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캡처)

[에듀인뉴스] 2020학년도가 이제 불과 한 달이 남았다. 올해는 학교 역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연일 학교는 혼란과 긴장의 연속이다. 2020년 1월, 신학년도를 준비하는 방학 중에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첫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남의 이야기 같던 사실이 현실적으로 우리에게도 다가왔다. 

서서히 목을 옥죄어 오듯이 날로 사태가 악화되어 진행이 되었다. 그리고는 2월이 되어 학년말의 개학이 되고 이어 3학년 학생들의 졸업이 이루어지는가 하면서 사태는 심각하게 흘러 학교는 곧장 문을 닫고 학생들의 학년말 방학(봄방학)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리고는 전국적으로 상황이 날로 악화되면서 3월의 등교 개학이 연기되었고 이제나 하면서 기다리던 2020학년도는 3월이 지나고 4월로 접어들었다. 

3월을 보내면서 학교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뚝 끊긴 채 교정은 마치 깊은 산 속의 수양처(修養處)가 된 듯한 적막강산이 되어버렸다. 학교는 학생을 기다리는 처절한 고독이 시작되었다. 그리고는 2020학년도 학사일정은 연일 계속되는 코로나19 감염병 대책위원회의 협의를 거치고 부장단회의를 거치면서 연기를 거듭하면서 서서히 혼란은 가중되어 갔다. 

신입생들은 등교 개학을 하지 못해 온라인 입학식을 실시하고 교과서 배부 등은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철저한 방역의 수칙을 준수하며 겨우겨우 이루어졌다. 

재학생들은 그나마 서로의 안면을 알고 지내는 터라 학급의 반톡을 통해서 소식을 전하며 담임교사와 연일 건강 체크와 가정 내의 생활에 대한 소식을 전하며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하지만 신입생들은 소속감은 둘째고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정체성에 대한 물음에 빠지는 상태가 되었다. 

4월로 접어들면서 휴업 사태가 장기화되고 드디어 온라인 개학이 이루어지면서 고등학교는 3학년 등교를 고정시킨 상태에서 2/3 학생 등교 원칙을 준수하며 학사일정을 진행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어 학교에서는 초유의 비대면 수업(온라인 수업)으로 들어가면서 교사들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느라 혼돈의 연속 속에서 학생지도와 온라인 수업, 그리고 코로나 방역이라는 삼중고를 겪으며 그렇게 길고 긴 1학기가 지났다. 

그리고 짧은 여름방학이 1~2주에 걸쳐 이루어지는가 하면서 바로 2학기에 접어들었고 코로나19 사태는 2차 대유행의 상황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는가 하더니 이젠 다시 3차 대유행으로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 

본교는 오늘 부장단 협의회를 열어 2021학년도 업무분장에 대한 각 부서별 인원과 업무를 조정하는 긴급회의를 진행하였다. 수능 시험을 1주일 앞두고 방역 차원에서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에서 전체 학년이 온라인 수업으로 들어간 상태에서 어렵게 마련한 자리였다. 

매년 입학하는 학생 인원의 감소에 따라 학습수의 감소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교사의 정원이 조정(감원)되고 이에 따라 후속 조치로 학교는 행정부서와 학년부서 간의 인원 조정이 불가피하다. 

학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새롭게 업무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데 교사의 정원이 줄어드니 업무 조정이 불가피한 상태다. 각 부서간의 업무 조정이 쉽지 않아 부서장들이 모인 가운데 진지한 협의를 통해서 이를 개선하려는 참이었다. 

막 협의가 진행이 되는 가운데 1학년 부장교사가 긴급히 전화를 받고 메시지를 수령하면서 의외의 변수가 돌출하였다. 

한 학부모가 새벽에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본교에 재직 중인 두 자녀(1학년과 2학년)가 보건소로부터 연락을 받고 9시에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검체 검사를 받았으며 곧 바로 자가 격리 상태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이보다 앞서 아침에 학생들의 건강검진체크 상태에서 등교중지가 뜨면서 학년부장이 바로 이를 확인하였고 오늘의 사건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곧바로 부장단 협의회를 중단하고 긴급대책회의에 들어갔다. 학교는 감염병 대책위원회로 전환이 되면서 학생 가족의 역학적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 들어갔다. 그리고 코로나 방역의 컨트롤타워인 보건교사는 급히 재택근무 상태에서 학교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 

부모가 확진 판명된 상태에서 한 지붕 가족 간의 밀접 접촉은 또 다른 확진자의 판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순리다. 왜냐면 현재의 감염 전파 상태로 볼 때 그런 예측은 불가피했다. 그래서 학교는 비상상태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보건 교사는 확진 판정이 거의 기정사실이라 가정하고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학교에서는 순간순간 역학 조사를 철저하게 진행하였다, 모두가 역할 분담을 하여 두 학생의 최근 몇 일간의 동선을 파악했고 접촉자 및 주변의 상황을 상세히 점검하여 e-알리미와 가정 통신문, 그리고 문자 메시지를 통해 교사와 학생들에게 이중삼중으로 긴급하게 통보를 했다, 

그리고 두 학생이 다니는 학원에도 통보하여 같이 수업을 들었던 인근 학교의 학생들을 파악하기도 했다. 한편 시교육청 긴급 상황실에도 보고를 하여 담당 장학사와는 수차례에 걸친 통화를 했으며 이는 길고 긴 하루의 서막에 지나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학부모들의 염려와 우려의 전화, 그리고 민원성 전화를 받느라 분주하게 돌아갔다. 교장실에서 진행되는 감염병 대책위원회는 그렇게 오전 시간을 몽땅 대기상태에서 하나하나 점검을 하면서 선별진료소 설치에 따라 진행될 상황을 미리 점검하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보건교사는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으나 의연하게 매뉴얼에 따라 진행 상황을 하나씩 점검하면서 학교장을 비롯한 위원회의 교원들(1,2,3 학년부장, 학생부장, 예체능부장, 교감, 교장)과 면밀하게 대책을 협의해 나갔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긴박감이 무겁게 짓누르고 학교는 오후에 긴 침묵의 시간에 들어갔다.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검체 검사의 판정이 내리길 기다리는 시간은 그야말로 속이 타들어 가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등교하여 근무에 들어갔던 교사들은 가급적 거리를 두면서 접촉을 피했고 두 학생 반에서 수업을 했던 교사들과 학생과 개인적인 접촉을 했던 몇몇 교사는 얼굴이 상기된 채 차라리 “이번에는 내 차례다”라고 마음의 준비를 해나갔다. 그리고 필자를 비롯한 몇몇 부장들은 다음에 벌어질 상황에 따라 차후 어떻게 학사일정을 진행해야 할지를 숙의하기에 이르렀다. 

퇴근 무렵이 다가오자 보건교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곧바로 보건소로 연락을 취했다. 오늘 500명을 넘어 600명대에 이르는 전국의 확진자 상황에 검사자의 인원이 많아 다소 결과가 늦으리라는 추측에 혹시나 하는 반기대감이 있었으나 검사 결과는 의외로 빠르게 나왔다. 

가급적 빨리 알고자 하는 마음에 부응하듯 결과를 전달 받을 수 있었다. 바로 음성 판정이 내렸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두 학생 모두가 말이다. 지옥에서 천당을 오간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인가 싶었다. 

그 순간 모든 근무자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저마다 무슨 승리의 찬가를 부르듯이 얼굴엔 환한 미소가 떠올랐고 십년 묶은 체증이 싹 가라앉듯이 한꺼번에 찾아드는 안도감은 무슨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보건교사는 학생에게 보건소에서 통보가 정식으로 가기 전까지 직원들에게 발표를 미루고자 하였으나 너무도 긴장하면서 기다린 탓에 이 소식은 비공식적 루트를 통해 이미 알려져 버린 상태였다. 나중에 학생 본인이 알기도 전에 주변 사람이 먼저 아는 해프닝이 벌어지면서 당사자인 학생이 다소 언짢아했지만 안도의 순간을 맞이하면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교훈을 남기며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길고 긴 하루의 과정이었다. 이에 모두가 서로를 위로하면서 코로나 감염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된 오늘이었다. 

오늘 사건은 학교의 교직원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아프고 나면 한층 성숙해진다는 말처럼 차후의 코로나 방역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되었다. ‘기적 같은 선물’이라는 보건교사의 말에 필자는 이런 경험을 현장 소식으로 전하고자 하는 의무감을 갖게 되었다. 

이제 전국적으로 연일 500명대를 훌쩍 넘기는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주변에선 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받고 있으며 격리에 들어가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방역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특히나 수능 시험을 목전에 두고 있는 고3학생들은 바늘방석에 앉은 듯한 느낌일 것이다. 전례 없이 국민수능으로 치러지는 이번 수능에서 불상사가 없이 순조롭게 치러지기만을 기도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다시금 학교에서 평화로운 일상으로의 복귀를 간절하게 꿈꾸고 있다. 

우리는 지금 하루하루를 지내며 모두가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자연의 원리와 생명존중에 대한 사상을 강화하는 뉴노멀(New Normal)의 가치를 금과옥조로 삼아야 한다. 그러면서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통해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일상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