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유명무실(有名無實)'이란 게 있다. 이는 '이름만 그럴듯하고 실속은 없다'는 뜻이다.

예컨대 '유명무실한 존재', '유명무실한 제도’ 등 원래 의도하는 바가 분명하나 기대치나 실질적 효과가 없이 사실상 빈 껍질만 유지하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인간이 운영하는 모든 기관에는 형식과 내용 즉, 목적과 실천으로 양분된 규정이 존재한다. 

그런데 그 존재 자체도 알지 못하고 지나는 경우도 많다. 학교 조직에서의 선도 규정과 선도위원회도 그 중의 하나이다. 

원래 학교는 교사나 주변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문제행동에 대비해 선도규정을 만들어 학생의 긍정적인 발전을 돕고, 학교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학생선도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그런데 이 규정이 제대로 안내되지 않거나 실제로 문제가 있어도 위원회를 열지 않고 그냥 넘어 가려는 경향이 강해서 문서상으로는 실재하지만, 실제로 보기 힘든 것이다. 

학생 선도 규정은 「초⋅중등교육법」 제18조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에 따라 학교의 규정 제⋅개정 절차에 따라 만들어진 규칙이다. 선도 원칙은 학생의 인격을 존중하고 처벌보다는 예방에 중점을 두고 징계는 단계적으로 적용하여 학생 스스로가 반성하고 잘못된 행동을 고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학칙에 따라 교육적인 방법-훈계, 학부모 상담, 교내 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출석 정지, 퇴학-으로 해야 한다. 

학생선도위원회는 교사로만 구성되어 학부모나 지역인사가 참여하는 다른 위원회에 비해 구성이 수월하다. 

이는 학교 규칙, 학생선도위원회 규정, 학생 생활 규정 등 3가지 규정을 정비해서 학교폭력 사안을 제외한 선도 사항-교사의 정당한 지시에 고의적인 불이행, 수업 방해 행동, 학생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탈 행동-에 해당할 경우 열리게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학교 현장에서는 교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선도위원회에서 처리할 수 없다. 왜냐면 엄청나게 많은 업무량으로 인해 오히려 교육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어 심각해도 안 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되어’ 문제를 더 키우기도 한다. 

또 학부모의 민원 제기가 두려워 열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 결과 학생의 심각한 문제행동이 학급붕괴를 초래하고 나아가 학급운영 자체가 어렵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는 무엇일까? 

첫째, 평소에 교사의 충분한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 즉, 학생의 학교생활 적응과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도 나아지지 않으면 둘째, 학부모 상담을 통해 협조를 구해야 한다. 여기서도 효과가 없으면 셋째, 학생선도위원회 개최를 예고해야 한다. 

이런 간단한 절차는 학부모의 불만을 잠재우고 최악의 경우 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해서 행정심판을 제기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는 ‘좋은 것이 좋다’는 식이고 업무의 부담이 기피요인으로 작용하여 쉬쉬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학생선도위원회의 사안이 될 만한 것은 무엇인가? 

학생 A, 그는 단지 고등학교 졸업장을 목표로 학교에 다닌다. 돈을 벌기 위해 밤늦게 까지 각종 알바(시간제일)를 하고 있다. 그러하니 학교에는 자주 결석하거나 1~2시간만 수업하고 귀가하는 조퇴를 밥 먹듯이 한다. 물론 학교생활의 기본-교복착용-을 지키지도 않는다. 어쩌다 종일 학교에 머무르는 경우는 책상에 엎드려 잠만 잔다. 

문제는 이 학생이 진급에 필요한 등교일수(수업 일수 2/3)를 나름대로 계산하여 최후의 선만은 지키려 한다는 것이다. 규정상 빈번한 무단 지각, 결과, 조퇴와 무단결석 3일 이상이면 학교에서는 집으로 통지하고 학부모의 내교통지서를 발송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정에서는 부모가 자녀에 대한 통제력을 이미 상실한 상태다. 어렵게 학부모가 내교 하였으나 학교에서의 선처만을 호소하거나 또는 규정대로 하라는 식이다. 담임교사의 끈질긴 지도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생활지도가 통하지 않는다. 이럴 경우 다수의 선량한 학생에게 피해를 끼치는 이 학생을 어떻게 할 것인가? 어느 학교든 이런 유형의 학생은 존재한다. 

그뿐이랴. 일반 학교의 교실에서는 교사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잠만 자는 학생, 교실을 돌아다니거나 큰 소리로 떠들어 수업 진행을 방해하는 학생, 교사에게 저항하거나 교육활동의 참여를 거부하는 행위 등 다양한 형태의 수업방해 행동이 있다. 

그 외 상기의 경우처럼 지속적으로 비인정 지각과 결과, 비인정 결석(무단결석)을 하고 흡연과 음주, 절도사건, 지나친 애정행각(남녀 공학의 경우) 등이 있다. 문제는 이를 축소하거나 은폐하고 또는 학교 규정의 최후의 선까지 그냥 넘어 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 ‘설상가상(雪上加霜)’, ‘엎친데 겹친 격’이란 표현에 딱 어울리게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이에 학교는 뒤늦게 규정대로 선도위원장인 교감과 선도위원인 학생부장, 각 학년 부장, 담임교사, 보건교사, Wee 센터 전문상담사(교사)가 참석하는 학생선도위원회를 개최하게 된다. 물론 여기엔 학부모에게 통지하고 학생과 학부모가 참석한다. 

교육은 단기적인 관점에 머무르기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간을 기르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학생 인격을 존중하고 예방에 중점을 두어 학생 스스로 잘못된 행동을 고칠 기회를 주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때로는 법에서 정하는 징계를 통해 단호하게 조치함으로써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후속 조치는 교육의 현장에서 경계할 일이다. 그보다는 학생이 학교가 즐겁고 재미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여 배움에 정진할 수 있는 환경과 인간관계를 만드는 정책과 교육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또 현대에도 “한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 원주민의 격언과 같은 교육방식이 필요하다. 학생 선도규정과 선도위원회의 역할도 이에 부합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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