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창의성을 미래 핵심역량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IBM은 2010년, 전 세계 60개국의 최고경영자(CEO) 1만 5,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미래 리더십 역량에서 창의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답변을 얻었다. 

또 2015년 삼성그룹은 ‘열린 채용’ 정책을 내걸고 스펙 중심 채용에서 벗어나 과거 3단계 채용절차에서 창의성면접을 포함한 5단계 면접으로 확대했다. 이처럼 창의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이제 전 세계에 보편적인 상식이 되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기업과 사회가 창의성을 요구하는 것일까?

첫째, 창의적인 일은 인간만이 가능하다. 컴퓨터와 인공지능(AI)의 발달로 매뉴얼(Manual)이 있는 업무는 이제 자동화기계에 의해서 대체되고 있다. 결국 미래는 규정된 직무를 매뉴얼대로 틀림없이 해내는 능력보다 복잡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둘째, 미래는 예측이 불가능한 시대이다. 세계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사람 간의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모든 사물들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사물인터넷(IoT)’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모든 것이 얽히고설킨 초연결사회는 그 복잡성으로 인해 예측 불가능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는데 이에 창의성은 필수적인 능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창의성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희소해진다. 2010년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는 “창의성의 위기”라는 특집 기사에서 디지털환경에서 창의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이는 우리가 인터넷에 더 많이 의존하면 할수록 역으로 생각하는 법과 창의성을 잃어버리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창의성(創意性, 문화어: 창발성, 영어: creativity )이란 무엇인가? 백과사전에서는 ‘새롭고 독창적이고 유용한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 또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창출하거나, 비일상적인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능력’이라 정의하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예컨대, 레오나르도 다빈치, 고흐, 모차르트 등 걸작을 남긴 예술가들, 뉴턴, 아인슈타인, 파스퇴르, 라이트 형제처럼 위대한 발견과 발명을 남긴 천재들,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처럼 전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낸 혁신가들만이 창의적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그것이다. 

과연 창의성은 천재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며 또한 타고나는 것인가? 

전통적인 통념과는 달리 이미 지능지수(IQ)는 고정불변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벨기에,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 많은 나라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IQ가 30년 동안 20점이 향상된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환경과 경험의 영향으로 달라진다는 증거다. 이처럼 인간은 누구나 창의성을 가지고 태어나 각자 고유한 경험과 생각을 만들어 가는 존재다. 

예컨대, 아이들이 놀이를 하고 말을 배워 새로운 문장을 구사하는 것도 모두 창의성을 발휘하는 과정이다. 성인들도 일상에서 생각하고 대화할 때 많은 영역에서 창의성이 구현된다. 따라서 창의성은 인간의 다른 수많은 능력처럼 교육과 학습을 통해서 계발할 수 있는 역량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구본권, 『공부의 미래』, 2019)

그렇다면 우리는 창의성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 

첫째, 창의성은 ‘연결’이라는 의식이 필요하다.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이란 단지 점들을 연결하는 능력이다. (……) 창의적인 사람들은 뭔가를 한 게 아니라, 뭔가를 보았다. 자신들의 경험들을 연결해서 새로운 걸 합성해낸다.”고 말했다. 이 말은 창의성의 본질을 설명한다. 

둘째, 창의성은 호기심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인식이 요구된다. 아인슈타인은 “나는 특별한 재능이 없다. 단지 열정적으로 호기심이 많을 뿐이다”고 고백했다. 문제를 풀기 위해선 먼저 호기심을 갖고 이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무조건 외우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 탐구자가 되어 호기심 가득한 질문을 던지고 실수를 통해 맘껏 독창적인 것을 경험하는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한국의 교육현실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셋째, 창의성은 ‘모난 돌’이란 포용력이 필요하다. 인류 역사상 넬슨 만델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찰스 다윈, 토마스 에디슨, 제인 구달, 존 레논과 오노 요꼬, 무하마드 알리, 마하트마 간디 등 남다른 생각과 행동으로 세상을 바꾼 이단아들이 애플의 광고 모델로 등장했던 것을 참고해 보자. 이 광고는 바로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기)’의 창의성을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하버드대 교수인 셸리 카슨(Shelly Carson)은 “성인들의 80%는 ‘다르게 생각하기’가 불편하거나 맥 빠지는 일이라고 여긴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또 스콧 배리 카우프만(Scott Barry Kaufman) 펜실베니아대 교수는 “사회와 개인은 창의성을 배척하려는 성향을 지닌다.”고 지적했다. 이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우리 속담과 일맥상통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현행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은 ‘지식정보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를 목표로 한다. 이는 미래에는 문과, 이과라는 이분법적 영역으로 편협한 인간을 육성하는 것이 아닌 창의적 역량을 갖춘 융합형(통속형) 인간을 기르는 것이 요구됨을 밝히고 있다. 

이제 우리의 학교 교육은 창의성이 얼마나 꽃을 피울 수 있느냐, 즉 이른바 ‘이단아’, ‘모난 돌’을 얼마나 포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한다는 이유로 이러한 인재들을 무시하고 외면해 왔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창의성을 키우려면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존중하는 문화, 실수를 인정하고 이를 포용하는 사회적 합의와 정책이 필요하다. 

모두가 한목소리, 획일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집단주의, 전체주의 문화 대신에 수많은 모난 돌, 소수자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자유로운 문화를 꽃피워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교육이 가야 할 궁극적인 목적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