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난심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임연구위원

학교 수업에서 교과서는 가장 중요한 교수학습 자료이며, 교사와 학생들의 손에 직접 들려주는 최전선의 교육 내용이다. 따라서 우리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서는 다양하고 풍부한 학습 자료를 담은 양질의 교과서를 편찬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교육 현실은 교과서를 국정으로 하느냐, 검인정으로 하느냐에 논의가 지나치게 함몰돼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에듀인뉴스는 현 교과서 정책의 현황과 향후 우리나라 교과서 발전 방향에 대해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번에는 조난심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임연구원이 제안한 내용을 살펴봤다.<편집자 주>

교과서는 최전선의 교육 내용

우리나라 부모들은 대부분 자녀의 학교 공부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특히, 자녀가 학교에서 무엇을 공부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무엇을 공부하는지 알려면 자녀가 배우는 교과서를 보면 가장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언론 등에서 학교 교육과정 개정 시기가 되면 관련된 보도를 하게 되고, 학부모들은 이에 관심을 갖고 기사도 찾아보고, 교육과정 시안(試案) 공청회 등에 참석하여 앞으로 학생들이 어떤 교육 내용을 배우게 될 것인지 듣기도 한다. 그러나 교육과정 논의는 대개 추상적인 총론 개정 방향 등에 대해 머무르고 구체적인 내용은 세세하게 논의하지 않는다.

학부모들이 학생들이 배우게 되는 교육 내용을 구체적으로 접할 수 있는 것은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새롭게 편찬된 교과서를 받게 되었을 때다. 학생도 마찬가지다. 이 점에서 교과서는 학생과 학부모가 마주하는 최전선의 내용인 셈이다.

최근 학교 교실 수업을 참관해보면, 교과서는 책상 한쪽에 밀려 있거나 아예 책상 서랍 속에 넣어두고, 학생들은 교사가 띄운 화면에 제시된 디지털 자료들을 가지고 학습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고등학교 3학년 수업에서는 EBS 교재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학교 수업의 현실을 보면, 교과서가 예전만큼 위세를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실제로 우리 학교 수업에서 교과서는 여전히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자료이다.

국가 교육과정을 의무적으로 지도해야 하는 우리의 교육 체제에서 교과서는 국가 교육과정을 해석하여 제시한 공인된 자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와 학생들이 접하는 디지털 자료 개발의 바탕이 되는 것도 교과서이고, 시중의 다양한 참고서들의 출발점도 교과서이며,가장 중요하게는 학습 결과를 평가하는 단계에서 구체적인 출제근거를 제시하는 교육과정을 해석한 공인된 자료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우리 학교 수업에서 교과서는 여전히 중요하며, 그런 만큼 국가의 교과서 정책은 중요성을 가진다.

사실, 해방 이후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초•중등교육이 양적으로, 그리고 질적으로 팽창하고 발전하는 데 있어서 우리나라의 교과서 제도는 중추적인 기능을 했다고 본다. 국가 교육과정을 온전하게 담고 있는 교과서를 국가가 관리하고, 또 모든 학생들의 손에 교과서를 들려주고 학습하게 함으로써 국가 교육과정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 발전 성과는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상황을 살펴보건대, 우리나라는 그동안 학교 교육내용을 관리함에 있어서 ‘교육과정 중심’이라기보다는 ‘교과서 중심’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핀란드나 영국은 우리나라처럼 국가교육과정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교과서에 대해서는 국가의 관여가 거의 없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지도함에 있어서 국가 교육과정을 따르되, 어떤 교과서 혹은 자료로 가르칠 것인가는 국가가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른 것은 각국의 교육 문화적 배경이나 교육 체제 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서 쉽게 장단점을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자가 교사들의 전문적 자율성을 좀 더 인정하는 체제인 반면에 후자는 국가 교육과정을 관철하는데 훨씬 효과적인 체제인 것이다.

다만, 창의성, 창조성 등이 강조되는 미래 사회에서 학교 교육이 제한된 지식 전달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교과 전문가, 교사 그리고 학생들의 자율과 창의가 학교 수업의 현장에서도 살아나게 하려면 교과서가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강조되어 왔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우리나라 교과서 제도를 기반으로 추진되고 있는 교과서 정책의 현황을 살펴보고,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일은 매우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교과서 국가 관리의 법적 기반 우리나라 초•중등학교의 교실에서 활용되는 교과서는 [초•중등교육법]과 대통령령인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교과용 도서’란 교과서와 지도서를 함께 이르는 용어인데 이글에서는 지도서는 다루지 않고 교과서에 대해서만 논의한다. 초·중등교육법 제29조(교과용 도서의 사용)에는 “① 학교에서는 국가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거나 교육부 장관이 검정하거나 인정한 교과용 도서를 사용하여야 한다.

② 교과용 도서의 범위·저작·검정·인정·발행·공급·선정 및 가격 사정(査定)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 법의 ① 항은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를 국가가 관리하고 있다는 것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곧 학교 교실에서는 이러한 자격을 갖지 못한 교과서는 사용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한 교사 혹은 어떤 교사 단체가 공인된 교과서가 아닌 수업 자료를 허가 없이 사용할 경우에는 이 조항으로 인해 불법이 될 수 있다. 가끔씩 모 교사단체의 수업자료의 사용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실제로 수업 현장에서 교과서 사용 관행을 보면, 교과서만으로 수업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다양한 보조적인 교수학습 자료들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수업의 효율을 위해 사용하는 자료가 문제시되기보다는 이념 혹은 정치 교육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교과서 외의 자료들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은 위의 ② 항에 의거하여 대통령령으로 규정되어 있다.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제1조를 보면, “이 영은 「초·중등교육법」 제29조 제2항에 따라 각 학교의 교과용 도서의 범위·저작·검정·인정·발행·공급·선정 및 가격결정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교과서는 실질적으로 이 규정에 따라 범위가 규정되고, 편찬되고, 승인되고 발행•공급•선정되고 있다. 그동안 교육부에서는 학교교육의 발전을 위해 ‘다양하고 질 좋은 교과서’, ‘참고서가 필요 없는 교과서’, ‘교과서 완결 학습 체제 구축’ 등의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교과서 관련 업무를 추진해왔지만, 그 근간에는 이상과 같은 확고한 법적 기반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법적 기반은 국가의 교과서 관리 체제를 안정화시키고, 비교적 질 관리가 잘된 교과서를 학교 현장에 제공하게 해준 바탕이었다고 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지향적인 학교 수업에서 교과서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검토해보면, 이러한 법적 기반 자체가 갖는 한계도 확인할 수 있다.

교과서 편찬제도

위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는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는데, 여기에서는 주로 편찬제도를 살펴보기로 한다. 교과서 편찬이란 국가 교육과정개정 → 국•검•인정 교과서 구분고시 → 교과서 연구• 개발 → 교과서 자격 획득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일컫는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 학교에서 사용하게 될 교과서의 내용이 구체화되고, 교과서로서 자격을 갖추게 되므로 교과서 관리의 핵심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 관한 규정 제2조(정의)에서는 교과서의 종류를 다음과 같이 세 종류로 나누고 있다.

○ ‘국정도서’라 함은 교육부가 저작권을 가진 교과용 도서를 말한다.
○ ‘검정도서’라 함은 교육부 장관의 검정을 받은 교과용 도서를 말한다.
○ ‘인정도서’라 함은 국정도서ㆍ검정도서가 없는 경우 또는 이를 사용하기 곤란하거나 보충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사용하기 위하여 교육부 장관의 인정을 받은 교과용 도서를 말한다.

국정도서는 교육부가 직접 편찬하는 교과서이고, 검정도서는 교육부가 교과서 검정기준을 미리 제시하고 이에 따라 민간의 저작자들과 출판사들이 교과서를 개발하여 검정을 통해 자격을 부여하는 교과서이다.

인정도서는시•도 교육감이 완성된 교과서를 심사를 통해 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인정하는 교과서를 말한다. 뒤에서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보겠지만, 국정도서 〉 검정도서 〉 인정도서의 순으로 국가의 관여가 더 많은 편이다.

어떤 특정한 교과목의 교과서가 국정도서인지, 검정도서인지, 인정도서인지는 교육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하게 되어 있다. 곧 각 교과목의 성격, 학교급별 교육상황 고려, 교과목 내용의 민감도 등을 고려하여 국•검•인정 교과서 구분 고시를 결정하고, 이 결과를 관보 등에 게재하여 널리 알리게 되어 있다.

우리 사회의 자유화,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교과서를 자율화, 다양화한다는 목표를 추구해 온 지난 20~30년간 초•중등학교 교과서는 국정에서 검정으로, 검정에서 인정으로 그 지위가 점차 자율화를 지향해 왔다.

그런데 지난 2015년에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여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개편에서 검정 교과서였던 역사 교과서를 정부에서 국정 교과서로 되돌리면서 찬반 논쟁이 뜨거웠던 것이다.

이러한 논쟁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에서는 역사 교과서를 국정도서로 구분하여 고시하였고, 이에 따라 현재 국정 역사 교과서가 개발되고 있는 중이다. 교육부 고시 제 2015-78호,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국•검•인정 구분’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등학교 교과서 가운데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지도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만 국정으로 되어 있고, 나머지 교과서들은 검정도서이나 인정도서로 되어 있다.

다시 말하여, 우리나라 중등학교 교과서는 국가의 관여가 상대적으로 덜한 검정도서나 인정도서가 주류이고, 국정은 매우 특별한 경우가 된 것이다.

1종만 편찬되는 국정 교과서

국정도서는 교육부가 저작권을 가진 교과용 도서로 교과서 편찬의 계획, 집필 과정, 심의 등의 과정에 교육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교과서를 편찬하는 체제이다.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제5조에서는 “국정도서는 교육부가 편찬한다. 다만, 교육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국정도서는 연구기관 또는 대학 등에 위탁하여 편찬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국정 교과서는 위탁기관을 선정하여 편찬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교육부는 교과서 개발 계획, 집필 과정 등에 개입하여 교과서 편찬의 방향 등을 조율할 수 있고, ‘교과용 도서 심의회’를 구성•운영하여 교과서 내용을 점검할 수 있다.

이러한 국정 교과서의 개발 과정을 보면, 국가교육과정을 해석하여 구체적인 교과서 내용으로 제시하는 전 과정에 국가가 관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국정 교과서는 단 1종만 개발되기 때문에 이 국정 교과서와 다르게 국가 교육과정을 해석하여 가르칠 여지가 없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국정 교과서 체제는 교육의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고, 교과서에 대한 민간의 창의와 자율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제도라고 할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교과교육의 발전이 다양한 교과서 개발 경험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볼 때에 국정 교과서 체제는 교과교육의 발전에도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그동안 교육부에서는 교과서 자율화, 다양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고, 국정도서를 검정도서로 전환하였고, 인정도서를 확대해 왔다. 다양한 매체와 정보통신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오늘의 세계를 살아가면서 매일매일 인터넷 정보의 바다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우리의 학생들에게 제한된 1종의 교과서 내용만으로 학습하고, 평가받게 하는 것은 과연 적절한 것인지 깊은 검토와 성찰을 요구한다.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유도하는 검정 교과서

민간의 저작자와 출판사가 집필•제작하여 교과서로 공인을 받아 학교 교실 수업에서 활용하게 하는 것이 검정도서 편찬 제도다.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서는 교과서 검정에 대한 절차를 제시하고 있다. 국가 교육과정이 개정 고시 되고, 이어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도서 구분 고시가 되면, 이어 교육부에서는 교과서 검정에 대한 공고를 하게 된다.

이때부터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검정 절차가 시작된다. 물론 교과서 출판사와 저작자들은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부터 새 교과서를 준비하는 경우도 많다.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서 제시하는 검정도서 편찬의 절차를 간략하게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검정 실시 공고는 교과서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서 검정도서 최초 사용 학년도 개시 1년 6개월 이전에 공고하게 되어 있다. 이 기간은 검정 심사까지 포함된 기간이므로 실제 교과서 개발자들에게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지적되곤 한다.

교과서 검정은 대상도서의 내용 오류, 표기·표현 오류 등을 조사하는 기초조사를 거쳐, 교육부 장관이 공고하는 검정기준에 따라 교과용 도서로서의 적합성 여부를 심사한다. 그리고 필요한 경우에는 전문기관 등에 감수를 요청할 수 있다.

검정 교과서는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초•중학교 공통 교과의 교과서이거나 고등학교의 경우에 많이 사용되는 보통 교과목의 교과서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교과전문가들과 교과서 출판사들은 교과서 검정 출원에 큰 관심을 갖고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고 검정을 통과하여 최종합격이 되었다고 하더라고 한 교과목에 여러 종의 교과서가 합격이 되기 때문에 실제로 학교에서 이 교과서를 선정하여, 활용하게 될 때에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따라서 교과서 개발자들은 우선, 검정에 통과할 수 있도록 교과서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많은 교수학습 아이디어들과 자료들을 동원하여 교과서를 구성하게 된다. 또한 교과서 사용자인 교사들과 학생들의 수요를 파악하여 교과서를 제작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교과서 질이 제고되고, 국가교육과정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통해 창의적인 교육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검정 교과서 편찬은 제도의 안정성이 보장되고, 결과적으로 교과서의 질 개선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여전히 개선할 사항은 많이 있다. 합리적인 교과서 검정기준의 마련, 충분한 교과서 집필 기간의 확보, 교과서 출판사의 전문화 등이 그것이다.

교육감이 인정하는 교과서

우리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 중에는 위에서 살펴본 국정도서, 검정도서 외에 인정도서가 있다. 인정도서는 본래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게 되어 있는데,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40조)에서는 이를 교육감에게 위임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실제로 인정도서의 인정 과정은 각 시•도 교육청에서 진행하게 되고, 이를 인정하는 주체는 교육감이 된다. 인정도서의 개념은 본래 완성된 교수학습 자료를 교과서로서의 적부를 심사하여 교과서로 사용해도 된다는 인정을 해주는 채택(adoption) 심사의 취지라고 볼 수 있다.

외국의 경우에도 이러한 제도를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텍사스 주는(Texas Education Agency) 채택 심사를 통해 교과서를 인정하고 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http://tea.texas.gov/interiorpage.aspx?id=2147485614).

그리고 이를 위한 심사 과정과 절차 등도 상세하게 마련하고 있다. 이 같은 채택 심사를 통한 교과서 인정은 교과서 검정보다는 완화된 국가 개입을 전제로 하되, 일정 부분 교과서의 질 관리를 국가(주 정부)가 관리한다는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지난 정부 때부터 인정도서가 크게 확대되었다. 이는 교육부의 교과서 자율화, 다양화라는 정책의 방향에 따른 것이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국•검•인정 구분고시를 보더라도 우리나라 중등학교 교과서 중 인정도서가 압도적으로 많다(관보 제18629호(그2) 2015. 11.3.(화)).

이처럼 교과서의 국가 관여가 상대적으로 덜한 인정도서의 확대는 교과서의 내용에 대한 민간의 자율과 창의가 좀 더 확대될 수 있고, 다양한 교과서의 출현, 교육부의 교과서 관여가 상대적으로 시•도 교육청에 이관되는 효과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에 교과서 채택심사 체제를 제대로 갖추기 힘든 시도 교육청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과서 정책의 발전 방향

이상으로 우리나라 교과서 정책의 근간이 되는 3가지 종류의 교과서 편찬제도를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이 글의 모두에서 밝혔듯이, 우리 학교 수업에서 교과서는 역시 가장 중요한 교수학습 자료이며, 교사와 학생들의 손에 직접 들려주는 최전선의 교육 내용이다.

따라서 우리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서는 다양하고 풍부한 학습 자료를 담은 양질의 교과서를 편찬해 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향후 우리나라 교과서 발전 방향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째, 교과서 국•검•인정 구분고시 절차를 투명화하여 교과서 지위에 대한 사회적 분란을 완화시키고, 편찬된 교과서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제고해야 한다. 국가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교과서 개편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의사결정 중의 하나가 바로 구분고시이다.

어떤 교과목 혹은 어떤 학교급의 교과서가 국정도서일지, 검정도서일지, 인정도서일지에 따라 편찬의 과정이 다르고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역사 교과서 국정 회귀’ 건에서 보듯이 이 문제는 상당히 예민하고, 이념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문제이다.

교육부 장관은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제4조, 제6조 및 제14조 제1항에 의거하여, 초•중등학교에서 사용할 교과용 도서를 국정, 검정, 인정으로 구분 고시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교육과정 개정이나 검정 교과서 편찬 등은 사전 공청회, 사전 공고 등의 절차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논의의 과정을 거쳐 결정하고 있는 반면에, 교과서 구분 고시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사전 논의나 공청회 등이 많이 열리지 않고 있고 교육부(국가) 주도로 의사 결정이 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구분고시 결정 과정과 결과에 대한 논란이 있게 된다. 따라서 향후에는 교과서 구분고시 절차를 좀 더 명료하게 규정하고, 교과목의 성격, 교과서의 특성 등을 감안하되, 교육 관계자들의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통해 구분고시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

둘째, 검정도서와 인정도서 편찬체제를 정비하여 양질의 교과서가 안정적으로 편찬되고, 지속적인 수정•보완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교과서 검정은 비교적 안정된 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검정 교과서의 ‘지속적인 수정•보완’의 문제 등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

교과서 출원 시 합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저작자와 출판사들이 교과서 발행 이후에는 내용 수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수정•보완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소해 나갈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

그리고 중등학교 교과서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인정도서의 경우에는 인정 주체인 시•도 교육청의 업무 부담 완화와 관계자들의 전문성 제고가 필요하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짧은 인정도서의 제작기간을 감안할 때에 인정과정에서 교과서 내용의 오류를 줄이고, 인정도서 발행 이후 지속적인 수정•보완과 질 개선을 위한 조치가 요구된다.

셋째, 학교 교육을 통해 미래사회에서 요구되는 핵심역량과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한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교과서의 자율화, 다양화 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학생들은 학교 교육에서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학습을 하되, 연관되는 다양한 정보와 지식 및 탐구 방법들을 접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교과서의 자율화, 다양화를 추구해 나가야 한다. 다양한 전문가와 출판사들이 학습 자료를 제작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수용해낼 수 있도록 교과서 편찬제도는 유연화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학생들은 다양한 교육 내용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초등학교 일부 교과의 교과서와 중등 역사과가 국정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 필요성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여 검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중등학교 교과서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있는 인정도서 중 일부 교과목의 교과서를 발행하지 않고, 교수학습 자료를 개발하거나 시중의 관련 자료 혹은 외국의 교과서 등을 직접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정보통신 관련 일부 전문 과목의 교과서들은 서책으로 개발하여 몇 년씩 활용하기보다는 계속 업데이트되는 다양한 정보들을 수업 시간에 디지털 교과서나 교수학습 자료를 통해 활용하게 하고, 실습이 중요한 고등학교 일부 전문 과목들은 서책 교과서 개발보다는 실습 매뉴얼이나 실습 동영상 자료를 개발하는 것이 교수학습에 좀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가능한 빠른 기간 내에 디지털 교과서 본격 적용을 추진하여 학교 현장에서 디지털 교과서가 공급·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 ‘교실에도 증강현실…디지털 교과서 2018년 초•중 전면 도입’(연합뉴스, 2016. 7. 17)이 보도되었다. 드디어 우리 정부에서 학교 교과서에 디지털 교과서 전면 도입을 결정한 것이다.

이 보도에 따르면, 2015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개편 교과서의 일부 교과서에 디지털 교과서를 적용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3~6학년에서는 사회, 과학, 수학, 영어, 중학교 1~3학년에서는 사회, 과학,영어, 고등학교에서는 영어에서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디지털 교과서는 서책형 교과서와 병행하여 사용하게 될 예정이다. 교육부에서는 다음 달 말까지 행정예고 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 부처와 예산 협의를 거쳐 디지털 교과서 도입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교과서 도입 논의는 이미 10여 년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본격 적용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서 ‘디지털 교과서 본격 적용’ 이라 함은 ‘시범 적용’처럼 일부 학교나 학생들에게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교과목을 학습하는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과서를 적용하는 상태를 말한다.

어떤 교육 정책을 새롭게 도입하고자 할 때는 거의 언제나 새로운 정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타난다. 그런데 대부분의 교육 정책 논의들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의 논의를 거쳐 정책으로 수립․추진되거나 아예 정책 어젠다에서 사라지곤 한다.

반면에 ‘디지털 교과서1)’ 문제는 10여 년이 지나도록 논의하고, 정책을 수정하고, 프로토타입을 연구․개발하고, 시범 운영을 하는데도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에서 디지털 교과서 전면 도입 결정을 하고, 조만간 확정될 예정이라고 하니 미래의 학습 환경을 고려해 볼 때 다행한 일이다.

1) 디지털 교과서는 서책형 교과서의 교과 내용에 다양한 학습자료(용어사전, 멀티미디어, 평가문항, 심화·보충자료 등)들이 부가된 교과용 도서를 말한다. 디지털 교과서는 서책형 교과서의 보완 형태로 병행 사용되며, 학습 지원 도구와 관리 기능이 부가되고 외부 교육용 콘텐츠와의 연계가 가능해 학습 정보와 경험이 확장되고 자료 공유가 편리해지는 효과가 있다(교육부, 2010).

교육부(2014)에서는 디지털 교과서 추진 방향으로 ① 민간 자율․경쟁에 의한 질 높고 다양한 교과서가 공급될 수 있는 기반 조성, ② 교수 학습에 대한 내용, 방법, 대상, 장소 등에 따라 서책형 교과서와 디지털 교과서를 동시에 또는 적절한 비율로 혼용해 사용하는 형태인 서책 교과서와 디지털 교과서 병행 추진, ③ 사용자 편의성 및 활용성 극대화, ④ 디지털 교과서 활용 효율화 및 저변 확대를 제시한 바 있다.

필자는 이상과 같은 방향에 합의할 수 있다면, 현재 개편이 진행되고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편찬 과정에서 일부 교과목에 디지털 교과서를 본격 도입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2). 이번 정부 발표는 이러한 그간의 논의와 실험 적용 및 관련 연구 결과 등을 고려하여 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조난심(2014), 디지털 교과서 정책 현황과 향후 추진 과제, 교육부 정책토론회 자료집.

향후 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안정적인 디지털 교과서 도입 방안이 마련되고 추진되어, 우리 학생들이 최신의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하고 시공을 넘나드는 학습 자료를 통해 학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