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의 공간-도시 이벤트① 파리 크리스마스 마켓 (Marchés de Noël de Paris)

[에듀인뉴스] 우화(寓話)는 장르적으로 보면 서사적인 것과 교훈적인 것이 절충된 단순 형식이라 할 수 있고, 그들이 가르치는 교훈은 비교적 저차원적인 사리 분별을 위한 것이나 우리 삶에 알아두면 좋은 실용주의적인 것입니다. 같은 형식으로 우리의 삶에서 뗄 수 없는 도시와 환경, 그를 이루는 많은 건물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와 일상에서 놓치고 살았던 작은 부분을 들여다보며 우리가 사는 도시와 건축에 관한 진솔한 물음을 던져보고자 합니다.

파리의 크리스마스 마켓.(출처=https://fr.wikipedia.org)
파리의 크리스마스 마켓.(출처=https://fr.wikipedia.org)

[에듀인뉴스]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는 다가왔다.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우울함을 조금이라도 걷어낼 수 있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프랑스도 지독한 이동제한령 가운데서도 크리스마스이브만큼은 야간통행금지령을 풀겠다고 발표했다. 필자도 오늘만큼은 그간 써왔던 코로나 시대의 도시공간이라는 무거운 주제에서 잠시 벗어나 가벼운 이야기를 쓰려한다.

연말 파리의 도시공간은 확실히 그 분위기가 다르다. 집집마다 개성있게 장식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주는 아기자기함도 있고 무엇보다도 거리에 들어서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연말에 그간 칙칙했던 거리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상점마다 내세우는 상품들이 주는 눈의 즐거움, 목조로 만들어진 상점에서 만드는 방쇼와 츄러스를 비롯한 각종 크리스마스 음식이 풍기는 향이 온 거리를 덮는다. 125개 이상 광장과 거리가 여러종류의 조명, 화환, 크리스마스 트리 및 여러 빛깔의 장식품들로 화려하게 꾸며진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독일과 알자스 지역에서 시작된 전통이 유럽으로 확산이 되며 생겨난 문화다. 원래 강림절을 맞아 개최되는 크리스마스 시장은 종교개혁 이후 성도의 예배에 맞춰 그리스도의 어린이 시장이라는 이름으로 1570년 스트라스부르그에서 시작되어 현재는 일반적으로 12월 한달 동안 지자체에서 조직된다. 

개인적으로 소개하고픈 파리의 주요 크리스마스 시장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먼저 라데팡스 크리스마스 시장이 있다. 신개선문 앞마당에 12,000m²가 넘는 350개 이상의 시장이 있는 파리 지역 최대 규모다. 워낙 큰 규모이다 보니 웬만큼 원하는 모든 크리스마스 상품을 찾을 수 있다.

가장 설득력있는 예는 프랑스 전역과 전 세계의 출품업자들이 모은 ‘1001 선물 아이디어의 마을’ 공간이다. 스페인, 튀니지, 중국, 베트남, 러시아 그리고 네팔 등 400m² 규모의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이루어진 상점을 통해 집과 내부 장식을 새롭게 할 수 있다. 식사공간도 300m²에 달한다. 

파리 신개선문 라데팡스의 크리스마스 마켓. (출처=https://www.sortiraparis.com)
파리 신개선문 라데팡스의 크리스마스 마켓. (출처=https://www.sortiraparis.com)

다음으로는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크리스마스 시장이 있다. 400그루 이상의 나무가 2.5km에 걸쳐 장식되어 있으며, 그랑팔레의 거대한 아이스 링크가 있다.

천 개의 불이 반짝이는 분위기 속에 10개의 시장은 푸아그라, 크리스마스 장식과 같은 전통적인 제품을 찬다. 무엇보다도 시장의 미니 마켓에서는 프랑스 전역에서 엄선 된 22명의 장인과 예술가를 한데 모을 것이다.

이들은 대중앞에서 자신들의 솜씨를 뽐내며 동시에 물건도 팔고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시민에게도 예술가에게도 좋은 점이라 생각한다. 또한 파리시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주는 대관람차를 콩코드 광장에서 탈 수 있다. 벌써 운영한지 20년이 되었고 연간 30만명의 승객을 지상 65m까지 올려 파리 풍경을 즐길 수 있게 한다.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크리스마스 마켓.(출처=https://vivreparis.fr/paris-la-liste-des-marches-de-noel-ouverts-en-janvier/)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크리스마스 마켓.(출처=https://vivreparis.fr/paris-la-liste-des-marches-de-noel-ouverts-en-janvier/)

우리는 여기서 '파리는 좋겠다'하고 끝날일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거리는, 도시는 특정한 날과 시간에 맞춰 어떠한 표정을 짓는지 살펴봐야 한다. 서울에도 아름다운 명소가 있고 특별한 장소들이 있지만 특정 기념일에 맞춰 얼마나 많은 이벤트를 시민들에게 제공하는지 한번은 돌아봐야 한다. 

무엇보다도 도시를 활기차게 만들려면 광장을 두어야 한다. 평상시에는 정원처럼 바라볼 수 있지만 특정일에는 이벤트를 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도시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다. 도시는 사람들의 욕망을 바탕으로 형성되고 스스로 그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간다. 각 지자체에서는 이벤트에 맞춰 도시의 모습을 바꾸어 사람들에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장을 마련해야한다. 가능한 많이.

장소가 없어 기회마저 없었던 예술가, 장인, 상인들에게 기회를 만들고 시민들과 마주할 기회를 주면 도시는 여러모로 활성화 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인터넷 마켓이 성행하며 사람과의 교류가 풍성한 시장이 없어지는 지금, 이벤트성 단기간 마켓이지만 프랑스가 마련한 이 작은 시장은 적어도 코로나 시대 외출이 어려운 시점에서도 끝까지 인간성을 놓치지 않으려는 안전장치가 아닐까? 

유무종 프랑스 건축가
유무종 프랑스 건축가

유무종 프랑스 건축가, 도시설계사, 건축도시정책연구소(AUPL) 공동대표.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건축학 전공 후 프랑스 그르노블대학 Université Grenoble Alpes에서 도시학 석사졸업, 파리고등건축학교 Ecole spéciale d’architecture (그랑제꼴)에서 만장일치 합격과 félicitation으로 건축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파리 건축설계회사 AREP Group에서 실무 후 현재 파리 건축사무소 Ateilier Patrick Coda에서 근무 중이며 건축도시정책연구소(AUPL)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다.

그는 ”건물과 도시, 사람을 들여다보길 좋아하는 건축가입니다. 우리의 삶의 배경이 되는 건축과 도시의 이야기를 좀 더 쉽고 유용하게 나누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