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각종 스마트기기가 보편화하면서 아이들은 텍스트보다 영상에 친화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생각의 깊이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교사들은 역량을 키우는 다양한 참여형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심층적 이해가 이루어지는지 고민이 많다. <에듀인뉴스>와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는 단순 그림그리기를 넘어 생각을 표현하고 사고의 확장을 가져오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는 비주얼씽킹이 수업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아보는 연재를 시작한다.

김난영 경기 라온고 교사
김난영 경기 라온고 교사

벌써 10여 년 전부터 혁신교육 그리고 배움중심교육이 우리 교육에서 화두가 된 이후로 많은 부분에서 우리의 수업과 평가도 진화되어 온 것은 사실이다.

최근 교사들의 자발적인 학교문화 바꾸기 운동으로 시작되었던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 운동도 배움중심교육의 연장선에서 그 의미는 일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그 맥을 따라가는 교수학습의 큰 사조로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이 바로 비주얼씽킹이라 할 수 있겠다.

학생들이 알아야 할 것들을 명쾌하게 정리하고 요약할 뿐만 아니라 각자가 가진 상상력이 더해져서 학습의 과정과 결과를 오롯이 담는 교수학습 철학이자 도구가 비주얼씽킹이다.

이전에는 교사가 해 온 수업을 말하는 것이었다고 한다면, 비주얼씽킹을 활용한 수업은 교사가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만든 수업이고 평가임과 동시에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와 끼를 드러내는 창작물이다.

교사가 전달한 몇 가지의 핵심지식들과 자신이 찾은 지식들을 학생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어떻게 자신의 것으로 녹아냈는지를 보여주는지를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 과정과 결과에서도 오롯이 학생들만 있었다는 점이 돋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비주얼씽킹을 통해 보여준 과정과 결과물들을 그 자체로 아름다운 작품으로 부르고 싶다.

여기서는 내가 도전한 비주얼씽킹 프로젝트 수업으로 비주얼에세이 활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2019년에도 이 활동을 했었고, 올해는 작년에 부족한 것들을 보완하였더니 학생들의 이해가 더 잘 되었던 것 같다.

비주얼씽킹 프로젝트 수업 평가 기준안-1
비주얼씽킹 프로젝트 수업 평가 기준안-1

먼저 성취기준 재구성을 통해 수업이 곧 평가가 될 수 있도록 하였다.

1차시에는 기본 문장에 들어갈 문장 형태를 만들기 위한 핵심지식을 익히는 단계이다. 일본어1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문법을 활용한 표현 단계는 동사 기본형을 ‘~하고’, 또는 ‘~하여’, ‘~해서’의 형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て(te)형, 즉 우리말로는 ‘~하고, ~하여, ~해서’의 뜻을 갖고 있는 접속사로서 이것을 접속할 때는 우리말에서도 그렇듯이 동사의 어미를 활용하여야 한다. て형을 활용한 표현은 아주 많다.

て형을 알고 나면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져 증폭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 많은 표현들 중 て형을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많이 쓰고 있는 문형인 “~하고 있어요(있습니다)”라는 문형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비주얼씽킹 프로젝트 수업 평가 기준안-2
비주얼씽킹 프로젝트 수업 평가 기준안-2

매일 쓰는 일상표현이라 해도 생소한 일본어를 사용해서 구사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은 당연하지만 간단한 규칙을 익혀서 적용하면 학생들은 곧 해낸다.

그러고선 외치는 한마디는 “어~~쉽네, 간단하네”이다. 이것이 저절로 적용이 될 때쯤이면 문법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문법을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되는 단계가 언어학습의 최종 목적이겠지만 그 첫단계를 위해 반드시 핵심지식을 알아야 한다.

동영상 수업 및 과제 피드백 활동-1.(사진=김난영 교사)
동영상 수업 및 과제 피드백 활동-1.(사진=김난영 교사)

코로나로 인해 1차시는 실시간 화상수업으로 진행하여 먼저 선생님이 제시한 학습영상을 보고 해당시간 안에 탐구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동사의 종류를 파악하고 그 동사들이 て형으로 변하는 규칙을 적용하고 정리하는 탐구활동이다.

교사는 학생들이 제출한 내용을 계속 피드백하고 수정하도록 코멘트 해주면서 학생들이 핵심지식을 숙지하도록 했다.

동영상 수업 및 과제 피드백 활동-2.(사진=김난영 교사)
동영상 수업 및 과제 피드백 활동-2.(사진=김난영 교사)

2차시는 칼릴 지브란의 「나는 기다립니다」를 읽고 소감을 적는 수업이다.

이 책의 제목을 일본어로 바꾸면 “わたしは待っています” 가 된다. 제목은 물론이고 책의 내용에서도 “~하고 있어요”의 표현이 들어가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문장의 형태를 구사하는 모델링하기에 좋다.

이 책은 인생 전체를 하나의 빨간 선으로 이어가는 독특한 구성으로 독자로 하여금 인생을 생각하게 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한다.

따라서 문장 형식과 더불어 학생들이 자신의 일상을 좀 더 들여다보게 하는 촉매제의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서 이 책을 선정하게 되었다.

학생들이 책을 읽고 패틀릿에 올린 소감.(사진=김난영 교사)
학생들이 책을 읽고 패틀릿에 올린 소감.(사진=김난영 교사)

학생들에게 준 미션으로는 책을 읽으면서 내용 중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을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고 선정한 이유와 책을 읽고 난 소감을 적도록 하였다.

2차시는 대면수업이었지만 블렌디드 수업을 적용하여 학생들에게 핸드폰을 나누어주고 패들릿에 접속하여 자신이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제출하도록 하였다.

3~4 차시는 표현을 만드는 문장구성단계이다. 미션과제는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학생들에게 3-4차시에 제시한 학습내용 미션 제시.(사진=김난영 교사)
학생들에게 3-4차시에 제시한 학습내용 미션 제시.(사진=김난영 교사)

기본 동사들은 되도록 교과서의 색인에서 고르게 하였다.

표현하고 싶은 단어가 교과서에 없는 경우는 교사가 알려주었고, 동사의 경우는 기본형으로 알려주면 그것을 자신이 て형으로 변형해서 문장을 만들도록 하였다.

학생들은 자신이 만들 문장을 지웠다 썼다 하면서 어떤 문장으로 만들지 무척고민을 했다.

어떤 학생들은 다른 친구들과는 다르게 하고 싶어서 자신의 창작욕구를 표현하고 싶어서 동물을을 의인화 하는 등 동화처럼 이야기를 꾸미기도 했다.

주어진 동사들은 비롯 기초 동사로 쉬운 표현들이었지만 학생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했다.

그래서 시나리오 작성하는 시간을 2시간 정도로 충분히 주었다.

학생들이 만든 시나리오에 교사의 피드백.(사진=김난영 교사)
학생들이 만든 시나리오에 교사의 피드백.(사진=김난영 교사)

마지막 5~6차시는 자신이 작성한 시나리오를 비주얼씽킹 작품으로 표현하는 활동이다. 평가의 주안점은 그림이 아니지만, 하고자 하는 표현이 드러날 수 있게 다양한 표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였고 이모티콘 같은 간단한 그림 형식으로도 가능하도록 했다.

강아지가 주인을 기다리는 마음을 표현하여 강아지와 주인의 따뜻한 소통을 표현했다.(사진=김난영 교사)
강아지가 주인을 기다리는 마음을 표현하여 강아지와 주인의 따뜻한 소통을 표현했다.(사진=김난영 교사)

특별히 올해는 그림이 잘 안되는 친구들은 헌 그림책을 나누어 주고 콜라주 기법으로 그림을 대신할 수 있도록 했다. 콜라주를 하면서 그림과 내용이 잘 매치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안내했다.

(왼쪽부터)자신의 진로와 관련하여 관심분야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실천 내용을 드러낸 작품과 자신의 감정을 의인화하여 또래 친구들의 감성을 담아 표현했다.(사진=김난영 교사)
(왼쪽부터)자신의 진로와 관련하여 관심분야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실천 내용을 드러낸 작품과 자신의 감정을 의인화하여 또래 친구들의 감성을 담아 표현했다.(사진=김난영 교사)

단순한 문장을 외우느라 시간을 들이기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직접 자신이 문장을 만들어 적용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이끌어 가야 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 언어를 가르치는 교사들이 더 주목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림을 그리는데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헌 그림책을 활용하여 콜라주 형식으로 표현하도록 했다.(사진=김난영 교사)
그림을 그리는데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헌 그림책을 활용하여 콜라주 형식으로 표현하도록 했다.(사진=김난영 교사)

모국어가 아닌 타언어의 핵심지식(문법)을 익힌다는 것은 뇌의 회로에 일종의 ‘철길에 선로를 놓는 작업’이다.

이 선로를 놓으면 일본어라는 기차는 2~3가지의 말의 규칙에 따라 붙였다 떼었다 하면서 표현을 이리저리 바꾸기도 하고, 더러는 차량(명사, 조사, 접속사, 접미사 등)을 바꿔 붙이면 다른 표현들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영어도 마찬가지지만 우리가 문법을 배우는 이유는 문법이 새롭게 언어를 배우는데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문법은 이런 적용하고 활용하는 것으로서 필요하지만 우리의 교육은 지나치게 거기에 몰두해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문법을 알기 위한 방법은 ‘문법’이라는 지식으로 접근할 수 도 있지만 거꾸로 여러 가지 문장을 통해 탐구해 나갈 수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해보았던 비주얼에세이 활동은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언어 회로를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반복하여 실현해 내는 과정이었다.

문장의 규칙이 어떻게 적용이 되어야 하는지도 스스로 한 문장 한 문장 만들어가면서 탐구하고, 그 결과를 이런 비주얼에세이로 연결하여 구체화하는 과정을 통해 간단한 지식은 비로소 살아있는 언어로 바뀌며, 실제 사용하는 언어가 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작품으로 언어 습득의 성취감과 자신감을 갖게 되었음을 수업을 통해 확신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