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위원회 '기초학력보장법안 공청회' 개최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대표발의한 기초학력보장법안 일부 캡처.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대표발의한 기초학력보장법안 일부 캡처.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기초학력보장법안(대표발의 강득구)은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8일 국회 교육위원회가 개최한 기초학력보장법안 공청회에서는 공교육의 책무성과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의견과 교사 업무를 증가시키는 또 하나의 법안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충돌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사진=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 캡처)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사진=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 캡처)

이날 공청회 진술인으로 참여한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기초학력 보장이 공교육 책무임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사교육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법으로라도 보장해야 한다는 현장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초중고 원격교육이 실시됐고 가정 환경에 따른 교육격차 문제가 대두된 상황이라 기초학력 보장이 교육격차 해소라는 차원에서도 꼭 법안이 제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정의부터 진단 방법까지 보완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생과 학교를 서열화하는 문제, 사교육을 유발하는 문제, 학습에 대한 응미를 저하시키는 문제, 낙인 효과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며 “획일적 진단체계가 아닌 교사별, 단위학교별, 시도교육청별 진단 도구 다양화와 교육과정의 핵심 성취기준의 성취수준을 측정하는 도구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기초학력 정의부터 다시 해야 한다"면서 "법안에서는 ‘학생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 교육 과정을 통하여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충족하는 학력’으로 정의했으나 이 정의는 모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초학력을 최소한으로 정의하고 그것을 보장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라는 주장이 나온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기초학력 정의가 중요하다. 기초 학습부진을 해결하는 차원이 아닌 교과 학습부진에 대한 해결 혹은 그 이상으로 설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중등교육법에서는 기초학력을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충족하는 학력으로 정의하고 있으나 2009 개정 교육과정과 다르게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성취기준만 규정하고 있어 핵심 성취기준을 마련해 최소한의 성취기준으로 정하는 작업이 선행될 필요성도 제안했다.

박인재 한국교육정책연구소 전문위원.(사진=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 캡처)
박인재 한국교육정책연구소 전문위원.(사진=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 캡처)

기초학력법안은 교사의 업무가 될 것...“교사가 교수학습에 집중할 환경 우선 만들어야”


특히 이날 공청회에서는 교사가 아이들의 기초학력을 보장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박인재 한국교육정책연구소 전문위원(인천 송원초 교사)은 “교사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 제시나 지원 없이 학교와 교사에게 모든 짐을 지우는 일이 기초학력보장법안 발의와 시행으로 반복된다면 국가 책임을 학교와 교사에게 넘기는 것”이라며 “교사에게 책임지우는 것이 아닌 현실적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법안이나 정책이 실행되면 교사들은 두려움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새로운 업무가 생기면 행정적 처리를 하기 위한 담당자가 필요하다. 학교 업무는 더하기만 있고 빼기는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사가 학생에게 집중하기 위해서는 학교업무총량제 또는 실질적 학교업무정상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수업준비와 학생지도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는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초학력 보장에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은 필수라는 의견도 개진됐다. 과밀학급에서는 현실적으로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박 전문위원은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20명 이하로 떨어졌다고 하나 이는 비교과 교사를 포함한 교원 수 계산과 학급당 10명 이하 소규모 학급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평균의 함정이 작용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아직도 학급당 30명이 넘는 과밀학급이 존재한다. 학생들과 교사의 상호작용에 어려움이 많다”고 알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교실 2교사제 또는 협력교사제를 도입했지만 효과가 미비하다는 평도 나왔다. 또 보조인력을 선발하고 관리하는 행정적 업무 또한 교사의 역할로 규정돼 업무 부담만 가중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수업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전문성 있는 교사가 자신의 교육과과 철학을 바탕으로 소통하는 과정”이라며 “보조인력은 교원자격과 무관하고 학생지도와 관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어 “교육청 지원 프로그램과 예산 배정을 통해 보조교사를 선발하고 관리하고 있다”며 “이러한 과정 또한 교사의 역할로 규정짓고 있어 부담이 가중될 뿐이다. 학급 학생들에게 온전히 투입되어야 할 에너지가 업무 수행에 사용되는 아이러니가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사진=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 캡처)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사진=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 캡처)

강민정, 기초학력 부장 만들려고? “기초학력은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 또한 법안 통과가 교사 업무 가중이 될 것을 우려했다. 특히 방과후학교를 시행하며 방과후 부장을 만들어 업무를 내리는 등 모습이 재연될 것을 우려하며 기초학력보장법이 아닌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에 관련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민정 의원은 “기초학력 갖추도록 하는 것은 학교의 기본적 책무고 존재 이유이지만 법안까지 나왔다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보여주는 거울”이라며 “기초학력 뒤처지는 아이들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진단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초학력보장법안 제정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을 냈다. 교사의 업무 증가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것.

강 의원은 “현재 제출된 법안에서는 위원회, 계획서, 센터 등을 만드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으로 기초학력 보장이 해결될 것인지는 의문”이라며 “교육기본법에 학교 교육에 대한 규정 있으나 기초학력과 관련한 학교의 책무성 명시 없다. 초중등교육법에도 생활기록부 작성, 학생정보처리 조항 4개나 되지만 학습부진 학생들 관련 조항은 1개밖에 없다. 교육법 체계 자체의 문제로 기초학력보장법이 아닌 교육기본법이나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기초학력 담당 교원 지정한다고 되어 있는데 방과후학교가 시행될때 전국 학교에서 방과후 부장을 만들었다”며 “법안 통과되면 기초학력부장 만들 것이다. 담당 부장과 지정 교사 개인의 업무가 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북서울중학교는 학교 교사 전체가 합의해 기초학력 없는 아이들 만드는 것을 연 목표로 정했다 교사들이 합심해 다양한 팀을 만들고 추적을 하면서 학교 전체의 환경을 바꾸어 가는 모습을 봤다”며 “법은 이러한 사례가 많아지도록 지원하는 것을 담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수학습연구실장은 "강민정 의원의 의견에 동의한다"면서도 "기초학력보장법안은 선언적 의미로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은 실장은 “환경 조성하면 학교 바뀌는 게 맞지만 가장 어려운 문제”라며 “교사들은 기초학력 업무를 3D 업무라고 하다가도 지도한 아이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 이게 제 일이라고 한다. 우리가 건드려야 할 부분은 교사들이 (겪음을 통해) 하게끔 만드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게 단순히 ‘합시다’라고 해서 되는 부분인지는 모르겠다”며 “영재교육진흥법도 있지만 반대로 이 아이들을 보호하고 최소한의 교육 기회를 제공할 적극적 장치는 부족하다. 선언적 의미로라도 있어야 하고 기초학력보장법안이 그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 캡처)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 캡처)

박찬대 의원은 “법과 제도만으로 야기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해도 뒷받침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환경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출된 법안에는 국가와 지자체가 기초학력에 대한 체계적 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재원도 확보하고 적정 학급당 학생수 유지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며 “분명 법적인 의미가 있다. 법으로 인해 교사들이 감당할 과중한 업무량이나 부담감을 해결할 수 있는 의견을 주는 게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학급당 학생 수 줄이는 것은 시대적 요구사항이지만 지난하게 오래 걸리는 문제”라며 "기초학력법안 진행은 그런 의미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교육위원회 공청회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배석하지 않은 채 진행됐다.

곽상도 의원은 개의 시작 전에 “이번 공청회는 여야 간사 간 합의도 없었고 진술인 추천 등에 어떤 동의도 하지 않았다”며 “일방 입장을 대변하는 반쪽 공청회다. 일방적인 교육위원회 운영을 규탄하며 위원장은 성찰하라”고 말하고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