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가림판이 마련된 수능 시험장 모습.(사진=광주시교육청)
투명 가림판이 마련된 수능 시험장 모습.(사진=광주시교육청)

[에듀인뉴스]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입시 커뮤니티에 수험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응시를 고민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정시생들이나 최저 등급을 받아야 하는 수시생들은 오매불망 수능만을 기다리고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입장이 다르다. 이들은 수능 점수가 필요하지 않은 전형을 지원했거나, 이미 합격을 한 수험생들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런 학생들은 수능을 볼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수능은 대학진학을 준비한 고등학생들에게는 마치 성인식 같은 것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관행처럼 수능을 보았다. 

예년 같으면 고3 담임교사도 “경험상 한 번 치고 와라. 친구들 도와주는 셈 치고”라며 수능 응시를 독려하기도 하지만, 올해는 그런 말조차 하기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미 코로나와 상관없이 수능 응시율은 점점 떨어지는 추세였다. 수능 이후에 수험표를 가지고 오면, 할인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서비스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고자 수능을 지원하고 응시를 하지 않는 학생들도 있었다.

지난 해 수능 응시율은 88.3%였고 올해 6월 모의평가는 81.8%만이 응시를 했다. 

문제는 수능 응시율이 떨어지는 것이 어느 특정 그룹에게는 치명적이 된다는 것이다. 가장 치명적인 그룹은 역시 ‘최저등급’을 필요로 하는 수시지원자들이다.

수능 등급은 기본적으로 정규분포를 이루어 1등급은 상위 누적 4%, 2등급은 11%, 3등급은 23%까지 부여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응시자 수의 누적 백분위라는 점이다. 즉 10만명일 때 4000등이면 받을 수 있던 1등급이, 8만명이 응시하면 3200등까지만 받을 수 있게 된다. 

올해 수능 접수자 수는 49만3433명으로 약 50만명 정도고, 6월 모의평가 정도의 응시율을 기록하면 40만3628명으로 약 40만명이 된다.

국영수의 경우 1등급이 전원 응시일 경우 2만명까지 1등급이 가능하지만 40만명으로 줄어들면 1만6000명으로 대략 4000명 정도가 줄어든다.

특히 탐구과목의 경우 선택과목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에 응시자 수가 줄어들면 문제의 난도와 겹쳐지면서 더욱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11%인 2등급까지 영역을 확장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의 수험생들이 영향을 받게 된다. 정시 지원자들 역시 표준점수가 영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니 수능 최저등급이 필요한 수시 지원자들이나 정시생들은 “수능 좀 제발 봐달라”는 얘기가 나올만하다. 

반면에 수능이 필요하지 않은 수시 지원자들은 입장이 다르다. 이들은 수능 이후에 대학별 고사들이 남아있다. 일부 대학들은 확진자나 자가격리자의 경우 응시를 허용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한양대의 경우 12월 5일, 6일로 잡혀있는 논술전형에서 확진자는 물론, 자가격리자나 가족이나 동거인 중 격리 중인 자가 있는 경우 응시를 제한한다.

이렇게 되면 수험생 입장에서 괜히 밀집도가 높은 수능 시험장에 들러 자가격리 대상자가 될 위험성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같은 대학 입학시험인데도 불구하고 한 쪽은 어떤 방식으로든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해 애쓰는 반면에, 다른 한 쪽은 각자에게로 책임이 돌아가야 한다면 이것은 공정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수능은 병원에서라도 시험을 볼 수 있게 해주면서, 대학별 고사는 아무런 보장이 없는 이 상황에서 결국 수험생들은 자기 전형에 유리한 방향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듯 수험생이 감소하면 자연스레 등급 커트라인이 올라간다. 이는 향후 고등학교 현장과 학생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코로나와 상관없이 학생인구감소로 계속해서 수험생이 줄고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 정시 전형이 확대가 되기 시작하면서 2023년까지 정시 비율은 40%까지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학교 내에서는 수능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간의 괴리가 커지게 된다.

등급 커트라인이 높아지면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많은 학습량이 필요해진다. 수능에 응시할 학생들은 변별력 있는 문항을 풀 수 있는 수업을 원하고, 수능이 필요없는 학생들은 생활기록부 교과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기재될 수 있는 수업을 원하게 된다.

코로나는 교육 현장에 많은 질문을 던졌다.


교사 대신 동영상이 역할을 할 것이라던 전망은 코로나 시기 원격수업이 학습격차를 벌린다는 지적을 듣게 되며 실시간 수업으로 대체되고 있다.

작은 학교와 작은 학급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었다. 입시를 앞둔 고학년의 등교가 중요한지 아직 학교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저학년의 등교가 중요한지 질문도 던져졌다.

급식소에서 제공되던 식사를 누가 먹을 수 있는지 같은 문제도 있었다.


아마 올해 코로나의 마지막 질문은, 수능이 정말로 유지 가능한 시스템인지일 것 같다.

아쉽게도 우리 교육계는 위의 질문들 어느 하나 분명한 대답을 내리지 못했다. 이번 질문은 어떨까?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