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개정 정규 교과서에 ‘노동교육’ 포함 주장
진보 시민단체, “반기업 투쟁 준비하는 학생 조직원 양성 준비”
서울시교육청, 지난 1월 ‘국가교육과정’에 노동교육 반영 제안
교총,학교 현장의 정치화 경계…“편향적 이념교육 우려”
보수 시민단체, “민주노총, 전교조가 학교를 분쟁과 투쟁의 장으로 만들어"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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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동조합, 진보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 등이 학교 정규수업 과정에 '노동교육'을 의무화해야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의무교육 대상자인 학생을 상대로 한 '노동인권교육' 시책을 책임 있게 시행하라는 목소리다.

앞서 1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포함한 162 개의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학교부터 노동 교육 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의 권익과 노동조합의 역할 등에 관한 교육을 학교 정규 수업에 포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자리에서 “이제는 학교에서 정규수업과 정규 교과서에서 노동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갖추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내년 개정되는 국가교육과정에 노동교육을 필수로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 시민사회단체들은 “학교 정규수업 교과서에 노동교육의 내용을 담아 노동인권 감수성을 높이고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알려 노동존중 사회의 초석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초•중등 학생들에게 헌법에 명시된 노동삼권을 실현하는 유일한 조직이 노동조합임을 제대로 알려줘야, 이들이 장차 노동자가 됐을 때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사라지고 노조에 쉽게 가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노동교육 의무화 주장의 이유를 설명했다.

노조 입장에서 청소년들은 가까운 미래의 새로운 조합원으로서 의미가 있고, 이들에 대한 교육은 넓게 보면 노조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에 기여한다고 조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교육 정책 전문가는 “노동인권교육의 중심은 학교 교육이 돼야 하고, 시민교육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노동친화적인 분위기와 관련해 중요한 함의를 갖고 있는 나라인 독일, 영국, 스웨덴, 프랑스 네 나라가 이미 다양한 각도에서 노동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를 우리나라 학교에서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효과적인 노동인권교육이 방안이 될 것"이고  "다만, 이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교육과정으로 잘 녹여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희연, '노동교육' 반영 방안 공식 제안


한편 이 같은 요구는 사실상 실효성 있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급진적 진보 교육정책 실현을 이끌고 있는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이 지난 1월 국가교육과정에 노동교육 반영 방안을 공식적으로 제안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앞서 이른바 ‘성 인권교육’과 ‘노동 인권교육’의 강화를 위해, 서울 시내 초·중·고교에 정치적, 사회적 현안에 관한 각종 연구 등을 장려한 바 있다.

나아가 서울시교육청은 이러한 ‘인권교육’을 학생뿐 아니라 교직원, 학부모들까지 의무화하고 유치원 (만 3세) 아동들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까지 내놓은 상황이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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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교육’에 대한 회의적 시각들… “정치 편향 교육은 지양돼야”


허나 노동교육 의무화 주장을 두고 학교 현장에서의 노동교육 실시가 명백한 ‘정치 편향 교육이라는 경계의 시선도 존재한다.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할 공교육 현장이 특정 집단의 정치•이념으로 얼룩진 교육장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는 “학생들에게 노조의 역할을 가르치겠다는 것은 특정 단체를 홍보하면서 학교를 정치화 시키겠다는 발상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또한“ 이같은 요구를 한 이들이 먼저 노동자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선 교사들 역시 노동교육에 대한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교사 A 씨(30년 차)는 “노동 관련 문제나 이슈 등은 주로 민감한 주제와 맞닿아 있어 (학교)현장에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노동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노동교육에 대한 교사 개인의 사상,편견이 완전히 배제될 수 없기에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

현장의 교육 여건상 노동교육을 올바르게 지도할 교사의 역량 부재와 잠재적 교육과정의 벽이 높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교총 관계자 역시 학교를 정치화하는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는 “노동이나 노동자의 가치는 신성하고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과연 노동자만을 위한 나라인가? 학교는 서로 편을 갈라치는 ‘전투장’을 학습하는 곳이 아닌, 학업과 인격을 배우는 장소”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노동교육을 빌미로 학교 현장을 정치화하여 편향된 세력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는 바르지 못하다”며 진정성 있는 성찰을 촉구했다.

국민노조는 19일 ‘학교와 학생’, 민주노총·전교조의 소굴에서 구합시다!‘라는 성명서를 내고, 이 같은 발상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학생인권’의 이름으로 학교를 분쟁과 투쟁의 장으로 만든 장본인이 바로 민주노총, 전교조”라고 지적했다.

국민노조 관계자는 “노동교육’은 학교와 학생을 정치적으로 장악, 그들만의 일자리와 조합원 확충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일침했다. 결국 "노동인권교육은 명분이고 실제로는 민주노총 학생 조직원 양성, 반기업 투쟁을 준비하는 학생 조직원 양성, 사회주의 이념을 추구하는 조직원 양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2022년 개정 국가교육과정에 노동인권교육이 절대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교육이 민주노총, 전교조의 도구로 이용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 단체도 노동교육에 각을 세웠다. 이들은 “정치 세력을 뒷배에 두고 정치판을 좌지우지하는 ‘귀족 노조 및 정치 노조’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에 대한 성찰과 숙고가 선행되야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동교육이 헌법상 교육의 중립성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며, “‘노동인권교육’ 역시 “보편적 인권이 아닌 노동자 인권을 교육해 학교현장에서 사용자(자본가)에게 적대감을 갖게 하고 사용자를 노동관계법을 위반한 악덕 사업주로 가르치는 계급투쟁 이론이 교육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결과의 평등에 심취해, 보편적 가치와 정의 위에 군림해선 안 돼"


노동교육은 결과의 평등에 심취해 보편적 가치와 정의 위에 군림하거나 이를 짓밟는 모순을 보여선 안 되며, 민주사회 구성원인 시민이 생산자로서, 노동자로서, 소비자로서 노동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태도를 취하며 관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폭넓은 시각과 안목에 초점을 둔 교육이어야 한다. 

따라서 학교 현장에서의 노동교육은 교사의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닌, 교사와 학생의 끊임없는 인격적 상호작용을 전제로 한 대화와 타협의 ‘문제제기식 교육’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허나 사상과 의식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에게 혼란과 갈등의 여지가 첨예하게 존재하는 우리나라 노동교육의 현실을 이같은 방식으로 섣불리 지도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으로 바람직한가도 깊이 있게 고민해 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