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학부모 대상 오프라인 설명회 대신 가정통신문으로 대체
가정통신문, 하루 5건도 넘게 오는데...학부모 "명확하고 반복적 안내 어려웠나"
마을결합인데 마을 주민은 모른다?..."예비 학부모 의견 수렴할 제도 보완 필요"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서울 경원중학교 혁신학교 지정 논란으로 혁신학교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특히 지난 7일 학교 앞에 모인 학부모와 주민들의 부적절한 행위 및 지나친 대응만 부각되면서 이렇게까지 된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하고 있다. <에듀인뉴스>는 다른 언론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내용, 특히 혁신학교 지정 신청 과정의 이야기를 통해 모두가 공감할 혁신학교를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경원중학교 홈페이지 일부 캡처.
경원중학교 홈페이지 일부 캡처.

문제의 시작, 학생회장 학부모 참여 간담회 열었으나 일반 학부모에 내용 전달 안 돼


서울 경원중은 혁신학교 지정 신청을 준비하며 학교와 학부모, 지역사회와 소통이 부족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특히 ‘마을결합’을 내세웠지만 마을 주민과는 어떠한 형태의 결합도 시도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경원중 학교운영위원회가 혁신학교 지정 결정을 번복한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에듀인뉴스>가 정경희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8월 학부모회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전체 학부모 대상으로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

8월 11일 열린 간담회는 각 학년 학생 회장 학부모가 참여했으나 이들을 통해 일반 학부모에게 관련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는 학교에서 8월 24일 e알리미를 통해 공지한 혁신학교 지정 신청 관련 가정통신문을 학부모들이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서울시교육청은 학부모 대상 오프라인 설명회가 아닌 가정통신문으로 대체한 이유에 대해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로 전면 원격수업 전환에 따라 방역상 대면 실시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많은 학부모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정통신문을 통한 학부모 찬/반 설문이 진행됐고 학부모 495명(69.03%)이 찬성했다. 이미 교사의 80% 이상이 찬성한 상태라 설문 마감(9월 4일) 전인 9월 2일 학교는 학운위를 개최해 혁신학교 지정 신청을 결정했다.

경원중학교가 혁신학교 지정 신청을 학부모에게 안내한 가정통신문 일부 캡처.(자료=정경희 의원실)
경원중학교가 혁신학교 지정 신청을 학부모에게 안내한 가정통신문 일부 캡처.(자료=정경희 의원실)

가정통신문 제대로 보지 않은 학부모 많아...논란 이후 반대 학부모 215명에서 806명으로 늘어


학부모들은 가정통신문을 통한 설문조사의 문제점으로 학교의 구체적 변화를 알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코로나19가 닥친 올해는 e알리미를 통한 공지가 너무 많아 학부모의 주의를 끌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점이 지적됐다.

경원중학교는 이미 2019년도부터 2년간 마을결합중점학교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를 마을결합혁신학교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라 자세히 보지 않으면 놓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설문은 ‘본교는 2019~2020학년도 2년간 지역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의 예산을 지원 받아 마을결합중점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내년부터 마을결합중점학교가 마을결합혁신학교의 이름으로 변경되지만 현재의 교육과정과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예산 지원 규모가 커지면서 자유학년제, 동아리, 마을결합형 융합수업 지원 등 학생들의 교육 활동에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재돼 있다.

그러면서 “선생님들의 의견은 동의율 80% 이상으로 힘든 여건 속에서도 학생의 교육력을 높이고 미래 교육 비전 실천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며 학부모 의견 수렴 설문에 참여해주길 부탁했다.

학교가 마을결합중점학교에서 마을결합혁신학교로 변경된다는 것을 안내했지만, 쏟아지는 가정통신문을 꼼꼼히 보지 않을 학부모를 대비한 안내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면 설명회가 없었던 만큼 안내를 더욱 명확하고 반복적으로 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A 학부모는 “코로나 때문인지 올해는 하루에도 5번은 e알리미를 통해 학교 공지가 오는 것 같다”며 “집에서는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다, 손 소독을 철저히 해 달라 등 내용이 계속해서 오는 데 어떻게 (가정통신문을) 다 챙겨서 보겠냐”고 말했다.

또 “가정 통신문에는 예산 지원이 늘어난다. 선생님 80% 이상이 동의했다. 동아리 등이 확대되고 교육과정은 달라지는 게 없다는 등 일각에서 제기되는 혁신학교 우려 사항에 대한 반론은 전혀 없었다”며 “학교가 좋은 것을 하는가 보다 하고 찬성에 누른 학부모가 많다”고 전했다.

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설문 대상자 981명 중 710명이 참여한 이 설문에서 반대 의사를 표한 학부모는 215명이지만, 논란 이후 반대 서명을 받아 지난  7일 학교에 제출한 서명지에는 학부모 806명이 반대한 것으로 집계돼 큰 차이를 보였다.

결국 학교는 지난 10일 학운위를 열고 혁신학교 지정 신청 철회를 결정했다.

그러나 가정통신문에 [혁신]이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었던 만큼 학부모들이 부주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학교가 보낸 '2021.3.1.자 마을결합중점[혁신]학교 공모 신청 학부모님 의견 수렴' 제목의 가정통신문에는 [혁신]이라는 글자가 제목에 분명히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사진 참조)

B 학부모는 “좋은 교육 하겠다는 학교를 믿고 가정통신문을 제대로 안 본 내 자신을 탓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혁신학교 지정 절차에는 교원과 학부모의 동의율만 조사하도록 되어 있어 있다.(자료=정경희 의원실)
혁신학교 지정 절차에서 학교는 교원과 학부모 동의율만 조사하도록 되어 있어 있다.(자료=정경희 의원실)

마을결합인데 마을 주민은 모른다?...“예비 학부모 의견 수렴해야 요청도”


마을결합이지만 마을 주민을 포함해 경원중 진학을 앞둔 예비 학부모들은 혁신학교 지정 소식을 전혀 몰랐던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마을결합혁신학교는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처음 도입한 혁신학교 유형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의 행복한 성장을 위해 마을과 함께 협력하는 학생, 지역사회 친화 학교’라고 설명한다.

특히 ‘마을과의 협력으로, 마을결합형 교육과정 운영, 마을교육공동체와 함께하는’ 등 수식어로 표현하고 있어 마을의 참여는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

마을결합혁신학교 소개를 보면 교육과정 운영에 마을이 필수로 동원되지만, 경원중은 지역사회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그 이유를 지역 주민들은 학교가 내용 공유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주민 C씨는 “경원중학교가 혁신학교를 준비한다는 소식, 지정 신청을 했다는 소식을 접한 바가 전혀 없다”며 “학교가 한 번도 관련 설명을 해 준 적이 없다. 마을결합인데 어느 마을을 결합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정 절차에 주민 공청회, 토론회는 의무절차가 아니며 공모 설명은 학교 자율적 시행 사항이라고 밝혔다.

경원중에서 교직원,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는 설명을 시도했지만 주민을 대상으로는 어떤 설명도 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때문에 혁신학교가 될 경원중에 진학하게 될 예비 학부모 역시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결국 중학교 진학은 학군에 따른 배정 시스템으로 혁신학교 인근 초등학생의 선택권이 제약되기에 예비 학부모들이 불만을 갖게 된 원인이 됐다.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예비 학부모는 “혁신학교가 좋다 그르다를 떠나 그 학교에 배정될 아이들을 생각하면 인근 초등학생 학부모 의사도 반영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초등학교 학부모 의사를 묻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예비 학부모 역시 “아이들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고 자아를 성취하는 혁신학교의 취지와 목적에 동의한다”면서도 “경원중은 마을결합혁신학교라고 하는데 마을 사람들은 설명을 받은 적이 없어 어떤 내용인지 모른다. 학교의 일방적이고 폐쇄적 추진이 이번 비극을 낳은 것 같다. 오히려 혁신학교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만 생긴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

# 2편에서는 경원중 혁신학교 추진 과정의 절차적 문제점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