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 학생들의 정서발달과 교육 ④대학생
[기획] 한국 학생들의 정서발달과 교육 ④대학생
  • 한치원 기자
  • 승인 2016.08.2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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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현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우리 학생들의 경쟁 중심 교육 현실은 정서 함양을 위한 기회를 박탈해 인격 형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에듀인뉴스는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따라 정서발달을 위해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다. 정서발달을 위한 교육담론 형성에 많은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편집자 주>

불안과 우울, 그리고 분노

완전한 성인이 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또 하나의 홍역

대학생들이 겪는 정서와 심리적인 문제 중 대표적인 것으로 불안, 우울감, 분노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그들의 연령에서 달성해야 하는 발달적인 문제 중 세 영역인 정체감(정체성), 자율성, 그리고 진로 발달에서 대학생들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으며 그에 대한 대응책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정서와 심리의 문제들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어떤 정서와 심리 문제를 겪고 있는가? 가장 보편적인 정서, 심리문제는 불안감이다. 그다음으로는 우울감이고, 그다음으로는 분노라고 관찰된다.

다만, 이런 정서와 심리 상의 문제는 우리나라 대학생들만의 특별한 현상은 아니며 전 세계 대부분의 기성 선진국 혹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고 있는 국가에서 공통으로 관찰되는 현상임을 미리 말해둔다.

불안감 불안이라는 정서는 원래는 나쁜 정서가 아니다. 불안감의 근원은 공포인데 공포란 나에게 위협이 되는 현실적인 대상이나 상황이 있을 때 느끼는 두려운 감정으로서, 우리는 공포를 느끼기 때문에 위험으로부터 도망가거나 혹은 맞서서 대항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flight-or-fight).

반면에 불안감이란 그런 현실적인 위협 요소가 아직 작동하기 이전에 미리 두려움을 느끼도록 진화한 대뇌 반응이 보편화된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불안감의 긍정적 기능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 학생들은 시험을 실패하는 데 대한 불안감이 있어서 시험공부에 좀 더 집중을 하는 것이며, 대학생들은 미취업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하여 취업 준비에 매진하는 것이다. 이처럼 불안감은 바람직하거나 생산적인 행위의 동기로서 작용한다.

다만, 이 불안감을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불안감에 짓눌리고, 혹은 불안감이 증폭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는 패닉(panic)을 경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불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대처 방법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불안감의 증폭 현상은 언제, 어떻게 발생하는가? 인간의 두뇌에서 두려움 정서를 경험하는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기 때문에 우리의 의식이 두려움을 인식하기 이전에 대뇌와 신체 기관(예: 심장)들은 이미 두려움 반응을 시작한다(예: 심장 박동수의 증가와 혈압 상승).

이런 신체 신호에 대해서 과잉 해석을 하는 경우, 실제보다 과장된 상상을 하게 되고 이런 과정이 반복될수록 정서의 증폭 현상이 강화되는 기제가 발생한다.

대체로 불안에 대한 치료적 처방은 두려움 반응에 대한 신체적 신호에 대한 과잉 해석 부분을 구체적으로 발견하여 이를 수정하는 연습을 하는 것으로서, 그 효과성은 잘 밝혀져 있다.

우울감 여기서 먼저, 우울감과 우울증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우울증은 의학적 견지에서 그것이 ‘병의 상태’임을 말하는 진단적인 개념인 반면에, 우울감이란 인간이 일상생활 중에 가끔, 종종 경험하는 ‘다운된 기분 상태’ 혹은 ‘슬픔, 낙담, 희망 없음, 무기력 등의 상태와 관련된 기분 상태’를 의미하는 일상 중의 경험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다만, 우울감의 강도가 심해져서 해야 할 활동을 하지 못하거나, 대인관계를 기피하거나, 혹은 자살 등의 극단적인 생각을 한다거나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우울감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대처 방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울감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우울감에 대한 설명이나 이론 역시 다양하고, 대처 방법 역시 여러 가지가 나와 있다. 여기서는 그중 아주 일부만 소개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상황을 고려해서 관련되는 현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좌절감을 반복해서 경험하는 경우에 우울감이 찾아온다. 한 대학생은 명문 과학고를 나올 정도로 수학을 잘했지만, 대학에 들어온 후 자기보다 수학실력이 우수한 다른 학생들을 보면서 좌절감을 증폭시키곤 하였다.

또 어떤 학생은 사모하는 이성 친구를 다른 학생에게 빼앗기면서 외모에 대한 열등감을 반복해서 경험하고 좌절감을 증폭시켰다.

좌절 경험이 반복되는 경우에 자칫 잘못하면 이를 사실 이상으로 과잉 일반화시키게 되고, 자기는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는 식으로 절망적인 해석을 하면서 우울감이 커지게 된다. 우울증상을 경험할 때 이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많은 처방이 제안되어 있다.

개인이 직접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는 정기적인 신체 운동, 햇볕에서 걷기, 친한 사람 만나기 등을 비롯하여 독서 요법, 명상 등이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들이다.

그 외에 전문가로부터 심리상담을 받는 방법도 있는데, 대학생들은 대부분 학교에 상담 센터가 있기 때문에 무료로 전문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심리상담을 받는 것이 결코 자신이 약하거나 못나서 받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술을 습득하기 위함이라는 생각을 가진다면 심리상담은 우울감 해소에 좋은 방법이 된다.

분노 분노는 종종 충동적인 공격 행동의 원인으로 작용하곤 한다. 도로에서 벌어지는 ‘보복 운전’ 및 운전자 간의 폭행 사건, 아파트 이웃 간의 소음 문제로 발단된 불화와 폭행 사건 등은 분노를 제어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대학생은 어떤 분노 정서를 경험하며 그것이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는 언제인가?

대학생들을 상담해 보면, 분노의 문제를 첫 번째 문제로 제시하는 경우보다는 두 번째나 세 번째 문제로 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직은 분노로 인한 충동 조절이 안 되어서 누군가를 가해하는 사건을 직접적으로 일으키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다만, 본인의 내면에서 ‘분노’와 ‘공격적 충동’이 ‘욱하고 올라오는’ 체험을 남몰래 하곤 하는데, 이 경우에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혹시라도 그런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여 큰 사건을 저지르지는 않을는지 걱정이 될 수 있다. 이런 문제는 몇 회기의 개인(일대일) 심리상담을 통하여 비교적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발달상의 문제와 처방

대학생도 발달상의 문제를 겪는다. 대학생은 법적으로 성인의 연령으로 간주되기는 하지만, 심리학적으로, 교육학적으로, 사회학적으로 볼 때 사실상 완전한 성인으로 인정되기는 어려운 점이 많다. 아마도 다음과 같은 측면들에 대한 성장을 도모해야만 완성된 성인으로 발달할 수 있다고 보겠다.

정체감(정체성) 확립 개인의 심리사회적 발달에 관한 유명한 에릭슨의 이론에 의하면 개인은 청소년기에 자신의 정체감을 발전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서 말하는 청소년기의 시기는 사회적 환경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서 어떤 나라는 10대 중반이 되기도 하고, 어떤 나라는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후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즉, 대학 입학을 전후해서 학생들은 정체감 발달을 왕성하게 경험하는 것이다.

정체감을 발달시킨다는 것은 본인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작업이다. 즉, 본인의 신체적 특성, 성격적 특성,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가치롭게 여기는 것과 저급스럽게 여기는 것, 본인의 인생을 통해서 이루고 싶은 것 등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과정이 바로 정체감을 발달시키는 과정이다.

정체감 발달은 대부분 정상적인 발달 과정으로서 자연적으로 발달하는 영역에 속한다. 하지만,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열악한 생활 환경(예: 학대), 집단적인 왕따나 학교 폭력 등 심각한 사건, 혹은 우울 등 심리적 문제를 심하게 겪는다면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정체감 발달이 이루어지지 못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대학 시절 동안 학교에서 제공하는 개인 상담이나 집단 상담, 혹은 각종 코칭 및 심리교육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자율성 획득 자율성도 청소년 후기와 성인 초기에 발달되는 주요 덕목이다. 이 부분의 발달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 개인은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언제인지 분간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주변으로부터 의사결정을 요구받는 경우에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등 ‘결정 장애’를 겪기 쉽다.

자율성의 발달은 앞에서 설명한 정체감 발달 및 다음에 설명할 진로의식 발달과 직결되는 영역이다.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부모의 교육방식이 지나치게 보호적이거나 통제적인 경우에 자율성 발달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

대학생이 되면서 집을 떠나서 기숙사 생활을 하거나 자취 생활을 해보는 경험은 자율성 발달에 중요한 기회가 된다.

단, 이런 기회를 성장의 밑거름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반대 즉 외로움, 그리움, 대체 의존(부모 이외의 다른 대상에게 과잉 의존하는 현상)에 빠진다면 자율성을 발달시킬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진로 결정과 취업 준비 진로 발달은 정서나 성격 발달 못지않게 중요한 발달 영역이다.

학교 교육에서도 최근 진로 발달의 중요성을 강조하여서 특히 중학생 시절에 본인의 진로 적성이나 흥미, 가치관 등을 탐색하고 각종 진로 정보를 입수할 기회를 강화하고 있다.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다.

다만, 지금의 대학생들은 중학생 시절에 그런 기회를 가져보지 못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대학생을 위한 세심한 진로지도를 해줄 필요가 있다.

대학생들을 진로 상담해보면, 그들의 첫 번째 문제는 자기가 추구하는 직업에 대해서 확신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특징은(외국과 비교했을 때), 미래의 직업을 결정은 했지만 그 결정에 대해서 자신감이부족하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가 심하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는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는 것을 문제로 삼는 데 비해서 우리나라의 경우는 결정자체는 이루어져 있으나 그 결정에 대한 확신감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현상의 주요 원인은 몇 가지가 있지만 그중의 하나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미래 직업을 정할 때 충분한 탐색과 검토, 그리고 결정의 번복 및 재검토 등을 거치지 않은 채 상당히 조속히, 미성숙한 과정을 거쳐서 결정에 이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결정의 과정이 미성숙한 것이다. 진로발달 이론에서는 이런 현상을 진로 결정의 ‘조기 종결(fore-closure)’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현상이 외국에 비해 아주 심한 편이다.

대학생들이 진로 상담을 받는 두 번째 흔한 문제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앞에서 설명한 정체성 발달의 문제에 속하는 것인데, 특히 직업과 관련한 정체성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경우이다. 이런 학생들은 대학 생활을 하면서도 취업 준비를 하지 않으며, 미래직업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기보다는 막연한 계획에 머무르는 경향을 보인다.

모든 대학에 설치되어 있는 경력개발센터(취업센터, 인력개발센터, 인재센터 등)에서는 이와 같이 진로 정체성의 발달이 부족한 대학생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주고 있다.

진로 지도에 좀 더 힘쓰는 대학들은 진로발달 과목을 아예 정규 과목으로 설치하여서 학점도 이수하게 하고 진로개발도 도모하고자 노력을 하고 있으며, 교육부에서도 이런 대학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대학생들이 겪는 정서와 심리적인 문제들 중 대표적인 것으로 불안, 우울감, 분노 세 가지를 설명하고 그 대처 방안을 설명하였으며, 대학생 연령에서 달성해야 하는 발달적인 문제들 중 대표적인 것으로 정체감(정체성), 자율성, 그리고 진로발달 세 영역에서 대학생들이 어떤 문제를 겪으며 그에 대한 대응책은 무엇인지 설명하였다.

결언(結言)하자면, 대학생들은 문제를 겪는 것을 겁내거나 부끄럽게 여기지 말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를 공유하고, 도움을 청하고, 때로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전문적인 상담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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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원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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