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이 털어놓는 고민에 어떻게 공감하고 소통하면 좋을까? ‘좋아서하는 그림책 연구회’를 이끄는 대표이자 '그림책 한 권의 힘'의 저자인 이현아 교사는 아이들이 들려주는 고민에 그림책으로 답해주고 있다. 그림책을 통해 감정, 관계, 자존감 등 삶의 문제를 나누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마음의 숨을 쉬도록 숨구멍을 틔워준다. <에듀인 뉴스>는 <이현아의 그림책 상담소>를 통해 이현아 교사로부터 아이들과 마음이 통(通)하는 그림책을 추천받고 그림책으로 진행 가능한 수업 팁을 전한다.

(이미지=이현아 교사)
(이미지=이현아 교사)

여느 때와 달리 차분하고 조용하게 보내는 올 연말, 내 곁에 있는 이웃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이웃과 더불어 한 해를 마무리하는 그림책 3권을 여러분께 소개한다.

그림책 '들어갈 수 없습니다' 표지.(전정숙 글, 고정순 그림, 어린이아현)
그림책 '들어갈 수 없습니다' 표지.(전정숙 글, 고정순 그림, 어린이아현)

▲무엇이 나와 사람들을 가로막고 있을까?...'들어갈 수 없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선이 있다. 보이지 않는 선이 너와 나를 가르고 사람들 사이에 거리를 만든다.

그림책 <들어갈 수 없습니다>를 펼치면 공유할 수 없는 공간으로 인해 틈새가 벌어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커다란 빌딩 앞에는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문구와 함께 출입증을 목에 걸지 않은 사람들이 문 바깥에 서 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앞에는 분리된 공간을 통해서 택배를 운반해야 하는 기사님들이 택배 상자를 나르고 있다.

내가 생활하는 공간을 둘러보자. 어떤 선이 나와 사람들을 가로막고 있을까?

이번 연말에는 이 그림책을 통해 내가 속해있는 선 너머의 사람들을 바라보았으면 한다. 선을 인지하고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만이 경계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

그림책 마지막 장면을 보면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툭, 경계를 넘어서 발걸음을 딛는다.

물과 바람이 산과 들을 넘어 흐르듯 우리도 사람과 사람 사이로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기를 바란다. 어떠한 배제와 편견도 없이, 서로에게 닿을 수 있도록.

그림책 '하늘에' 표지.(김장성 글, 우영 그림, 이야기꽃)
그림책 '하늘에' 표지.(김장성 글, 우영 그림, 이야기꽃)

▲하늘 올려다보기 좋아하는 아이...'하늘에'


찬 공기에 볼이 빨개지는 겨울, 한 해가 저무는 것이 아쉬울 때마다 문득 하늘을 바라본다.

그림책 <하늘에>에도 하늘을 올려다보기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

아이와 함께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앙상해진 겨울 나뭇가지는 넓은 하늘을 도화지 삼아 선 드로잉을 펼친다. 흘러가는 구름을 따라 해가 기울면 오늘도 어김없이 노란빛과 보랏빛이 온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달이 떠오른 하늘은 달빛으로 고요하기만 하다.

다시 눈을 들어 또 다른 하늘을 본다. 이번에는 철탑이 보인다. 광고판과 크레인, 굴뚝이 보이고 그 위에 올라가 외치는 사람이 보인다.

아이는 하늘 위에 올라가 외치는 사람을 보면서 질문을 던진다. ‘왜 거기 있는 걸까?’

외롭고 추운 마음으로 하늘에 올라야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올 연말에는 잠깐 멈추어 서서 그들이 하늘에 오른 까닭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곁에 나란히 서서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으로, 이 그림책을 여러분에게로 흘려보낸다.

그림책 '쓰레기통 요정' 표지.(안녕달 지음, 책읽는곰)
그림책 '쓰레기통 요정' 표지.(안녕달 지음, 책읽는곰)

▲쓰레기가 쓸모 없다고?...'쓰레기통 요정'


골목길의 보잘것없는 쓰레기통에서 요정이 태어났다. 바로 그림책 <쓰레기통 요정>의 주인공이다.

씩씩하고 당찬 이 쓰레기통 요정은 골목을 지나다니는 작고 약한 이웃들에게 관심이 많다.

쓰레기통 요정은 울고 있는 아이에게 엄마가 버린 곰 인형을 찾아주기도 하고, 폐지를 줍는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반지를 건네기도 한다.

쓸모가 없다고 버려진 물건들이 꼭 필요한 사람의 품에 전해지니 다시 온기를 부여받아 새롭게 태어난다.

이 앙증맞은 요정은 누구든 쓰레기통을 찾는 사람들에게 활짝 웃으면서 ‘소원을 들어드려요!’라고 말을 건넨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이 쓰레기통 요정을 만나보자. 아이의 소원을 넌지시 물어 보아주고, 또 소원을 들어주고 싶은 이웃을 떠올려보자. 이웃과 더불어 나 자신을 보듬는 포근한 시간이 될 것이다.


▶현아샘의 그림책 수업 tip “이렇게 질문해보세요.”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그림책 질문입니다.

1. 그림책 <들어갈 수 없습니다>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어떤 사람들이 떠오르나요? 그들에게 어떤 말을 전해주고 싶은가요?

2. 그림책 <하늘에>를 보면 하늘 위로 올라가 외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하늘에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3. 그림책 <쓰레기통 요정>의 주인공은 이웃의 소원을 들어줍니다. 내 곁에 함께하는 이웃 중에서 내가 소원을 들어주고 싶은 분이 있는지 떠올려봅시다.


이현아 서울 홍릉초 교사. 11년차 현직 교사로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6년간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왔으며, 독특한 노하우가 담긴 그림책 수업을 통해 지금까지 탄생한 어린이 작가의 창작 그림책이 200여 권에 이른다. 유튜브 ‘현아티비’와 아이스크림 원격교육연수원의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 등 다양한 강연으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미술교과서 및 지도서(천재교육)을 집필했고, 저서로는 ‘그림책 한 권의 힘(카시오페아 출판)’이 있다.
이현아 서울 홍릉초 교사. 11년차 현직 교사로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6년간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왔으며, 독특한 노하우가 담긴 그림책 수업을 통해 지금까지 탄생한 어린이 작가의 창작 그림책이 200여 권에 이른다. 유튜브 ‘현아티비’와 아이스크림 원격교육연수원의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 등 다양한 강연으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미술교과서 및 지도서(천재교육)을 집필했고, 저서로는 ‘그림책 한 권의 힘(카시오페아 출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