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밤 경원중 이해 당사자 회의 "학부모 의견 다시 물어보겠다"
학부모 "절차 건너 뛰거나 제도 내용 축소해 알렸다" 문제 제기

7일 서울 서초구 경원중학교 인근에 현수막이 붙고, 학부모들이 시위에 나섰다. 

[에듀인뉴스=오영세·지성배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학부모 등 주민 반발에 혁신학교 지정에 다시 백기를 들었다. 

마을결합형 혁신학교로 지정한 서초구 소재 경원중학교가 학부모 반발에 부딪혀 사실상 혁신학교 지정 철회를 선언한 것.
 
8일 서울시교육청과 경원중학교에 따르면, 지난 7일 밤 11시 40분께 수십명의 학부모들에게 마을결합 혁신학교 지정에 있어 학부모의 의견에 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정회숙 경원중 교장을 비롯해 경원중 학교운영위원장, 서울시교육청 교육혁신과장 등이 합의안 도출에 성공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안에 따르면, 경원중은 마을결합 혁신학교에 대해 학부모 반대 의사가 있을 경우 이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또 학부모와 지역 주민 의견에 따라 학교운영위 심의 등 공식 절차를 통해 관련 행정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경원중은 작년부터 ‘마을결합 중점학교’로 지정돼 운영해 왔으며, 서울시교육청은 혁신학교 다양화를 위해 마을결합 중점학교를 대상으로 마을결합 혁신학교 공모를 받았다. 

하지만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과 경원중은 올해 8월 혁신학교 공모에 과정에서 학교가 일부 절차를 건너뛰거나 학부모에게 제도 내용을 축소해 알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경원중학교 혁신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에는 1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등 논란이 커졌다. 

결국 7일 서울 서초구 경원중학교 인근에 ‘○○○교장 죽어서도 너를 잊지 않겠다’ ‘혁신학교 필요 없다’ 등 현수막이 붙고, 한 밤에 학부모들이 시위에 나서자 시교육청 등 관계자 회의를 거친 끝에 학부모 의견수렴을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와 교사, 학부모, 지역 사회가 협력해 최선의 답을 찾아 나가겠다”며 "학부모가 아닌 부동산 카페나 주변 아파트 주민 공세가 거세 예외적으로 다시 재학생 학부모 의견을 물어보자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원단체 등 교육계에서는 서울시교육청이 절차대로 진행하고, 혁신학교 지정조건도 충족했는데 너무 쉽게 백기를 들어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혁신학교에 대한 경원중 학부모와 교원 찬성률은 각각 69%와 80%로 높았다. 코로나19 속에서 학교에서 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 학부모의 65%인 636명이 응답해 439명이 동의했다. 교원들도 62명 가운데 50명이 동의했다.
 
서울시교육청의 혁신학교 지정 절차는 학부모와 교원 중에 하나라도 동의 비율이 50% 이상이면 혁신학교에 지원할 수 있다. 

박근병 서울교사노조 위원장은 “아무런 법률적, 절차적 하자가 없는 교육정책이 주민들이 반대하면 철회가 가능하다는 아주 나쁜 선례를 남겼다”면서 “앞으로 혁신학교, 혁신교육정책 추진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10월 27일 내년 혁신학교 신규 지정학교를 확정 발표했다. 이에 따라 강동구에 위치한 강동고와 서초구에 위치한 경원중 등이 각각 마을결합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강동고 역시 지난달 27일 서울시교육청에 학부모 반발이 심해 혁신학교 선정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