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교과서 활용 '소리 내어 읽기' 수업, 어떻게 진행했나

[에듀인뉴스] 2020년, 코로나19를 만난 인류는 삶의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많은 영역에서 비대면이 강조되면서 접촉은 금기시되다시피 했다. 학교 역시 교문이 닫히면서 수업 방식의 온라인화에 따라 온라인에 적합한 교수법과 수업 자료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정부가 온라인 학습 격차를 줄이겠다며 태블릿 등 정보화 기기 보급에 나서면서 디지털교과서의 활용 가능성에 무게가 더해졌다. 또 학습공유플랫폼 ‘위두랑’이 전면에 등장하며 교사들의 원격 수업을 돕기 시작했다. <에듀인뉴스>는 위두랑을 운영하고 디지털교과서 정책을 다루며 현장을 지원하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과 함께 지난 한해 디지털교과서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 2021학년도 수업 준비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김의현 덕성여자중학교 교사
김의현 덕성여자중학교 교사

2020년에 학교 현장에 닥친 커다란 변화는 COVID-19로 인해 다양한 디지털 도구들이 홍수처럼 밀려들어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수많은 애플리케이션과 방송 기기 같은 온라인 교수 학습 도구들이 교육 현장의 문을 두드렸다.

덕성여중에서도 많은 디지털 도구들과 학습관리시스템(LMS, Learning Management System) 중에서 어떤 것을 활용해 교육 환경을 조성할 것인지 고민 또 고민했다.

덕성여중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도심 속 작은 학교다. 한 학년에 4학급, 전체 12개 학급이며, 학급당 학생 수는 10~15명 정도로 소규모이다.

2016년부터 서울형 혁신학교로 지정되어 5년 차를 맞이했다.

규모가 작기에 교사들이 학생 한 명에게 보다 많은 교육적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영어과에서는 학생들의 개별 학습을 도모하기 위해 2018년부터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해 왔다.

처음에는 디지털교과서와 위두랑을 활용해 영어 교과 과정중심평가를 진행했고, 2020년에는 다른 교과와의 형평성과 LMS 사용의 편의성을 고려해 위두랑 대신 다른 LMS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했다.

이전처럼 위두랑과 디지털교과서를 연계해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디지털교과서의 장점을 십분 활용함으로써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혹자는 디지털교과서는 영어 교과서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CD와 다름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교과서 CD가 교사가 주체가 되어 조절하는 콘텐츠라면 디지털교과서는 학생 개개인이 URL(webdt.edunet.net)로 접속해서 조작하며 활용할 수 있다는 큰 차이가 있다.

디지털교과서는 학생에게 개별적으로 제공되는 콘텐츠이며, 디지털교과서의 다음 기능 세 가지는 자기주도적 학습에 최적화되어 있다.

다양한 기능이 내재된 디지털교과서 기능 화면.(사진=김의현 교사)
다양한 기능이 내재된 디지털교과서 기능 화면.(사진=김의현 교사)

첫째, 교과서 본문과 연관된 핵심 어휘나 학습에 도움이 될 표현을 간편히 학습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단어를 클릭하면 의미와 발음을 알 수 있는 기능인데,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학생들이 편리하게 어휘학습을 할 수 있다.

새로 학습한 단어를 나중에 다시 보고 싶다면 메모를 하거나 하이라이트로 표시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필요한 내용을 녹음하거나 관련 영상 및 자료의 URL 링크를 저장할 수 있다.

나중에는 학생이 직접 남긴 그 내용을 종합해서 열람할 수 있기 때문에 서책형 교과서에 메모를 하는 것보다 훨씬 편리하다.

둘째, 교과서 지문을 원어민이 직접 읽어 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교과서 CD에도 있는 기능이지만, 큰 차이점은 학생 스스로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특정 문장만 재생해 받아쓰기를 하거나 문단 단위로 재생해 내용을 요약해서 적어 봄으로써 학습자는 영어로 문장을 표현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

학생이 원하는 방법으로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해 학습에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디지털교과서만의 강점이다.

셋째, 보충 심화 학습자료를 통해 학습자가 본문 이해, 어휘 학습 등을 스스로 점검하고 자신의 수준에 따라 학습이 가능하다.

이는 스스로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학습의 주도권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의가 크다.

2020학년도 수업은 등교 수업을 하다 다음날에는 원격 수업으로 전환되는 등 교사도 학생도 혼란스러웠다.

유동적 상황에서 디지털교과서는 안정적으로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도구였고, 이것의 장점을 살려 올해 읽기 수업에 적용해 보았다.


"읽기·쓰기·말하기 자신감 향상"...소리 내어 읽기(Reading Aloud) 수업, 어떻게 진행했나


교사들이 수업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때 자칫 놓칠 수 있는 부분이 기본 학습 요소에 대한 충분한 배움의 과정이 없이 활동에 집중하는 점이다.

프로젝트와 같은 특정 과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기본 학습 요소를 충분히 익힐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학습 방법을 터득해 그 방법이 습관이 되도록 해 자기주도 학습 역량을 배양해야 한다.

Gibson(2008)에 따르면 소리 내어 읽기(Reading aloud)가 읽기 능력, 쓰기 능력, 말하기 자신감 향상에 도움이 된다.

교사와 학생이 비대면인 상황에서 읽기 수업은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해 본문을 따라 읽고 개별적으로 녹음해 제출하도록 했다.

녹음본을 듣고 교사와 동료가 피드백을 해 학생 스스로 실력을 돌아볼 수 있게 했다.

이러한 활동을 5회 반복하였고, 마지막에는 첫 녹음본과 마지막 녹음본을 비교해 들어보게 했다.

학생들의 학습 효능감을 설문을 통해 확인했더니 학생들은 반복해 훈련했을 때 영어 학습에 자신감을 보였고, 실력이 향상됨을 느꼈다.

본문에 대한 이해도 다양한 방식으로 점검했다.

아래 표에 제시된 것처럼 훑어 읽기를 통해 주제를 추측해 보고, 정보 찾기를 통해 세부 내용을 파악하는 등 내용을 반복해 접하도록 했더니 학생들의 성취감과 만족도가 올라갔다.

소리 내어 읽는 것은 반복 훈련이 중심이 되지만, 영어 학습에 대한 동기 부여나 학습자의 흥미와 집중력을 지속시킬 수 있는 창의적 교수법은 교사의 역량에 달렸으므로, 디지털교과서 활용과 더불어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받아 쓰기 수업 장면.(사진=김의현 교사)
받아 쓰기 수업 장면.(사진=김의현 교사)

요컨대, 디지털교과서는 교과서 핵심 어휘 제공 기능을 비롯해 녹음, 메모, 보충‧심화 자료 등의 다양한 학습 보조 도구를 제공해 자기주도학습을 촉진한다.

다시 말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된 영어 의사소통 역량뿐만 아니라 자기관리 역량과 정보처리 역량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준다.

앞으로 더욱 많은 영어 교사들이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해 대면‧비대면 수업 모두 만족스러운 수업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참고문헌 Gibson, S. (2008). Reading aloud: A useful learning tool? ELT Journal, 62(1), 2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