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 학생들의 정서발달과 교육 ②초등학생
[기획] 한국 학생들의 정서발달과 교육 ②초등학생
  • 한치원 기자
  • 승인 2016.08.1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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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회 경상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우리 학생들의 경쟁 중심 교육 현실은 정서 함양을 위한 기회를 박탈해 인격 형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에듀인뉴스는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따라 정서발달을 위해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다. 정서발달을 위한 교육담론 형성에 많은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편집자 주>

무조건적이고 긍정적인 스트로크가 일상의 언어가 되기를

보건복지부가 5년 단위로 실시하여 발표하는 2013년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들의 삶의 만족도는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질병관리본부가 2009년에 실시한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선별검사에서는 우울증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초등학생이 약 1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최근에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결과가 보다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초등학교 아동들의 정서와 심리에 관련하여 그 발달상의 문제점과 대안이 무엇일지 알아보고자 한다.

김장회 경상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긍정적인 정서 경험의 필요성

초등학교 아동들의 정신건강이 위태롭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같은 매체중독 고 위험군에 해당하는 비율이 16.3%에 이른다. 스트레스와 우울 수준은 갈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3.6%에 이른다. 이들 지표가 아동의 정신건강 정도를 정확히 담아낸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조사에서 나타난 수치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아동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해야 할 정서를 굳이 들자면 기쁨, 만족, 즐거움등과 같은 것이다. 소위 긍정적인 정서 경험이다. 긍정적인 정서 경험은 안전, 신뢰, 애정 등에 기초한다. 존재에 대한 무조건적이고 긍정적인 인정 자극을 반복적으로 경험할 때 나타나는 자연스럽고 진실한 감정이다.

반면, 불안이나 우울, 두려움, 슬픔, 수치심 등은 부정적인 정서 경험으로 간주된다. 부정적인 정서는 안전의 위협, 세상과 사람에 대한 신뢰 상실, 버려짐 등과 같은 주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아동의 전반적인 불만족, 무력감, 우울, 자살 생각 등은 모두 부정적인 정서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인간의 수명을 최소 평균 80세 정도로 놓고 볼 때, 만 6세∽12세에 해당하는 초등학생 시기는 생애 발달의 초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생애 이른 시기부터 어떤 형태로든 부정적인 정서를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아동이 적지 않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정서는 곧 행동이다. 모든 행동의 이면에는 특정한 정서 상태가 있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거나 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사람은 이성을 활용하여 정서를 적절히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다.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은 감정이 이끄는 대로 행동한다. 이른바, 충동적으로 행동한다. 감정이 이성에 의해 통제되지 못하면 경우에 따라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달리는 도로 위에서 보복운전을 하며 상대방을 위협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그렇고, 사소한 시비에 화를 참지 못하고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문제는 초등학생들 중에도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폭발적으로 발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친구와 다투는 과정에서 의자를 집어던지거나 문구용 칼을 휘두르는 아이, 악을 쓰듯 소리치며 발버둥 치는 아이, 교실 문을 발로 걷어차 부수는 아이, 수업 중에 교실을 뛰쳐나가 학교 주변을 배회하는 아이, 훈육하는 교사에게 반항하거나 욕설을 내뱉는 아이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쯤 되면 가히 분노조절장애나 품행장애 수준이다. 학생지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의 면면을 살펴보면 어린 학생의 치기어린 행동쯤으로 치부할 수 있는 수준을 한참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일선 학교 현장에서 이런 학생들의 사례가 빈번하게 보고되고 있고, 이들을 지도하는 담임교사의 정신적 고충은 상당하다.

실제, 다양한 조사에서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생활지도의 어려움이 가장 큰 스트레스로 부각되고 있다. 필자가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당시를 회상해 보아도, 학생지도는 가장 큰 도전이었다. 특히, 감정통제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 한 명을 상대하는 것은 다른 모든 학생을 지도하는 것 이상으로 힘든 일이었다.

정서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대체로 때에 맞는 적절한 정서 표현의 기회를 갖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화를 참다가 어느 순간에 폭발하는 형태로 표출한다. 심리적인 스탬프(stamp)를 차곡차곡 쌓아 두었다가 한순간에 터뜨리는 것이다.

화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족 내에서의 정서 표현이 제한적이다. 즉, 허용되는 감정과 허용되지 않는 감정의 구분이 생겨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진실한 감정은 억제된다.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지금 여기에서(here and now)’ 알아차리고 이를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환경에서 건강한 정서 경험이 가능한 사람으로 성장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욱’하는 폭발성 표출이나 자신과 타인 및 환경에 해를 끼치는 방식의 부적절한 표현을 나타내는 아동은 정서 수용 경험이 결핍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교사는 아동의 정서를 읽어주고 적절한 감정 표현을 조력하는 전문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부모의 갈등 장면을 지켜보는 아동의 심정은 어떠할까? 교실에 앉아 칠판을 바라보고 있지만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고 행동에는 활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예리한 교사라면 개별 면담을 통해 ‘무슨 힘든 일이 있니?’와 같은 공감적 자세로 아동의 정서를 읽어준다.

열에 아홉은 속상하고 슬픈 마음을 드러낸다. 때로는 닭똥 같은 눈물을 쏟아내기도 한다. 가정에서 허용 받지 못한 감정적 표현을 교사를 통해 경험하는 순간이다. 결국, 대안은 초등학생의 감정을 스캔하고 읽어주는 교사에게 있다.

아동기 정서와 밀접한 관련은 생애 초기의 양육자

모든 문제와 현상의 이면에는 이를 촉발하거나 발달시킨 변수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을 것인가?

상담심리학의 주요 이론 중에서 분석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정신역동이론, 대상관계이론, 교류분석이론 등은 생애 초기에 주 양육자 혹은 중요한 인물들(significant others)과의 반복적인 상호작용이 아동기 정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생애 초기를 빠르게는 3세 이전으로 보기도 하고, 늦게는 초기 아동기인 만 10세까지로 보기도 한다. 이 시기에 주 양육자로부터 충분한 돌봄과 수용, 충만한 애정과 신뢰를 안정적으로 경험한 유아는 건강한 자기 상(image)을 확립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명제는 인간이 관계를 벗어나서 생존할 수 없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관계에서 의미를 찾고 자기를 타당화(validation) 한다.

자기 타당화는 주변 사람들 특히, 주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자기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나는 이런 사람이야’하는 결론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이는 곧 자기의 정체성(identity)을 확립하는 것이며 자기 개념(concept)의 형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생애 초기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만족, 기쁨 등과 같은 건강한 정서를 경험하는 유아는 긍정인 자기 상(image)을 형성하고, 자신에 대한 안정적인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결국, 생애 초기 주 양육자와의 관계는 초등학생 시기뿐만 아니라 생애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관점은 양육자로부터의 직접적 접촉이 단순한 먹이 제공보다 중요함을 발견한 르네 스피츠(R.Spitz)나 해리 할로우(H. Harlow)의 주장과 유사하고, 애착 유형을 규명한 존보울비(J. Bowlby)와 메리 에인스워쓰(M. Ainsworth)의 애착에 관한 설명과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특히, 모형으로 만든 두 종류의 어미 원숭이에 대한 새끼 원숭이들의 반응을 통해 터치(touch)의 중요성을 일깨운 할로우 박사의 실험은 약 70년이 지난 현시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결코 작지 않다.

그는 부드러운 천을 감아 만든 어미 원숭이 모형과 철사만 감아서 만든 원숭이 모형을 두 마리씩 만든 뒤, 두 개의 우리에 각각 나누어 넣은 다음, 두 우리에 각각 4마리의 새끼 원숭이들을 넣었다.

첫 번째 우리의 부드러운 천으로 만든 어미 원숭이에게 가면 우유가 나오고, 철사로 만든 어미 원숭이에게서는 우유가 나오지 않게 했다. 두 번째 우리에서는 이와 반대로 했다. 부드러운 천으로 만든 어미 원숭이에게서는 우유가 나오지 않고, 철사로 만든 어미 원숭이에게서만 우유가 나오도록 했다.

실험 결과, 두 우리의 새끼 원숭이들은 한결같이 부드러운 천으로 된 어미 원숭이를 더 좋아했다. 흥미롭게도, 두 번째 우리의 새끼 원숭이들은 우유가 나오는 철사 원숭이에게는 가지도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부드러운 천으로 만든 어미 원숭이에게만 매달려 놀며 보냈다.

배가 고플 땐 잠시만 철사로 만든 원숭이에게 가서 우유를 먹은 후, 곧바로 천으로 된 어미원숭이에 매달려 놀았다.

할로우 박사는 실험을 통해 신체적 접촉에 대한 욕구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밥보다 터치 즉, 따뜻한 접촉이 더 소중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신체적인 접촉은 물론 심리적인 접촉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은 단순한 육체적 접촉을 넘어 양육자의 감정, 몸짓, 눈치, 분위기 등을 접촉한다. 손으로는 머리를 쓰다듬는 신체적 접촉을 하면서도 눈빛으로는 경멸의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공부를 잘하고 모범생이면 ‘사랑스런 자녀’가 되기도 하고, 성적이 나쁘거나 말썽을 부리면 ‘나쁜 자녀’가 되기도 한다. 소위 ‘조건화’되는 것이다.

인간중심 상담을 설파한 칼 로저스(C. Rogers)는 조건화로 인해 인간이 병드는 것으로 진단하였다. 조건화의 기준을 충족한 사람은 인정과 승인을 받게 되어 행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 행복감은 잠시에 그친다. 충족해야 할 조건이 끊임없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결국, 조건화에 길들여진 사람은 결코 행복에 이를 수 없는 것이다.

심리적 접촉이라 함은 무조건적이고 긍정적인 접촉이다. 즉, 양육자로부터 무조건적이고 긍정적인 존재임을 인정받는 접촉이다. 사람에게는 심리적 접촉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가 있다. 이는 반드시 충족되어야 한다. 나는 초등학생들에게서 나타나는 여러 역기능적 증상들의 이면에 충족되지 못한 심리적 접촉에 대한 욕구가 자리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양육자로부터 받지 못한 스트로크는 초등교사의 몫

에릭 번(E. Berne)의 교류분석이론에 스트로크(Stroke)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유사한 개념으로 강화, 격려 등의 개념을 떠올려 볼 수 있지만 ‘스트로크’가 훨씬 깊이 있고 포괄적이다. 스트로크란 존재에 대한 인정자극으로 정의된다.

스트로크에는 긍정적 스트로크, 부정적 스트로크, 조건적 스트로크, 무조건적 스트로크가 있다.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 긍정적 스트로크이다. 하지만 이것이 채워지지 못할 때는 부정적 스트로크라도 받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은 문제 행동을 하면 부정적인 스트로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럼에도 문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부정적인 스트로크를 통해서 나에 대해 관심이 있음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을 ‘무스트로크’라고 하는데 이는 버려짐을 의미한다.

버려짐은 존재감의 상실이며 가장 큰 두려움이다. 유기체는 본능적으로 생존을 추구한다. 따라서 초등학생의 정서적 심리적 발달 과정에서 무조건적 긍정적인 스트로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아이들의 문제 행동을 포함한 악화된 정신 건강 지표는 한 마디로 스트로크 결핍으로 요약할 수 있다. 생애 초기 주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형성한 자기 정체성도 결국은 스트로크를 통해 형성된다. 관계에서 어떠한 스트로크를 받느냐에 따라 자기에 대한 이미지는 달라진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대안을 찾을 것인가? 양육자로부터 받지 못한 스트로크는 교사가 대신해 주어야한다.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시간은 평균 하루 6시간에 이른다. 충분한 관찰과 수시 개입이 가능한 시간적, 물리적 공간에 놓여있다.

더구나 초등학교 시기는 생애 초기 결핍을 해소해 줄 최적의 시기이다. 이 시기를 지나면 해결은 갈수록 요원해진다. 자신에 대한 정체성은 타당화 과정을 마치고 정당화 단계에 들어선다. 소위 인생 각본, 심리도식이 더욱 견고해진다. 초등교사의 역할이 그래서 더욱 중요하고 막중하다고 말하고 싶다.

만약, 교사로도 부족하다면 상담자가 맡아 주어야 한다. 잠깐의 만남이지만 의미 있는 개입을 통해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충족되지 못한 스트로크 욕구 즉, 심리적 접촉에 대한 욕구는 해소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모든 초등학교 교실에서 무조건적이고도 긍정적인 스트로크가 일상의 언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너는 그 자체로 소중한 사람이야.”

“네가 있는 것만으로도 선생님은 행복해.”

“선생님은 네가 고마워.”

“선생님은 네가 그냥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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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원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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