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도시(3) 학교 공간 개방화: 민-관 협력 필요

[에듀인뉴스] 우화(寓話)는 장르적으로 보면 서사적인 것과 교훈적인 것이 절충된 단순 형식이라 할 수 있고, 그들이 가르치는 교훈은 비교적 저차원적인 사리 분별을 위한 것이나 우리 삶에 알아두면 좋은 실용주의적인 것입니다. 같은 형식으로 우리의 삶에서 뗄 수 없는 도시와 환경, 그를 이루는 많은 건물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와 일상에서 놓치고 살았던 작은 부분을 들여다보며 우리가 사는 도시와 건축에 관한 진솔한 물음을 던져보고자 합니다.

[에듀인뉴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이 말은 학생 신분을 거친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들었을 것이다. 내가 다닐 때에는 내가 주인이지만 지금은 내 후배들이 주인인 공간. 단순한 지식교육을 떠나 학교를 떠나서도 그 소속감은 여전하며 사회에서 살아가는 동안 평생 따라붙는 꼬리표 같은 존재.

그래서 졸업 후에도 돌아보고 살펴보는 공간. 비록 학교건물은 공공건물로 분류 되지만 여타 다른 공공건물보다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 많다. 

먼저 학교의 기능은 직업의 다변화와 재교육 등의 평생교육 차원에서 그 역할이 증대되었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 이동성의 제한으로 건물기능의 복합화가 필요해지고 있는 시대에 앞으로 교육공간으로써 학교건축은 어떻게 지역사회에 개방시킬 수 있을까? 

해외 사례로 영국의 커뮤니티 스쿨과 대규모 복합시설이 등장한 배경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1920년 캠브리지주 빌리지 칼리지에서 낮과 야간에 이루어지는 학생을 위한 교육과 지역사회를 위한 교육을 동시에 제공하려는 움직임이었고 체육시설을 충실히 하여 주민에게도 개방하면서 시작되었다. 

넓은 범주에서 학교의 수요층을 학생으로 한정 짓는 것을 벗어나 지역주민이 필요로 하는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평생 교육의 장을 제공하기 위해 복합시설의 모든 결정, 관리, 운영에 적극적인 참가를 촉진하는 방법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영국은 학교 복합화 사업을 추진하며 동시에 민단투자사업 PFI(Private Finance Initiative)을 도입시켰다.

이 사업은 17년 대처(M.Thatcher)보수당 정권이 집권한 이후에 공익사업에 민영화를 추진하고 경제규제 완화, 공공부문에 민간참여 사업 추진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에서 시작되었다. 여기에 영국 정부가 2003년 2월 노후화된 학교 시설을 교체하고 세계 수준의 선진 교육환경을 실현하기 위해 ‘미래를 위한 학교 건립’이 나오면서 학교는 시설 면에서도 한층 개선되었다. 

현재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는 이런 식으로 학교사용 복합화를 추진 중이며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성과 관련 공공시설 복합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민·관이 함께 학교 복합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무엇보다 지역주민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영국의 캐피털 시티 아카데미.(출처=https://www.fosterandpartners.com/projects/capital-city-academy/)
영국의 캐피털 시티 아카데미.(출처=https://www.fosterandpartners.com/projects/capital-city-academy/)

실례로 영국 학교는 지역사회의 일환으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영국의 유명 건축가 노먼포스터가 설계한 캐피털 시티 아카데미는 지역사회와 다양한 파트너쉽 관계를 맺어 연계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부실학교였지만 직업교육 평가 전문기관으로부터 2등급 평가를 얻었다.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함께 얼마나 발전했는가도 평가하였기에 자연스럽게 교육의 방향 또한 지역환경과 연계 될 수 밖에 없던 것이다. 또한 학교의 커리큘럼과 특정 전문성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하면서 유연한 공간을 제공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학교 복합화를 추진 중에 있지만 여러가지 문제점이 나와 반대 의견도 많다고 한다.

주요 문제점은 시설투자에 대한 재정상 문제가 있고 운영비가 확대됨에 따른 분담에 대한 부담도 크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학교 경계내에서 발생한 책임 소재가 현행 규정상 학교장에게 있으며 학교 개방에 의한 시설 파손과 유지관리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한다.

즉 시설을 늘리는 만큼 필요한 관련업무 전담부서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를 채우기에는 각종제도가 미비하며 전문가가 없다는 문제도 있다.

동탄중앙이음터도서관: 학교 옆 도서관도 좋지만 학생들에겐 녹음이 우거진 공원이 더 좋지 않을까.(출처=www.hscitylib.or.kr)
동탄중앙이음터도서관: 학교 옆 도서관도 좋지만 학생들에겐 녹음이 우거진 공원이 더 좋지 않을까.(출처=www.hscitylib.or.kr)

교육 방향의 중심이동을 통한 공간혁신


교육의 중심이 바뀌어야 공간을 바꿀 수 있다. 이 말은 학교의 주 사용층인 학생에 대한 교육의 방향성을 묻는 것이다. 어떠한 물리적 분석과 훌륭한 시설을 갖추어도 교육의 방향이 변하지 않는 이상 공간은 바뀔 수 없다.

가장 다양성을 인정해야 하는 학교의 교육방향이 너무 배움 한가지에만 집중되어 있다. 배움의 목적도 지식전달이 전부인 지금, 방역복을 입고 수능을 치뤘다는 사람의 인터뷰가 내게는 그리 달갑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학부모 또한 그저 좋은 대학, 직장을 구할 수만 있다면 공간의 형태는 아무런 상관 없는 식이다. 내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배우고 익히며, 건강하게 뛰놀고 즐겁게 놀 수 있는 환경조성에도 관심이 없는데 학교 복합화가 웬말이냔 말이다.

먼저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되어야 여러 정책이나 업무도 편하게 볼 수 있다. 

학교건물은 이제 학생들이 모여서 (혹은 갖혀서)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다. 지역사회의 일환으로 학생들의 지도는 물론 지역주민들의 필요도 채워줄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해야한다. 

지역사회 일환으로 학교 복합화는 현재 이 시대에 필요한 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복합화 대상은 학생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일 수도 있고, 직장을 구하는 청년 혹은 늦은 나이에 배움을 구하러 온 고학생일 수도 있다. 

학군과 성적으로 점철된 학교 교육 시스템이 다양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다면, 복합시설을 들여놓은들 또 다른 분열이 일어날 우려가 있음은 분명하다. 모두가 함께 논의하고 참여하며 학교시설에 대한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유무종 프랑스 건축가
유무종 프랑스 건축가

유무종 프랑스 건축가, 도시설계사, 건축도시정책연구소(AUPL) 공동대표.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건축학 전공 후 프랑스 그르노블대학 Université Grenoble Alpes에서 도시학 석사졸업, 파리고등건축학교 Ecole spéciale d’architecture (그랑제꼴)에서 만장일치 합격과 félicitation으로 건축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파리 건축설계회사 AREP Group에서 실무 후 현재 파리 건축사무소 Ateilier Patrick Coda에서 근무 중이며 건축도시정책연구소(AUPL)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다.

그는 ”건물과 도시, 사람을 들여다보길 좋아하는 건축가입니다. 우리의 삶의 배경이 되는 건축과 도시의 이야기를 좀 더 쉽고 유용하게 나누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