巢 窟
*새집 소(巛-11, 2급) 
*굴 굴(穴-13, 2급)

국어사전에서 ‘나쁜 짓을 하는 도둑이나 악한 따위의 무리가 활동의 본거지로 삼고 있는 곳’이라고 정의한 ‘소굴’은 겉음만 알아봤자 헛일이다. 속뜻을 알아야 이해가 잘되고 기억이 잘된다. 오늘은 ‘巢窟’이란 두 글자를 샅샅이 뜯어본다. 


자는 ‘새집’을 뜻하기 위하여 나무[木] 위에 지어진 새집 모양을 본뜬 것이었다. ‘巛’(川)과 ‘果’로 잘못 변화된 것이니, 그 둘로 나누어 봐서는 바른 풀이를 얻을 수 없다.

자는 깊고 넓은 구멍, 즉 ‘동굴’(a cavern; a cave)을 뜻하기 위한 것이었으니 ‘구멍 혈’(穴)이 의미요소로 쓰였고, 屈(굽을 굴)은 발음요소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곳’을 이르기도 하는데, 주로 나쁜 의미로 많이 쓰인다.

巢窟은 ‘새가 사는 집[巢]과 짐승이 들끓는 굴[窟]’이 속뜻이기에 맨 앞에서 본 그런 뜻으로도 쓰이게 됐다. 그런데 자그마한 일에 연연해하다가 큰일을 그르치는 일이 없어야겠다. ‘회남자’에 이런 명언이 있다. 비유적인 의미를 잘 음미해 보면 재미가 생긴다.  


 

“사슴을 잡으려는 사람은 
 토끼를 돌아보지 않는다.”

 逐鹿者不顧兎

                - ‘淮南子’

 

● 글쓴이: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속뜻사전>(앱&종이) 편저,
   <선생님 한자책> 저자,
   논어&금강경 국역,
   박자 시각화 장치 발명.

▶[첨언] 
  한자는 쏙 빼고 한글만 
  가르치면 된다고
  판단한 교육 당국의 착각 때문에   
  우리나라 학생들이 읽기는 잘해도 
  속뜻을 몰라 고통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