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봉 고려대 교수

직업세계의 변화는 사회변화와 맞물려 있다. 사회변화를 손쉽게 감지할 수 있는 곳이 서울의 지하철 풍경이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사람들이 과거에는 책이나 신문을 읽었지만, 요즈음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부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아날로그 기술에서 스마트 폰으로 송금까지 가능하게 된 디지털 기술로 첨단 기술화가 진화중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지하철에서 외국인들을 보기 힘들었지만, 요즈음은 흔하게 만날 수 있다. 한국에 일하러 온 외국인들이거나 관광 온 외국인들이다. 단일민족 단일문화 사회에서 다민족 다문화로 글로벌 사회화가 진행중이다.

지하철의 임산부 배려석에 비임산부들이 앉아 있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세계 최저인 대한민국의 출산율을 상징하는 듯하다. 저출산과 더불어 고령화도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 지하철(1∼8호선)의 65세 이상 노인 등 무임 승차비가 3천억 원에 달해 당기 순손실의 85%를 차지한다는 보도(연합뉴스 2016.1.28.)는 대한민국이 장수 노령화하고 있는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의 지하철에서 목격되는 첨단 기술화, 글로벌 사회화, 그리고 장수 노령화의 사회변화 현상이 산업과 비즈니스의 직업세계에 변화를 주는 주요한 세계적인 트렌드임이 세계경제포럼 (World Economic Forum)에 의해 확인되었다.

세계경제포럼이 2016년 1월 18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직업과 스킬의 미래: 제4산업혁명시대의 고용, 스킬과 노동력 전략』을 발표하면서, 산업과 비즈니스의 직업세계에 이미 변화를 주었다고 체감하는 요인들을 제시하였고, 나아가 2015-2017년과 2018-2020 년에 변화를 줄 요인들을 다음과 같이 전망하였다.

직업세계에 이미 변화를 주었다고 체감하는 요인들은 상승하는 지정학적 변동성, 모바일 인터넷 및 클라우드 기술, 컴퓨팅 파워의 발전과 빅 데이터, 공유경제와 동료 간 플랫폼인 크라우드소싱, 신흥시장에서의 중산층 상승, 신흥시장에서의 젊은 인구, 급속한 도시화, 작업환경의 변화와 일처리 방식의 유연화, 기후변화, 그리고 천연 자원 제약과 환경 친화적 경제로의 전환이다.

2015–2017년에 산업과 비즈니스의 직업세계에 변화를 줄 요인들은 새로운 에너지 공급과 기술, 사물 인터넷, 고급 제조업과 3D 인쇄, 장수와 노령화 사회, 개인 정보 보호 윤리 문제에 대한 새로운 소비자 우려, 그리고 여성 포부와 경제력의 상승이다.

2018–2020년에 산업과 비즈니스의 직업세계에 변화를 줄 요인들은 고급 로봇과 자율적 운송,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그리고 고급 재료, 생명 공학과 유전체 학이다.

첨단기술화와 글로벌 사회화, 그리고 장수 노령화가 직업세계 변화를 주도하는 핵심적인 요인들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직업세계도 이 세 가지 사회변화와 더불어 변화하고 있음을 직시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첨단 기술화 사회에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활용하며 다른 사람과 더불어 일하는 휴먼웨어가 필수적인 취업 역량이다. 필자는 1991년 2학기에 서울대학교에서 산업교육론을 가르치면서 휴먼웨어란 용어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시대의 컴퓨터는 하드웨어이고 컴퓨터 프로그램은 소프트웨어이다. 그리고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다룰 수 있는 스킬이 있어야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더불어 일하는 휴먼스킬이 있어야 한다. 이를 총칭하여 휴먼웨어라고 한다.

휴먼웨어를 바르게 활용하려면 바른 직업철학이 필수적이다. 바른 직업철학이 정립되어야 떳떳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다. 필자가 공직에 있을 적에 화성직업훈련교도소를 방문해 교도소장으로부터 수형인들 대부분이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떳떳한 생업이 없었다는 딱한 이야기를 들었다. 맹자의 ‘양혜왕 장구’ 상편에 “무항산(無恒産)이면 무항심(無恒心)”이란 말이 나온다. “만약 백성이 떳떳한 생업이 없으면 그로 인해 떳떳한 마음이 없어진다”라는 뜻이다. 떳떳한 생업이 없으면 떳떳한 마음이 없어져 사회적 일탈로 이어지게 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공통적인 현상이므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직자와 기업가의 공동노력은 물론, 바른 직업철학관 정립을 위한 교육자와 학습자의 줄탁동시(啐啄同時)적 취업준비가 필요하다.

유럽이나 아세안의 역내 국가뿐만 아니라 역외 국가 간의 자유무역협정 확대로 인해 세계가 점점 글로벌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2015년 11월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것에 의하면, 2015년에 고용주의 64%가 국제적 경험이 고용에 중요하다고 답변하였는데 2006년에는 37%에 불과하였다.

고용주의 92%가 횡단 스킬 (transversal skills)을 가진 인재를 찾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횡단 스킬이란 호기심(curiosity), 문제해결기술(problem-solving skills), 관용(tolerance), 그리고 자신감(confidence) 을 총칭한다. 세계경제포럼은 유럽연합(EU) 국가들이 교육 문화적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1987년부터 시작한 EU내 대학교류 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Erasmus)에 학생들이 참여하면 횡단 스킬이 증강된다고 보고 있다. 또한 고용주의 64%가 국제적 경험을 가진 졸업생들에게 보다 더 프로페셔널한 책임이 있는 일이 주어진다고 보았다.

유럽의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모델로 하여 최근 아시아 국가들도 캠퍼스 아시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 덕분에 아시아 대학들 간에도 유럽연합처럼 교수 교류, 학생 교류, 상호학점 인정, 공동학위 프로그램, 공동연구 등 여러 형태의 교류를 하고 있다.

필자도 2015년 여름방학에는 일본 홋카이도에 가서 고려대, 서울대, 중국 북경사범대학, 태국 출라콩곤대, 일본 홋카이도대학 학부생들에게 특강을 하고 왔다. 2016년 1월에는 서울에서 고려대, 일본 도호꾸대학, 중국 남경사범대학, 대만 국립사범대학, 대만 국립정치대학 대학원생들을 가르치면서 그들이 횡단 스킬, 즉 호기심, 문제해결기술, 관용, 그리고 자신감을 키우는지 관찰해보았다.

관찰결과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기본적으로 타문화에 호기심이 있는 학생들이라 캠퍼스 아시아 프로그램에 참여하였고, 팀의 과제해결을 위해서는 관용이 필수적이며, 외국인끼리의 팀 활동을 통해 자신감을 키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이 남들과 다른 노력을 들여 국제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여 횡단 스킬을 기르고 있음을 학생들의 취업준비 관계자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사회에서는 기업이든 정부든 세계 각국을 상대로 하는 직업에 입직하려면 세계 공용어인 영어 의사소통능력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며 직무에 따라 제2외국어와 제3외국어가 필요하다. 거래 상대국의 문화를 이해하는 국제적 경험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고용주의 92%가 찾고 있는 횡단 스킬(transversal skills)을 준비한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가 될 것이다.

장수 노령화 사회에서는 생명공학과 의료복지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지만, 평생직장은 기대할 수 없다. 건강하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다. 장수 노령화 사회를 맞아 취업 준비생은 심신을 튼튼히 하고 자신의 전문성을 개발하여 평생직장 대신에 평생직업 준비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