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교육교사모임 교사 800명 대상 설문조사
신고 후 아동상황 더 나빠질 것(33.8%)...쉼터 턱없이 부족
주양육자와의 분리(76.5%), 신고자 신변보호(70.1%) 필요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 '학대' 수준이 어느 정도여야 신고해야 하는지...학생은 시험점수와 등수가 낮다고 무릎 꿇고 부모에게 빌고 언어학대를 당하고 있었는데, '학대'에 포함시켜 신고를 해야 하는 건지 애매합니다. 

# 아이가 학교 오기를 거부해 학부모 상담 중 정서적 학대로 보이는 일을 발견했습니다. 동료 교사, 관리자와 상의했지만 공론화를 꺼리는 분위기여서 신고하지 않기를 선택했지만 혹시 문제가 되지 않을까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인 ‘정인이법’이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실천교육교사모임(실천교사)이 6일부터 10일까지 유‧초‧중‧고‧특수교사 800명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현황 조사를 실시, 11일 발표했다.

실천교사 설문에 따르면, 먼저 학대 의심사례 발견 비율은 66%로 높았다. 교사들은 지도 학생 중 학대 의심사례를 발견(318명)하거나 직접 지도한 학생은 아니지만 근무 학교의 학생들 중 학대 의심사례가 발생(209명)했다고 답했다.

사례로는 신체학대(183명)와 방임 및 유기(158명)가 69%로 가장 많았고 중복학대(76명)와 정서학대(64명), 성학대(13명)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아동학대 의심 사례를 목격(40% 318명)해도 실제 신고는 19%(154명)에 그쳤다. 학대 신고를 망설인 적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도 60%(466명)에 달했다.

신고를 망설인 이유로는 ▲신고 후 아동의 상황이 더 나빠질 것(33.8%) ▲아동 학대 유무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서(32.5%)를 꼽았다.
 
특히 교사들은 아동학대 신고 이후 주양육자와 분리된 아동이 안전하게 학교생활을 지속할만한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실천교사는 "전국 76곳 학대피해아동쉼터 수용 가능 인원이 1000명을 조금 넘는 상황에서 학대피해아동을 소속 학교 인근 쉼터로 옮기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2020년 기준으로 서울 25개 구 가운데 학대피해아동쉼터가 있는 곳은 10곳, 부산은 4곳, 대구는 3곳에 불과하다.

지난 8일 민법 개정으로 자녀 징계권 조항이 삭제됐으나, 1958년 제정민법부터 62년간 ‘친권자의 자녀 징계권 조항’이 유지되어온 결과 아동학대로 의심할만한 사항에도 민법의 자녀징계권을 들어 신고의무자의 아동학대 신고 무력화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교사들은 가해 주양육자의 위협(14.1%), 신고 진행 절차에 대한 불신(10.8%), 신고 이후 소송에 시달릴까봐(8.7%) 신고를 망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보호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교사들은 주양육자와의 분리(76.5%), 신고자 신변보호(70.1%)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아동학대 신고는 피해아동과 연관된 신고의무자가 제한된다는 점에서 쉽게 신분이 노출되므로 신고의무자의 개인정보 보호, 신변안전을 위한 실효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하다는 것. 

또 체벌 없이 자녀를 양육하는 법에 대한 체계적 부모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 자녀(만18세 미만)를 둔 성인 19~59세 4008명 조사 결과 65.6%는 ‘체벌은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있다’고 답했고, 41.6%는 최근 1년 내에 아동학대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천교사는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은 교사의 노력만이 아닌 사회와 가정과 학교의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교육부는 모든 아이의 안전한 성장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환경마련에 단호히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