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교사는 교육 전문가로 교육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배웠지만 그 누구도 교육이 무엇인지 알려준 사람이 없었습니다. 교육이라는 절대반지를 찾기 위해 뜻이 맞는 동료들을 모아 교육원정대를 결성해 모험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박석희 선생님과 함께 떠나보실까요?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에듀인뉴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선생님이 되어야 할까?

이 질문은 ‘공부 잘하는 사람만 선생님이 되어야 할까?’, ‘머리 좋은 사람이 곧 좋은 교육인일까?’ 같은 식으로 형태만 바뀌어 반복된다.

결국, 이 질문은 어떤 사람이 교사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 이야기다. 시간이 없는 사람을 위해 미리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본인은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공부’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에 다시 봉착한다.

단순히 시험 잘 보는 능력으로 국한해 말하더라도 대학 입시에서 학생을 뽑는 전형만 수백 개에 이르는 세상이다. 전형마다 요구하는 능력과 배경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무엇이 시험 잘 보는 능력이냐고 하면 또 입시전문가들의 백가쟁명이 끊이질 않을 것이다.

이에 앞서 어떻게 시험 잘 보는 능력이 공부라고 할 수 있냐며 그런 것은 ‘진정한 공부’가 될 수 없다고 열변을 토하는 교육자들도 있다. 어떤 것이 공부인지는 따로 독립된 글을 써 집중적으로 다뤄야 할 것이다.


왜, 선생님은 공부를 잘해야 할까?


그렇다면 왜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근거를 밝혀야겠다.

그 이유는 선생님들은 평생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자신이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지식의 내용도 공부해야 하고 그 지식을 어떻게 학생들에게 적합하게 전달해야 하는지 방법과 도구에 대해서도 공부하며 학생들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한다.

더구나 그 학생들이 살아가는 사회와 앞으로 살아갈 미래에 대해서도 나름의 지식이 있고 관점이 서 있어야 학생들에게 그에 맞는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무엇이든 가르치려 드는 사람이기 전에 뭐가 됐든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직역이라는 것이다.

드라마 '고쿠센' (출처=https://brunch.co.kr/@memyself27/4)

중고등학생 때는 후지사와 토루의 <GTO>나 모리모토 코즈에코의 <고쿠센> 같이 폭주족이나 야쿠자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한국과 비슷한 교육 문제로 신음하던 일본의 학교 문제를 통쾌하게 해결하는 만화에 깊이 빠져있을 때도 있었다.

그런 만화를 보다 보면 선생님은 굳이 머리 좋고 공부를 잘하기보다는 공부를 못하고 머리가 나빠도 오히려 학생들과 더 잘 공감하고 학생들의 평범한 생활과 일탈을 잘 이해하고 세상 물정과 골목의 야생적인 삶을 깊이 이해하는 지혜(street smart)를 갖춘 사람이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교사의 역할에 대한 일종의 오해에서 시작되는 일이 아닌가 한다.

교사는 학생과 가장 가까운 데서 함께 지내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수업의 전문가와 교육의 전문가로 교육기관과 제도의 틀 내에서 교육 문제들을 처리하고 이해하고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수업이든 학생의 문제를 듣고 공감하며 함께 해결해나가든, 학업과 진로를 이어나가는 데 어떤 태도와 가치를 가지고 나아가야 하는지와 교재와 교수법, 교육 제도를 개발하는데 있어서든 결국 교사는 능력을 계발하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기반에 토대를 둔 전문성을 쌓아야 한다.

국가공교육은 개인과 개인이 만나는 감성적이고 실존적인 경험이기도 하지만 결국 시민들이 공적인 자원을 들여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낭만적으로만 접근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의사들이 환자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고 환자들 중에서 의사를 뽑고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선 병을 진단하고 어떤 치료법과 약물이 필요한지에 대한 지혜는 별로 필요 없이 아름다운 마음과 영웅적인 기상만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얼마나 다른 이야기일까.

결국 새로운 것을 배우고 합리적인 전문성을 배양하는 문제는 공부의 층위를 떠날 수가 없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바넷 베리(Barnett Berry), 앤 버드(Ann Byrd), 앨런 위더(Alan Wieder)가 쓴 공유와 협력에 의한 교사리더십에 대해 다룬 <Teacehrpreneurs>(교사teacher와 기업인entrepreneur의 합성어)에서는 몇몇 헐리우드 영화(프리덤 라이터스 등에서 볼 수 있는)에 나오는 슈퍼맨 교사들이 교육을 위한 적절한 모델이 될 수 없는데다 오히려 우리 교육 문제를 이루는 원인과 구조를 제대로 바라볼 수 없게 만든다고 했다.

사회의 변화와 그에 학교의 구조가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해 나타나는 일탈과 교실 붕괴의 상황들을 재밌는 상상력으로 통쾌하게 해결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유쾌하지만, 오락의 차원을 넘어 다양한 교육 환경에서 폭넓게 적용해야 할 합리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국제 교육문제를 다루는 비영리재단 페이퍼시드에서는 전 세계 교육문제 해결에 영감을 줄 사례로 한국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지식과 교양을 추구하는 한국의 문화가 교사의 지위를 높여주었고, 이는 질 좋은 교사를 제공함으로써 교육의 수준을 높여 학생들이 더 나은 능력을 배양해 더 나은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https://www.paperseed.org/blog//can-we-replicate-south-koreas-successful-education-system,‘can we replicate south korea’s successful education system?’).

이 기사는 한국의 문화적 배경은 모든 지역에서 쉽게 모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동아프리카나 인도 같은 지역에서 똑똑한 인재를 교사로 선발하고 학문적 성취에 높은 가치를 둠으로써 여러 나라의 공교육을 개선하고 보완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한국 교육의 장점을 흡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페이퍼시드 재단은 ‘교육자를 교육시키자(Train-the-trainer model)’ 사업에 많은 자금을 지원하며 수많은 지역 활동가들과 국제적 후원가들이 어떻게 하면 머리 좋은 학문적 재능을 갖춘 이들을 더 잘 공부시키는 것이 전 지구적인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집중하고 있는 문제라고 한다.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다 교사 하겠다고 덤벼서 문제고 공부 잘해야만 선생님을 할 수 있냐고 물어보는 걸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익숙지 않은 이야기일 것이다.

박석희 경기 마산초 교사
박석희 경기 마산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