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김승호 교사)
(제공=김승호 교사)

[에듀인뉴스] 지난 14일 밤, 학생들에게 신청 도서 신청을 받고 있었다.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만들어서 공유된 문서에 학생들은 자신의 사항을 기록하면 끝이었다.

코로나로 인한 원격수업은 공유 시스템을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미 여러 차례 했던 것이라 학생들도 쉽게 작성할 수 있다.

그런데 갑자기 연락이 왔다.

“쌤, 구글이 안 돼요”

구글이 안 된다니?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공유된 링크에 들어갔는데 링크가 열리지 않았다.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니 다른 사람들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었다. 구글이 멈춘 것이 틀림없었다. 다행히 학급용 MS팀즈가 있었다. 팀즈에 파일을 엑셀로 다시 게시하고 무사히 신청을 받을 수 있었다.

다행히 이번 일은 한국시간으로 밤에 발생했다. 그러나 40분의 시간은 학교 수업으로 따지면 1시간에 가깝다. 만일 오전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우리는 그 시간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 수업이 실시간이었다면?

미리 짐작해볼 수 있는 상황이 미국에서는 일어난 모양이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미시간 주 웨스트랜드에 있는 대표적인 학군인 ‘웨인웨스트랜드 커뮤니티 스쿨’은 이 날 오전 구글 시스템 장애를 확인하고 학교 휴교를 했다고 한다.

이렇게 구글에 의존하고 있는 원격수업 형태에서는 구글에 문제가 생길 경우 원격수업이 진행되기 어렵다. 구글을 예로 들고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에 의존하고 있는 형태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물론 디지털 세계의 제일 기본은 백업이다. 한 곳에 데이터를 모아두었다가 잃게 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사본을 만들어놓는 것이 필수다. 게다가 ebs온라인 클래스나, 위두랑 등 국내 플랫폼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국내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하는 것일까?

공교롭게도 나는 어제 밤, 다운되기 전에 학교에 남아 다른 두 명의 선생님과 내년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 두 선생님은 만든 파일이 자유롭게 공유가 된다는 점, 그리고 학생 과제를 부여하고 채점하는 것이 간편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구글클래스룸이 좋다고 말했다.

아마 구글이나 MS를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플랫폼들은 공유와 과제평가에 매우 용이하다.

게다가 구글 기반형 프로그램들은 구글클래스룸에서, 마이크로소프트 프로그램들은 MS 팀즈에서 가장 원활히 구현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실제로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구글클래스룸의 자료는 ebs온라인 클래스나 위두랑과 정확하게 호환되지 않는다. 전혀 다른 형태의 플랫폼이기 때문에 단순히 ’복사‘가 아니라 짐을 싸고 풀고 정리하는 ’이사‘를 해야 한다.

지난 9월 25일에도 구글클래스룸이 오류를 일으켰다. 당시 에듀인뉴스를 비롯한 여러 언론에서는 국산 플랫폼 지원을 서둘러야한다는 기사를 냈다.

물론 새로운 플랫폼의 개발도 필요하다. 그러나 플랫폼의 가장 큰 진가는 학교 전체가 통일되어있을 때 나타난다.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하고 여러 플랫폼이 존재한다고 해도 학교별로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은 하나다.

우리 반은 MS팀즈를 쓰는데 옆 반은 구글클래스룸을 쓰고 다른 학년은 ebs온라인 클래스를 쓴다면 학생들은 불편함만 가득하고 교사들도 공유할 수 있는 자료들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오히려 플랫폼이 마비되었을 때 학교 수업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어제 구글 먹통이 일어난 그 시간, 미시간 주의 현지 시간은 아침 7시~7시30분 사이였던 것으로 보인다. 웨인웨스트랜드 커뮤니티 스쿨은 그 시간에 휴교를 결정한 것이다.

우리에게 이런 상황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일단 기다려보자? 천재지변에 의한 휴교? 학교장 재량 휴업?

원격수업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라면 이에 대한 규정도 필요하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