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⑱학점제는 단위제와 다르다? 고교 진로교육 "공부 방향과 줄기 잡도록 해야"
[창간기획] ⑱학점제는 단위제와 다르다? 고교 진로교육 "공부 방향과 줄기 잡도록 해야"
  •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 승인 2020.12.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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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후조의 우리 교육 더 낫게 만들기 5. 진학고 교육 개선④

[에듀인뉴스] 교육은 희망이고 꿈을 키우는 일이다. 그럼에도 언제부터인가 교육은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온갖 교육 혁신안이 등장했음에도 학교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원, 교육학자, 기업인, 일반인, 실업자 등 각자 처지에 따라 교육문제를 보는 눈이 다르다. <에듀인뉴스>는 창간 5주년 기획으로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에서 교수자와 학습자가 만나 무엇을 주고받는가를 탐구하고, 국가의 거시적 교육 정책과 제도, 학교의 미시적 교실 수업을 아울러 들여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홍후조 교수(교육과정학자)의 입을 빌어 ▲교육 기본제도 ▲교원 양성과 운용 ▲이공계 인력 양성 ▲교과서 문제 ▲진학계 고교 문제 ▲온라인 수업 ▲국민형성교육 등 분야 별로 문제의식(배경), 현황과 문제점, 원인과 이유, 개선 방향(가치 추구), 구체적 방안, 후속지원책 등으로 나누어 살펴볼 계획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고교는 학생의 적성에 맞는 진로별 교육을 시작하는 곳이다. 학생들이 어떤 직업과 전공을 원하는지를 파악했다면 고교에서는 그에 알맞은 학습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학생들은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또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하고 싶은 것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명확해지는 편이다. 이에 비해 학교의 교원들이나 교육정책 담당자들은 두루두루 공부해도 된다고 안이하게 대응한다.

‘안이하다’는 것은 그간 진행된 다양한 일반고 역량 강화 사업이 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이제 그간 사용해보지 않은 처방, 즉, 진로별 교육을 제대로 시행해보자.

고교는 진로별로 학생들이 공부할 방향과 줄기를 잡아주어야 한다. 진로별 학습기회를 보장할 수만 있다면 필수나 선택이나 큰 차이가 없다. 단위제나 학점제나 마찬가지고, 평준화나 비평준화도 그 다음의 문제이다.

학생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선택은 학교, 계열, 과정 선택이지, 낱낱의 과목 선택은 아니다. 과목 선택은 선택의 폭을 넓혀주었다는 생색은 낼 수 있어도 학생의 진로 개척에 별 도움이 못된다.

현행 고교 교육과정기준 문서를 보면 저학년에서는 학생들이 공부할 90단위 정도를 알뜰히 지정해주고 있다. 그렇지만 고학년에서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진로를 위해 3과목 이상 선택하라고 제시하였으나 선택할 것은 방향도 없는 한 학기짜리 작은 과목일 뿐이다.

더구나 선택할 과목들은 대체로 학문적으로 갈래지어 나열해두었을 뿐이다. ‘방임 혹은 방치’라고 비판해도 변명할 말이 없을 정도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그동안의 ‘다과목 분산 피상학습’을 극복하고 ‘소교과 집중 심층학습’을 실현하기 위해 중학교는 학기당 이수과목수를 8개 이내로 하는 집중이수를, 고교는 진로별 집중과정을 개설할 것을 권고했으나 실제로는 ‘학교교육과정 자율화’라는 이름 아래 별다른 안내가 없었다.

그 결과 지금 엉뚱하게도 중학교 1학년에서 진로를 탐색해보라고 자유학기를 두었고, 고교는 갈 바를 잃고 급기야 대학 못지않게 자유롭게 이수과목을 선택한다는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게 되었다.

그러나 일반고의 경우 학생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과목을 개설해두고, 진로지도교사를 배치하여 학생 개인별 맞춤형 공부를 한다는 것은 ‘꿈’일 뿐이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것보다는 학생들에게 진로별로 공부하는 ‘길’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모든 학생이 문이과의 두 길로 몰려가는 것보다 각자 자기 꿈을 좇아 360도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다. 말처럼 쉽게 구현가능한 것은 아니다.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을 생각해보면, 대학 전공이나 학과를 크게 나누어 10여 개의 계열이라고 보고, 고교에서도 그 바탕학습을 잘 챙겨주면 된다.

다음 그림처럼 문이과 양분의 현재에서 대책 없이 무과정 쪽으로 가지 말고, 진로별로 다양하게 분화시켜 가다 보면 장차 우리의 이상향인 개인맞춤형 교육과정도 어느 정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미지=홍후조 교수)
(이미지=홍후조 교수)

대학 진학을 우선으로 하는 진학계 고교(일반고, 특목고, 자율고)는 대학에 진학해서도 계속해서 의미 있는 공부를 할 수 있게 진로별 바탕학습을 제대로 시켜주는 곳이 되어야 한다.

문제는 학생들이 고교 3년간 교과 180단위를 어떻게 이수하도록 길 안내를 할 것인가이다.

어떤 공부든 중심(center)이나 중핵(core)이 있고, 그 주변이 있다. 대학이라면 전공, 부전공, 교양으로 구성된다.

많은 나라에서 국어, 수학, 과학, 외국어(영어)가 중핵교과이다. 보통 고교 2학년이 되면 문과, 이과, 예술, 체육의 계열을 좇아 조금씩 다르게 공부한다.

문·이과생들은 대체로 국어, 수학, 과학, 영어, 기술, 사회 6개 중에서 4개 정도를 선택해서 집중이수하면 충분하다. 그래도 15가지(6C4) 진로가 나온다. 마치 IB DP가 6개의 교과군에서 3개를 고급수준으로, 3개를 표준수준으로 선택 조합하여 공부해서 온갖 진로로 나가는 것과 다름없다.

다음 표를 보면 진로와 관련된 핵심교과는 고급수준으로 충분한 분량을, 그렇지 않은 교양교과는 기본수준으로 알맞게 공부하도록 하는 내용이 제시되어 있다.

진학계 고교생들의 이수과목수와 단위수(표=홍후조 교수)
진학계 고교생들의 이수과목수와 단위수(표=홍후조 교수)

위 표를 보면 고교 3년간 9~10개의 교과목을 집중해서 공부한다. 결코 부족하거나 넘치지 않는다.

즉, 1학년에서는 공통, 2학년에서는 계열별 공통, 3학년에서는 과정별 공통을 공부해서 진로를 밝혀가도록 진로별 교육과정을 짜임새 있게 구성하면 학생들이 필요한 것은 고루 다 배울 수 있으면서 공부에 방향과 초점이 있다.

고등학생들은 대체로 교과 180단위 중 160단위를 공부하고, 나머지 단위를 가지고 과정을 두 개까지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진로별 교육과정을 개설해서 효과를 보는 곳이 충남삼성고이다. 이 학교는 우수한 신입생 ‘선발효과’가 아니라, 좋은 진로별 교육과정을 개설해서 학생들을 크게 키우는 ‘교육효과’를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가령 이 학교 졸업생 중 내신은 3등급 후반이지만 서울 공대에 진학한 학생이 있는데, 이는 그 학생이 해당 분야에서 탁월한 성취를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고려대 정보보안학과에 진학한 신입생은 대학원생이 감당할 강좌 조교 역할을 맡아 훌륭하게 수행하였다.

고등학생들을 더 이상 헤매게 하지 말자. 학점제는 단위제와 다르다고 달콤한 말로 속이지도, 평준화라는 이름으로 꾀지도 말자. 학생들이 원하는 직업과 전공에 이르도록 묵묵히 공부할 수 있도록 ‘길’ 안내, 공부하는 ‘줄기’를 잡아주자. 그것은 교과를 진로별로 잘 분화해주고, 그것들 중에서 계열별, 과정별로 진로에 따라 공부하는 길을 내주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 글은 차기 고교 교육과정을 연구 개발하는 이들에게 부탁드리는 호소이기도 하다.


◆ 글 싣는 순서

Ⅰ. 교육의 기본제도 1. 어긋남으로써 빚어진 문제들/ 2. 학제(학생수용)/ 3. 학교급 나누기/ 4. 교육과정 /5. 출생률 제고와 주택 문제/ 6. 소규모 학교 통폐합 문제

Ⅱ. 교원 양성과 운용 1. 전공 교육과정, 자격과 2중 전공/ 2. 교단교사 직급다층화/ 3. 교감발탁제, 교장 발탁제/ 4. 교육감 직선제, 중단위 교육행정기관

Ⅲ. 이공계 인력 양성 1. 수학, 과학, 기술공학 분야의 특징/ 2. 교원의 문이과 배분, 교대, 사대(사/과)/ 3. 첨단과학기술을 제 때에 가르치는 미래 pilot 학교/ 4. 수포자 구제문제/ 5. 국민기초학력과 충실화/ 6. 절대평가와 IB DP교사들의 시험 출제와 채점 능력

Ⅳ. 교과서 문제 1. 교과서가 필요없는 교과에서 예산 낭비/ 2. 판수를 거듭하는 교과서,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3. 성교육교재와 발달 추동/ 4. 한국판 탈무드 개발 보급

Ⅴ. 진학계 고교 문제 1. 자사고와 특목고(집값 폭등)/ 2. 평준화와 비평준화/ 3. 국영수 편중과 진로별 교육과정/ 4. 교육기회 제공에서 학교간 역할분담

Ⅵ. 온라인 수업 1. 온-오프간의 분리와 협력(교육과정 조정)/ 2. 온라인 교육전용기기 개발 보급/ 3. 온라인 수업에서 효과 제고(중위층 몰락 대책, 수업시간 조정)

Ⅶ. 국민형성교육 1. 헌법을 제대로 가르치기/ 2. 한국근현대사 재인식/ 3. 국제관계와 국제정세 알기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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