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경 서울 성북초등학교 교감

하나의 정책이 학교 현장 구석구석으로 스며들기까지의 걸림돌들

2015년 4월에 교육청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예비 혁신학교를 해 볼 수 있느냐?”였다. 그러면서 교육청에서 1000만 원의 지원금을 지원할 수 있으니 아이들을 위해서 6개월만 해 보라는 것이었다. 교장선생님께 말씀드렸다. 8월에 정년하시는 교장선생님이셨는데 “5월부터 10월까지 예비 혁신을 해 보면 어떻겠느냐, 교육지원청에서 연락이 왔다”고 하자 일언지하에 거절하셨다.

그러면서 예비 혁신은 혁신으로 가는 수순을 밟는 과정이라면서 그 예비 혁신을 하면 반드시 혁신을 하게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혁신이라는 것이 교장, 교감을 엄청 힘들게 하는 일들을 많이 만드는 것이라면서 극구 반대하셨다.

그래서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교감의 직책으로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장의 의지가 그 일에 대해서 부정적이었기 때문에 굳이 교장선생님께서 반대하시는 일을 하자고 나서고 싶은 마음도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선생님들께 어떻게 생각하는지의 의견을 물어 보는 것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8월에 정년하시는 교장선생님 자리가 비는 관계로 9월 1일자로 교장공모제를 희망하는 학교에서는 신청하라는 공문이 하달되었다. 또 교장선생님께 말씀 드렸더니 그때도 반대하셨다. 그런데 교감의 입장에서는 학교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인데 왜 반대만 하시는지 답답하기만 하여서 일단 선생님들의 의견을 들어 보자는 말씀을 드렸다.

교장선생님이 은퇴하신 후 새롭게 우리 손으로 교장선생님을 뽑는 일이었으므로 학교 구성을 이루고 있는 선생님들의 의견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였고, 학교 학부모들도 교장공모제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상태라는 것을 알았기에 학교운영위원장님의 도움도 받고 하여 교장공모제를 위한 선생님들의 의견을 들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리고 그 결과 교장공모제 시행이 결정되었고, 현재 우리 학교는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원하는 새로운 교장선생님을 선출하여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그때 ‘교장선생님의 마인드에 따라 학교의 색깔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 될 수가 있겠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즉 정책이 학교의 구석구석으로 스며들기까지의 그 첫 걸음에는 한 사람의 교장이 어떤 자세로 임하느냐에 따라 180도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16년도에는 예비 혁신은 없어지고 그냥 혁신 학교로 가는 형태가 되었고 희망을 받는 과정에서 선생님들의 사고방식의 면면을 볼 수가 있었다. 혁신학교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구성원들의 찬반 투표를 받아야 하는데 그 얘기가 있자 우리 학교로 발령 받아 온 지 1년밖에 안 되는, 중견 교사에 해당되는 선생님께서 “교감선생님, 혁신학교가 결정되면 혁신을 지원하지 않는 교사는 다른 학교로 갈 수 있죠? 언제 내신 내나요?” 하는 말에 ‘혁신학교의 형태가 어떻길래 이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할까?’ 하고 정확하게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교감의 입장에서 보면 ‘혁신학교가 되든 안 되든 학교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안타깝기도 하였다.

서울시 교육청에서 제시하고 추진하려고 하는 혁신학교는 크게 4가지의 중점과제로 추진하려고 한다.

첫째, 교육역량 및 가치로 일반고 역량 강화와 고교 균형 발전, 혁신학교 질적 심화와 다양화, 공존과 상생의 ‘세계민주시민교육’ 강화

둘째, 교육복지 및 공공성을 추구하기 위한 맞춤형 진로 직업교육 확대 및 강화, 유아교육 지원 확대와 사학 공공성 강화, ‘학교 평등예산제’로 교육 격차해소

셋째, 교육 협력 및 문화로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마을 결합형 학교’ 실현, 자치 단체 협력 ‘혁신교육지구’ 확대, 평화롭고 인권친화적인 학교 문화 조성

넷째, 교육 행정 및 제도로 교원 업무 정상화 및 전문성 신장, 교육비리 근절과 공감형 행정문화 구현, 교육 환경 개선과 학생 안전 제도 구축이다

이 가운데 크게 ‘마을 결합형 학교’ 실현에 대해서, 또 교원 업무 정상화 및 전문성 신장 등에 대해서만 얘기해 보더라도 실제로 실현되어 성과가 잘 나타날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학교와 마을이 결합하여 어떤 일들을 해 나가는 것에 대해서 그 성과가 어떻게 나타날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2015학년도부터 마을결합형 학교의 실현에 대해 많은 공문이 오고 사업을 신청하라는 공문이 오지만 그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 선생님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는 것 같았다. 그 이유는 ‘또 하나의 업무가 시달되었구나’라고 생각하는 풍토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학교 업무 정상화를 위해서는 공문의 홍수 속에 아이들의 지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업무 지원팀을 구성해서 수업 시수를 빼주고(보통 일반 교사들은 20시간 정도 하는데 전담팀은 12시간 정도 함) 업무에 전담할 수 있는 인력 확보를 하라고 하지만, 보통 학교마다 교무부장, 교육과정 부장이 그 일을 맡아하고 있고, 담임을 맡기보다는 교과전담교사로 업무 전담도 같이 하라고 하는 취지다.

그런데 교과전담교사는 담임 수당 월 13만 원을 받지 못하는 상태이기에 어떤 학교는 굳이 그렇게 못하겠다는 사람도 있고,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 사람도 있다는 애기를 종종 듣는다. 그리고 나머지 구성원들은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 고마움보다는 그냥 당연히 생각하거나 오히려 그것을 불만스러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왜냐하면 업무 전담팀의 시수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반의 교과담당 과목 및 시간이 줄어든다는 생각을 가지는 일반교사들 이 많기 때문이다. 즉 다른 교과전담 선생님으로부터는 20시간 지원이 되는데 업무 전담팀 부장들로부터는 12시간 정도만 지원을 받는다고 생각하기에 자신들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담임 수당도 못 받고 업무는 업무대로 고생을 하면서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전담팀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는 동료 교사들도 있겠지만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류의 선생님들이 더 많은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담임 수당도 못 받고 업무는 업무대로 처리하는 업무 전담팀 교사들은 교사들대로 불만들이 쌓일 수밖에 없다.

 

하나의 정책이 시행되기까지 겪어야 하는 어려움들

내가 속해 있는 서울시 교육청에서 올해 혁신학교가 60여 개 정도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시 교육지원청이 구별로 11개나 있는 관계로 적어도 한 교육지원청당 5~6개는 해야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선뜻 혁신학교를 하겠노라고 나서는 학교가 많이 없는 것으로 안다.

무엇보다 학교장의 의지가 중요하지만, 요즘은 학교장의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학교를 이루고 있는 학교 구성원들 중에서 행정직이나 실무사들을 제외한 선생님들의 찬반을 물어서 해야 하는 일들이라서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의 마인드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마인드도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면 혁신학교가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일 텐데 그 일들을 해야 하는 교사들은 반대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았다.

먼저 인사이동에 관해 부정적인 얘기를 많이 듣게 되었다. 혁신학교를 하게 되면 혁신학교를 원하는 교사들이 조를 이루어 혁신학교를 하는 학교로 인사이동을 원해서 가게 되므로 그냥 정기 전보로 온 교사들과 불협화음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들을 한다.

또 혁신학교를 하게 되면 학교의 구성원들이 모든 것을 회의를 통해서 결정하는 시스템이라 교감, 교장의 권한이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교육적인 효과도 별로 없다는 얘기도 있고, 혁신은 교육감이 내놓은 공약 실천을 하고 실적을 쌓으려고 하는 것이라는 여론도 없지 않았다.

우리네 속담에 서울 가본 사람보다 안 가본 사람이 더 큰소리 친다는 속담이 있듯이 해 보지도 않았으면서 말들만 무성하게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혁신 학교와도 관련이 있는 일련의 예를 하나 들어보자.

2015년도에 서울시 교육청은 9시 등교를 추진하려고 하였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도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들의 의견을 물었더니 찬반이 비등했다. 아이들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학교에 등교하여 활동하면 더 능률이 오를 것이라는 취지에서 시행된 것으로 아는데 몇 십년동안 타성에 젖어있던 등교 시간을 바꾸기에는 생각의 차이들이 많은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이 제도를 희망하는 학교는 별로 없어보였다.

어쨌든 여러 우여곡절을 겪고 9시 등교를 시작하였는데 문제는 아이들이 9시까지 학교 와서 바로 교실에 들어가야 하고 수업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다 보니 아침 봉사활동이나 자습시간, 아침 달리기 같은 활동들을 다 하지 못하는 형편이 되었고, 아침 방송도 9시에 시작하다 보니 1교시 수업 시간을 방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또 아침 등교에 도움을 주는 녹색어머니회 활동도 어머니들의 일상과 겹쳐서 더 이상 못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1년이 지난 시점이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9시 등교가 몸에 배 가는 분위기를 볼 수 있다. 녹색어머니회에서는 그 상황에 맞는 사람들이 지원을 했고, 학생들은 등교시간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었으며, 집안 사정에 의해 조금 일찍 오는 학생은 자연스럽게 도서실에서 책을 읽는 분위기가 되어간다는 것이다.

필자는 항상 무엇이든지 부딪쳐 보자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렇게 추진해 가다 보면 문제점이 발견될 것이고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을 또 할 수 있다는 쪽이다. 또 발전된 방향으로의 결과가 나오면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들도 나온다고 평소 생각하고 있었기에 어떤 정책이든 해 보자라는 긍정적인 생각에서 시작하면 효과도 더 긍정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9시 등교가 교육적으로 어떤 효과를 나타낼지 아직 단정 짓기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하지만 하나의 정책이 하달되어 시행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탁상공론으로 만들어지고 정치적 색깔내기 식으로 결정된 정책들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의 화두가 창조경제와 혁신이라는 단어에 속하는 여러 가지 형태의 교육정책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정치하는 사람들은 같은 단어인데도 뜻은 다르게 해석하고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것 같다.

일단 ‘혁신학교’라는 말을 놓고 보자. 너무나 멋진 말이다. 말 그대로 학교를 새롭게 바꾸어서 학생들이 발전적인 미래를 펼치는 데 학교 교육이 앞장서자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 정책이 미래의 인재 육성에 정말 도움이 될까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초·중학교에서는 혁신이니, 자유학기제니 하는 제도들이 실천되더라도 대학입시와 관련된 고등학교에 가면 입시 관련 정책으로 인해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해마다 다른 입시정책으로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말을 하는 고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가 있는 이 지경에 초등학교에서의 혁신 교육이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특히초등학교에서의 혁신 업무 추진을 해야 하는 학교의 교감 입장에서는 과연 혁신활동의 교육정책이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이 함께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대부분의 학교 현장에서는 ‘말만 혁신이고, 일만 엄청 많아지고,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정서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또한 선생님들은 수업하기도 바쁜데, 혁신학교 하는 것은 나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인근 학교에서는 예비 혁신을 했었는데, “올해 혁신학교를 하면 어떨까?”하고 물었더니 반대 입장이 많아서 “혁신학교 되기를 포기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만큼 혁신학교를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학교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교육정책들이 탁상공론으로 만들어지고 위정자들이 자기 색깔내기 식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하달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교육은 정치와는 별개의 문제인데, 우리의 현실은 교육감이 바뀌면 지난 교육감이 했던 일은 모두가 잘못된 일로 평가되기 십상이다. 그러니 학교 현장에서는 새로운 정책들에 대한 신뢰감이 부족하다.

준비는 느림의 미학으로, 실행은 혁신으로

그렇다면 학교혁신 정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나름으로 생각해 보았다.

첫째, 학교 교육과정은 교장, 교감과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부장교사들에 의해 매년 구성되고 운영된다. 물론 교사 구성원들로 구성된 교육과정 협의회와 부장 협의회를 거치기도 하지만 실상의 큰 덩어리는 각 부 부장과 교감선생님, 교장선생님들의 협의로 기획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그런일을 앞장서서 해 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다행히 올해부터 혁신학교의 정착을 위해서 그런 인센티브를 교육청 나름대로 모색한다고 하니 반가운 일인 것 같다.

둘째로 무작정 선별 없이 돈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교육과정 속에 혁신이 녹아나는 프로그램 운영을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위정자가 바뀌면 정책도 덩달아 바뀌는 형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는 자율에 맡겨 보고 성과가 좋은 학교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면 어떨까? 지구별 자율장학을 하며 인근 학교들의 교감선생님들과 여러 가지 학교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곤 하는데 9시 등교 및 혁신학교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교감선생님들도 있는 것 같다.

그런 학교를 통해 정책들이 성공적으로 펼쳐지거나 긍정적인 발전 방향으로 나아가면 이를 더욱 장려하는 차원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제안해 본다.

넷째는 “수업하기 바빠 죽겠는데 웬 혁신?”이라는 일부 선생님들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그것을 직접 시행해야 하는 교사들이 나서서 진정으로 참여하는 자세가 없으면 혁신도 그냥 흘러가는 정책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예전에 열린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각 교실 벽을 뜯고 자바라를 설치하고 미팅하기 위해 매트를 구입하고 난리법석을 피운 적이 있다. 그러다가 몇 년 지나서는 눈높이 교육이 안 되고 소음에 시달린다고 다시 벽을 만들고 하는 우를 범했다. 일부의 중요한 정책들이 그랬던 것 같다.

교육정책은 결코 성급하게 추진될 것이 아니라 1~2년 여러 방향으로 시행하다 보면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발전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1~2년의 시행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치고, 일선 학교의 형태를 잘 살펴본 후 마련해야 한다. 준비 단계부터 혁신할 것이 아니라 준비는 느림의 미학으로, 실행은 혁신으로 하다보면 최대의 성과를 나타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