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입법예고 의견 조회 마무리...빠르면 3월 시행
질환교원심의위, 문제 있다 판단 시 직권 휴직 및 면직 결정
장애인교원노조 우려에 교육청 "장애교원 염두에 둔 위원회 아냐"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2월 입법예고한 '서울특별시교육청질환교원심의위원회 규칙안' 일부 캡처.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2월 입법예고한 '서울특별시교육청질환교원심의위원회 규칙안' 일부 캡처.

“A 교사는 교장이 시켰다며 학부모들에게 고액의 학급비를 수금했으며, 학교 영양사가 급식에 독을 탔다고 주장해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B 교사는 가스가 샌다며 아이들을 하루에 두 세 번씩 대피시켰는데 정신질환으로 결론 났다. 학교에서는 B 교사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판단 수업을 안 줘 특별실에 계셨다. 이후 교사들과 심각한 마찰을 일으키고 명퇴했다.”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9년 만에 질환 교원에 대한 직권 휴직 및 면직 제도를 부활하는 내용의 ‘질환교원심의위원회’ 규칙안 입법예고를 마무리, 이르면 올 3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장애인교원노조)와 서울교사노동조합(서울교사노조)가 사회적 낙인과 오남용을 우려하는 의견서를 제출, 교육청이 반영 여부를 고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교총은 위원회의 공정성 확보를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2월 정신적·신체적 질환교원에 대한 직무수행 여부 심의를 통해 치료 기회와 재활방안을 제공하는 내용의 ‘서울시교육청질환교원심의위원회(질환교원심의위)’ 규칙안을 입법예고, 지난 11일까지 의견서를 제출받았다.

질환교원심의위는 교육청의 특별장학 및 감사 결과, 정신적·신체적 질환으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심의를 요청하면 열린다. 특히 질환교원심의위는 해당 교원에게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직권으로 휴직 및 면직을 결정할 수 있다.

질환교원을 대상으로 한 심의위원회는 지난 2012년 폐지됐다. 당시 교육청은 인사위원회로 인해 질환교원심의위원회가 한 건도 열리지 않는 등 유명무실하다는 이유에서 폐지했다. 인사위원회에 의학 전문가가 없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인사위원회에 의학 전문가가 없어 질환교원에 대한 심의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있었다”며 “교원 보호 및 치료를 목적으로 질환교원심의위를 부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위원회 구성 "의료 전문가, 법률인권 전문가, 교직단체 등 추천인, 교육청 관계자 등 참여"  


새로 구성되는 위원회에는 의료(정신건강의학 분야 등) 전문가와 법률인권전문가, 교직 및 학부모 단체에서 추천한 사람 등 외부 위원과 교육청 교육정책국장, 유아교육과장, 초등교육과장, 중등교육과장이 당연직으로 참여하며 공립학교만을 대상으로 한다.

서울시교육청의 질환교원심의위원회 구성에 대해 교사들은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낙인 효과를 우려했다. 

서울의 한 교사는 “교직 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아픈지 모르는 교사를 다수 보았다”며 “심각한 질환의 경우 학생도 동료도 그분도 괴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만나 면담한 적도 있는데 본인도 괴로워하더라. 직권으로 치료받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악용할 소지를 보완하면 학교구성원들이 서로 잘 지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재원 서울 마장중 교사는 “정신질환이 신체질환과 마찬가지로 도움이 필요한 아픔이 아니라 제거되어야 할 문제로 낙인 찍힐까봐 두렵다”며 “멀쩡한 사람이 교직에 들어와 정신질환까지 얻게 만드는 요인이 무엇인지, 교사의 정신 건강을 지켜주는 방법은 무엇인지, 또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함께 있어야 한다. 우울 등 정신질환도 독감이나 외상처럼 스스럼없이 병가 신청을 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교원노조, 제정 이유부터 선입견 가득 “사회적 낙인 우려” 서울교사노조, 필요성 인정 “오남용 막을 방안 찾아야


장애인교원노조와 서울교사노조는 공식 의견서를 서울시교육청에 제출했다.

특히 장애인교원노조(장교조)는 “제정 이유부터 색안경과 잘못된 선입견이 가득하다”며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장교조는 ‘질환교원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고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제정 이유를 두고 “질환교원을 학생에게 해를 가하거나 학습권에 저해를 주는 교원으로 해석하기 충분하다”며 “객관적이지도 않고 상당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또 ‘치료 기회를 부여하고 재활방안을 제공하는 등 치유 지원으로 신분상 불이익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는 “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에 불과하다”며 “단지 학생 및 학부모로부터의 민원을 급하게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신질환을 가진 교원 또는 장애가 있는 교원에 대한 인권침해가 이어질 수 있고 사회적 낙인을 강화할 수 있다”며 “교육청은 교원과 학생 누구에게도 인권 침해 사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와 감독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교사노조 역시 일부 질환교원으로 인한 다른 교원의 교육활동 방해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오남용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해달라는 의견을 냈다.

특히 "직권 휴직이나 면직과 같은 강제적 수단을 무조건 동원하는 것보다 교원이 자발적으로 치료 또는 요양 등을 할 수 있도록 심의 원칙을 두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관련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당 교원에 대한 심리 검사 및 자료 분석 등을 할 수 있도록 할 것과 ▲교직단체의 위원 추천권을 2인에서 3인으로 늘려줄 것 등을 요청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장애인 교원을 염두에 두고 위원회를 부활시킨 것은 아닌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며 “질환이 있을 경우 치료를 통해 회복한 후 다시 교직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교총, 취지는 이해 “위원회 무력화 대비 및 균형성, 공정성 확보 필요”


한국교총 역시 악용 소지와 상위법과의 충돌로 인한 규칙 무력화, 위원회 구성의 공정성 확보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본부장은 “서울의 한 학교에서 교사 간 교권 문제에 따른 스트레스로 병가를 냈다 복직한 교사에게 업무 배제 및 추가 병가 사용 강제 등 사례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며 “본인은 심신장애가 없다고 주장할 경우 위원회의 결정이 강제력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교육공무원법이나 사립학교법에 교원 신분 보장을 원칙으로 심신장애 등을 제외하고 권고 사직 및 휴직을 못 하도록 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교원지위법상 본인 의사에 반한 불리한 처분의 경우 교원소청위원회 심사 청구가 가능하다”며 “해당 교원이 소청을 청구하면 규칙은 무력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원회의 균형성과 공정성 확보도 중요 과제로 지적했다. 교육청 국장과 과장이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만큼 평소 교육청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교원이 대상이 될 경우 공정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

김 본부장은 “교육청 정책에 대해 이해당사자인 교원이 자신의 의견을 내면서 비판적 사고를 하는 게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며 “위원회의 공정한 구성과 운영에 대한 논란은 계속 제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질환교원심의위원회 규칙은 빠르면 오는 3월 1일자로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