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세원고에 걸린 수능 응원 현수막.(사진=전재학 교감) 

[에듀인뉴스] 불행은 겹쳐서 온다(Misfortunes never comes alone)고 했던가? 시작은 화려했으나 살아가면서 커다란 역경과 시련의 연속으로 측은하기만 한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세대인 월드컵 베이비들에게 2020년도 역시 고난의 행군이다. 

어쩌면 이렇게 환호하며 맞이한 시작과는 다른 고통스러운 삶의 연속일까. 만 17세, 그들은 짧은 생애 동안에 창궐한 3종류의 감염병과 싸움을 벌여 왔고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바로 사스와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그렇다. 그들이 이제 고3이 되어 12월 3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주인공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이들은 초·중·고 과정을 거치면서 국내에서 발생한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 등 낯선 감염병을 모두 겪은 ‘고난의 세대’이다. 

이들은 2009년 5월 처음으로 신종플루와 마주쳤다. 그 때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해이다. 이듬해 11월까지 전국 4만9천500여명의 학생들이 당시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신종플루인 ‘사스’에 감염됐고, 전국 학교 500여 곳이 문을 닫기도 했다. 2015년에 중학생이 된 이들은 다시 한 번 공포의 ‘메르스’를 겪어야 했다. 이때는 전국 학교 2천여 곳이 휴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이렇게 이미 두 차례의 감염병을 극복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수능을 치러야 하는 고3이 되면서 또 다시 감염병과 싸워야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1개월 이상 신학년도 개학이 늦춰졌고 역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에 이어 마침내 수능까지 연기되어 이제 12월 3일 수능 고사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뿐이랴. 그들은 이같이 세 차례의 감염병을 경험하면서 수시로 바뀌는 교육제도로 중학교 때부터 홍역을 치렀다. 중학교에 입학한 2015년, 처음 시행된 자유학기제와 중학교 3학년이던 2017년의 교육부 '2021학년도 수능개편시안'은 이들을 대혼란에 빠트렸다. 

올해 수능은 2015개정 교육과정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시험이다. 이제 코로나19 3차 대유행 속에 수능이 치러지는 각 고사장의 모습은 예년과는 획기적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수능 당일 모든 수험생은 시험장으로 들어가기 전 발열 상태를 측정해야 한다. 

고3 수험생에게 방역 주의사항과 시험에서 알아야 할 필수사항을 전달하고 있다.(사진=전재학 교감)

또 시험장 내에서 퇴실할 때까지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마스크는 방역당국이 승인한 KF-94, KF-80, KF-AD 등 제품만을 써야 한다. 밸브형이나 망사형처럼 가볍고 사용이 편한 침방울 차단 효과가 떨어지는 마스크는 착용할 수 없다. 점심시간에는 자신의 자리에서 도시락을 먹어야 한다. 모여서 대화하거나 같이 식사를 하는 것은 금지된다. 

고사장 책상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반투명 아크릴 재질의 가림막이 설치된다. 시험 감독관들의 모습도 예년과 크게 달라진다. 일반시험실 감독관은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지만 자가격리자들이 시험을 치르는 별도시험장 감독관은 ‘4단 방호복’을 입고 마스크, 고글을 쓰며 방수성 가운과 장갑을 껴야 한다. 병원 시험장 감독관은 의료진에 준하는 복장을 하며 마스크·고글·장갑에 레벨D급 전신 방호복을 착용하게 된다. 가히 상상이나 했던 것인가. 

본교는 오늘 수능에 응시하는 고3 수험생과 졸업생 219명에게 철저한 방역에 따른 주의사항과 시험에서 알아야 할 필수사항을 전달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과목에 따라 배정된 총 12개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학생에 따라서는 고사장이 다소 먼 경우에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사전 교육으로 이미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수험생 유의사항을 전달하고 평소 등교 수업일에도 충분히 방역에 대비하는 교육과 유의사항을 전달했는데 오늘은 이를 경청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더욱 진지하고 각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만큼 현실적으로 D-day가 다가왔기 때문으로 느껴진다. 

총괄하는 3학년 부장 교사가 방송으로 전체 학생들에게 교육을 하고 각 학급에서는 담임교사들이 수험생 유인물을 배부하며 함께 읽어 나갔다. 그리고 교육부에서 제작한 동영상으로 다시 한 번 수험생 유의사항을 전달했다. 

하지만 수험생들의 불안한 심리와 걱정은 얼굴에 나타난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필자가 만나는 학생들마다 “지금 심정이 어때?”하고 물으면 하나같이 “걱정스럽고 불안해요”라거나 “글쎄요. 시험을 봐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응답도 들린다. 

그래도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는 시험으로 생각하고 포기는 말아야지”라고 말하니 “예, 준비를 잘할게요.”, 또는 “예, 그럴게요”라고 예쁘게 대답한다. 눈물이 나도록 측은하다. 

오늘 학생들의 불안한 모습을 보면서 코로나19라는 힘겨운 과정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있는 우리 수험생들이 자랑스럽고 고맙다는 마음과 함께 그들이 미래를 살아가면서도 포기를 모르는 불굴의 수험생 세대로 기록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제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고비마다 어려운 환경을 잘 버텨내며 힘들게 쌓아 올린 실력을 시험장에서 마음껏 발휘해서 그들이 원하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한다.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