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연근 잠실여자고등학교 교사

대입 전형은 정시와 수시 중에 수시의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여기서 수시에는 4가지 전형이 있다.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논술전형, 특기자전형이 있으며, 국가의 공교육 강화의 일환으로 사교육을 감소시키는 비교과 활동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학생부종합전형’이다.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불만과 오해, 그리고 대안'에 관한 안연근 잠실여자고등학교 교사의 글을 게재한다.<편집자 주>  

최근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 대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교육단체들이 잇달아 토론회를 열고 있고, 학생과 학부모 심지어 교사와 대학 입학처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학종이 ‘부자에게 이로운 전형’이라는 식으로 언론의 표적이 돼 오해와 편견을 확산하는 기사들이 연일 보도되고, 조직적인 학종 흔들기마저 나타나는 배경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고자 한다.

'학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어디서 시작됐나?

최근 총선을 치르면서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됐다. 그리고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정치권에서는 현 정부의 교육 기조인 ‘수시모집 확대’와 ‘학종’을 흔들어 교육 아젠다를 선점하고 싶을 것이다.

무엇보다 학종에 대한 부정적 편견은 대학이 제공한 면이 있다. 대학은 과거 입학사정관제 당시에 일반적이지 않은 예외적인 합격 사례를 다투어 소개한 적이 있다. 토플 등 어학 점수, 책자 발행, 발명 특허, 대외 기관의 수상 실적 등으로 학생의 뛰어난 역량이 증명돼 합격했다는 사례들이다.

이러한 각인 효과가 ‘학종’에까지 이어져 아직도 이런 준비를 해야 합격할 수 있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금수저전형’ ‘음서제(고려시대 관직 세습제도)전형’이라고 편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보인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외부 스펙들은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는 물론이고 자기소개서에서도 기입할 수 없다. 만약 자소서나 추천서에 쓰게 되면 0점 처리한다.

학생의 지적 역량뿐만 아니라 소질과 적성을 찾아주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관찰해 학생부에 세세하게 적어주는 것이 귀찮고 힘들어 피로도가 높은 일부 교사들도 ‘학종’에 부정적일 것이다. 학생부 기록 권한이 없어 학생들을 학교 교사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사교육업체에서는, ‘학종’이야 말로 눈엣가시일 것이다. 고액의 수강료로 점수를 단기간에 올리고 점수만으로 입시 상담을 할 수 있었던 호시절을 그리워하는 사설 학원이나 상담 기관에서는 ‘학종’이 문제투성이로 보일 것이다.

'학종' 폐지론자들의 오해

그러나 문제가 있다고 해서 ‘학종’을 폐지하고 수능 중심의 과거로 회귀하자는 주장은 퇴보이다. 어느 전형인들 경쟁이 없고 부담이 없을까? 국가에서 지정한 문제집(EBS)으로 시험 준비에만 몰입하는 수업방식이 과연 공교육 정상화일까? 학생부가 반영되지 않고 수능 점수만으로 대입을 치르던 시절, 학생들은 학원 공부에 몰두하고 학교에서는 잠만 자던 ‘교실붕괴 현상’을 벌써 잊었는가? 급변하는 정보사회에서 수능 1, 2점 차로 변별하는 것이 과연 미래의 인재상일까? 수능 점수만으로 선발한다면 교육환경이 열악한 일반고는 유리해질까?

 

명문 대학의 정시모집(수능 중심) 합격자 분포를 보면 특목고 · 자사고 · 재수생 · 강남 특구 지역 고교생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표 1>을 보면 서울대 입시에서 일반고 출신의 합격자가 ‘학종’에서는 2014학년도보다 2015, 2016학년도에 늘었다. 그러나 수능 100%로 선발하는 정시 전형에서는 줄고 있다.

이 시기 수능 중심의 정시모집에서 자사고 출신 비중은 2014학년도 25.5%,2015학년도 29.4%, 2016학년도 32.9%로 크게 증가하였다. 특목고/영재고 출신의 수시모집(학종 중심) 입학생은 <표2>에서 보는 것처럼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열악한 교육환경을 고려하여 선발하기 때문에 개천에서 용 날 수 있는, 학생들이 진로를 고민해볼 수 있는, 고교의 수업 방식을 바꿀 수 있는, 대학의 선발 자율성을 존중해줄 수 있는 ‘학종’을 폐지하라는 주장은 그야말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워버리는’ 셈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대입 전형의 명멸속에 ‘학종’만큼 고교 현장에 반향을 불러온 전형은 없었다. 학종’ 덕분에 고교와 대학이 연계하여 대입 전형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대학은 학생들에게 전공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신입생 선발에 인성적 요소를 반영하고, 학생이 처한 교육환경을 고려하여 선발하고 있다.

고교는 개별 학생들의 학생부 기록 차별화를 위해 수업방식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학생부에 개별 학생의 수업 태도와 학업역량을 차별화하여 적기 위해서는 토론·발표 수업을 할 수 밖에없다. 과거의 주입식 수업으로는 학생의 특기와 장점 등을 관찰하고 파악하는 것이 곤란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자습만 하던 예체능 과목, ‘진로와 직업’, ‘철학’같은 교양 과목 수업 시간도 진지하게 운영하고 있다. 비입시 과목도 학생부 교과 세부능력 특기사항에 기록하고, 대학에서도 이 내용을 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동아리 활동을 교사들이 주도했고 그 운영 또한 매우 형식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동아리를 결성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교사들은 큰 방향을 잡아주고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며, 각종 활동의 결과물을 보고서로 작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장점을 살리면 대학에 합격할 수 있다는 바람으로 노력하고 있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진로 심리검사, 직업체험, 직업인 인터뷰, 진로상담 등에 적극 참여하며 자신과 직업 세계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탐색하고 있다. 관심 분야에 대한 독서활동, 봉사활동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이 친구들을 경쟁 대상으로만 여기지 않고 협동학업을 하고 있다. 수업시간에 배운 것 가운데 잘 모르는 내용에 대해 친구에게 질문하고 질문을 받은 학생은 친구를 가르치는 활동은 ‘학종’ 시대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배려·나눔·협동의 활동이 학생부에 모두 기록된다는 것을 학생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 학부모, 대학이 만족할만한 '학종'의 모습은?

그렇다고 ‘학종’이 100% 옳다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소논문 정도는 써야 ‘학종’에 합격한다는 기사를 대학에서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대학에서는 학생부를 갖춘 자는 증빙 자료를 받지 않는데 어떻게 R&E(Research &Education)를 평가하느냐고 항변하지만, 일반고에서까지 소논문 작성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은 소논문이든 R&E이든 일절 대입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선언을 통해 수험생들의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대학에서 굳이 학생들의 교과와 관련된 학업적성과 능력을 보고 싶다면, 학생부의 교과 세부능력특기사항에 기재된 교과 수행평가의 보고서 주제나 내용을 살펴보면 될 것이다.

‘학종’은 정성적이고 종합적인 평가이므로 정확한 합격선과 합격이유를 알 수 없어 어느 정도까지 준비해야 하는지 불안하다는 불만도 대학은 고려해야한다(그렇다고 최근 모 신문에서 발표한 것처럼 ‘서울대 학종 합격자들은 독서 권수가 몇이고, 교내 수상은 몇 개이고, 봉사활동은 몇 시간이다’라는 식으로 정량화하는 것은, 이 자체가 기준이 되어 학종의 취지를 왜곡할 수 있다).

대학의 ‘학종’ 정성평가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학생의 역량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해 그 과정을 좀 더 자세히 공개해야 한다. 대학은 모의 서류평가를 확산 시행하여 정성평가에 대한 수험생과 교사들의 안목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일부 대학의 경우 ‘학종’에서 조차 교과 성적과 수능 최저학력의 비중이 높은데, 이는 ‘학종’을 빙자한 학생부 교과전형이다. 대학은 ‘학종’과 교과전형의 전형방법을 선명하게 제시하여 그 경계선을 수험생들이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비교과 활동이 미처 준비 안 된 학생이 교과 성적만으로 대학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고교에서는 ‘학종’의 주요 평가 자료인 학생부 기록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없고, 교사마다 다르다는 불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코치 없이 나 홀로 뛰는 학생과 유능한 코치와 함께 뛰는 학생이 함께 경쟁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교육청에서는 ‘학종’에 대한 연수를 더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학종'이 대입 전형의 전부이어서는 곤란하다

학생 중에는 고1,2학년 때 교과든 비교과든 미처 준비를 못하고, 3학년 때 각성한 학생도 있다. 이러한 학생들이 희망을 갖고 공부할 수 있는 전형은 대학별 고사(논술, 적성)이다. 대학별 고사는 사교육비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억제하는 것은 단견이다.

논술과 적성은 동질적인 수험생끼리의 경쟁이다. 수능처럼 최상위 학력 층부터 하위층까지 무한대로 경쟁하지 않는다. 준비 기간도 수능보다 단기간이다. 최근에는 대학별 고사에 대한 사
교육영향평가로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만 출제하여 고교 내에서도 지도가 가능하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대학별 고사의 사교육비 총량은 오히려 적다. 이미 산출된 학생부로 인해 포기하고 패배감에 젖은 학생들을 위해 대학별 고사를 적정 규모로 늘려 주어야한다.

어학 · 수학 · 과학 · 예술 등에 재능을 보인 학생들을 위해서는 특기자 전형으로 대학에 갈 수 있는 물꼬를 터주어야 한다. 졸업생들을 위해서는 수능 성적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①국가가 주도하는 수능 ②대학이 주도하는 대학별 고사 ③고교가 주도하는 학생부교과 전형 ④학종 ⑤학생 개인이 주도하는 특기자 전형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현재 시행 중이다. 그래서 이 다섯 가지 전형 간에 균형이 필요하다. 그런데 2018학년도 학생부 중심 전형의 모집인원을 보면 전국 평균 63.9%(전체 모집인원 대비)로 지나치게 높다. 특히 상위권 대학은 ‘학종’으로 쏠림 현상이 더욱 크다. 다섯 곳의 물길이 서로 균형을 이루어야 둑이 무너지지 않고 맑은 물이 잘 흐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