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희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 서울시교육청 교육복지연구 자문위원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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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을 둘러싼 논쟁 등 교육과 복지정책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가장 확실한 복지는 교육이라는 말이 있다. 특히 출발선부터 공정하고 공평한 교육기회가 부여될 때 우리사회가 부담해야 할 복지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교육과 복지는 다른 개념이 아닌, 같은 맥락에서 현실을 진단하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이에. 에듀인뉴스는 교육과 복지에 관한 담론 형성을 위해 전문가의 견해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세 번째로 김인희 한국교원대학교 교수의 글을 싣는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편집자 주>

우리나라의 경제력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세계 10위권에 들어섰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교육 복지 수준은 과연 어떠할까? 선진 제국에 비해 교육기회의 제한, 교육 부적응, 교육 불충분, 교육 불평등 등 ‘교육소외 수준’은 어느 정도이며, 이의 해소를 위한 국가적 역량 수준, 즉 교육복지를 위한 제도, 정책, 자원, 역량 등은 어떠한지 알아보는 한편으로 교육복지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어떠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지 모색해 보았다.

이 글에서는 OECD의 자료와 국내 정책연구, 학술논문, 언론보도 등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직접, 간접 자료를 통하여 국가 간의 교육복지 수준을 비교하되, 그 비교 대상은 ‘교육소외의 수준’으로 한정하고자 한다.

1. 교육복지의 개념과 범위

교육복지는 1990년대부터 정부 문서에 등장하기 시작하여 2000년대에 본격적으로 정책화 되고 지금은 상당히 보편화된 용어라고 할 수 있는데, 다만 사용자에 따라 그 의미는 조금씩 다른 경우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인희(2011)는 교육복지를 “모든 사람이 소외되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교육기회를 제공받아 유의미한 학습경험을 가짐으로써 자신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개발하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아실현과 함께 좋은 삶의 질을 누리는 것이며, 이는 개인의 기본권인 학습권을 실현하는 동시에 사회통합 및 인적자원개발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결국 교육복지의 과제는 ‘교육소외의 해소’라고 보고 있다. 또한, 김인희(2012)는 교육소외의 유형을 통하여 교육복지의 범위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표 1>과 같다.

 이와 같은 교육복지의 개념을 적용한다면 국가 간 교육복지 수준을 비교한다는 것은 우선 교육소외의 수준을 비교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즉, 교육기회의 제한, 교육 부적응, 교육 불충분, 교육 불평등의 수준을 비교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교육소외의 해소를 위한 국가적 역량 수준의 비교를 생각할 수 있다. 이는 곧 교육복지를 위한 제도, 정책, 자원, 역량 등을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국가 간의 교육복지 수준을 비교한다고 할 때에는 비교 가능한 자료를 얼마나 구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따른다.

이 글에서는 주로 OECD의 자료와 국내 정책연구, 학술논문, 언론보도 등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직접, 간접 자료를 통하여 국가 간 비교를 시도하되, 비교 대상은 앞에 제시된 ‘교육소외의 수준’으로 한정하고자 한다.

2. 교육복지 관련 지표 국제 비교

가. 절대적 교육소외

1) 교육기회 접근

교육기회 접근을 대변하는 대표적 지수라고 할 수 있는 취학률에 있어서 한국은 초등학교, 중등학교에 있어 세계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대학 진학률은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어 양적인 지표로서의 교육기회 접근은 상당히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유아교육에 있어서 3-4세의 유아교육기관 취학률(2010년)은 80.2%에 불과하여 프랑스 100%, 독일 92.4%, 영국 90%, 일본 86.1% 등에 비하여 뒤지고 있다(한국교육개발원, 2012).

2) 교육부적응

학생들의 교육부적응을 살펴볼 수 있는 지표는 다양하다고 볼 수 있는데 우선 기본적으로 학생 연령에 해당하는 아동·청소년의 삶의 만족도와 청소년 자살률을 통해 학생들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볼 수 있으며, 학업중단율과 학교 만족도, 학업에 대한 태도, 교사 효능감 등을 통해 학교생활에의 적응 및 건강성 정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아동·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그림 1]에서 보듯이 60.3%를 기록하여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경쟁적 교육풍토 속의 학업스트레스와 적은 여가시간, 학교폭력, 인터넷 중독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정신적 건강성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서 청소년 자살률을 살펴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평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그림 2].

그러나 문제는 2000~2010년 기간 중 청소년자살 증가율에 있어서 한국이 OECD 국가중 2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그림 3]. 한국 청소년 자살의 가장 주된 원인은 역시 학업, 성적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학교생활과 관련된 지표를 살펴보면, 한국 학생들의 학업중단율은 중등교육의 경우 0.9%로 상당히 낮은 편이며[그림 4], 결석, 지각 등의 비율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학교활동 참여도는 매우 높은 수준이며, 학교 수업시간도 가장 긴 편에 속한다.

반면에, 한국 학생들의 학교 만족도(OECD/PISA 2012)는 65%로, 일본 67.6%, 미국 80.5%, 영국 84.2%, 프랑스 81.5%, 독일 74.1%, 핀란드 73.4%, OECD 평균 78.2% 등에 비해 매우 저조하게 나타나고 있다(OECD, 2012). “학교에 있는 것이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도 한국이 역시 최하위를 기록하였다.

즉, 한국 학생들은 가장 오랜 시간 동안 학교활동에 참여하고 있지만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와 학교생활에서 오는 행복감은 가장 낮은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태도 및 정서를 살펴보면 교육부적응 현상의 일면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수학과목에서의 한국 학생의 학습 특성을 살펴보면 <표 2>와 같다.

한국 학생들은 OECD PISA 결과에 의하면 지난 10여년 간 OECD 국가 중 수학 학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반면에 <표 2>는 한국 학생들의 수학 학습에 대한 심리적 상태는 정적이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다. 학습동기, 자아효능감, 자아개념이 모두 OECD 평균을 밑돌며, 수학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 수학 학습으로부터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교사의 효능감(self-efficacy)은 학생의 교육부적응을 시사하는 간접적인 지표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첫째, 자신이 지도하는 학생의 부적응은 교사의 효능감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점이며, 둘째, 효능감이 낮은 교사가 효과적으로 학생을 지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Lortie(1975)는 교직의 특성에 대하여, 가장 중요한 보상은 심리적 보상이며, 만족감의 주된 원천은 집단적인 성공의 경우 보다 예외적인 한 학생의 성공과 관련된다고 하였으며, Darling-Hammond(1997)는 교사의 효능감은 학생과의 관계설정에서 비롯되며, 학생들의 상태는 교사의 일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하였고, Hargreaves(1994)는 교사들은 자신의 일을 완수하지 못한데서 오는 죄책감(depressive guilt)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교직의 특성을 감안할 때 학생의 부적응은 교사의 무력함(helplessness)을 가져오고 결국 효능감을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고볼 수 있다.

[그림 5]에서 볼 때 우리 교사들의 업무관련 효능감 수준은 일본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하여 전 영역에 걸쳐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난다. 우리 교사들의 낮은 효능감은 OECD 국가와의 비교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그림 6]을 보면 비교 국가 중 한국 교사의 직무만족은 중하위권이고 효능감은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3) 교육여건 불충분

교육여건의 불충분은 적절한 학습기회를 제공하지 못하여 교육소외를 초래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된다. 여기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관련될 수 있으나 대표적으로 교육여건을 나타내는 지표인 학급당 학생 수, 교원1인당 학생 수, 1인당 공교육비의 국가 간 비교를 하고자 한다.

학급당 학생 수를 보면 <표 3>과 같이 한국의 학급당 학생 수는 일본과 비슷하고 그 외의 주요 선진국이나 OECD 평균보다 높아 교육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고 할 수 있다.

교원1인당 학생 수 역시 <표 4>와 같이 OECD 국가들에 비해 높으며 상대적으로 열악한 교육여건을 의미한다. 특히 중학교보다 초등학교에서의 차이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학생1인당 공교육비를 보면, 한국은 초등교육에서는 OECD 평균보다 낮으며 중등에서는 OECD 평균을 넘고 있고, 고등교육에서는 저조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편, 1인당 GDP 대비 투자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으며, 초등교육의 경우도 OECD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그림 8].

나. 상대적 교육소외

상대적 교육소외란 교육기회가 공정하게 제공되지 못하여 교육에서의 차별이나 격차가 발생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바, 교육기회의 균등, 교육의 형평성(equity)과 같은 용어로 표현되기도 한다. 교육의 형평성을 대변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학생의 가정배경(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이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지표는 곧 그 교육체제가 얼마나 교육기회의 공정성을 실현하고 있는가, 교육기회의 정의로운 분배가 이루어지는가와 관련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림 9]에 의하면 한국 학생의 읽기 성취도는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며, 형평성 수준이 평균보다 높은 집단에 속하나 상위권은 아니며 중간 수준 국가중 상위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림 10]을 보면, 한국의 경우 2000~2009년 기간 중 읽기의 성취도는 향상된 반면 형평성 수준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현상은 다른 나라에 비해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의 형평성이란 학생의 가정배경이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을 말한다. 즉, 가정 배경이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이 높을수록 형평성은 하락하게 된다.

요컨대, 한국은 학생의 가정배경이 학생의 읽기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국가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영향이 다른 나라에 비해 뚜렷하게 증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시사점

지금까지의 국가 간 비교를 통해서 한국의 교육복지 수준을 살펴본 결과, 우선 한국 학생들의 삶은 행복하지 못하며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와 적은 여가시간은 학생들의 건강한 삶을 저해하고 있다.

늘어나는 청소년 자살은 이를 대변하는 한 증거일 뿐이다. 세계적으로 높은 학력을 보이지만 학업에 대한 학생의 정서는 부정적이다. 자신감은 부족하고 불안감은 높다. 이는 궁극적으로 학업의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저하시키는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리 학생의 학업효율성(성취도/학습시간)은 PISA 참여국가 중에서 중하위권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학생들은 학업중단율도 낮고 다른 나라에 비해 학교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지만 학교에 대한 만족감, 학교 생활의 행복감은 가장 낮다. 이는 곧 학교에서의 학생들의 삶의 질이 문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한국은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자기효능감도 비교 국가 중 최하위이다. 효능감이 낮은 교사가 학생을 효과적으로 지도하기 어렵고 학교로부터 소외되는 학생들은 교사의 효능감을 저하시키게 될 것이다.

한국은 취학률 등 교육기회 접근 면에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에 대한 교육지원 정책, 검정고시, 방송통신학교 등 대체적인 교육제도의 시행 등으로 그동안 꾸준한 발전을 이루어왔다고 볼 수 있다.

교육여건(학급당 학생 수, 교원 1인당 학생 수, 1인당 공교육비 등) 면에서도 많은 발전을 해왔지만 주요 선진국들에 비하면 아직 미흡한 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양적인 차원의 교육복지 영역에서는 그동안 많은 성장이 있었고 앞으로도 지속 발전할 것으로 기대되는 바, 향후 문제가 되는 부분은 교육부적응 현상이고 이는 양적 접근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질적, 정신적인 영역의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교육의 형평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국가적, 사회적 노력도 강화되어야 한다. 앞에서 보았듯이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교육의 형평성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나라이다. 이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적극적 대응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요컨대, 우리 교육복지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절대적, 상대적 교육소외의 해소를 위한 다각적인 정책 노력이 경주되어야 하며, 그 중에서도 학생의 삶의 질, 정신적 건강, 학업의 효율성과 생산성, 교사의 효능감을 제고하는 노력과 교육이 이루어지는 과정 전반의 공정성을 높여 정의롭고 생산적인 교육제도를 구축하는 데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