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인 서울 신우유치원 원장

보다 행복한 유아교육을 위하여

21세기는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시대이다. 때문에 우리가 몸담고 있는 유아교육기관에 대한 변화요구는 우리들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유아교육기관과 교사들은 교육자로서 올바른 인성함양, 전인적 인간 양성을 목표로 잘 가르치는 데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기업마인드와 서비스 정신이 절실히 필요하게 됐음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원장, 원감 교사 역시 유아, 학부모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정신으로 이미지변화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경쟁력을 갖춘 21세기형 교육자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교사가 사람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교육자가 하는 일의 가치를 담고 있다.그러나 한편으론 아주 무서운 말이기도 하다. 단순한 지식을 많이 알려주는 것 이상으로 아이들의 미래에 피어날 꽃에 물과 영양분을 뿌려 심신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책임을 다 할 수 있는 교육자가 되기 위해서 어떤 자세를 갖추어야 할지 다시금 되새겨야 할 때인 것 같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교사가 교육과정 운영의 키를 쥐고 있다는 말이다. 보다 질 높은 교육과정의 운영을 통해 행복한 유아를 교육하기 위해서는 교육자의 마음과 능력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누리과정의 도입배경

2011년 정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취학 전 만 5세 유아에게 양질의 교육과 보육을 제공하는 동일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하기 위해 ‘만 5세 공통교육과정으로서의 누리과정’을 제정하였다. 공통교육과정의 제정과 함께 만 5세 유아가 유치원 및 어린이집 중 어디를 가더라도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 및 보육비를 지급하였다. 이후 2012년 이러한 공통교육과정 및 무상 교육과 보육정책은 만 3~5세로 확장 되었다.

이렇게 볼 때 누리과정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공통교육과정이라는 ‘교육과정’의 의미와 3∼5세 부모를 대상으로 자녀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 어느 정규 교육기관을 가더라도 ‘무상교육 및 보육비를 지원해주는 정책’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정부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공통 교육과정으로서 ‘누리과정’을 도입한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유아기에 공적투자를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성과에 대한 국내외 연구결과에 따라 어느 기관을 다니든 공통의 교육과정을 통해 생애초기 교육적 효과를 거두기 위한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생애 초기부터 10세까지의 가정 환경 및 교육경험이 30세 남녀 성인의 임금, 취업, 규칙적 운동을 통한 건강관리 능력과 상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생애초기부터 10세까지의 가정환경 및 교육경험이 30세 남녀 성인의 비만, 허약, 우울, 흡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경쟁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임금수준, 취업률과 현대인의 정신건강이 곧 국가의 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생애초기 교육에 대한 국가의 투자가 장기적인 국가경쟁력에 중요한 요인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둘째, 생애초기 교육에 대한 투자는 그 사회와 국가에 경제적인 이득을 가져다준다고 하는 연구결과에 의거한 것이다.

예컨대, Heckman은 더 일찍 투자할수록 더 많은 투자이익을 가져오므로 미래경제를 위해 유아교육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았고 생산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시간을 뇌과학 연구자들은 출생에서 만 5세까지로 보았다. 이는 뇌가 학교, 건강, 직업, 인생의 성공에 필요한 인지적, 사회적 기술의 기조를 형성하기 위해 유아기에 급속히 발달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셋째, 초기 교육 투자와 발달 교육적 효과의 높은 상관성에 기초하여 누리과정의 도입 근거가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로 5세 누리과정 도입 직후, 육아정책연구소(2013)에서는 〈5세 누리과정 효과분석 기초연구〉를 실시하여 누리과정의 초등학교 적응과의 관련성을 밝혔다. 이 연구의 목적은 5세 누리과정을 이용한 유아와 그렇지 않은 유아를 대상으로 누리과정 이용 여부에 따른 초등학교 적응 정도를 몇 가지 구조적 변인, 유아 개인변인, 부모 변인에 따라 어떠한 효과를 나타내는지를 연구하였다. 연구결과 누리과정의 효과는 저소득계층일 때, 부모학력이 낮을 때, 대도시보다 중소도시·읍면지역 유아의 경우, 부모의 우울정도가 높을 때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출발점 평등이라는 측면에서 누리과정의 내실화를 위해 누리과정의 기본방향을 구체화하는 다양한 수준과 내용의 교사연수실시, 지속적인 부모교육의 기회제공, 누리과정 담당교사의 자격기준 강화, 유아교육기관과 초등학교 간의 협력체제 구축 등을 제안하였다.

누리과정의 안정화를 방해하는 요인들

누리과정의 안정적 운영을 통한 유아교육의 질 제고와 사실상의 의무교육으로써 유아교육의 기회제공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방해가 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짚어보고, 누리과정 안정화를 위한 교원정책방안의 근거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같은 교육과정, 다른 양성체제로 길러지는 교사

누리과정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3∼5세 유아를 교육하기 위한 교육과정으로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유치원은 교육부가 고시한 교육과정이다. 어느 학교체제이든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교사이다. 따라서 동질의 교육과정의 운영을 기대한다면 교사 역시 동질의 자격과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유치원교사, 보육교사로 이원화된 교사양성 체제는 동질의 누리과정 운영을 기대하기에는 난관으로 작용한다.

또한 보육교사와 유치원교사의 양성교육과정이 다른 것 뿐 만이 아니라 유치원교사 내에서도 2년 및 3년제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에서 같은 2급 유치원 정교사를 배출하고 있다. 보육교사의 경우도 4년제 아동 및 보육관련 학과 뿐 아니라 2~3년제 전문대학과 사이버대학, 학점제 등의 여러 통로로 교사가 양성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양성체제는 우선 누리과정을 초등교육과의 연계를 강조하면서 유·초·중등으로 이어지는 공교육체제 속에서 동질의 교육과정 운영을 기대하기에 다소 한계가 있다.

2. 짧은 기본과정, 긴 방과후 특성화 과정 운영 : 교육철학의 부재

누리과정에 따른 유아교육기관의 교육과정 운영 시간체제는 담임교사가 누리과정에 기초하여 생활주제를 기초로 실시하는 통합적 교육 기본과정과 유아의 잠재력 개발을 위해 외부 전문가 또는 방과후 교사 등이 예술문화 중심의 특성화 교육 및 종일 돌봄을 실시하는 방과후 과정으로 나누어진다.

이러한 배경은 사실상 유아교육기관에서 오전부터 파행적으로 운영되어온 특별활동을 통제하면서 양성화할 수 있는 방향과 교육과정의 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해 내놓은 하나의 묘안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본과정 속에 방과후 과정이 암암리에 사립유아교육기관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증가, 유아의 과도한 교육으로 인한 피로도 증가, 시간 연장에 따른 교사의 건강과 활력소진 등을 야기하며 누리과정 정상화를 방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3. 평균적으 짧은 교사의 재직기간

누리과정을 통한 보편적 교육의 실현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좋은 교사를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근무여건과 교원복지의 한계일 것이다.특히 사립유치원 교사의 평균 재직기간은 국공립유치원교사나 초·중등교사에 비해 현저히 짧다. 누리과정 안정화를 통한 보편교육의 질을 제고하기위해서는 좋은 교사가 오래 현장에 머물 수 있도록 개인적 삶의 질 보장을 위한 처우 및 복지개선정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누리과정 안정화를 위해 마련되어야 할 교원정책 제안

1. 상향평준화를 통한 통합된 누리과정교사 양성체제로의 개편

최근 정부는 유보통합 추진위원회를 설치하여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을 위한 13개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과제해결이 어려운 것이 통합유아교사의 양성방안일 것이다. 다양한 양성체제를 모두 수용하기 위해서는 낮은 기준의 하향평준화는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현 초·중등교원에 준하는 상향기준으로 4년제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교사 자격 수준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며, 보편교육의 틀로 접어든 유아교육을 담당하는 교사 역시 초·중등교원과 같은 양성체제를 갖춘 질적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2. 프로그램이 아닌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교육철학을 갖춘 원장 양성

기본과정보다 긴 방과후 과정 운영을 통해 각종 특별프로그램이 난무하는 상황은 원장의 확고한 교육철학과 누리과정에 대한 신념부족으로 인해 발생되는 위험요인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교원정책에 있어서 일반교사에게만 초점을 두었던 것에 반해 유아교육 특성상 사실 교육과정의 방향과 운영지침을 세우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원장이 갖춰야 할 전문적인 소양에 대한 요구사항, 유치원 원장의 자격기준 등을 누리과정 안정화를 위해서 평가기준 수립의 중요한 규범 및 근거의 토대로 제시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유아교육은 100여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발달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점진적인 발전보다는 최근 10여 년간 급속히 팽창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유치원은 의무교육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종 지원에서 제외되고 소외되는 수많은 서러움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다. 정부도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유아교육 국가완전책임제 도입을 약속했다. 그러나 유아교육 의무 공교육화의 추세에 따라 누리과정을 도입해놓고도 누리과정이 운영될 수 있는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교육이 그렇듯이 유아교육 또한 공공성을 바탕으로 설립되고 운영돼야 한다. 국가가 관심을 갖지 못한 세월동안 사립유치원이 유아교육을 이끌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공공성을 보장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것 또한 현실이다. 법인유치원은 전체 10%도 안 되며 대부분 사인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연령(만 3세∼5세)의 유아들에 대한 특수교육은 의무교육이지만 일반유아교육은 의무교육이 아니라는 이유로 모든 면에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선진국들은 국가가 유아교육을 관리 지원하고 유아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OECD 회원국의 유치원 취원율을 보면 공립 68.6%, 사립 31.4%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공립 20.7% 사립 79.3%로 월등히 사립의존도가 높은 것이 현실이다.

좋은 교사가 오래도록 일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시급하다

우리나라에도 유아교육이 시작된 지 이미 100여 년이 넘었고 공립유치원이 설립, 운영된 지도 벌써 수십 년이 넘었다. 따라서 공립유치원은 학교체제로서 유치원이 나아갈 길과 공적인 기관으로서 유아교육의 센터역할을 해야할 때다. 이제는 현장의 교사와 학부모, 지역사회는 교육공동체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정부는 지원체제를 확실히 구축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일 때이다.

또 〈2013년 유아교육발전 5개년 계획〉에서 밝힌 유아공교육화의 체제 확립을 한층 강화하여 세계 속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또 하나의 역사를 창출해내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공교육기관의 경쟁력 제고와 유아교육의 전문성을 도모하며 학교체제로서 유치원이 나아갈 길과 공적인 기관으로서 유아교육 센터역할을 해내는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직업이 존재한다. 그 가운데 사람을 다루는 직업이있고 특히 그 중에서 중요한 직업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사람의 몸을 책임지는 직업, 바로 의사이고, 둘째는 사람의 영혼을 책임지는 직업, 바로 목회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의 미래를 책임지는 직업, 바로 교육자이다.

안정된 직장으로서 유아교육기관 체제 정립을 강조하며, 직업으로서 유치원 교사직에 만족할 수 있을 때 좋은 교사가 오래도록 현장에 남아 누리과정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 또한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장여건이 개선되어야 한다. 교원정책의 방향은 무엇보다 좋은 교사가 오래도록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