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과 통(通)하는 수학] 왜, 스님은 고요한 산사에서 수학문제를 푸셨을까?
[내 삶과 통(通)하는 수학] 왜, 스님은 고요한 산사에서 수학문제를 푸셨을까?
  • 반은섭 싱가포르한국국제학교 수학교사/ 교육학 박사
  • 승인 2021.01.2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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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수학은 어렵다’라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 보편화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수학교육 청사진들이 넘쳐나면서 대부분 어떻게 수학을 공부해야 문제를 잘 풀고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해법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수학을 어떻게 하면 즐기면서 공부할 수 있는지, 내 삶과 수학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나 반성에 대한 담론은 그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에듀인뉴스>는 반은섭 싱가포르한국국제학교 교사와 함께 입시에 활용되는 수학을 상업적으로만 이용하려는 세태를 근본적으로 반성해보고 앞으로 어떤 수학교육이 필요할지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자 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대학 시절, 겨울방학 기간에 무작정 강원도에 있는 작은 산사로 떠났습니다.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것 같은 청춘의 시간 속에서 저는 삶의 의미를 찾고 싶었습니다. 그때 만난 스님은 수학을 공부하는 순수한 청년에게 놀라운 화두를 던져주셨습니다.

몇 벌의 승복과 작은 책상이 전부였던 스님의 방, 불경과 함께 작은 책꽂이에 나란히 놓여 있던 고등학교 수학책 몇 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출가하신 스님은 학창시절 수학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승복을 입고난 후 꾸준하게 수학 문제를 정성껏 풀면서 정신을 가다듬는다고 하셨습니다.

강원도의 깊은 산은 겨울 내내 눈이 온다고 보면 됩니다. 아무리 깨끗하게 빗질을 하더라도 다음날 새벽에는 또 다시 눈이 쌓이게 됩니다. 매일 눈을 쓸어내야 합니다.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변 환경으로부터 번뇌와 고민이 조금씩 쌓일 때마다 마음을 다스려야 하지요.

인간의 숙명 같기도 하지만 대자연의 법칙이라 위로가 됩니다.

물리학의 열역학 제 2법칙이 바로 엔트로피 법칙입니다. 자연의 시계는 언제나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흐르게 마련입니다. 책상을 아무리 깨끗하게 치워도 금세 먼지가 쌓이고 지저분해지는 원리이지요.

내 마음을 다스리고 정화시키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 실천해야합니다. 수학에서 답을 찾아봐야 하겠습니다.


수학은 우리 삶에 어떤 지혜를 줄 수 있을까?


우리가 복잡한 인생을 살아가며 마음을 수시로 점검하기 위해 어떤 삶의 자세가 필요할까요? 수학에서 두 가지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첫째, 반성하는 삶입니다.

조지 폴리아(G. Pólya, 1887~1985)는 현대의 수학 문제 해결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헝가리 출신의 수학자입니다.

(출처=인생도 미분이 될까요(반은섭 저, 궁리, 2020))
(출처=인생도 미분이 될까요(반은섭 저, 궁리, 2020))

폴리아는 심리적으로 복잡하게 연결된 문제 해결 단계를 네 단계로 명쾌하게 정리했습니다. 위의 그림을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수학 문제가 주어지면, 가장 먼저 문제를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하겠지요. 계획을 세웠으면, 계획을 실행해야 합니다. 문제를 본격적으로 푸는 단계입니다.

문제를 다 풀고 난 후, 마지막으로는 반드시 ‘반성’의 단계를 거처야 합니다. 반성의 단계에서 문제 해결의 전 과정을 점검해 정답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폴리아는 반성의 단계가 문제 해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반성을 통해 수학 지식을 보다 견고하게 기억 속에 저장할 수 있습니다.

수학 문제를 풀고, 수학을 학습하는 비법(秘法)은 ‘반성의 단계’에 숨겨 있습니다. 신속하게 답만을 도출하는 식의 수학 공부는 지양해야 합니다.

‘반성’이 주는 이로움은 수학에만 있지 않습니다. 우리 일상에서도 반성을 통해 우리는 보다 나은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심플한 삶입니다.

근대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르네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1650)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어록을 남긴 학자로 유명하지요.

데카르트는 움직이는 어떤 물체라도 반드시 x, y의 기호를 사용하여 방정식으로 표현하고 좌표평면에 그래프로 나타냈습니다.

예를 들어 하늘로 던진 물체가 그리는 포물선을 y=ax²이라는 방정식으로 표현하고 좌표평면에 나타낸 것입니다.

이것은 당시엔 획기적인 발상이었습니다. 복잡한 자연현상을 종이와 연필의 세계로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그림에 좌표평면이 나와 있습니다. 좌표평면은 서로 수직인 x축, y축으로 되어 있습니다. 좌표평면 위의 한 점 P에서 x축, y축에 각각 내린 수선과 축이 만나는 점에 대응하는 수를 각각 a, b라고 할 때, 순서쌍 (a,b)를 점 P의 좌표라고 합니다.

좌표평면에서는 두 개의 수가 있으면 점의 위치를 정할 수 있습니다.

(그림=반은섭)
(그림=반은섭)

좌표평면에 점들이 무수히 많지요. 그런데 이 모든 점들은 각각 x좌표, y좌표 순서쌍으로 심플하게 정해집니다. 지구 위의 수많은 점들은 위도와 경도를 통해 정확한 위치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앞의 연재 글에서 차원 이야기를 하면서 평면은 2차원이라고 했었죠. 바로 단 두 개의 요소로 평면의 모든 점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문제는 수학과도 같습니다. 답을 찾기가 쉽지 않고 풀기도 어렵습니다. 또 얼마나 복잡합니까? 본질적이지 않은 것들을 걷어 내면, 보다 심플하고 아름다운 세상과 만날 수 있을 텐데요.

결국 우리가 반성하는 삶, 심플한 삶을 동경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수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깊은 삶의 지혜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여 년 전의 스님은 수학 문제를 정성껏 푸시면서 수학이 줄 수 있는 지혜를 통해 마음 수양을 하고 계셨던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스님과의 인연은 학교에서 수많은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저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수학은 인간의 내면을 바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깊고도 넓은 지혜의 바다입니다. 요즘 들어 학교를 졸업한지 한참 지난 성인들이 다시 수학책을 펴본다고 합니다. 다시 수학 공부하기 열풍은 스님이 하셨던 수양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깨끗한 백지와 연필만 있으면 누구나 수학을 즐길 수 있습니다.


따뜻한 차 한 잔과 마음의 빗질


깊어가는 겨울, 지금도 산속의 작은 암자에 눈발이 휘날릴 것입니다. 그때 만난 노스님은 고요한 새벽을 여시고 여전히 눈을 쓸고 계실까요?

이른 아침 깨끗한 종이와 연필을 꺼내 수학 문제를 풀면서 마음의 빗질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면서 말이죠.

반은섭 싱가포르한국국제학교 수학교사/ 교육학 박사/ '인생도 미분이 될까요' 저자
반은섭 싱가포르한국국제학교 수학교사/ 교육학 박사/ '인생도 미분이 될까요' 저자

반은섭 싱가포르한국국제학교 수학교사/ 교육학 박사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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