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

[에듀인뉴스] “강사님을 소개할게요. 이 학교오기 전, 제가 근무했던 학교에서 저랑 3년간 근무했던 쌤입니다. 오늘은 경희쌤이 우리 학교 맞춤형 연수 강사로 왔지만, 내년부터는 우리 학교 쌤들이 돌아가면서 강의해보면 어때요?”

교장선생님의 갑작스런 제안에 선생님들은 웃음으로 답하셨다.

“교장선생님 아이디어, 좋은데요. 이 자리에 서기 위한 준비 과정에서 제가 훌쩍 성장했거든요. 선생님들 앞에서 하는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어야 하기에 더 면밀하게 관찰하고 실천하고 성찰하고 재도전할 수 있었어요. 한 다리만 건너도 우리 서로 다 아는 사이여서 제가 여기서 뻥칠 수 없잖아요. 머리로 알고 있는 것을 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지 않도록 하는 ‘양심 있는 교사, 행동하는 교사’로 변화시키는 자극제가 바로 이 강의가 아니었나 싶어요. 우리 함께 도전해보시면 어때요?”

직감에 따라 대화하시는 교장선생님이 ‘강사 소개 자리’에서 갑작스레 이 제안을 하신 이유를 나는 알았다. 그 분께서는 ‘어린 내’가 짧은 시간,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변화와 성장을 경험할 수 있었는지를 아주 가까이에서 보셨기 때문이다.

“차 한잔 하고 가소. 오랜만에 우리 김 부장 강의 들었는데, 그 사이 또 한번 엄청 성장해 부렀네.”

나만큼이나 나의 성장을 기뻐해주셨던 그 분의 미소가 4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교장선생님께서 정확히 보셨다. 난 ‘학생이 주인인 수업 만들기’라는 강의 준비 덕분에, 수업에서 학생이 주인이 되기 위한 다양한 도전을 해볼 수 있었다.

며칠 전, 한 선생님께서 내게 물으셨다.

“강의할 때 제일 힘든 자리가 함께 근무하고 있는 선생님이 앉아 있을 때이지 않아요? 경희샘 생각은 어때요?”

“맞아요. 그럴 때 ‘자기 검열’이 더 심해지는 듯요. 더욱 더 객관적인 눈으로 자신의 말과 행동을 바라봐야 한다는 부담감이 한층 더 저를 성장시켜주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나는 오래전 들었던 교장선생님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내 생각을 살짝 얹어 한 가지 제안을 해본다.


“함께 근무하는 교직원들과 운영하고 있는 ‘수요자맞춤형연수’ 강사진을 전원 본교 교직원으로 구성한 학교에 지원청에서 교직원 모두에게 ‘특별 선물’을 지원해주면 어때요?

교직원의 성장을 직접적으로 이끌 수 있는 ‘세바시’ 형태로 모두가 이야기하는 자리로 연수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도 있고, 학교에서 그 방법은 자율적으로 정하고요. 그 누군가에게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것 자체가 자신을 변화시키고 성장하게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몇 명부터 시작해서 점차 확대해가도 좋을 듯해요. 교직원간의 활발한 소통 창구 역할도 되면서 전학공 활성화 방안과도 연결이 될 수 있겠어요.

당연 연수 시간 이수도 기존처럼 인정하고, 공문 처리도 간소화하구요. 외부 강사에게 지출되는 강사비가 없으니, 활동비를 교직원에게 ‘성장 선물’을 주는 방법으로 정을 나눌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죠.”


통상 본교 직원이 강의하면 강사비도 없거니와 함께 지내는 가족 같은 직원들 간에 서로가 어디에서 어떤 연구 활동을 하면서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가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없는 실정이다.

어쩌면 외부 강사보다 더 많은 정보를 나누고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함께 고민하는 과정에서 성장의 진폭을 넓힐 수 있음에도 이러한 자리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 내 집 ‘파랑새’는 안보이고, 다른 집 ‘떡’은 더 커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난 번, ‘희망교실 실천 사례 수기 공모’했잖아요. 조금 전, 교육청에서 상장과 ‘선물 상자’가 배달되었어요. 과연 교육청에서 보내 준 ‘선물’이 뭘까요?”

“와~~~, 쿠키 넘 이쁘다. 넘 맛있어요. 유치원 아가들 있죠? 산타쿠키, 좋아하겠는데요.”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상장보다 함께 배달된 ‘깜짝 쿠키 선물’에 감동 당한 우리는 교육청 정성 덕분에 정까지 나눌 수 있었다.

상품권은 받아도 어딘가 사라져 기억도 없지만, 이 ‘깜짝 쿠키’는 오래되도록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지원금’이 아닌, 소중한 경험을 함께 한 기념으로 ‘성장 추억 기념 선물’로 제안해 본다.

혹자는 ‘자축의 의미로 본교에서 준비하면 어때요?’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학교 밖 교육청이 격려와 지지, 축하, 나눔, 공유의 문화를 만들어주는 연결 다리 역할을 해 주면 어떨까?

신학년, ‘수요자 맞춤형 연수’ 강의 주제 관련 대화들이 오가는 시기이다.

몇 학교만이라도 ‘우리 교직원이 만드는 수요자 맞춤형 연수’를 추진해볼 수 있도록 한 걸음 더 나아간 ‘연수 정책’이 개발되길 소망하며 나의 작은 아이디어를 글로 펼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