등교육의 수료 및 졸업 요건에 따라 졸업 인증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관련 법규의 제・개정이 요구된다”며 “제50조 3항의 규정을 ‘학교의 장은 [별표4]에 근거해 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교육과정의 이수 정도를 평가받은 학생에게 졸업장을 수여한다’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별표4]의 내용으로는 ▲학교급에 따른 학생의 특성 ▲국가 교육과정의 책무성 ▲시도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지역화 방향 ▲학교 교육과정의 자율화 방향 등을 고려해 구체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