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⑯학생 '패널데이터 구축'으로 원하는 '진로'부터 파악하자
[창간기획] ⑯학생 '패널데이터 구축'으로 원하는 '진로'부터 파악하자
  •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 승인 2020.11.2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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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후조의 우리 교육 더 낫게 만들기] 5. 진학고 교육 개선②

[에듀인뉴스] 교육은 희망이고 꿈을 키우는 일이다. 그럼에도 언제부터인가 교육은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온갖 교육 혁신안이 등장했음에도 학교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원, 교육학자, 기업인, 일반인, 실업자 등 각자 처지에 따라 교육문제를 보는 눈이 다르다. <에듀인뉴스>는 창간 5주년 기획으로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에서 교수자와 학습자가 만나 무엇을 주고받는가를 탐구하고, 국가의 거시적 교육 정책과 제도, 학교의 미시적 교실 수업을 아울러 들여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홍후조 교수(교육과정학자)의 입을 빌어 ▲교육 기본제도 ▲교원 양성과 운용 ▲이공계 인력 양성 ▲교과서 문제 ▲진학계 고교 문제 ▲온라인 수업 ▲국민형성교육 등 분야 별로 문제의식(배경), 현황과 문제점, 원인과 이유, 개선 방향(가치 추구), 구체적 방안, 후속지원책 등으로 나누어 살펴볼 계획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앞의 칼럼에서 필자는 일반고의 교육목적이 뚜렷하지 않다고 하면서, 고교는 학생의 적성에 맞는 진로별 교육을 하는 곳으로 그 기능을 분명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였다.

그렇게 하려면 무엇보다 학생들이 먼저 자신의 장래 직업을 확정하고, 그 직업수행에 필요한 대학의 전공공부를 정하며, 그 전공공부를 하기 위해 고교에서는 진로별 바탕학습을 선택과 집중해서 충실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현실은 무작정 공부하고 점수에 맞추어 대학을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결과 우리나라 대학졸업자들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비율로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직업에 종사한다.

특히 졸업 후 직업을 찾기 어려운 인문, 자연, 사회계열의 전공 학생들은 자신들의 전공 선택을 후회하고, 가능하면 다른 전공으로 옮기고자 한다.

결국 사회의 요구와 무관한 대학공부를 한 셈인데, 그 출발을 보면 이미 대학 진학 전 고교에서 진로를 고려하지 않은 공부를 한 것과 관련된다.

고등교육 이수자(25~34세)의 전공-직업 간 미스매치.(출처=한요셉(2020), 전공 선택의 관점에서 본 대졸 노동시장 미스매치와 개선방향, KDI FOCUS, 통권 제99호, 2쪽.)
고등교육 이수자(25~34세)의 전공-직업 간 미스매치.(출처=한요셉(2020), 전공 선택의 관점에서 본 대졸 노동시장 미스매치와 개선방향, KDI FOCUS, 통권 제99호, 2쪽.)

사실 우리나라의 고교에서는 어떤 규모의 학교나 어떤 실력의 교사라도 큰 무리 없이 가르칠 수 있도록 문이과 중심으로 획일적으로 공부시킨다.

학생들에게 ‘보통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중학교 공부를 반복·확대·심화시키고 있다. 또한 국영수를 편중되게 강조한다.

수능에서도 ‘언수외’는 각 100점이고, 기타 탐구영역은 50점이다.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어 국·수가 대학 당락의 관건, ‘결정자’ 노릇을 하려 드는 형국이다.

입시흥행에 매몰된 대학이 전공별로 필요한 바탕학습을 제대로 요구하지 않은 탓이다.

또, 문이과 양분과 국영수 편중 수업은 고교교육의 질 관리에도 어려움을 주어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경우 그들의 학업성취와는 무관하게 출석일수의 2/3만 채우면 졸업장을 받는 상황이 되었다.

덕분에 외국과 비교하여 우리나라 고교의 중도탈락률은 낮고 졸업률은 높다. 고등학생들의 학력수준은 대체로 1.5학년이거나 2학년에 머문다.

문·이·예·체보다 한 단계 더 들어가 진로에 맞게 심화공부를 시키는 곳은 특목고와 자사고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모든 고등학교가 학습자의 진로를 고려하여 심화공부를 시키는 ‘특목고’가 되면 안 될까?

학습자의 진로에 맞춘 집중과 선택이 이루어지지 않은 고교 공부는 결국 대학공부조차 허송하게 하는 주요인이다.

진학고에서는 문이과를 넘어서야 한다. 고교생 6,458명이 응답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72.1%는 고교에서 문이과식으로 두루 배우기보다 대학전공과 직업을 준비하는 교과목을 선택과 집중하여 배우기를 기대하였다.

또 학생들은 외국어, 수학, 국어, 과학 순으로 더 많이 공부하고, 이런 과목들을 고 3수준 이상으로 배우기를 기대하였다.

반면 나머지 교과는 고 2수준 이하로 배워도 된다고 응답하였다. 세계적으로 공인된 진학고 교육인 IB DP학교에서는 2-3학년에서 6개 과목만 배우는데 3개 과목은 고급수준으로, 3개 과목은 표준수준으로 배운다.

그래서 고교생들도 해당 분야에서 깊은 이해와 높은 수행(deep understanding & high performance)에 이를 수 있다.

대학 신입생 중 전공 변경 희망자 비중.(출처=한요셉(2020), 전공 선택의 관점에서 본 대졸 노동시장 미스매치와 개선방향, KDI FOCUS, 통권 제99호, 6쪽.)
대학 신입생 중 전공 변경 희망자 비중.(출처=한요셉(2020), 전공 선택의 관점에서 본 대졸 노동시장 미스매치와 개선방향, KDI FOCUS, 통권 제99호, 6쪽.)

중등학교에서 진로를 찾은 학생들은 그에 알맞은 진로별 학습기회를 주고,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부지런히 찾도록 진로 직업 교육, 지도, 상담, 체험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 점에서 자유학기나 진로탐색기는 중3과 고1에 걸쳐 있어야 하고, 차기 교육과정 개정에서는 반드시 반영할 사항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자신을 알고, 이에 알맞은 학업과 직업을 백방으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자.

이와 관련하여 교육부나 국책 연구기관(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학생들이 어떤 공부와 일을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하는 패널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계에는 온갖 패널데이터가 다 있으나, 정작 가장 중요한 학생들이 무슨 공부를 원하는지 그 학업진로를 밝혀주는 패널데이터가 없다.

학생들의 요구를 모르면서 ‘학생중심’교육을 운위하는 것은 가식일 뿐이다.

초등 고학년에서는 학업과 직업의 대분류를, 중학에서는 직업고의 학과와 진학고의 계열과 과정 공부에 대한 중분류를, 고교에서는 대학과 직업의 소분류를, 대학에서는 대학원과 직업에 대한 세분류를 학생들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안내하고 그들의 요구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

그에 맞게 고교나 대학은 교육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가령 진학고가 진로별 교육에 충실하려면 문이과 양분과 국영수 편중을 벗어나 고2에서는 문·이·예·체로 나누고, 고3에서는 공학(현장, field), 공학(실험실, Lab), 의료보건, IT(AI), 기초과학, 경상, 국제, 인문, 사회, 미술디자인, 음악, 연극영화영상, 문화콘텐츠, 개인운동, 단체운동 등으로 나누어 학습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교육선진국에서 하듯이 고교가 규모에 맞게 개설할 계열과 세부 과정을 적절히 분담함으로써 학생들의 진로별 학습기회를 충족시켜줄 수 있다.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에 이어 디지털혁명이 사무와 생산의 자동화를 낳고, 세계화, 고령화, 평생학습 등으로 상당수 직업들이 연구개발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경우 과학기술 관련 직업에 대한 이해와 공부가 점점 중요해진다.

중고생들이 때맞춰 과학기술 공부에 더 집중하도록 도와야 한다. 인문사회계의 깊은 공부는 나이 들어 해도 늦지 않다.

독일 직업교육의 아버지 케르센스타이너는 “직업교육은 인간교육을 위한 출입문이다”고 하였다. 이 점에서 모든 학습자의 공식적 최종교육은 직업준비교육이다. 직업교육을 통한 면허나 자격 없이 사회에 나가는 것은 사라져야 할 교육계의 악습이다.

옛말에도 무항산(無恒産)이면 무항심(無恒心)이라고 하였다. 사람이 자기 생업, 일이 뚜렷하지 않으면 마음 둘 바를 모르고 늘 흔들린다. 생산적인, 부가가치를 만드는 일이란 의미 있고 보람찬 일이다.

‘학생들이 뭘 알까?’ 하고 안이하게 대처하기보다, 고교에서 적절한 진로별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우리는 학생들의 희망과 요구에 더 귀 기울이고, 이에 맞는 학습기회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노력이 실현될 때에야 대졸자의 전공-직업 미스매치가 40%, 30% 수준으로 떨어지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글 싣는 순서

Ⅰ. 교육의 기본제도 1. 어긋남으로써 빚어진 문제들/ 2. 학제(학생수용)/ 3. 학교급 나누기/ 4. 교육과정 /5. 출생률 제고와 주택 문제/ 6. 소규모 학교 통폐합 문제

Ⅱ. 교원 양성과 운용 1. 전공 교육과정, 자격과 2중 전공/ 2. 교단교사 직급다층화/ 3. 교감발탁제, 교장 발탁제/ 4. 교육감 직선제, 중단위 교육행정기관

Ⅲ. 이공계 인력 양성 1. 수학, 과학, 기술공학 분야의 특징/ 2. 교원의 문이과 배분, 교대, 사대(사/과)/ 3. 첨단과학기술을 제 때에 가르치는 미래 pilot 학교/ 4. 수포자 구제문제/ 5. 국민기초학력과 충실화/ 6. 절대평가와 IB DP교사들의 시험 출제와 채점 능력

Ⅳ. 교과서 문제 1. 교과서가 필요없는 교과에서 예산 낭비/ 2. 판수를 거듭하는 교과서,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3. 성교육교재와 발달 추동/ 4. 한국판 탈무드 개발 보급

Ⅴ. 진학계 고교 문제 1. 자사고와 특목고(집값 폭등)/ 2. 평준화와 비평준화/ 3. 국영수 편중과 진로별 교육과정/ 4. 교육기회 제공에서 학교간 역할분담

Ⅵ. 온라인 수업 1. 온-오프간의 분리와 협력(교육과정 조정)/ 2. 온라인 교육전용기기 개발 보급/ 3. 온라인 수업에서 효과 제고(중위층 몰락 대책, 수업시간 조정)

Ⅶ. 국민형성교육 1. 헌법을 제대로 가르치기/ 2. 한국근현대사 재인식/ 3. 국제관계와 국제정세 알기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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