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후조의 우리 교육 더 낫게 만들기] 5. 진학고 교육 개선⑥ 모든 학교를 특목고로-2
"학교군 내 학교 간 계열과 과정 개설의 역할 분담해야"
"개별 학교 교육과정 특성화 및 여러 학교 교육과정의 다양화로 나아가야"

[에듀인뉴스] 교육은 희망이고 꿈을 키우는 일이다. 그럼에도 언제부터인가 교육은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온갖 교육 혁신안이 등장했음에도 학교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원, 교육학자, 기업인, 일반인, 실업자 등 각자 처지에 따라 교육문제를 보는 눈이 다르다. <에듀인뉴스>는 창간 5주년 기획으로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에서 교수자와 학습자가 만나 무엇을 주고받는가를 탐구하고, 국가의 거시적 교육 정책과 제도, 학교의 미시적 교실 수업을 아울러 들여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홍후조 교수(교육과정학자)의 입을 빌어 ▲교육 기본제도 ▲교원 양성과 운용 ▲이공계 인력 양성 ▲교과서 문제 ▲진학계 고교 문제 ▲온라인 수업 ▲국민형성교육 등 분야 별로 문제의식(배경), 현황과 문제점, 원인과 이유, 개선 방향(가치 추구), 구체적 방안, 후속지원책 등으로 나누어 살펴볼 계획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초·중등교육법 제48조(학과 등)는 ‘② 고등학교의 교과 및 교육과정은 학생이 개인적 필요ㆍ적성 및 능력에 따라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하여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고교는 학생이 진로별로 선택하여 공부할 수 있게 교육과정을 제공해야 한다.

고교는 이 법을 지키고 있을까? 소수 특목고나 자사고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일반고는 위법 상태다.

법을 지키려면 모든 고등학교는 ‘특수분야의 전문적인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목적고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학교 규모의 한계로 인해 일부 계열과 과정 분야를 한정해서 개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특정 계열과 과정에 집중하므로 각 학교는 특목고화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학생이 진로별 학습기회를 갖도록 하는데 ‘Backward’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

우선 학생들이 사회의 직업을 선택하고, 그 직업준비에 필요한 대학전공을 확인하면, 고교에서는 그 전공공부를 준비하는 진로별 바탕학습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고교와 대학이 맞닿은 지점인 진로별 ‘과정’이 핵심이 된다.

진로별 학습기회를 보장하려면 학생들이 어떤 진로를 원하는지 초등 고학년부터 장기적으로 누적 조사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들의 진로는 잠정적이고, 변경가능한 것이며, 복수일 수 있다. 학생들의 진로 변경가능성에 대비하여 두 개의 과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짜면 된다.

‘과정’은 고3즈음에 선택해서 집중하는 공부로, 대학의 모집단위나 계열과 일치하는 것이며, 나아가 직업세계로 연결되는 발판이다.

3학년에서 공부할 과정을 선택하면, 그 이하 2학년에서 공부할 계열, 1학년 공통과정, 입학할 때의 학교 선택(배정)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학부모와 학생의 학교선택권은 행복추구권의 일환으로 헌법상 기본권이다.

진로별 교육과정의 ‘꽃’은 고교와 대학이 만나는 접점인 ‘과정’.(그림=홍후조 교수)
진로별 교육과정의 ‘꽃’은 고교와 대학이 만나는 접점인 ‘과정’.(그림=홍후조 교수)

이를 위해 교육과정기준 문서는 학생들이 원하는 진로에 따라 공부할 수 있도록 온갖 방향의 계열, 과정, 교과목을 제시해야 한다.

현행 일반고에는 보통교과 100여 개, 특목고에는 전문교과I 150여 개가 제시되어 있다.

사실 이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 특목고 1-2학년의 전문과목과 일반고 2-3학년의 보통과목은 등치됨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분리해두어, 특목고 과목의 인플레가 심할 뿐만 아니라 일반고와의 격차를 크게 벌려 놓고 있다.

결국 우수한 학생과 특목고는 선택과 집중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일반고 학생들은 문이과식, 국영수 편중의 낮은 수준으로 두루두루 공부하게 만든다.

또 한 학기 소규모단위로 되어 있어 진로별로 재구성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그러나 학교, 교사, 학생이 이를 재구성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교육과정기준 문서 자체에서 진로별 이수체계를 잘 제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칼럼에서 제시한 대로 대중소 단위의 과목을 진로별․수준별로 만들면 50여 개로도 충분하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화한다고 입법예고하여 논란을 빚고 있다. 항의의 요체는 왜 말썽 많은 일반고로 하향 ‘평준화’하느냐는 것이다. 도리어 일반고를 다들 가고 싶어 하는 특목고로 만드는 편이 낫다는 것이 이 글의 요지다.

학교는 그 규모에 따라 문이예, 문이체, 문이, 문예, 문체, 이예, 이체, 문, 이, 예, 체 중에서 하나를 개설하도록 하면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학교가 된다. 그리고 교육청의 중재로 지역 내 학교군 학교들과 역할분담하면 모든 학교가 특목고가 될 수 있다.

일반고가 특목고화 되려면 먼저 고교교육이 진로별로 이루어질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일반고용 보통교과와 특목고용 전문교과I을 합해서 일원화한다.

특목고 과목 중 고교 수준을 넘어서는 것만 별도로 대학선이수과목으로 표기해두면 된다. 아래 표는 이를 나타낸 것이다.

(표 1=진학계 고교 교육과정의 일원화 : 교과의 진로별 5년치 과목 개발 방안. 홍후조 교수)
표 1=진학계 고교 교육과정의 일원화 : 교과의 진로별 5년치 과목 개발 방안. (자료=홍후조 교수)

즉, 모든 교과목을 1) 중학교까지의 공부를 종합하는 과목(1년치), 2) 고1-고3까지 과목, 3) 특목고용이었던 대학선이수과목(1년치)으로 총 5년치로 만든다.

진학계 고교 교육과정이 일원화되면 개별 학교는 그 규모와 특성에 맞게 그중에서 일부 계열과 과정을 개설하게 되는데, 이때 개별 학교 교육과정은 특성화되고, 여러 학교 교육과정은 다양화될 수 있다.<표 2>

각 학교는 확보한 자원(여건)을 활용하여 선택과 집중으로 최고의 교육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일반고는 특성화될 수 있다.

(표 2=특정 학교가 일부 계열과 과정(교과목으로 구성)을 개설한 경우. 홍후조 교수)
표 2 특정 학교가 일부 계열과 과정(교과목으로 구성)을 개설한 경우. (자료=홍후조 교수)

학생은 학교가 개설한 계열과 과정 안에서 2개의 과정을 복수로 선택할 수 있다. 학생들이 진로(과정)에 따라 학습하는 교과목 종류는 같거나 최소한 유사하고, 그 성취하는 수준(중3-고1, 고1-고3, 고2-대1)은 학생(집단)에 따라 다를 것이다<표 3>.

이렇게 되면 각 학생은 자신의 진로에 따라 하고 싶은 공부를 선택과 집중하게 되어 결국 최고의 학습성과를 거둘 수 있다.

(표 3=특정 학교가 일부 계열과 과정을 개설했을 경우 일부 학생이 자신의 진로에 따라 그 부분을 선택하여 집중학습하는 경우. 홍후조 교수)
표 3 특정 학교가 일부 계열과 과정을 개설했을 경우 일부 학생이 자신의 진로에 따라 그 부분을 선택하여 집중학습하는 경우.(자료=홍후조 교수)

우리는 생각을 깊고 넓게 바꾸어야 한다. 학생들을 개성이 없는 단일한 집단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헌법 전문(前文)에 명시된 대로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하여 자아실현할 수 있도록 각 학생을 다르게 배려해야 한다.

즉, 진학고의 교육과정을 일원화하되 학교는 그중 일부를 개설하고 학생은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교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적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모든 학생은 특별하며, 모든 고교는 그들을 위해 특목고가 되어야 한다. 여기에 대입시도 고3까지 공부한 진로별 바탕과목만 확인하는 타당성을 갖추도록 하면 된다.

교육부나 교육청의 정책결정자들도 학생을 크게 키우고 학교를 살리기 위해 진로별 학습기회를 보장하는 쪽으로 길을 택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 글 싣는 순서

Ⅰ. 교육의 기본제도 1. 어긋남으로써 빚어진 문제들/ 2. 학제(학생수용)/ 3. 학교급 나누기/ 4. 교육과정 /5. 출생률 제고와 주택 문제/ 6. 소규모 학교 통폐합 문제

Ⅱ. 교원 양성과 운용 1. 전공 교육과정, 자격과 2중 전공/ 2. 교단교사 직급다층화/ 3. 교감발탁제, 교장 발탁제/ 4. 교육감 직선제, 중단위 교육행정기관

Ⅲ. 이공계 인력 양성 1. 수학, 과학, 기술공학 분야의 특징/ 2. 교원의 문이과 배분, 교대, 사대(사/과)/ 3. 첨단과학기술을 제 때에 가르치는 미래 pilot 학교/ 4. 수포자 구제문제/ 5. 국민기초학력과 충실화/ 6. 절대평가와 IB DP교사들의 시험 출제와 채점 능력

Ⅳ. 교과서 문제 1. 교과서가 필요없는 교과에서 예산 낭비/ 2. 판수를 거듭하는 교과서,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3. 성교육교재와 발달 추동/ 4. 한국판 탈무드 개발 보급

Ⅴ. 진학계 고교 문제 1. 자사고와 특목고(집값 폭등)/ 2. 평준화와 비평준화/ 3. 국영수 편중과 진로별 교육과정/ 4. 교육기회 제공에서 학교간 역할분담

Ⅵ. 온라인 수업 1. 온-오프간의 분리와 협력(교육과정 조정)/ 2. 온라인 교육전용기기 개발 보급/ 3. 온라인 수업에서 효과 제고(중위층 몰락 대책, 수업시간 조정)

Ⅶ. 국민형성교육 1. 헌법을 제대로 가르치기/ 2. 한국근현대사 재인식/ 3. 국제관계와 국제정세 알기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