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재양성교육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자연자원이 빈곤한 나라가 오로지 사람을 잘 교육해서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룩한 대표적 사례로 꼽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교육의 양만 확대해서 학력 인플레이션을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졸업자의 능력과 산업계의 수요 간에 고질적인 불일치, 즉 미스매치로 인하여 매우 낭비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전자가 주로 70∼80년대 계획경제시대를 언급한 것에 비해 후자는 주로 그 이후의 상황을 평가한 것이다. 그래서 전자의 평가를 수긍하는 사람들일지라도 90년대 이후의 교육이 인재양성에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수가 적지 않다.

양성과 산업현장의 불일치

인재양성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 교육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서 한두 가지 정책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흔히 양성과 산업현장의 불일치를 지적하는 미스매치를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하지만, 이 문제도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면 문제의 본질이 생각처럼 단순하지가 않다.

우선 미스매치에 대한 지적은 전경련, 경총 등 기업계가 제기하는데, 그들의 주장으로는 채용한 대학졸업자들이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이 현장상황과 너무 동떨어져서 1년 또는 2년간 새로 가르쳐야 할 뿐만 아니라 그 비용 또한 엄청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학들은 산업현장에 필요한 것을 조사하고 살펴서 현장성 높은 지식과 기술을 가르쳐 달라는 것이 그들의 요구이다. 이것은 대학들이 귀담아들을 만한 것이고, 학생들이 전공교육에서 현장성 높은 지식과 기술을 충분히 학습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교육부가 대학교육과 사회수요 간의 인력 미스매치 해소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하여 ①정원감축을 위한 대학구조개혁 ②외국인유학생 유치와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통한 대학교육의 새로운 수요 창출 ③기업에 적합한 인재의 양성 등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사회맞춤형학과’의 도입,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 설치,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PRIME)사업’ 추진,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SCK)’지원 등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들은 과거의 예에 비추어 볼 때, 정책을 입안한 정권이 추진할 때에는 효과가 나타나는 듯하다가 정권이 바뀌고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有耶無耶)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독일식 직업교육 시스템을 도입한 일이 적어도 몇 차례 되고 효과도 나는 듯했지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흐지부지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것은 대학과 중등직업학교의 교육을 개혁한다고 해서 인재의 양성과 활용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즉 인재의 양성과 활용에 학교와 대학의 역할이 주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교와 대학의 역할만으로는 성공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대학과 산업의 연계 또는 중등직업교육과 직업 세계의 연계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 필요한 요건은 무엇인가?

양성, 고용, 처우의 통합성

지난해에도 국제기능올림픽대회는 어김없이 한국기능 인재들을 위한 무대였다. 2015년 8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한국 참가단은 금메달 12개, 은메달 7개, 동메달 5개를 획득하여 종합순위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1960년대 이후 28회 참여하여 19회 우승이라는, 전 세계가 경탄해 마지않는 엄청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정말로 우리 기능 인재들의 자랑스러운 성취가 아닐수 없다.

그런데 나는 기업계 지도자들을 만나면 가끔 묻는다. 김포공항에서 무개차에 올라 메달과 화환을 목에 걸고 태극기를 흔들며, 국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귀국한 자랑스럽던 그 많은 기능 메달리스트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명장에 오른 사람도 있고, 사업장을 차려 성공한 사람, 교육자가 된 사람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많은 메달리스트들은 기능올림픽 메달에 걸었던 희망이 기대했던 것보다 헛된 꿈이었다고 실망하고, 기능인의 길을 걸은 것 자체를 후회한다는 조사결과들이 있다. 자식들에게는 어떻게 해서든지 기능분야 직업을 피하도록 하겠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왜 그럴까?

크게 보면 고용과 임금을 포함한 경제구조의 심한 계층화와 그에 종속된 교육과 학습에 관한 제도와 정책이 문제이다. 기능 인재들의 지속적 역량 강화에 필요한평생직업능력개발을 위한 안정적인 제도적 장치도 부족하다.

나아가 실력을 갖추고 성실하게 노력하면 직업 세계에서의 성공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와 풍토의 조성이 절실하다. 그러나 인적자원의 관리에 대한 문제를 혁신하기보다는 기존 구조를 존속시키거나 결과적으로 심화시키는 정책이 유지되고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직업교육이나 인적자원개발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흔히 드는 예가 독일의 마이스터 제도이다. 독일의 직업교육체계를 이식하기 위한 정책적 시도도 여러 차례 있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현 정부도 ‘마이스터 고등학교’를 운영하는 중이다.

그러나 늘 반복해서 범하는 실책은 양성에 치중하는 반면 배출되는 기능자원의 관리와 지원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즉 교육을 통하여 양성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다. 특히 정부가 중점 정책으로 지정하여 재정을 투입하고 행정력으로 독려하면, 취업까지는 ‘반짝 성과’가 나온다. 그러나 정부가 바뀌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흐지부지된다.

그 원인은 정부의 지원과 독려가 없어진 탓도 있지만, 졸업 후 그리고 취업 후에 그들의 직업 세계에서의 능력발휘와 계속적 성장, 인생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마이스터 제도가 정착된 독일에서는 양성은 물론이지만, 이후의 직업생활과 사회생활에서의 진로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안정적으로 가동하고, 여기에 기능 인재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존중이 뒷받침해 주고 있다.

독일 마이스터 제도의 핵심은 양성, 고용, 처우의 총체적 관리체계이다. 우리는 안타깝게도 이 점을 놓치거나 외면하기 때문에 그들을 반복해서 벤치마킹한다면서도 실패하고 있다.

인재의 총체적 관리체계는 사실 우리가 모르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19세기에 이미 실학자 혜강(惠岡) 최한기(崔漢綺) 선생의 저서 《인정(人政)》에서 “인적자원의 관리는 측인(測人), 교인(敎人), 선인(選人), 용인(用人)으로 이루어지며, 이들은 각각 분리된 것이 아니므로 일통(一統)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그는 “용인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측인과 교인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설파하였다.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현재 우리는 인재의 양성을 대학과 학교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어렵사리 양성해서 공급해도 대부분 고용자가 단기적 안목에서 낮은 임금으로 이용하고 그침으로써 인적자원의 계속적 역량 강화와직업적 성공의 기회를 그만큼 낮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양성단계에 부정적 피드백으로 작용하여, 우수한 인재의 양성 프로그램 진입을 억제하고 기능전문인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생애목표 수립을 저해한다. 그러므로 양성정책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기능 인재들의 기업 내 지위 향상과 사회적 계층향상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강화가 절대로 필요하다.

기능 인재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바꿔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이 직업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모습이 많이 나타나도록 지원하는 폭넓은 사회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 지점에서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은 인재는 양성과 활용을 별개로 분리하지 말고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재 양성을 현재처럼 학교와 대학에만 책임지게 하지 말고 산업계와 국가가 공동으로 책임을 지고 시행하여야한다.

독일, 북유럽국가들 등 인재양성과 활용에서 노사 양측의 만족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인재양성을 교육계와 산업계가 공동으로 책임지고 참여하는 정책과 제도를 발전시켜왔다. 교육과정설계와 함께 수업도 협력하여 운영하고 교육시설과 기자재의 많은 부분을 기업이 제공함으로써, 교육의 현장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이 졸업생들을 신뢰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기업들이 일자리 창출과 처우향상에 기여함으로써 인재관리와 활용의 한 축을 책임지고 참여하는 제도의 개발이 필요하다.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인재관리제도는 사회경제적, 정치적 맥락의 민주화에 따라 발전한다.

인재양성의 공공성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교육을 처음부터 공공재로 인식해 왔기 때문에 학교와 대학은 국립 또는 공립이 대부분이고, 사립은 적다. 그러나 한국은 사립의 비중이 높다. OECD 통계(2012년)에 의하면 국·공립 고등교육기관의 비율이 OECD 회원국 평균은 70%인 반면 한국은 19%에 불과하다. 국·공립대학 비중이 얼마나 낮은가를 알 수 있다.

중등학교도 OECD 평균보다 한국의 국·공립 비중은 매우 낮다. 다시말하면 한국은 교육을 사학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서 공적 목적을 추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인재의 양성은 공적 사업으로 발전했다. 교육을 공적 사업으로 인식했으므로, 산업화와 함께 등장한 근대 국민국가들이 예외 없이 국가가 관리하는 공교육기관으로 학교를 설립하고 취학을 의무화하고 교육비를 공공 재정으로 부담하는 무상교육을 도입했다. 직업교육에 공공성을 더욱더 강조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한국은 교육을 공공재보다는 사유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서 사립학교와 대학의 설립이 방만하게 이루어지고, 교육비도 국가재정의 부족을 이유로 이렇다 할 저항 없이 학부모 부담을 당연시하는 풍토가 조성되었다.

즉 제도는 공교육이지만 운영은 사부담에 의지해서 사립 교육기관들이 관장하는 국제적으로 특이한 형태가 되었다. 그리하여 학교와 대학은 빈곤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결과적으로 인재양성은 부족한 교육비와 열악한 교육여건에서 이루어진다. 졸업생들에 대하여 기업들이 미스매치를 불평하는 것도 이러한 교육상황과 관련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인재양성과 활용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것은 인재관리를 공공정책으로 정립하고 공적 재정지원을 확충하는 것이다. 그 토대 위에 국가가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프레임웍을 가지고 관련 부문들이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도록 지원하고 조정하여야 한다.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므로 참여를 확대해야 하지만 기업은 단기적 수익에 대한 관심이 높으므로, 국가가 장기적 관점에서 조정하는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 인재의 양성과 활용은 국가가 나서야할 대표적 공공 정책이다.

평생학습시대

두말할 필요 없이 생애 초기에 학교 또는 대학에서 교육받은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현장경험을 추가하는 것으로 평생 동안 직업생활을 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학교를 마치고 취업 후에도 주기적으로 재교육과 재훈련을 계속 받아야 하는 새로운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이제 국가와 기업의 인재정책은 어떻게 하면 산업시대의 학교교육체제에서 빨리 벗어나 정보시대의 평생학습체제를 제대로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평생학습시대의 핵심은 ‘계속 학습 지원체계의 구축’이다. 경제 분야의 직업능력개발은 물론이고 다양한 전문직과 정부행정담당자, 군대까지도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평생에 걸쳐 주기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체계적 기회를 구축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그런데 평생 계속 학습을 누가 책임을 지고 시행할 것인가? 개인의 책임이라고 믿는 기업경영자와 정치가, 정부 관료가 적지 않다. 평생학습의 책임이 개인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의 비율이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하여 높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인적자원정책은 국가나 기업의 책임비중이 낮고, 개인적 과제로 귀착된 면이 강하다. 결과적으로 인재의 양성과 계속 교육이 선진국에 크게 뒤떨어져 있고,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 경제의 최대 취약점이 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자료에 의하면 직업훈련을 위한 공공지출의 GDP 비율은 우리나라가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의 부담이 이렇게 적은 데다 기업의 지출도 적어서 재훈련과 재교육은 취약하지 않을 수 없다.

직업과 관련된 한국 성인들의 평생학습 참여율이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인 것은 이러한 투자 부족의 결과이다. 그런 중에도 전체고용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재교육 실태는 대기업보다 열악하기 짝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비교하면 직업능력향상을 위한 학습기회가 현저히 낮다.

이러한 상황은 그대로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장기적으로 약화시켜 사회적 갈등으로 연결되고 있다. 한시바삐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시급한 과제이다. 인재양성과 평생학습을 개인부담 위주의 사적관리에 방치해서는 희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