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세한대 초빙교수/ 전 함평교육장/ '일곱가지 교육미신' 번역자
김승호 세한대 초빙교수/ 전 함평교육장/ '일곱가지 교육미신' 번역자

[에듀인뉴스] 공정한 사회에서는 가정 배경보다 노력에 따른 공부 수준의 차이가 상급학교 진학이나 취업에서 우열의 차이를 가르는 공정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공부는 경쟁과 밀접하게 관련될 수밖에 없고, 한국에서는 대학입시를 위한 경쟁이 특히 심각하여 대표적인 교육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되었다. 그래서 대학입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일부 사람들의 주장은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대학입시만 없다면 대학서열도 없어질 것이며, 소위 명문대나 선호하는 학과에 진학하는 데 유리한 특권학교도 없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학입시 폐지 주장은 하나의 이상에 불과하며, 현실적으로 어느 나라도 대학입시가 폐지돼 대입경쟁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더 많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 프로그램에서 독일 교육 관련 강의를 하는 김누리 교수.(사진=JTBC)
JTBC 차이나는 클라스 프로그램에서 독일 교육 관련 강의를 하는 김누리 교수.(사진=JTBC)

독일은 교육 유토피아인가?


독일은 대학입시도, 대입경쟁도, 대입 스트레스도 없고, 특목고 같은 귀족학교 없을 뿐만 아니라 대학 등록금도 없는 나라라고 한다. 모든 독일 학생들은 무시험과 무경쟁으로 행복한 학교생활을 한다고 한다. 이에 비해 잘못 가고 있는 한국 교육은 급진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앙대 독어독문과 김누리 교수가 지난해 3월 말 방송을 시작으로 전국적인 강연 유튜브와 저서를 통해 소개하고 있는 독일교육 예찬과 한국교육 비판 내용이다.

김 교수의 말과 같이 정말로 독일에서는 대학입시, 대학서열, 등록금, 귀족학교가 없는 4무 교육이 실현되고 있을까?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누구나 대학에 진학할 수 있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 상위 약 40%만 선발되어 입학하는 9년제 고등학교인 김나지움 과정을 이수하고 졸업시험인 ‘아비투어’를 합격한 학생들이 진학할 수 있다.

의약계열이나 법학, 경제학, 심리학과 등에는 인원제한(Numerus Clausus)이 있어서 아비투어에서 상위 1등급(A학점) 성적을 얻지 못하면 아무리 기다려도 합격할 수 없다.

초등학교 4학년 졸업 때부터 성적에 따라 중등학교 종류가 5년제의 기초학교, 6년제의 직업전문학교, 9년제의 김나지움으로 구분되는 복선제 학제에 대해서는 교육불평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노력하지 않으면 유급시키거나 졸업장을 주지 않는 엄격한 학사운영으로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 학부모들의 자녀교육에 부담 또한 적지 않다.

기초학교와 직업전문학교 학생들의 약 10% 정도, 김나지움 학생들의 약 3% 정도가 성적문제로 유급 또는 하위 수준 학교로 전학 조치를 당하는 현실이다.

특히 2000년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OECD 국가 중 읽기 21위, 수학과 과학 20위로 나타난 저조한 성적 결과에 충격을 받아 국가수준의 학력평가 실시 및 학교의 책무성이 강화되었다.

교사들도 학력향상 책임에 따른 스트레스로 정년 전에 퇴직하는 비율이 50%를 넘는다.


학생의 직업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공부이며, 공부에 충실하지 않더라도 최상의 보상과 행복을 평등하게 제공해 주지 않는다는 것은 독일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의도적인 교육미신이 더 위험하다!


김누리 교수는 교육개혁을 이야기하면서도 자신이 교육에 관한 전문가가 아니라고 한다.

교육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기에 한국 교육에 대해 쉽게 비판할 수 있고, 교육정보의 정확성에 대해 책임지지 않아도 될까?

그는 수도권은 물론 지방의 여러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학부모 연수, 심지어 전남의 진도군 교사단체 창립 기념회에서까지 특강을 할 정도로 유명하다.

교육전문가가 아닌데도 그리고 그럴듯한 교육미신을 자신 있게 말해버리는 그를 전문강사로 초빙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인터넷에서 널리 퍼져있는 강연 유튜브들의 공통적인 주제는 독일의 4무 교육 즉, 대학입시 폐지, 대학서열 폐지, 귀족학교 폐지, 대학등록금 폐지이다. 교사 대상의 강의에서는 교사 정치활동 보장의 필요성이 추가된다.

이 주장들은 전교조에서 역점적으로 제안하고 있는 주장들과 100% 일치하고, 그들과 밀접하게 관련된 진보교육감들의 협의회에서 정부에 건의한 내용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소위 진보교육청들이 앞다퉈 그를 강연자로 초빙하고 있다.

그것을 알고 있는 듯 그는 충실하게 그들이 원하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공적인 기관의 교육활동이 이익집단의 논리를 간접적으로 선전하는 도구로 이용되는 사례의 씁쓸한 모습이다.

교육은 전문가들의 전문적 활동이다. 전문성은 과학적 이론에 근거할 때 인정받을 수 있다.

잘못된 이론에 근거한 정책은 교육의 전문성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지식을 가르치고 배우는 핵심기능을 위해 공적으로 운영되는 학교의 교육활동을 왜곡시킬 수 있다. 그리고 잘못된 이론과 정책의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그것은 공부를 열심히 잘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