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수능시험 전 대기하는 학생들.(사진=대전시교육청)
2021 수능시험 전 대기하는 학생들.(사진=대전시교육청)

[에듀인뉴스] 코로나 상황의 수능이 끝났다. 수능을 앞두고 많은 이슈가 있었다. 방역, 가림막, 감독관 의자 등...

그런데 수능이 끝나고 이 모든 이슈에 대한 기사는 모두 사라졌다. 오직 시험이 어려웠냐 쉬웠냐가 중심이 되어, 등급 커트라인 예상만 가득하다. 그나마 올해 가장 큰 논란이 되었던 한국사 문제도 결국 수능이 쉽냐, 어렵냐는 얘기다.

‘공부의 신’으로 알려진 강성태 씨의 유튜브에는 수능 시험장에서 겪은 억울한 사연이 벌써 5개가 올라왔다.

부실한 고사장 관리, 수능 시험장 종료종 오류, 시험 중에 가림막이 부서진 사연 등 각양각색이다. 14일 현재, 많은 것은 조회 수 94만회, 적은 것은 조회 수 1.4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던 가림막이 수능 시험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국민 정서를 이유로 지난 해까지 거부했던 감독관석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관심을 갖는 언론은 찾기 힘들다. 심지어 수능 시험장에서 확진자들이 여럿 나왔음에도 언론 보도는 드물다.

사실 수능이 끝나기 전까지는 말을 아껴야만 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모든 이는 괜한 말들로 수험생들의 불안과 혼란만 가중할까 삼켰다. 기자들은 계속해서 수능이 연기되는지를 물었고, 교육부는 단호하게 연기될 일 없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기사는 계속해서 수능 연기설을 모락모락 피워댔다.

그러나 끝나고는 다르다. 시험이 끝났으면 좋았던 점과 나빴던 점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말이 나왔던 부분들이 잘 진행이 되었는지 확인해보고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수능 전만 하더라도 이 시험의 이모저모에 관심 갖던 이들도 시험이 끝나고 나면, 관심이 사라진다. 왜일까?

선발적 교육관, 즉 시험의 최고 목표를 ‘선발’에 두는 입장의 극단에서는 애초에 시험은 당락을 결정하기 위한 것이다.

시험이 끝나고 한 줄 세우기가 끝이 났다면 더 이상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시험을 못 치게 되는 일이 문제지, 치고 났다면 아무 일 없는 것이다.

반면에 발달적 교육관에 따르면, 수능은 문제가 많은 제도다. 이러한 교육관의 극단에서는 수능은 보완하고 수정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폐기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들은 수능의 문제점을 원론적으로 지적할 뿐 수능에서 일어나는 세부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다. 단 한 번으로 끝이 나는 수능의 잔인함에 대한 대안이라고 학생들에게 제시된 것은, 3년 내내 자신의 최선을 이끌어 내야만 하고 교실의 친구들과 경쟁해야 하는 수시뿐이다.

결국 수능에 대한 과중한 압박, 그 속에서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던 학생들에게 닥친 불운에 ‘운도 실력이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다른 나라들은 2020년 대입을 어떻게 진행했을까?

미국의 수능으로 알려진 SAT는 1년에 7번의 기회가 있다. ACT도 최대 12번의 기회가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 SAT가 ‘취소’된 것으로 한국에 잘못 보도가 되는 경우들이 있는데, 정확히는 지역별 시험장 일부가 폐쇄 또는 규모 축소를 결정한 것이다. 60~70%의 시험장에서는 꾸준히 시험이 진행되어왔다.

즉 미국은 ‘단 한 번’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곳 위주로 시험을 계속해서 보고 있다. 이번이 아니면 다음에 보면 된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반면에 1년에 한 번 시험 보는 영국의 Level A, 프랑스 바칼로레아 등은 대입 시험을 취소했다. 이들 나라는 대입을 어떻게 진행했을까? 영국은 알고리즘 추천과 모의고사 성적 반영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프랑스는 과제와 교내 학업성취도 평가 등으로 대체했다.

만일 정말 집단 감염이 터져서 수능이 취소되어야 했다면 어땠을까? 영국과 프랑스처럼 ‘대체’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사실 쉽지 않다.

영국 역시 내세웠던 대책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있었고, 내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Level A시험을 정상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대안이라도 제시할 수 있는 영국에 비해, 수능시험이 없는 한국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게 수능에만 해당하는 일일까?

코로나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면서 수도권은 전면 원격수업이 실시되었다. 그럼에도 2학기 2회 고사는 진행한다고 한다.

전염병 확산으로 인해 원격수업시 시험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과 매뉴얼은 존재한다. 2회 고사를 안 보는 대신 1회 고사 점수로 대체하거나, 이미 진행한 수행평가의 비율을 늘려서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렇게 진행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결국 코로나로 인한 전면 원격 상황에서도 시험을 며칠 등교를 시켜가며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2020년 한국 사회에서 시험은 ‘대체불가’, ‘불가침의 영역’임을 선언한 셈이다.

원격수업에서 필수적이라고 여겨졌던 일들이 많이 대체되거나 폐기되었다. 수업도, 수행평가도, 대학 면접도 모두 원격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시험만큼은 대체 불가의 독점적 지위를 굳건하게 가지고 있다.

선발적 교육관이든 발달적 교육관이든 시험에 대한 관심을 재고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