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교육감 선거제도를 고쳐야 한다

일반의 관심밖에 놓인 교육감 선거

차기의 시·도 교육감 선거가 1년 넘게 남아 있는 시기인데 벌써 여러 지역에서 출마 의사를 나타내는 움직임이 보도되고 있다. 평소에는 잊어버리고 있다가 때가 찾아오면 거론되는 교육부문의 문제들이 있다. 고쳐야 한다고 느끼는 사안을 잊어버린 듯이 묻어두고 있다가, 막상 때가 되면 서둘러도 그 문제를 해결하기에 시간과 관심의 여유가 없어 또 다음으로 미루고야 마는 것들이 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교육감 선거제도이다.

사실상 교육감 선거제도에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교육계의 모두가 알고 있다. 문제의식의 차이는 다소 있겠지만, 어지럽게 얽힌 것이라 감히 제대로 해결을 시도하지를 못하는 것도 있고,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만 실제로는 매우 심각한 것일 수밖에 없는 문제점도 있다. 내년에 치를 선거지만, 지금 크고 근본적인 문제들의 해결을 시도하기에 늦지 않도록 서두는 마음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 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문제의 종류와 심각도가 다양하여 의견의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어렵겠지만, 적어도 다음의 세 가지는 우리 교육을 파국에 몰아넣을 수도 있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임을 인식하여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첫째는 교육감 출마자가 부담해야 하는 가공스러운 "출혈적 비용"이다.

국회의원은 작은 선거구를 대표하면서도 공천을 받은 출마자는 소속 정당의 경비지원을 받을 수 있다. 광역의 지방자치단체장도 마찬가지로 소속 정당의 공천을 받으면 경비와 인력의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교육감의 출마자는 광역의 행정구역에 출마하지만 정치적 중립이라는 원칙 때문에 순전히 자비 혹은 제한적 기부금에 의존해야 한다. 득점률이 저조하면 정부 지원의 혜택은 말할 것도 없고 공탁금의 반환도 포기해야 한다. 교육감 출마자는 엄청난 경비를 정당의 보조 없이 자비로 광역의 자치구에서 선거를 치루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육경력의 요건을 충족시킨 대부분의 교육계 일반인사는 출마시에 개인적 파산을 각오하거나, 상당한 정도의 재력을 가진 예외적 극소수의 인사만이 교육감의 자리에 앉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제도는 분명히 불합리하고 정의롭지 못한 제도이다.

둘째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사실상 의미가 없는 상태에 있다.

교육감 출마의 요건으로 교육경력 3년 이상, 후보자 등록일을 기준하여 과거 1년간 정당 당원이 아닌 자라야만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것으로써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준수된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우스꽝스러운 말에 속한다. 사실상 우리의 정치구도는 보수와 진보(혹은 우파와 좌파)로 정치적 진영이 나누어져 있고, 교원들도, 물론 전부는 아니라고 해도, 노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적지 않은 수가 보수와 진보의 성향으로 대결하는 상태에 있다. 물론 중도에 속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중도의 개념도 정파적 중도이지 "초정파적 마음의 상태"에 있다는 것은 아니다. 언론에서도 우파 교육감, 좌파 교육감이라는 식으로 분류가 가능한 상태이다. 그래서 세력에 따라서 후보의 단일화를 성립시키려는 전략적 노력이 진행되고, 성공하지 못하면 그 진영은 선거에서 실패하는 것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풍토가 엄연히 존재하는 데 정치적 중립을 운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의 교육은 자칫 정치적 노선의 대결로 인하여 정책의 일관성을 잃고 결과적으로 정치적 힘의 영향으로 인하여 교육의 발전이 저지당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립과 갈등으로 인하여 교육 자체가 황폐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세째는 투표하는 국민들의 무관심이다.

교육감 선거가 자체적 단독으로 진행되면 투표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저조함을 보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선거에 함께 진행되면 그나마 투표율은 다소 높아지지만, 문제는 교육감에 대한 관심과 참여의식에 의한 투표율이 아니라는데 있다. 정당에 따라 정해진 지방자치단체의 후보 번호에 맞추어 투표하는 경우의 비율이 매우 높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육감 후보에 대한 투표가 인물에 따른 지지표가 아니라, 정당 지지 혹는 정당 후보와의 우연적 일치로 인하여 획득한(흔히 '롯도식'이라고도 하는) 득표라는 통계적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문제가 있다. 부정확하고 타당성을 잃은 선거결과를 가져 온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후보자의 기호 순서를 정당에 연상되지 못하도록 보완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선거의 의미를 훼손케 할 수도 있다.

교육감 선거에 관련된 문제가 물론 이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현재의 정부와 교육계 안팎의 분위기로는, 개선을 위한 규칙 자체도 내년 선거 이전에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하여 우리 교육계, 특히 교육부를 비롯한 중앙정부의 관련부서, 시·도 교육청, 교육관련 학술단체, 각종 이해집단 등이 늦기 전에 관심을 모아 문제의 해결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