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각종 스마트기기가 보편화하면서 아이들은 텍스트보다 영상에 친화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생각의 깊이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교사들은 역량을 키우는 다양한 참여형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심층적 이해가 이루어지는지 고민이 많다. <에듀인뉴스>와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는 단순 그림그리기를 넘어 생각을 표현하고 사고의 확장을 가져오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는 비주얼씽킹이 수업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아보는 연재를 시작한다.

박태신 경기 수원 명인초 특수교사
박태신 경기 수원 명인초 특수교사

시나브로, 모르는 사이에 천천히 천천히

특수교사에게 즉각적인 기대는 독이 될 수 있다. 그 덕에 기다림이란 미덕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진다.

천천히를 표방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특수교사들은 안 보이는 곳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비주얼씽킹 역시 그런 몸부림 중의 하나였다.

국어는 사고와 의사소통 기술을 높이는 동시에 학습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특수교육대상 학생 역시 학습과 일상생활을 위해 국어의 다양한 기능들이 필요하지만 학급에서는 글자를 익히는 것과 내용 습득에 집중되어있다. 잘 되지 않는 부분을 채우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지만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학생과 교사 모두 지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시각적 사고를 높이는 것이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한 AAC(보안대체 의사소통) 사용, 어린 아동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동식물의 이미지를 더한 낱말카드를 활용이 예다.

이러한 이미지를 활용하여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4가지의 영역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시각적 언어를 더해 글자와 의미의 튼튼한 연결 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시각적 사고를 높이는 것을 통해 글자를 익히는 과정과 더불어 자료나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생각과 느낌, 경험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까지 길러 줄 수 있다.

한글을 읽기 위해서는 최소한 5~6개의 항목을 단기 기억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적장애아동은 단기기억에 결함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적장애아동은 단어 또는 문장 중심의 한글 읽기 학습이 어렵다.

이러한 지적장애아동학생에게 시각적 구체물을 통해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반복적으로 보게 하면 장기기억으로 저장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글자와 관련된 그림을 덧붙이고 음식 재료를 활용하여 글자와 뜻을 연결하게 하는데 이것이 바로 시각적 사고를 높이는 것이다.

이렇게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한글 읽기를 학습하면 재미와 함께 학습 성취감도 높일 수 있다.

다음은 지적장애아동 학생을 대상으로 시 읽기를 비주얼씽킹으로 진행한 수업 과정이다.

행동, 시각화 과정을 통해 시의 내용을 반복적으로 이해하도록 안내하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시 읽기를 통해 글자를 익히는 것은 물론 시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느낌, 경험을 설명하는 훈련까지 진행할 수 있었다.


1. 시를 함께 읽는다.

2. ‘시읽고 행동하기’를 활동한다.

3. ‘단어 수집가’ 역할을 부여하여 단어와 문장을 수집하게 한다.

4. 수집한 단어와 문장을 구체물, 반구체물로 시각화한다.

5. 시각화한 구체물, 반구체물을 발표하면서 시에 등장하는 단어와 문장을 포스트잇에 적는다.

6. 단어와 문장이 적힌 포스트잇을 시 내용 순서, 상황에 따라 분류하면서 시 내용을 다시 이야기한다.

6. 수집하고 시각화한 단어와 문장인 이야기 조각들을 활용해서 시 내용에 따라 배열한다.

7. 비주얼씽킹 결과물을 통해 주인공의 상황, 행동, 이유를 찾고 이야기를 나눈다.


먼저 교과서에 나온 김철순 작가의 ‘등 굽은 나무’ 시를 같이 읽는다.

학생의 수준을 고려해서 스스로 읽을 수 있게 할 수도 있고 교사의 도움을 받아 함께 읽거나 교사가 읽어주는 것을 듣기도 한다.

그리고 시를 읽고 시 내용을 행동하기를 통해 시 내용을 파악하도록 안내한다. 즉 운동장에 서 있어 본다든가, 옥상에 올라가서 마을을 둘러보게 한다.

이렇게 시에 나와 있는 상황을 학생이 직접 행동으로 표현하고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텅 빈 운동장을 / 혼자 걸어 나오는데

운동장에 있던 나무가 / 등을 구부리며 말타기 놀이하잔다

-중략-

달리고 또 달린다 / 차보다 빠르다

어,어,어 / 구름 위를 달린다

비행기보다 빠르다 / 저 밑의 집들이 / 점점 작게 보인다.

- 김철순 ‘등굽은 나무’ 중

시를 읽고 나면 대부분의 특수 교육 대상 학생들은 의미보다는 기억나는 단어만을 가지고 의미를 추측하고 한다. 이해가 어렵기 때문에 수업을 빨리 끝내려고 하는 것이다.

이때 학생들의 흥미를 높일 수 있도록 역할을 부여한다. 이야기를 찾는 ‘단어 수집가’라는 역할을 부여하여 역할에 충실하도록 안내를 해주면 활동에 조금 더 집중을 한다.

그 다음은 시에서 기억나는 단어, 자신이 찾은 문장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기 위해서 사물과 연결하거나 그림으로 시각화하도록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어나 문장의 선택 이유를 시각화(구체물, 반구체물)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학생이 스스로 고민하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사진=김태신 교사)
(사진=박태신 교사)

학생들의 상황에 따라, 혹은 시를 이해한 정도에 따라 구체물을 이용해서 시 내용을 시각화하기도 하고 반구체물로 시각화한다.

시각화한 다음에는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게 하고 이러한 발표를 하면서 단어를 다시 한 번 포스트-잇에 쓰고 단어들을 시 내용 순서, 상황 등에 따라 분류를 한다.

반복적으로 시 내용을 이해하는 활동을 진행한 다음에 등장인물의 감정을 단계적으로 이해하는 수업을 진행한다.

앞의 활동에서 수집한 단어, 표현했던 반구체물들을 바탕으로 시 내용 전체를 표현한다. 이때 학생들은 필요한 그림이 없으면 새롭게 표현해서 추가하기도 하고 서로 도움을 주면서 완성해나간다.

(사진=박태신 교사)
(사진=박태신 교사)

작품이 완성되면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지?’, ‘나는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이 있는지?’, ‘감정을 느낀 이후 나는 어떤 행동을 했는지?’라고 물어보면서 등장인물의 감정을 이해하도록 안내한다.

이때 감정에 대한 이해가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시각화 수업을 할 수도 있다.

거울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상황에서 지을 수 있는 표정들과 감정을 익혀보고 다양한 감정 스티커를 만들어 생활 속에서 반복적으로 감정과 표현을 익힐 수 있도록 돕는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의 ‘씽킹’을 돕는 것이 진정한 비주얼씽킹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비주얼씽킹을 수업에 적용했을 때는 잘 그린 예쁜 그림에 집중했었다. 선이 벗어나면 지우개를 들고 옆에서 지우며 “다시 잘 그려봐”라는 말을 했다.

학생들의 표현은 내 눈에 이상하게 보였고, 다른 사람들 또한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며 그 속에서 즐거움 능동적인 태도를 기를 수 있다는 성취기준의 핵심보다 결과물에 집착 결과였다.

그러나 성취기준의 방향을 결과물인 아닌 생각에 초점에 두기 시작하면서 학생들의 생각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봉지공주’에 등장하는 용이 왕자를 잡아먹고 공주가 라이터로 용을 구하는 장면을 함께 상상하며 즐거워하는 수업에 푹 빠져있다.

학생들이 글의 내용을 상상하고 뒷이야기를 마음껏 상상하려면 기본 내용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다음 3단계를 통해 이야기를 시각화하면서 글의 내용을 이해하도록 안내했다.

(사진=박태신 교사)
(사진=박태신 교사)

이렇게 글의 내용을 시각화를 통해 이해한 다음에 ‘내가 작가라면’이라는 역할을 부여하여 자신만의 결말을 상상하도록 하였다.

비록 표현은 서툴지만 학생들의 생각의 과정을 지켜본 교사는 그 생각들이 모두 훌륭하게 다가온다.

표현에 대한 자유는 학습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고 비주얼씽킹을 교사-학생, 학생-학생이 함께 즐겁게 수업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훌륭한 도구로 만들어 준다.

(사진=박태신 교사)
(사진=박태신 교사)

아무리 학습이 어려운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천릿길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은 더디고 느리지만 비주얼씽킹은 교사와 학생이 천릿길에 닿을 수 있도록 한 걸음, 한 걸음을 걷게 하는 과정을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