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교원 72.3%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반대"

교총, '졸속 도입은 교육 질 떨어뜨리고 학생, 지역 간 교육불평등 심화'

교원들, "교사 수급 어려워…특정 과목 쏠림도"

시범선도학교, "학생들..매시간 이동에, 극심한 피로 호소"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에듀인뉴스=황윤서 기자]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앞둔 가운데, 교육계가 '재검토' 카드를 꺼내들며 교육부와의 마찰을 예고 했다.

교육계는 고교학점제 안착과 관련해 현재 교육부가 추진 중인 선도·연구학교 확대가 일선 학교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며, 교사 증원 등 교사업무 경감 없이 '밀어부치기식'으로 진행 중인 고교학점제도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사진 교육부.
사진 교육부.

교총, "교육의 질 저하되고, 교육격차 더 심화될 것"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2일 오전 ‘고교학점제에 대한 고교 교원 2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총 설문에 따르면 고등학교 교원의 72.3%가 2025년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하는 것에 반대했다.

현장 교원들이 고교학점제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학교현장의 제도 이해 및 제반 여건 미흡(38.5%) △학생 선택·자기주도성 강조의 교육 결과 미담보에 따른 불신(35.3%) 등이며, 이와 더불어 직업계고 교원들 중 45.6%는 △여건 미흡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또한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과목선택이 확대될 경우, ‘교사 수급 불가’가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고등학교 교원의 91.2%가 ‘그렇다’고 답했다.

한편, 교원들은 고교학점제의 특색으로 꼽히는 ‘과목선택형’위주로 고교학점제를 추진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고교학점제가 진로별 교육과정인 ‘과정제시형’, ‘과목선택형’ 중 어떤 교육과정과 연동되는 것이 더 적절하냐"는 질문에 과정제시형(47.7%)을 과목선택형(39.6%)보다 더 우위에 둬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이 밖에도, 과목선택권 강화를 이유로 일반고에 자칫 전문교과를 과도하게 개설하는 것은 직업계고 존립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인식도 제기됐다. 일반고에 과학, 외국어, 국제, 예체능 계열의 교과를 대폭 개설하면 학교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느냐는 물음에 교원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36.8%),'수업 질 담보 한계'(25.7%)라고 답변했다.

교총이 이번에 실시한 설문 조사 대상은 전국 고교 교원 2,206명이며 조사 기간은 2021. 7. 16.(금) ~ 7. 19.(월), 조사방법은 모바일 설문조사로 실시했으며 신뢰도는 95% 신뢰수준에서 ±2.1%이다.

교총 관계자는 "교사 부족과 도농 간 인적‧물적 격차, 입시에 유리하거나 이수가 쉬운 과목 쏠림, 진로보다 흥미 위주 선택, 많은 학생이 선택 과목에 대해 불만족하는 현실 등 각종 문제에 대한 해소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현실"이라며 "준비가 부족한 고교학점제는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교육격차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전면 도입 시기를 2025년으로 못 박고, 과목선택형만 추구하는 방식은 재고해야 한다"고 일갈 했다.

또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결과,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해서는 교사 수급이 관건이고, 8만 8000여명의 교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그런데도 정부와 국회가 추진한 것이라고는 자격 없는 외부 전문가를 한시 기간제교사로 채용하는 법안 뿐"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짐 떠안은 고교교사들..."교사 수급 및 대입제도 개편안 먼저 내놔야"

교육부는 사실상 고교 교원들에게 큰 짐을 떠민 상황이다. 

고교학점제 현실 안착을 위해선 기존 교과 이외에 다양한 전문 교과 교사 투입이 요구되지만, 교육부는 가장 기본 사안인 이 같은 교원 수급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전문성을 갖춘 중등교원 증원 대신, 자격증이 없는 외부 전문가를 교원으로 활용하겠단 방침을 제안했다. 

서울시 소재 고교에 근무 중인 익명의 교원들은 고교학점제 도입 철회가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A교사는  "교사는 줄어드는 현 상황에서 과목만 주구장창 늘어나게 되는 것인데, 한명의 교사가 여러과목을 가르쳐야하는 상황에서 교사 수급과 대입제도 개편이 동반되지 않고서는 고교학점제가 원하는 성과를 결코 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B교사는 "특히,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경우 대입제도가 개편되지 않고 서열화된 상황에서 학점제가 시행된다면 강의내용과 수준이 큰 차이를 보일 것이며, 이 때문에 교육환경과 여건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B교사는 이어 "학생들은 매 시간 선택과목을 찾아 교실을 이동하고 있다"며, "쉬는시간이 줄어 휴식은커녕 또래 친구들과의 정서적 교류 마저 줄어든 듯 해 안타깝다"고 불가피한 교실이동 시스템의 단점을 설명했다.

고교학점제를 현장에서 몸소 실행해야 할 입장인 교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이처럼 높은 이유는, 교육부가 주장하고 있는 고교학점제의 좋은 취지가 그 이론과 달리 현실적으로는 안정적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 교육부.
사진 교육부.

이미 엎질러진 물, "연구 선도학교 지정...계속 확대·추진한다"

교원들이 현장과 괴리된 교육부의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의 재검토를 엄중히 요구하는 상황이지만, 교육부 및 각급 교육청의 입장은 단호하다.

교육부 및 각급 교육청은 지난 2월 이미 공식 발표된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이 4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며,  이에 예비 단계인 연구·선도학교 운영 및 확대를  더는늦출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연구·선도학교 지정으로 고교학점제 도입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들도 미리 예견해 이를 보완할 수 있다"며 연구·선도학교의 도입을 끝내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안착에 있어 교원 증원의 불가피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행법 상, 정년이 보장된 정규직 교원을 마냥 늘릴 수는 없는 만큼,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앞서 외부 전문가를 한시적으로 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인 고교학점제에 대해 현장의 고교 교사 10명 중 7명이 반대한다는 교육계의 앞선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형국에서, 진퇴양난에 빠진 고교학점제 전면 안착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시선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