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광주 상무초등학교 교사
김경희 광주 상무초등학교 교사

[에듀인뉴스] “받고 싶은 연수가 있어 신청하려는데, ‘기본 과정’을 이수한 사람만 가능하다네요. 들어보고 싶은 연수였는데, 많이 아쉬웠어요.”

자세하게 말씀하지 않으셨지만 그 분께서 어떤 심경인지 알 것 같았다. 나 또한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임용고사'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임용고사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1정 자격 연수'가 기다리고 있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매년 받아야 할 '의무연수' 가 있고, 단위 학교 구성원의 합의를 거쳐 다양한 연수를 기획하여 운영하면서 우리가 함께 지향해가야 할 교육의 방향에 관심을 갖고 각자의 속도에 맞춰 꾸준히 따라가고 있다.

너무도 당연한 말을 자세하게 하는 이유가 있다.

어학 관련 연수처럼 학습자의 수준이 콘텐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우는 모르겠지만, 혁신교육 관련 연수에서 ‘기초, 기본, 심화, 전문가, 컨설턴트, 리더’ 등으로 급을 나눈 후, ‘연수 희망 시’라는 자격 조건을 다는 것에 대해서 쉽게 동의가 되지 않는다.

‘기초’와 ‘기본’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어떤 자격을 갖춰야 ‘전문가’이고, 무엇을 알아야 ‘리더’인가? 이 단계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그렇다면, 각 단계별 커리큘럼을 한번 들여다보자.

작년, 우리 지역과 타지역 연수원의 부탁으로 ‘심화’와 ‘전문가’ 단계에서 ‘학교자치’ 관련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강의 준비 전, 단계별 커리큘럼을 살펴보면서 내 강의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가장 먼저 내가 해야 할 일이였다.

커리큘럼을 들여다볼수록 나의 의문은 커져만 갔다. 내 역량이 부족해서일까? 나는 커리큘럼의 차이를 읽어낼 수 없었다.

혁신교육에 관심있는 교사라면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한국말로 진행되는 연수인데 콘텐츠별 차이를 구별할 수 없었던 것이다.

준비하는 내내 내겐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혁신교육, 과연 단계별 필수 요건을 갖춘 이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인가?’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혁신교육, 이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


“혁신학교와 일반학교라는 명칭이 학교급을 나누는 것 같아서 조금씩 불편해지더라구요. 이제는 이 말이 현장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혁신학교와 일반학교의 차이를 모르겠어요. 혁신 마인드로 꾸준히 연구하는 교사가 있는 학교가 혁신학교이지 않을까요?”

“이제는 혁신학교와 일반학교 지원되는 예산의 차이를 줄였으면 해요. 큰 틀에서 여러 행사들을 기획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그 기획력을 ‘단위 시간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한 섬세한 연구 활동으로 연결해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여요. 행사 기획력을 신장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 아니잖아요?”

혁신학교에서 4년을 보낸 교사가 다양한 분들과 교류·소통해오는 과정에서 들어온 현장의 소리이다.

이 말씀의 중심에는 ‘차이’가 아닌 ‘차별’적인 요소들이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혁신’에 대한 호기심과 부담감보다는 선도적인 역할을 해 주신 당신들 덕분에 ‘우리도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감이 온다. 이제는 우리도 할 수 있겠다’라는 희망을 거칠게 표현한 듯도 했다.

혁신교육 관련 연수가 불필요하다는 말이 아니다. 분명 ‘혁신교육’의 철학과 방향을 함께 세우고, 실천 가능한 활동들을 과감하게 도전, 실천하여 성공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력풀을 조직하는 데 이 연수들이 기여한 공이 크다.

혁신교육의 다양한 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우리가 꿈꾸면 어느덧 그것은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기까지 했다. 이러한 혁신 연수들이 초기 단계에서 해야 할 역할을 분명 훌륭하게 달성해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렀다. 교사들의 의식 수준 또한 변화했다. 이제는 전 단계 목표를 넘어선 다음 단계 목표 설정이 필요한 때이다. 그 목표를 통해 새 프레임으로 연수를 진화시켜야 할 시점이다.

혁신교육의 방향에 대해 오랜 시간 관심을 갖고 연구·실천하는 교사로서 주장하고 싶다.

'혁신'이란, 교사의 '교육에 대한 희망과 기대감, 열망과 열정, 노력과 실천, 마인셋'으로 형태가 드러나는 것이지, 결코 교육 개념 하나 아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늘의 혁신교육은 ‘앎’을 넘어, ‘실천’의 차원으로 넘어서야 할 시점이다.

이에 ‘혁신교육’ 관련 연수를 불명확한 '급'이 아닌, '주제'별 커리큘럼으로 재조직하여 진행해 보길 제안한다.

‘소통편, 자각편, 협력편, 리더십과 팔로워십편, 실천편’ 등 혁신 마인드를 세워 가는 데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역량들을 중심으로 연수 내용과 형식을 구성해 보면 어떨까? 물론, 관심있는 주제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연수 시기를 조절하여 희망자들은 이 이 모든 과정을 온전히 경험해볼 수 있도록 말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뿐만 아니라 정책도 기류를 반영하여 진화해야 할 순간이 온다. 초기 목적을 달성했다면, 그 다음 단계를 위해 신속하게 탈바꿈해야 한다는 것이다.

냉철한 시선으로 변화의 시점을 알아보고, 과감하게 탈바꿈할 수 있어야 우리는 다음 단계를 꿈꿀 수 있다.

지금이 바로 변화해야 할 시점인지 모른다. 지금이 바로 혁신교육에 대한 미션과 비전을 새롭게 정비해야 할 시점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