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에지 의원 한자 병기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발의, 교육부, 현장의견 수렴 중
"뜻을 아는 언어생활 중요" Vs "한글만 사용은 온 국민 글자생활 평등" 의견 '팽팽'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일 초등 교과서에 한자 병용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사진=법률 개정안 일부 캡처)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일 초등 교과서에 한자 병용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사진=법률 개정안 일부 캡처)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倂記)하자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발의, 현장 의견 수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통과될 경우 약 40년 만에 교과서에 한자가 등장하게 되지만 한글학회 등에서 반대하고 있어 주목된다.

김예지 국민의힘(비례대표) 의원은 지난 2일 “초등학교 국어 교과용 도서의 55%가 한자어로 구성되어 있어 학생들의 한자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표현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초중등교육법을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은 “현행법에 한자 사용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국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 부족 등으로 인해 문장력과 사고력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 세대 간 의식차이가 심화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어휘력을 신장시키고 우리 문화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초등학생용 교과용 도서에 한자 병기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제안이유를 설명했다.

개정안은 교과용 도서는 한글로 작성하되 그 뜻을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교육부 장관이 정해 고시한 한문교육용 기초한자를 함께 쓸 수 있도록 하는 임의조항으로 구성됐다.

김예지 의원실 관계자는 “초등학교 교과서를 대상으로 한다”며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학습 부담 등을 고려해 고학년 정도에 한정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는 "조카의 경우 중학교에서 한문 과목을 배우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것을 중학교에서 배우니 오히려 학습에 대한 부담을 갖는다"며 "초등 고학년 교과서에서 기초한자라도 병기한다면 중학교에서 학습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현실에서도 한자가 많이 혼용되는 만큼  미리 한자에 대한 익숙함을 갖게 하면 좋을 것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의 한 고교 교사는 "학기 초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80% 이상이 한자, 한문 학습이 필요하다고 답한다. 본인이 학습하는 데 어위 부분에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라며 "학생들의 어휘력이 한자를 빼놓고는 반쪽자리가 될 수밖에 없다. 참고서에서도 한자 병기로 학습 용어를 설명하는데 오히려 공교육에서 다루지 못해 사교육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글만 아는 학생과 한자도 아는 학생은 생각의 깊이가 다르다. 한글은 음을 잘 적게 하고 한자는 뜻을 잘 알게 하기 때문"이라며 "한자도 잘 알아야 한글 전용을 잘 하고 한글 전용의 폐해를 당하지 않는다. 한자를 모르면 한글 전용의 '전용'이 무슨 뜻인지 조차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몇 십년 간 교과서에 표음문자만 사용함에 따른 수박 겉핥기 학습과 앵무새 교육을 해소해야 한다"며 "교과서 한자 병기 정책은 하루 빨리 실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kbs 캡처)

한자 병기 추진 무산 역사, 이번에도 한글학회 반대 입장 표명


초중고 교과서에서 한자가 사라진 건 1968년 10월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한자 중시 문화를 바꾸기 위해 모든 교과서에서 한자를 삭제하고 한글만 쓰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72년 한자 교육 필요성 대두로 8월 중고교용 한자 1800자가 선정됐으며, 당시 문교부(현 교육부)에서 교과서 한자병기를 결정했지만, 논란 끝에 1980년대 초부터 다시 한글만 사용하게 됐다.

2013년에는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 등 11명은 초중고 교과서에 한자 병용하자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했다. 교육부 역시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수립하며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 병기를 추진했으나 초등학생 학습 부담, 한글 경시 등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약 40년 만에 교과서에 한자가 등장하는 셈이지만 한글학회가 반대하고 나서 추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글학회는 지난 14일 성명서를 통해 “교과서 한자 병용을 되살리려는 법안은 멈추어야 한다”며 “김 의원은 법안 발의문도 모두 한글로 작성했다. 올바른 이해와 표현에 어려움이 있었나. 문장력과 사고력이 저하되었나. 세대 간 의식 차이가 심화되었냐”고 되물었다.

이어 “우리가 한글만 쓰는 것은 누가 강요해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편리하고 매우 자연스러운 글자생활이기 때문”이라며 “국민들의 평등한 글자생활을 불가능하게 하는 법안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