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과 부산교대, 통합안의 기대와 우려

-- 민주적 해결의 교과서적 모범이 되기를 기대한다--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른 여파

지난 4월 19일에 부산교육대학교(총장 오세복)와 부산대학교(총장 차정인)가 학교 통합을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우리나라 교육의 제도 부문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하나의 중요한 움직임에 속한다. 통합을 거론한 직접적인 동기는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른 교원양성체제의 효율성을 문제로 삼은 데에 연유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교원양성체제 자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각급학교의 구조와 운영의 형태에 여러 가지로 새로운 변화를 요청할 징후이기도 하다. 그중의 하나가 부산지역에서 구체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국가는 종합적인 시각에서 미래의 문제들을 예상하고 이에 대응하는 방안을 구상해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문제의식은 직접적으로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에 기인하지만, 초등과 중등의 교원양성은 운영상의 효율성 문제뿐만 아니라, 교원의 전문성을 충족시키는 요건에 관해서도 오랜 숙제를 안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들면, 초등교원은 교육대학교라는 자족적인 전문기관에서 양성됨으로써 “사관학교”와 같이 고등교육의 일반과는 분리된 하나의 섬처럼 고립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풍토 속에서 수련한 교사는 자칫 개방적이고 다양한 사고에 적응하는 데 불리할 수도 있다. 그리고 중등교원은 대개 종합대학교의 한 단과대학에서 양성되지만 담당교과에 관련된 학문적 전문성과 교사로서의 교직적 전문성, 양자의 효율적 균형을 유지하기가 사실상 용이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현실적으로 중등교원들의 양성과정은 초등교원의 경우처럼 잘 짜여진 것이 못되는 경우가 많고 방만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교원양성기관의 발달과정을 보면, 초등교원의 경우에는 본래 중등 후기인 고등학교(사범학교)에서 양성을 시작하던 것이, 교직 전문성의 고도화를 위하여 초기 고등교육인 전문대학(2년제)으로 상향 조정되는 단계를 거쳐서, 오늘의 전문화된 고등 교육기관(4년제)으로 승격하여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지역별로 존재하던 기존의 교육대학들 중에는 초등교원의 수요에 대응하는 국가적 조정으로 인하여 일반대학으로 전환된 경우도 적지 않게 있다. 본래의 전문성을 유지하던 교육대학들은 다학문적인 수평적 종합대학교가 아니라, 대학원 과정을 설치하는 등의 전문성 신장을 위한 수직적 종합대학교로 연장되었다. 이러한 구조와 역사는 균형있는 교원양성의 과정에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대로가 경직되어 변화에 적응하기가 어려운 타성을 보이기도 한다.

부산교육대학의 경우에 1946년에 부산사범학교로 시작하였으나, 1955년에 중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부산사범(초급)대학으로 전환하였다. 그러나 다시 1961년에 초등교사를 위한 신제도의 부산사범대학(초급)이 출범하면서 1962년에는 잠시 부산대학교에 병설된 교육대학으로 존치된 바가 있고, 1963년에 부산교육대학으로 분리되었다. 그후 1981년에 4년제 교육대학으로 승격하였으며, 1993년에 부산교육대학교(종합대학)로 확장되었다. 부산교육대학교는 자체의 발전과정에서 보면 부산대학교와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존립상 연고가 있었으며, 현재의 부산대학교 사범대학은 초기의 부산사범학교의 승격형이라고 할 수 있는 부산사범대학(초급)도 흡수(혹은 대치)해 버린 셈이다. 이러한 두 학교가 지금에 와서 다시 통합의 여부를 두고 얼굴을 맞대고 있는 셈이다.

몇 가지의 가능한 방안

부산대와 부산교대의 통폐합은 몇가지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로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인하여 교육제도의 구조와 운영에 심각한 변화를 요청한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둘째로 지금까지의 교원양성제도의 이원적 구조(초등교육과 중등교육)와 “사관학교식” 초등교원 양성의 제도가 교사양성의 효율성을 높이기에 최선의 적절성을 지닌 것인가를 재검토해 보는 계기가 된다. 셋째로 교육제도나 정책의 변화를 시도할 때 관련조직 혹은 이해집단의 충돌 혹은 갈등을 민주적 방법으로 해결하는 풍토의 조성을 위하여 교육계, 특히 고등교육 부문에서 그 역량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인가를 관심거리로 삼는다.

먼저, 학령인구의 감소 추세에 따른 부산대학과 부산교대의 통폐합 움직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면, 우리는 인구학적 현상에 따른 효율성을 고려하면서 교육제도적 관점에서 대안을 검토해 볼 필요는 있다. 만약 교육대학 측에서 역점을 두는 바와 같이 초등학교의 전인적 교육과 중등학교의 교과중심적 교육이라는 전문성의 차이가 타당한 것이라면, 대안적 모형으로 검토해 볼 수 있는 것은 경인교육대학교와 같은 유형을 생각해 볼 만도 하다. 경기도와 인천지역의 초등교원양성을 통합하여 전담하는 체제를 참고해 볼 만도 하다. 경인교육대학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평가는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통폐합으로 인하여 우려되는 결과인 전인교육의 훼손은 그 의미를 좀더 개방적으로 분석하여 새로운 이해방식으로 접근해 볼 필요도 있다. 전인교육은 매우 개방적 의미를 지니는 개념이다. 동서양 교육의 오랜 전통 속에서 대개 지(知), 덕(德), 체(體)의 조화적 발달의 의미로 이해하기도 한다. 어떻든 간에, 그 개념이야 말로 초등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론적으나 실천적으로나 전문성을 보여야 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전인적 교육에 대한 이해방식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통폐합의 여부를 두고 주장을 펴는 데는 큰 소리를 이용한 외침이 아니라, 여러 다양한 방안에 대한 창의적 발상과 이론적 설득력이 필요하다. 전인교육의 전인(全人)은 획일적 인간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좀더 개방적인 종합대학의 학문적 환경 속에서 그 해답을 찾아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대안의 하나로 이런 체제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종합대학에 통합될 경우에 종래의 사범대학형 경직성을 벗어나서 (예컨대, "교육과학대학"이라고 명명하든지) 교육관련 다양한 프로그램을 균형있게 통합하여 서로 교류하고 공유하는 넓이와 깊이를 확충하는 방법이다. 전공과 부전공, 혹은 복수전공의 제도를 과감하게 개방하여 교사가 학교의 규모에 따라서 담당 교과의 폭을 신축성 있게 적응하게 하면 수요에 따라서 초등과 중등의 벽을 넘어 근무하는 길을 열 수도 있다. 그밖에도 종합대학에서는 방만할 수도 있지만 다양성의 폭을 넓히기도 한다.

충분한 토론을 진지하게 시도해 보지 않은 지금의 순간에서는, 어떤 방안도 최선의 것이라고 단언할 수가 없다. 단지 고함소리나 묵비의 태도만 있을 뿐이다. 우리가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부산교대와 부산대학의 통폐합 여부는 단지 두 학교의 문제만은 아니다. 유사한 상황에 있는 학교들이 유사한 문제로써 뒤이어 등장할 수 있다. 두 학교의 구성원들과 관계자들은 해결의 결과도 그렇지만 그 과정과 절차의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성과를 함께 거두기를 바란다.

교육, 특히 적어도 고등교육의 수준에서 구체적으로 노출된 교육제도상의 문제가 부각되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흔히 정치적 판국에서나 평상적 상황에서 볼 수 있는 혼란스러운 현장보다는 효율적일 수 있고 합리적이며 민주적인 절차와 분위기를 흔들지 않는 진지함과 책임감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대중적 분위기 속에 들면 질서 있는 주장보다는 우선 외치기만 하는 충동이 있다. 그러므로, 문제해결의 최종적 수준 혹은 결정을 마무리해야 하는 책임자들은 “민주적 결정”을 위하여 인내를 다하도록 촉구해 본다. 이 기회에, 오늘같이 정치적-도덕적 혼란과 난맥상을 보이는 판국에서 교육인들의 세계에서만이라도 민주주의가 어떤 것인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를 남겨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