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경 예림유치원 원감

누리과정을 둘러싼 논쟁 등 교육과 복지정책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가장 확실한 복지는 교육이라는 말이 있다. 특히 출발선부터 공정하고 공평한 교육기회가 부여될 때 우리사회가 부담해야 할 복지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교육과 복지는 다른 개념이 아닌, 같은 맥락에서 현실을 진단하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이에, 에듀인뉴스는 교육과 복지에 관한 담론 형성을 위해 교육 현장에 몸을 담고 있는 교육자들로부터 현장에서 바라본 교육복지 실태에 관한 의견을 연속으로 들어봤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편집자 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사립유치원 교사 처우개선에 노력해 준 정부에 감사

나는 학교를 졸업 후 지금까지 유치원에서 십여 년의 시간을 보냈다. 재학시절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통합된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더불어 교사들의 처우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었다. 그리고 7~8년이 지났을까? 교육청에서 사립 유치원 교사에게 처우개선비라는 명목으로 지원금이 나왔다.

박봉으로 소문이 났던 유치원 교사들의 처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사립유치원 교사의 처우개선비는 처음 10만 원에서 지금 현재는 51만 원까지 지원해주고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나라에서 사립유치원 교사 처우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행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지원과 정책은 박봉과 3D 직업이라고 불리는 유치원 교사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아마도 사립유치원 교사들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복지 정책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립유치원 현장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이 느끼는 두 번째 복지정책은 ‘단기 대체 교사 인건비 지원’이다. 유치원 교사들에게는 일정기간의 기간이 지나면 교원 자격증 승급을 위한 1정 유치원 정교사 연수가 있다.

그런데 국공립유치원보다 방학기간이 짧은 사립유치원에서는 방학기간에 4주간 연수에 참여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연수에 참여하더라도 나의 빈자리를 채워줄 동료 선생님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단기 대체 교사 인건비 지원’ 제도가 실시되면서 연수기간 중의 대체 교사 인건비를 국가에서 1일 5만 원씩 지원해 줌으로써 교사들은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연수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제도는 학기 중 결혼하기도 쉽지 않았던 사립유치원 교사들에게도 희소식이었다. 과거 나의 선배들은 대부분 방학기간 중에 결혼하고, 방학기간을 이용해 신혼여행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실시되면서 유치원 교사들도 학기 중 결혼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신혼여행기간 중에 대체 교사가 학급을 운영해줌으로써 보다 더 좋은 근무환경이 조성되었다.

좀 더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돌봄교육 정책

이상의 것들이 사립유치원 교사들을 위한 복지제도라면, 학부모님들 입장에서는 복지에 대해 다소 아쉬운 점이 많다. 그중에서도 특히 아쉬운 것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맞벌이 부모님들이 많이 생기면서 저녁 늦게까지 아이들을 돌봐주거나 아침 일찍 아이들을 돌보아주는 ‘돌봄교육’과 관련한 것이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온 가족이 함께한 식탁에 모여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그 안에서 가정교육과 예의도 가르쳤다. 이것이 바로 밥상머리 교육이다. 바쁜 이 시대에 하루 중 저녁시간 만큼은 온 가족이 밥상에 모여 함께 식사를 하며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 시간인지 모른다.

늦게까지 아이들을 돌봐주는 이 프로그램은 맞벌이 부모님들에는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유아 정서발달에 큰 영향을 끼치는 점을 감안한다면 다른 방법으로 맞벌이 부모님들의 고충을 도와야한다고 생각한다.

따뜻한 가족의 형태가 무너지면, 그 가정 안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정서는 메말라지게 되고, 사람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따뜻한 아이로 자라는 데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예전보다 많이 달라진 것이 있다면, 아이들이 부모나 가족들의 손에 양육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집이라는 사회 공간에 맡겨짐으로써 부모나 가족보다는 어린이집에서 만나는 선생님들에게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과연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이 온전한 정서를 가지고 자랄 수 있을 것인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부모의 사랑은 그 누구도 채워줄 수는 없다. 좋은 교사가 아무리 아이에게 사랑을 준다 해도 부모님의 사랑에 비할 바 못된다. 이러한 점을 잘 배려한 ‘돌봄교육’ 정책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