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시간? 조국의 기세도명(欺世盜名)을 말함인가"
"반칙이 정의를 누르고, 반역이 희생으로 둔갑해서야"
"집권세력에 의한 역사왜곡은 용서받을 수 없는 국가폭력"

부산대 김성진(전 인문대학장, 현 정교모 공동대표)교수.
부산대 김성진(전 인문대학장, 현 정교모 공동대표)교수.

[에듀인뉴스= 황윤서 기자]

 

'권력'에 의한 역사왜곡 또한 국가폭력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조국의 시간’이라는 책을 냈다. 조국이 자연인으로서의 조국인지 마땅히 대한민국이 되어야 할 조국인지도 애매한데다 ‘어떠한’이 빠져있으니, 참으로 기묘한 작명이다. 하지만 그 내용이 어떠하든, 나에게 그 책은 어차피 <조국의 ‘기세도명(欺世盜名:세상을 속이고 이름을 훔침)의 시간>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조국'의 시간? 조국의 기세도명(欺世盜名)의 시간’을 말함인가.

하지만 나는 그 책을 읽을 생각이 없다. 과일을 먹어야만 그 과일이 상한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그러하듯 불량 과일과 야채를 신선하게 보이기 위해 염색하기까지 하는 세상이기는 하지만, 굳이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더라도 과일의 부패 여부 정도는 알 수 있는 법이다. 그런데 모 국회의원이 “보통 사람들이라면 부끄러워 고개를 처박을 일을 들켜놓고도 쉼 없이 표현되는 그의 자기애는 정말 놀랍다.”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아, 이 책은 아마도 자기변명과 시대착오적인 오만과 편견으로 혹세무민하는 내용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세기 최악의 학살극을 들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개 히틀러의 나치에 의한 홀로코스트와 문화대혁명 당시 모택동 홍위병들이 벌인 난동을 거론한다. 홀로코스트를 자행한 히틀러의 나치는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의 약칭이고 조국이 연루된 사노맹은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의 약칭이다. 나치는 미증유의 대학살을 자행했고, 사노맹은 대한민국 헌정체제를 부인하는 반국가단체로 판결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조국은 사노맹의 활동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사회주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홍위병들은 “숙식 걱정하지 말라. 정부가 다 대준다.”는 모택동의 말대로 국가재정의 지원을 받아가며 전통과 관습을 철저하게 파괴했고, 이른바 조국수호대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허물고 있다. 

조국은 그의 책에서 “아직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말한 모양인데, 여권이 대선을 앞두고 강행하려 하고 있는 주민자치기본법과 차별금지법, 그리고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과 국가보안법폐지법안 등의 퍼즐을 맞추면 조국이 말하는 꺼지지 않은 불씨에 담긴 뜻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남한을 독일국가로 바꾸면 사노맹이 나치가 되고, 홍위병의 맹목적 충성은 이른바 ‘대깨문’과 ‘조국수호대’의 행태와 오버랩된다. 조국이 그의 아내 정경심과 나란히 법정에 서게 되는 상황에서 ‘조국의 시간’을 펴낸 것으로 보아, 그가 아직도 히틀러의 유겐트나 모택동의 홍위병과 같은 극단적 전체주의의 악령에 씐 좀비집단에 의한 난동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반칙이 정의를 누르고, 반역이 희생으로 둔갑해서야"

조국은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써내려가는 심정’이라고 쓴 모양이다. 재판을 받기도 전에 하루아침에 중졸이 되었던 정유라와 달리, 조국의 딸 조민은 ‘대법원 판결’이라는 방패 뒤에서 입학취소 결정이 미루어진 채 여전히 의사 자격으로 인턴을 하고 있다. 그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은 여전히 열린우리당대표와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최강욱은 자신을 수사하고 기소한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의 법률안을 올 상반기에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조국의 장관직사퇴에 영향을 미친 윤석렬은 검찰총장에서 물러났고, 조국의 수사를 지휘했던 한동훈은 수사권 없는 한직만을 맴돌고 있다. 반면에 한동훈을 독직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은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한 후 차장검사의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더구나 폭행 피의자인 박범계법무부장관은 최근의 검찰인사를 통해 김학의불법출금사건에 수사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이성윤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발령했다.

이것이 검찰개혁이라면, 그 개는 개(改)가 아닌 개(=犬)일 터이고 혁은 혁신(革新)의 혁이 아닌 가죽의 혁일 터이다. 요컨대 조국은 여전히 권력자인 것이고, 그가 추구했던 검찰개혁이란 검찰에게 개가죽을 덮어씌워 정권의 충견(忠犬)을 만들려는 간계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그야말로 반칙이 정의를 짓밟고 범죄자가 회전의자에 앉아 재판관에게 호령하는 꼴이다.

제주4.3사태와 관련된 사실왜곡은 더욱 심각하다.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전몰장병들의 충혼을 기리는 현충일 기념식에서 6.25남침의 특급전범인 김원봉을 국군창설의 뿌리라고 말하는가 하면, 대한민국의 건국을 방해하고 경찰과 공무원, 양민 등을 학살하고 약탈과 방화를 일삼은 남로당의 반역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제주4.3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야말로 반역이 희생으로 둔갑하고 있는 것이다. 

"집권세력에 의한 역사왜곡은 용서받을 수 없는 국가폭력"

지난 4월 3일 대통령 문재인은 남로당 인민위원회가 주도한 무장폭동을 진압한 군경을 ‘국가폭력’을 행사한 가해자로 매도하였다. 제주4.3사태는 남로당 제주도당위원장인 김달삼이 350명의 무장폭도를 이끌고 1948년 4월 3일 새벽 2시부터 제주도 12개 지서를 일제히 습격하여 경찰, 공무원, 그 가족 등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면서 시작된 폭동이었다. 4.3사태의 주동자들은 선량한 제주시민을 선동하여 대한민국에는 선전포고 및 살상, 방화, 약탈을 자행하며 인공기 게양, ‘김일성 만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만세!’를 외쳤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 반란주동자들은 게릴라전을 펼치면서 양민을 방패막이로 삼았기 때문에, 폭동 진압과정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양민들도 있을 것이다. 남로당은 제주도당은 산하에 제주인민해방군이라는 군사조직을 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48년 10월 24일에는 2대사령관 이덕구가 대한민국을 향해 선전포고를 하기도 하였다. 이는 4.3사태가 남로당 극좌파에 의해 자행된 폭동이자 반란이었음을 분명하게 밝혀주는 분명한 사실이다. 

이와 같은 남로당의 반역행위와 양민학살에 대한 진실규명 없이 미군정과 대한민국 군경의 진압작전에만 책임을 묻고 국가폭력 운운하는 것은 권력에 의한 역사왜곡인 동시에 진실의 은폐이다.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국가폭력이다. 

제주4.3사건의 처리를 위해 제주비행장에 내린 딘소장과 미군정수뇌부. 사진=미국립문서기록관리청 소장
제주4.3사건의 처리를 위해 제주비행장에 내린 딘소장과 미군정수뇌부. 사진=미국립문서기록관리청 소장

 


◇ 김성진 교수는?

⊙부산대 국어국문학과 학• 석•박사(문학박사)
⊙전 부산대 인문대학장
⊙2018년 부산시교육감 범보수단일후보

⊙사회정의를바라는전국교수모임(정교모)공동대표
⊙ 1984년 부산 금성고 교사로 시작으로 부산여상, 덕문여고 교사를 거쳐 1992년부터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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