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1급 비서관 임명 논란... '박탈감닷컴' 사이트 등장
개설자 고려대 재학생 "화나서 만들었다. 청와대에 "공정 이야기 역겹다…‘해임’ 촉구"
“일천한 경력 및 별다른 구직 활동 없이...페미만 외치다가 청와대 1급 돼”
2021년, 7급 공무원... 최종 경쟁률 47.8대1
이철희, “ 불공정 논란... 전혀 납득이 안 돼”
‘과유불급’... “ ‘청년이 원하지 않아’...강력한 역풍 된 박성민”

 

박성민 1급 비서관 모습. 사진 연합뉴스.
박성민 1급 비서관 모습. 사진 연합뉴스.

[에듀인뉴스=황윤서 기자]

“수험생들은 9급 공무원이 되려고 하루 10시간씩 공부를 하는데, 일천한 경력과 스펙으로 9급도 아닌 1급 공무원이 된 불사신이 탄생했다. 청년들은 지금 큰 박탈감을 느낀다. 공정이라는 말을 더 하지 말라... 박 비서관이 그 자리에 계속 있는다면 행동에 나서겠다.”

최근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취업문이 더욱 좁아진 상황에서 청와대 박성민(25,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 비서관1급 임용 사태가 청년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을 안겼다는 성난 민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불공정 실태의 끝판왕’으로 불리며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조국 전 장관 딸 조민(31) 입시비리 및 인천국제공항(인국공) 정규직 전환 사태에서도, 상대적으로 잠잠한 행보를 보인 청년들의 이 같은 목소리는 정부의 거듭된 ‘불공정 인재영입 쇼’가 그 임계치를 넘었다는 경고이자 신호로 풀이된다.


사진 '박탈감닷컴' 홈페이지 화면 캡쳐.
사진 '박탈감닷컴' 홈페이지 화면 캡쳐.

 

박 비서관 임용 사태가 불거진 직후 ‘박탈감닷컴(박탈감.com)’이라는 온라인 싸이트를 개설‧운영 중인 고려대 재학생 A 씨는, 지난 21일 민주당에서 공개선발한 전 청년대변인 박 비서관이 최근 1급 공무원 보직인 청와대 청년비서관에 임용된 것을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A 씨는  “어느 정당에도 가입한 적 없고, 박성민 씨와 같은 고대 재학생”이라면서 “화가 나서 (박탈감닷컴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언론에 알려진 대로 박성민 비서관이 과거 정당활동 외, 별다른 취업 활동이나 스펙도 없이 공무원의 끝판왕인 1급에 채용됐다.박 비서관이 청년의 힘듦을 대변할 자격이나 권리가 있냐”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A 씨는 청와대 측을 향해 "청년들은 지금 큰 박탈감을 느낀다. 공정이라는 말 더 이상 하지 마시라.역겹다"고 말하는 한편, 민주당 의원에게는 "청년들은 바보가 아니다. 보호할수록 더욱 분노를 느낀다"고   주장했다.

또한 A 씨는  "제안을 수락한 당신(박 비서관)도 공범이다. 당신으로 인해 청년들이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걸 몰랐다면 이미 자격이 없다"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자진해서 내려온다면 그나마 남은 명예라도 지킬 수 있을 것이다"고 사퇴를 요구했다.


노량진 공무원 학원가에서 수험생들이 컵밥을 먹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노량진 공무원 학원가에서 수험생들이 컵밥을 먹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A 씨의 성토처럼, 공직사회에서 차관보 급에 준하는 1급은, 행정고시 합격한 5급 공직자가 30년이 지나도 올라가기 힘든 자리이자, 아울러 올라가기는커녕 중도 정년퇴직한 사람들이 부지기수인 것으로 전해지는 이른 바 신(神)의 직급으로 불린다.

자신을 공직 취준생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공무원 원룸 고시원에 살면서 편의점 도시락이나 고시촌 컵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시험 준비하느라 우울하게 지내는 수많은 청년 공시족들이 느닷없이 청와대 1급 비서관에 낙점된 25세 청년에게 위안 얻기는커녕 자괴감과 박탈감만 갖게 됐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한편, 인사혁신처가 지난달 24∼27일 국가공무원 7급 공채시험 응시원서를 접수한 결과 지난해 46대 1보다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주로 청년층 응시자가 다수인 7, 9급 공무원 올해 공채에서, 총 815명을 뽑는 7급 채용에 몰린 지원자는 3만8947명이었으며, 최종 경쟁률은 47.8대1로 집계됐다.

아울러 2만3000명을 뽑는 지방공무원 9급 공채에도 23만명 넘게 몰려, 낙방자 수만 하더라도 20만명에 육박하는 셈이다.

논란의 당사자인 박 비서관은 지난달 23일 청와대에 출근해 업무를 시작했으며, 자신을 둘러싼 지적에 대해, “성과로 보여드리겠다”고 언급했다.


사진 '박 비서관의 해임 촉구' 국민청원.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화면 캡쳐.
사진 '박 비서관의 해임 촉구' 국민청원.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화면 캡쳐.

○ 박 비서관, “ 페미만 외치다가... ‘청와대 1급’ 된 것”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운영위원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한 박 비서관은, 해당 직급에 어울리지 않는 일천한 경력과 스펙을 소유했다는 이유로 각계로부터 비난 여론 뭇매를 맞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25일 밤 CBS라디오에 출연해 박 비서관 발탁이 "9급 공무원부터 시작하는 많은 청년들 또는 공무원, 아니면 공개 채용 기회도 못 갖는 청년들이 볼 때는 저건 벼락출세"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 지사는 "청년비서관을 끌어올렸을 때 청년들을 위한 진정한 정책 전환과 반성의 의미도 있지 않나 싶어서 그 자체를 시비걸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만약 그에 걸맞는 실천과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이것은 ‘탁현민식 쇼(집권 여당이 청년들의 시선을 돌리려는)’로 일관했던 문재인 정부가 청년정책까지도 쇼로 끝났다는 면에서 어마어마한 역풍을 낳을 것"이라고 강도 높은 목소리를 냈다.

김진태 국민의힘 춘천시 당원협의회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청와대가 1급 청년비서관에 25세 대학생을 임명하자 청년들이 해임요구 청와대청원을 하고 ‘박탈감닷컴’이란 인터넷 싸이트까지 만들었다”며 “청년이 원하지 않는 청년비서관이 돼버린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페미만 외치다가 청와대 1급 되는 게 과연 상식과 순리인가. 청와대는 그 좋아하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했는지 국민의힘처럼 토론배틀로 했는지 선발방식부터 밝혀라”고 주장했다.

교육봉사 동아리 ‘공부의신’으로 유명한 유튜버 강성태 씨는 자신의 채널에서 “제가 (그동안 공무원시험 수강생들에게) 하루 10시간씩 공부할 거 아니면 때려치우라고 했었죠. 그래서 수강생분들이 정말 9급 공무원 되려고 하루 10시간씩 공부한다”라며 “그런데 9급도 아니고 1급을 25살에 되신 분이 탄생하셨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행정고시에 합격한 ‘공신’도 그 무시무시한 시험 합격하면 5급이고, (최소) 25년 이상 일하고 운 좋으면 1급 되는 건데 무려 25살에 1급이 되셨다”면서 “이게 경기도지사나 군단장과 같은 급”이라고 설명했다.

강 씨는 또 “(청와대 1급 비서관 채용에) 서류전형이 있었다면 어떻게 통과했는지, 면접은 어떻게 치렀는지, 어떤 경로로 경쟁율은 또 얼마나 치열했는지, 슬럼프는 또 어떻게 극복했는지 방법만 알 수 있다면 정말 하루 18시간씩이라도 (그 방법대로) 하겠다고, 꼭 좀 모셔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 비서관 사태에 대한 청년들의 평가 역시 냉혹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박 비서관이 구직 활동을 제대로 해본 경험이 없다는 것과 정책과 관련된 전문성도 검증되지 않은 대학생이 청년 문제를 대변하는 1급 공무원 자리에 올랐다는 점, 그리고 5급 공무원을 선발하는 행정고시를 치를 경우에는 대개 3년 이상 수험 생활을 하고, 합격한 이후에도 1급까지 승진하기 위해서는 25~30년을 근무해야 한다는 점을 내세우며 박 비서관 1급 임용에 대한 날을 세웠다.

일각에선 박 비서관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사이트까지 화제가 됐다. 이에 늑장 수습에 나선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모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박 비서관이 다른 사람의 자리를 뺏은 게 아니라 총리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와 청와대를 연결하는 창구로서 한시적으로 쓰인다”고 해명했다.

이 수석은 “청년비서관직에 청년을 기용해서 청년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소통의 창구로 삼겠다는 일종의 당사자주의인데 그걸 왜 불공정하다고 하는지 아무리 되돌아봐도 납득이 안 된다”고 반문했다.


공무원 임용시험 현장 모습. 사진 연합뉴스.
공무원 임용시험 현장 모습. 사진 연합뉴스.

○ ‘과유불급’... 강력한 역풍 된 박성민, “작전명 ‘이준석 맞불 인선’은 결국 실패?”

최연소 민주당 지도부에 이어 최연소 청와대 비서관이라는 기록을 갖게 된 박 비서관은 정치권에선 30대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선출에 청와대와 여권이 맞대응한 인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박 비서관이 해당 직급에 어울리지 않는 경력의 소유자라는 점과 이준석(36, 국민의힘 당대표) 돌풍 현상 뒤의 이슈를 다시 주목시키기 위한 민주당의 정치 공작 프레임으로 해석되면서, 정부와 여권을 향한 청년들의 배신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아울러 청와대의 박 비서관 인선이 청년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긴 것에 따른 해임 및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사이트까지 개설되는 등 갈수록 논란이 가중되고 있어, 박 비서관이 해당 직급의 무게를 스스로 끝내 감당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