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마 학습법’은 철저히 뇌기반 학습과학에서 밝혀진 학습의 원리를 추구한다. 우리 뇌에서 ‘생각을 생각하는 메타인지’는 사고 중추인 전전두엽에서 작동하며, ‘생각을 연결하는 스키마’는 기억 중추인 해마에서 담당하고, ‘생각에 몰입하는 자의식’은 감정 중추인 편도체와 동기 중추인 측좌핵이 주로 담당 한다. 이것이 최근까지 뇌과학에 밝혀진 공부하는 뇌의 구조와 원리다. 스키마 학습법은 이러한 뇌과학을 바탕으로 고안된 공부법이다. 따라서 스키마 학습법은 뇌가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학습하고 기억할 수 있는 최적의 공부전략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서 뇌의 기본적인 구조와 기능에 대해 먼저 알아둘 필요가 있다. ‘나 자신을 아는 것’이 공부의 출발점이라 했듯이, 먼저 자신의 뇌를 잘 알아야 더 잘 활용할 수 있다. 

 

우리 뇌는 3층으로 이루어진 삼위일체 뇌다

<우리 뇌의 3층 구조>

 

 인간의 뇌는 오른쪽 그림과 같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3층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진화 순서와 위치에 따라 ‘파충류 뇌’라고 불리는 구피질과 ‘포유류 뇌’라고 불리는 고피질, 그리고 ‘인간의 뇌’라고 불리는 신피질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세 개의 헬멧을 쓰고 있는 것과 같은 구조다. 맨 아래층인 파충류 뇌는 뇌간(뇌줄기)와 소뇌로 구성되어 있으며, 호흡·심장박동·혈압조절 등과 같은 생명 유지에 필요한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생명뇌’라고도 한다. 중간층인 포유류 뇌는 변연계로 안팎과 위아래로 모든 정보를 전달해 주는 중간 정거장 역할을 하며, 감정 조절을 담당하고 있어서 ‘감정뇌’라고 한다. 포유류들이 울부짖거나 으르렁거리고 움츠리기거나 꼬리를 흔드는 것과 같은 행동으로 표현되는 흥분, 공포, 애정 등의 감정을 담당한다.

 


<우리 대뇌 피의 주요 구조>

맨 위층인 인간의 뇌는 대뇌 신피질로 고도의 정신 작용과 창조 기능을 관할하는 인간만이 가진 ‘이성뇌’라고 부른다. 인간의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중요한 뇌 부위로 전체 뇌의 80%를 차지한다. 인간이 문명을 창조하고 만물의 영장이 된 것은 바로 대뇌 신피질이 발달한 덕이다. 주름진 모양으로 되어 있는 신피질은 표면적이 신문지 한 면(A4 종이 4장) 정도이며, 침팬지는 A4 종이 한 장, 원숭이는 엽서 크기, 쥐는 우표 크기라고 한다. 보통은 ‘대뇌 피질’이라고 부른다. 
대뇌 피질은 크게 4개 구역으로 나뉜다. 가장 큰 전두엽은 변연계와 밀접하게 연결돼 의사결정, 추론과 계획, 동기부여, 도덕성 등을 관장한다. 후두엽은 시각, 측두엽은 청각, 두정엽은 언어 능력과 관계가 있다. 전두엽은 3∼6세, 측두엽과 두정엽은 6∼12세, 후두엽은 12∼15세에 집중적으로 발달하므로 각 단계에 맞게 교육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 뇌에서 특히 학습과 기억과 관련해 중요한 곳은 전두엽이다. 전두엽은 이성적인 이해력, 판단력, 논리력, 통찰력 등을 담당한다. 우리 뇌 중에서 대뇌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자라는 부위로, 약 25세까지 활발하게 발달하다가 어른이 되어도 계속 성장한다. 인간을 유인원과 구분해 주는 핵심 부위로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특히 전전두피질(엽은 피질이란 뜻임)은 자기를 인식하고 주의집중과 행동계획, 의사결정을 담당하며 문제해결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불필요한 행동을 억제, 통제하는 능력을 보이는 등의 메타인지를 관장하는 곳이다. 덕분에 우리는 스스로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했는지 알 수 있고, 그에 따라 다음 계획을 세우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학습과 기억은 대뇌의 전전두피질이 관장한다 
공부와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부위가 전두엽의 바깥쪽 배외측 전전두피질이다. 명상을 하면 두꺼워진다고 알려진 배외측 전전두피질은 작업기억과 주의집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업기억이란 계산할 때 중간까지 계산한 값이나 책 읽을 때 앞의 읽은 내용을 기억하는 기능이다. 그래서 배외측 전전두피질은 기억에 직접 관여하는 해마나 기저핵과 관련이 깊다. 반면 안쪽 복내측 전전두피질은 감정적 정보에 많이 의존한다. 그리고 아래쪽에 위치한 안와전두피질은 욕구 또는 동기에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는 데 관여한다. 배외측 전전두피질은 의욕 중추인 측좌핵과 복내측 전전두피질은 감정 중추인 편도체와 연결되어 있어서 감정적, 정서적 정보들을 상황에 맞게 조절한다. 또한 목표 지향적 행동에도 관여한다. 확실한 보상이 기대되는 행동을 할 때는 이 두 부위가 활성화된다고 한다. 공부에서 동기를 관장하는 부위인 것이다. 이곳에 손상을 입으면 주의가 매우 산만하고 매우 충동적이며, 무책임해지고 도덕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하게 된다. 자신의 실수를 통해 학습하는 기능도 사라진다.

 

<전전두피질의 각 부위>
 

 


<학습과 기억을 관장하는 뇌 부위>

정리하면, 배외측 전전두피질은 인지된 정보를 분석해 논리적으로 판단하게 하지만, 복내측 전전두피질과 안와전두피질은 감정적인 자극에 의지하여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배외측 전전두피질이 강하게 활성화되면 건강에 좋은 음식을 선택하는 반면, 복내측 전전두피질이나 안와전두피질이 활성화되면 대부분 맛있는 음식을 선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 한다. 또한 이 전전두피질의 각 부위는 특정 자극에 기계적으로 직접 반응하는 것 아니라 해마나 편도체가 있는 변연계나 기저핵, 측좌핵 등을 통해 전달된 정보를 조절하고 통제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전두엽은 사춘기에는 급속히 팽창하는데  충동 억제와 감정 공감을 책임지는 전전두피질 부위가 도파민의 홍수위에 놓이게 된다. 이렇게 사춘기때 전전두피질이 급격하게 팽창하면서 다른 부위와 부조화가 발생한다. 또한 태어나면서 부터 진행되는 시냅스 가지치기가 청소년기에 절정을 이룬다고 한다. 그래서 사춘기때 질풍모도의 혼란기를 겪는 것이다. 
전전두피질과 함께 학습과 기억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이 또 있다. 바로 변연계의 해마와 편도체 그리고 측좌핵이다. 해마는 뇌에 기억을 입력 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마는 기억을 일시적으로 저장할 뿐 장기 저장은 측두엽에서 맡게 된다. 즉, 새로운 정보가 해마로 들어오면  임시 저장하여, 정보를 일시적으로 기억할지 장기적으로 기억할지 분류 작업을 한다. 이를 작업기억이라고 한다. 이때 동일한 정보가 해마로 여러 차례 전송되지 않으면 측두엽으로 보내지지 않고 폐기한다. 이렇게 해마는 작업기억을 작동시켜 단기적인 기억을 처리하여 측두엽의 장기기억으로 바꾸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해마를 ‘기억의 공장’이라고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이렇게 측두엽에 쌓아놓은 기억들을 다시 해마로 불러내 연결해야만 영구적인 기억으로 공고화된다. 해마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바로 기억의 연결에 있다. 설령 몇 번에 걸쳐 기억된 지식이라도 그것이 다른 지식과 연결되지 않으면 폐기되는 것이다. 이것이 앞서 강조한 우리 뇌가 생각을 연결하여 ‘스키마’를 구성하는 과정이다. 이 작업은 특히 깊은 수면 상태에서도 활발하게 일어난다. 
또한 공부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집중과 몰입이다. 이것은 감정과 동기와 같은 자의식이 발동해야 한다. 해마와 붙어있는 편도체는 해마에서 처리되는 정보에 감정을 실어주고 그 옆쪽의 측좌핵은 동기를 조절함으로써 뇌 신경세포(neuron; 뉴런)의 연결(synapse; 시냅스)이 더 밀접하고 강력하게 함으로써 장기기억으로 저장을 활성화시킨다. 생각에 몰입하는 자의식의 효과다. 우리가 과거 큰 사고의 기억이나 첫사랑의 사연은 평생 잊지 못하거나 꿈과 목표가 뚜렷해야 공부가 잘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뇌의 뉴런이 평생에 걸쳐 학습과 기억을 새겨간다 
우리 뇌는 학습한다고 다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학습한 것을 끊임없이 망각하는 것이 뇌의 자연스러운 기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습한 것을 망각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억을 오래 남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학습한 것을 장기기억으로 유지한다는 것은 대뇌 피질에 광범위하게 분포해 있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인 뉴런과 그 연결 부위인 시냅스가 확장되고 강화된다는 의미다. 즉 뉴런의 시냅스에 기억의 흔적이 새겨지는 것이다. 
인간의 뇌기능은 노인이 되더라도 계속 발달한다고 하는 이유는 뇌 용량 자체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 나이에 상관없이 평생에 걸쳐 뇌를 사용하면 할수록 뉴론과 뉴런이 시냅스로 연결되는 신경회로망의 연결 가지가 많아지고 두터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쓰지 않으면 회로가 막히고 가늘어지며 수도 적어져서 망각이 일어나고, 노인이 되어서는 노화로 뉴런의 수는 줄지만 더 큰 문제는 시냅스의 수가 줄고 그 연결 강도가 약해져서 치매로 발생하게 된다. 즉, 장기기억은 특수한 물질의 형태로 우리의 뇌에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뉴런의 시냅스가 많아지고 연결이 두터워지는 뉴런의 연결구조가 변화되어야 오랫동안 보존되는 것이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감각기에서 받아들인 자극을 뇌나 척수에 전달하고, 그에 알맞은 명령을 각 반응기에 내려 보내 몸의 여러 가지 기능을 조절하는 뇌와 척수 및 말초신경 등을 통틀어 ‘신경계’라고 한다. 이러한 신경계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신경세포를 ‘뉴런’이라고 한다. 뉴런에는 세 가지가 있다. 감각기에서 들어온 자극을 중추신경에 전달하는 ‘감각뉴런’, 감각신경에서 전달된 자극을 판단하여 운동신경에 명령하는 중추신경(척수와 뇌)의 ‘연합뉴런’, 그리고 중추신경의 명령을 받아 반응기(근육, 분비샘)에 전달하는 ‘운동뉴런’이 있다. 즉, ‘자극 ➝ 감각기 ➝ 감각뉴런(감각신경) ➝ 연합뉴런(중추신경) ➝ 운동뉴런(운동신경) ➝ 반응기 ➝ 반응’과 같은 단계로 자극에 대한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학습과 기억을 관장하는 뉴런과 시냅스의 구조>

 

‘뉴런’은 세포의 중심인 ‘세포체’, 신호와 신경을 전달하는 ‘축색돌기’와 ‘수상돌기’로 이루어져 있다. 뉴런에서는 축색돌기라는 아주 미세한가지가 뻗어 나온다. 축색돌기는 수상돌기라고 하는 다른 뉴런의 중심부로 뻗어간다. 시냅스는 뉴런과 뉴런을 연결하는 접점으로 미세한 틈을 가지고 있다. 축색돌기와 수상돌기가 만나면 비로소 ‘시냅스’가 만들어진다. 뉴런 하나에는 적게는 100개, 많게는 10만개에 이르는 시냅스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리하여 뇌 속에는 거대한 신경회로망이 형성된다. 
학습과 기억은 모두 생리학적 현상이며, 뉴런과 시냅스에서 일어난다. 즉, 생리학적으로는 감각기관의 자극에 의한 정보신호가 유입되어 뇌에서 전기화학적인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뇌에서 이루어지는 신경정보의 전달방식을 전기화학적 전달이라고 하는데, 이는 하나의 뉴런 내에서 세포막 안팎의 전위차에 의해 정보가 전달되는 전기적 전달과 뉴런들 사이에 있는 시냅스를 통해 정보가 전달되는 화학적 전달로 나눠진다. 
시냅스는 뉴런으로 들러온 신경정보의 전기신호를 화학신호로 변환하여 다른 뉴런에 전달하면서 다시 전기신호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즉, 뉴런 내의 전기신호는 시냅스의 입력 부위인 뉴런의 축색돌기 끝으로 모이면서 화학신호인 ‘신경전달물질’로 분비되고, 다시 시냅스의 출력 부위에서 다른 뉴런의 수상돌기 수용체를 자극해 전기를 발생시켜 다시 전기신호로 바뀌는 과정을 통해 정보가 전달된다. 이와 같이 시냅스는 수많은 정보를 끊임없이 주고받는 뇌 속의 초고속 반도체라고 할 수 있다.
시냅스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에는 도파민, 세로토닌, 엔돌핀, 아드레날린, 멜라토린 등이 있다.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의 전달 과정에서 시냅스 회로에 가지가 생기고 연결되면서 신경정보가 기억으로 저장되는 것이다. 이때 신경전달물질이 뉴런 간의 연결 부위에서 시냅스의 형성을 좌우하기 때문에 신경전달물질이 얼마만큼 활성화되어 잘 분비되느냐가 기억의 질을 결정하게 된다. 신경전달물질은 감정의 상태에 따라 그 활성화 정도가 변한다. 바로 감정 실린 지식이 강고한 지식이 된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새로운 정보가 기억된다는 것은 하나의 정보신호가 유입되어서 그동안 서로 관련이 없던 뉴런들 사이에 시냅스가 생긴다는 말과 같다. 하지만 새로 생긴 시냅스는 처음에는 강도가 약해 시간이 지나면서 연결이 끊어져 망각이 일어나기도 한다. 다시 말해 기억은 한 번에 바로 새겨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때 시냅스의 연결 강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계속적인 학습을 통해 더 많은 신경전달물질이 생성되도록 하여 뉴런의 활성화를 높이고, 신경전달물질의 수용체 수를 증가시켜 시냅스를 강화해야 한다. 따라서 기억이 저장되는 특별한 곳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보가 처리되는 수많은 시냅스로 이루어진 신경회로망(신경망)이 기억의 저장소인 것이다. 
그렇다면 장기기억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장기기억은 뉴런 사이 시냅스의 연결 강도로 저장된다. 시냅스가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오랫동안 활성화 상태를 유지하면 시냅스의 연결 강도가 점점 강해진다. 이 변화가 장기기억으로 저장되는 과정이다. 즉, 시냅스가 공고화되는 것이 바로 장기기억이다. 장기기억의 용량은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고 한다. 장기기억은 측두엽과 후두엽 및 두정엽 쪽에 많이 저장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여기에서 발견되는 수백억 개의 뉴런과 그들 사이의 무수한 연결은 장기기억 용량이 거의 무한에 가까움을 시사한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기억의 양과 질은 신경전달물질의 활성화 여부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감정 없는 학습은 동물의 뇌로 공부하는 것이다 
기억의 양과 질의 문제는 바로 효율적인 학습과 효과적인 기억에 관련된 것이다. 기억의 양과 질은 시냅스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 스냅스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신경전달물질이라고 했다. 그리고 신경전달물질은 감정에 의해 그 분비가 좌우된다고도 했다. 결국 고급의 기억을 대량으로 보존하기 위해서는 감정이 가장 중요해 진다. 감정 중추인 편도체는 기억의 처리와 저장을 담당하는 해마와 붙어서 변연계 내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변연계는 그 위층에는 사고, 판단, 추론, 동기 등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최고의 컨트럴 타워인 대뇌 피질의 전전두엽의 지휘를 받는다.

 

  
<감정뇌의 변연계>

이와 같은 뇌의 작동 원리는 감정이 실리지 않은 기억과 생각을 하지 않는 학습은 동물의 뇌로만 공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반증한다. 쥐나 원숭이 같은 동물도 자극과 강화를 통해 반복적으로 연습시키면 기억을 통한 반응을 곧잘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 뿐이다. 인간이 학습과 기억을 통해 이성적인 판단과 창의적인 문제해결로 이어가는 그러한 과정을 밟지 못한다. 반면 인간의 학습과 기억은 감정뇌와 이성뇌가 서로 협력 체제를 구축해 상호작용을 하게 되면 더욱더 효과적인 공부가 된다. 다양하고 복잡한 지식을 즐거운 마음 상태에서 공부하면 해마 앞쪽 전두엽에 있는 동기부여의 뇌가 작동하여 획득된 지식이 대뇌피질로 올라가서 장기기억으로 견고하게 잘 저장되고, 문제를 해결할 때 즉시 연상하여 연결함으로써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발상으로 이어져 탁월함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공부를 잘하고 싶으면 자신의 감정 표현에 솔직해야 한다. 우리가 강조하는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말함이다. 그것이 뇌가 요구하는 최고의 공부법이기 때문이다. 억지로 하는 공부는 그래서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암기에만 매달리는 공부도 마찬가지다. 감정은 지식을 돕고, 역으로 좋은 지식은 또한 감정을 더욱더 풍요롭게 만든다.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면서 죽어라고 공부하는 것은 뇌를 망가뜨리는 것과 같다. 뇌도 우리 몸의 근육과 같아서 혹사하면 피로에 지쳐 나가떨어진다. 더구나 뇌는 잠자는 시간에 스스로 더 깊은 학습과 기억을 하기 때문에 적절한 휴식이 잘하는 공부에는 필수적이다. 이 모든 것이 뇌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적당히 잘하는 공부’다.


학습과 기억은 자의식의 조절과 통제로 작동한다 
공부의 시작은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마음이 움직여야 뇌가 작동하고 그래야 비로소 공부가 된다는 말이다. ‘공부마음’을 먼저 만드는 것이 출발점이다. 공부를 좌우하는 마음을 우리는 ‘자의식’이라고 했다. 긍정심, 자존감, 도전심이 마음속에서 일어나야 메타인지가 작동한다. 생각을 생각하는 메타인지는 가장 먼저 자신의 ‘감정’부터 모니터링 한다. 자신의 감정이 제대로 자리 잡혀 있지 않으면 자신의 몸도 책상 앞에 자리 잡지 못한다. 억지로 책상 앞에 앉혀 놓은 들 자신의 뇌 속에서는 점점 더 분열만 가중된다. 부모 눈이 무서워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한 들 그 공부는 ‘가짜 공부’ 일 뿐이다. 그 사실을 부모는 눈으로 봐도 알지 못하지만 그 자신은 정확히 알고 있다. 그것이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만이 메타인지 능력을 가진 이유다. 
‘시작이 반’이라는 격언을 심리학자 크레페잉이 뇌과학적으로 증명했다. 뇌에는 좌우로 ‘측좌핵’이라는 신경군이 있다. 이곳의 뉴런은 평소에는 활발하지 않아서 스스로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지만, 일단 무슨 일이든 시작해서 이곳을 계속 자극하면 도파민이 분비되어 흥분을 일으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즉, 측좌핵이 스스로 흥분해 뉴런을 더욱 활발히 움직이도록 하는데, 이런 현상을 ‘작업흥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곳이 흥분하여 활성화될수록 의욕이 넘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기력이 없어서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하지만, 사실은 아무 일도 하지 않기 때문에 점점 더 무기력해지는 것이다. 공부에서도 마찬가지다.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지고 일단 공부를 시작함으로써 잠자는 측좌핵을 깨울 수 있다. 싫다는 생각을 조금만 참고 일단 시작을 하고 나면, 신기하게도 공부는 저절로 진행된다. 그리고 공부가 진행됨에 따라 측좌핵은 스스로 더 흥분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공부에 집중하고 몰입하게 되면, 이제 공부는 하기 싫은 일이 아니라 즐거운 일이 된다. 
즉좌핵은 동기와 행동에 관련된 보상회로이기도 하다. 보상이 뚜렷하게 주어지면 측좌핵 부위가 자극되면서 도파민의 농도가 올라가 강한 동기를 유발한다. 예상보다 실제로 더 많은 보상이 주어졌을 때 우리의 쾌락과 만족은 커진다. 하지만 내재적 동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눈앞의 달콤한 보상이 아니라 목표 지향적인 기대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어린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보상은 칭찬이다. 주의할 점은 공감하는 칭찬, 즉 재능이 아니라 노력을 칭찬하는 것을 앞에서 지적한 바 있을 것이다.

 

          
<스키마 학습법의 공부 구조와 원리>

 

자의식에 의해 발동하는 감정은 메타인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우리가 앞에서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 결정적인 차이는 메타인지 능력의 차이라고 했다. 결국 공부 능력은 메타인지를 좌우하는 공부마음이 결정하는 것이다. 자신의 뇌에서 메타인지가 한번 작동하기 시작하면 자신의 뇌를 무섭게 바꿔가기 시작한다. 메타인지라는 것이 본디 자신의 생각을 생각하는 일이 본연의 임무이기 때문에 한번 작동하기 시작한 메타인지는 자신의 생각을 하나 둘 철저히 점검하고 통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것을 공부에서 ‘집중력’이라고 했다. 그래서 메타인지는 그 속성상 자신의 뇌 속에 저장된 기억부터 꺼내서 분석하기 시작한다. 이것을 기억의 ‘인출’이다. 자신의 기억을 인출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철저히 따져 되새겨 보는 성찰과 반추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먼저 자신이 할 수 없는 것, 잘 모르는 것부터 냉철하게 판단하여 할 수 있는 전략과 알 수 있는 방법을 결정해 자신의 몸과 마음 전체에 명령을 내린다. 이것이 바로 메타인지가 내 몸과 마음의 강력한 지배력이자 참된 권력인 이유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나고 본격적인 진짜 공부가 시작된다. 먼저 할 줄 모르고 알지 못했던 것들부터 초보적인 학습인 여러 번  읽으면서 중요한 것은 되뇌면서 암기하는 ‘시연’으로 기억에 저장한다. 좀 더 복잡한 정보와 지식은 분석하고 분류하여 유사한 속성별로 묶고, 기억 속의 단서들을 떠올려 연결함으로써 의미 있는 기억이 되도록 ‘조직’한다. 이렇게 시연과 조직을 통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획득하는 것이 ‘부호화’에 의한 학습의 ‘파지’이다. 파지란 학습된 정보와 지식을 필요할 때 언제든지 인출해서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기억으로 저장하고 보존하는 것을 말한다. 파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바로 꺼내서 사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엉뚱한 기억을 꺼내는 오류가 생기게 된다. 이것이 학습을 통한 개념형성으로 ‘원형 스키마’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스키마 학습법의 개념형성과 문제해결의 공부 과정>

 

메타인지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니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활동이다. 학습으로 머릿속에 형성된 개념들은 새로운 문제 상황에 닥치게 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억에서 꺼내서 인출하기 시작한다. 이때 기억된 기존의 지식이 문제에서 요구하는 지식과 딱 들어맞는 것이 있으면 바로 연결해 해결한다. 기억의 ‘연합’이다. 문제해결에 필요한 스키마를 기억에 저장된 기존의 스키마에서 인출하여 통합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이는 스키마의 ‘동화’이다. 하지만 문제가 요구하는 지식이 기억 속의 기존 지식에서 찾기 어려우면 관련된 이러저러한 지식들을 떠올려 연결하고 수정하여 재구성하면서 그 해법을 찾아 해결한다. 이 과정은 기억의 ‘통합’이다. 문제해결을 위해 기억에 저장된 기존 스키마들을 수정하고 변형하여 새로운 스키마를 구성해 해법을 만들기 때문에 스키마의 ‘조절’이라고 한다. 문제해결 과정에서는 연합과 통합을 통해 지식을 더욱 ‘정교화’하여 ‘변형 스키마’로 재구성하는 학습의 ‘전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학습과 기억은 자의식이 발동하여 메타인지의 심지에 불이 붙기 시작하면서 개념형성 과정의 부호화 전략과 문제해결 과정의 정교화 전략을 통해 개념을 형성하고 개념을 연결하여 장기기억 속에 스키마를 구성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뇌에서 일어나는 공부의 과정이다. 또한 이러한 공부의 과정은 생각을 생각하고, 생각을 연결하고, 생각에 몰입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스키마 학습법에서 말하는 공부의 원리는 이렇다 
이제 스키마 학습법의 공부 원리를 정리할 차례다. 스키마 학습법은 개념이해 학습과 문제해결 학습으로 이루어져 있다. 개념이해 학습은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주의 집중을 통해 지각하여 배움(學 )으로써 앎(知)을 쌓아가는 공부이고, 문제해결 학습은 기억된 정보와 지식을 인출하고 유사한 문제 상황에 적용하여 익힘(習)으로써 지식을 더욱 공고화하고, 새로운 문제의 해결책을 탐구하여 깨우침(識)을 얻음으로써 지식을 더욱 풍성하게 가꾸는 공부다.

 

스키마 학습법의 공부 원리

개념이해 학습은 시연과 조직을 이용한 부호화 전략을 통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획득하여 개념을 형성함으로써 장기기억 속에 원형 스키마를 만들어 가는 공부이며, 문제해결 학습은 기억 속의 스키마를 인출하여 연합과 통합을 이용한 정교화 전략을 통해 문제의 해법을 발견함으로써 기존의 스키마를 수정하고 보완하여 장기기억 속에 변형 스키마를 구성해 가는 공부다. 이렇게 개념이해 학습은 기억이 저장되고 보존되는 정보와 지식의 하향 처리 방식에 의해 학습의 파지가 일어나는 공부이고, 문제해결 학습은 기억 속의 스키마를 인출해 문제해결에 적용하거나 응용하는 하향 처리 방식에 의해 학습의 전이가 일어나는 공부다.


생각의 원리는 스키마 학습법에서 이렇게 작동한다 
이 책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를 꼽는다면 단연 “생각”이다. 그럼 공부에서 생각은 어떻게 작동할까? 스키마 학습법은 한마디로 ‘생각공부’다. 생각에서 시작해 생각으로 끝나는 공부라는 뜻이다. 그런데 공부의 과정에서 생각이란 실체는 다양한 방식으로 옷을 갈아입으면서 등장한다. 먼저 생각을 생각할 때만 내 머릿속에 생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생각은 바로 기억이다. 기억을 되새기기 시작해야 생각이 떠오른다. 이것이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지각하거나 머릿속의 기억을 인출하여 떠올려서 되새기는 ‘반추’이다. 
반추된 생각은 자신의 머릿속에 어떤 이미지(image-마음속의 영상을 포함함)로 떠오른다. 그 이미지는 마치 주마등처럼 찰나의 속도로 머릿속을 스쳐가기도 한다. ‘상상(imagination)’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상상의 어원은 라틴어 ‘imago’(모방하다, 복재하다)에서 연유한 말이다. 상상으로 떠오른 이미지는 경험을 통해 접했던 사물이나 현상, 현실이 어떤 형태로든 반영된다는 뜻이다. 
우리는 그런데 공부를 할 때 막연히 상상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 무엇을 배울 때는 지각된 정보와 관련된 이미지를 머릿속으로 떠올리려고 노력한다. 이때는 ‘연상’(聯想, association)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연상을 하는 생각의 목적은 뚜렷하다. 새로운 배움으로 개념을 형성하기 위해서다. 이때 ‘반복’(여러 번 읽기)과 ‘강화’(밑줄, 별표 등)를 통한 시연이나 ‘청킹’(묶음, 순서짓기)나 ‘맵핑’(마인드맵)으로 ‘조직’하는 ‘부호화’ 전략이 동원된다. 그래서 연상은 어떤 개념을 배우는 기억술로 활용하면 아주 효과적이다.

  


<'생각공부'의 인지과학적 원리>

 

연상은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는 해결책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관련 기억들을 인출해 연결하기도 한다. 이때는 문제해결의 ‘단서’(端緖)가 연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단서가 없으면 관련된 기억을 인출할 수 없기에 단서를 찾아야 제대로 된 연상을 할 수 있다. 물론 단서가 잘못되거나 흐릿해도 잘못된 연상을 하기 때문에 문제해결에 실패하게 된다. 하지만 확실한 단서가 있으면 바로 기억 속에서 해결책을 연상해 문제해결에 성공할 수 있다. 이때는 ‘연계’나 ‘위계’로 연합하는 정교화 전략이 사용된다. 
그런데 아직 연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게 있다. 단서가 없어서 관련된 기억의 이미지를 찾을 수 없을 때이다. 이럴 때는 숙고를 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야 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재구성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발상’(發想, idea generation)이다. 발상에는 직관적인 ‘통찰’과 논리적인 ‘추론’으로 통합하는 정교화 전략이 사용된다. 우리가 창의력이라고 말할 때 바로 이 발상이라는 생각의 원리에 의해 발현되는 능력을 말한다. 
이렇게 공부에서 생각은 주로 기억을 인출하는 반추를 통해 상상과 연상 그리고 발상의 과정으로 이어지는 ‘기억 떠올리기 ➝ 서로 연결하기 ➝ 하나로 모으기’를 통해 머릿속에 있던 기존의 기억을 강화하거나 재구성하여 어떤 이미지, 즉 마음속의 영상으로 다시 장기기억에 파지되거나 전이된다. 바로 이 어떤 이미지가 스키마이며, 뇌 속에 기억의 흔적으로 ‘심상’(心象, imagery)을 새기는 것이다. 심상은 외적인 자극이 없어도 마음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로 상상, 연상, 발상을 모두 총칭한다.


연상 기억술은 효과적인 부호화 전략이다 
연상을 활용해 원활한 문제해결을 하기 위해서는 머릿속의 이미지로 처음 저장할 때 확실한 단서와 함께 기억해 두어야 효과적으로 연상할 수 있다. 개념형성 학습에서 연상 기억술이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는 이유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세 가지 연상법칙을 말한 바 있다. ‘번개와 천둥’ 같이 서로 다른 현상이지만 동시에 발생하는 것을 함께 떠올리는 접근성의 법칙, 뜨거운 불과 차가운 얼음 같이 서로 반대되는 현상이나 성질을 떠올리는 반대성의 법칙, 그리고 고양이 그림을 보고 호랑이를 떠올리는 서로 통하는 형상이나 상황을 생각하는 유사성의 법칙이다. 
연상 기억술에서 기억의 원리는 ‘이중 부호화 이론’으로 설명된다. 파이비오(A. Paivio)에 의하면, 뇌에서 청각정보는 언어로 시각정보는 이미지로 부호화하여 두 가지를 각각 따로 저장함과 동시에 서로 간의 참조적 연결 정보도 함께 부호화하여 저장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정보처리를 할 때 언어적 정보처리 시스템과 비언어적(시각적, 공간적) 정보처리 시스템을 구분하여 이중으로 사용한다. 가령 교재나 오디오북과 같이 단일한 청각정보는 언어적 코드로만 저장되지만, 동영상 강의는 언어와 이미지 두 가지로 분리해 저장되면서 서로 결합된 코드 형태도 함께 저장한다는 것이다. 이를 다시 인출하여 회상할 때 동영상 강의는 음성 기억부호를 잃어버려도 영상 기억부호(단서)만 있으면 참조적 연결을 통해 언어정보를 기억해 낼 수 있다. 이와 같이 이중 부호화는 기억을 조직하는 부호화 전략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연상 기억술의 이중 정보처리를 통한 부호화 과정>
 

이중 부호화를 이용하여 학습과 기억을 조직하는 방법은 시중에서는 연상 학습법 또는 해마 학습법이란 이름으로 상품화되어 팔리고 있다. 주로 영어 단어 암기법 상품으로 출시되고 있는데, 상술에만 치우쳐 본질을 곡해하는 점이 없지 않으나 몇몇 상품은 대히트를 치고 있다하니 학습효과가 분명히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이중 부호화를 이용한 기억술은 영어 단어나 구구단, 악기 연주나 운전 등 기억을 자동으로 인출해서 사용하는 지식 습득에 아주 용이하다. 연상 기억술에 대해서는 아래에 대표적인 아홉 가지를 표로 정리해 두었다.

 

<연상 기억술을 이용한 부호화 전략>

 

우리의 앎은 두 갈래의 경로를 통해 공부한다.   
앎의 방식에는 두 갈래 경로가 있다. 바로 떠오르는 앎과 깊이 숙고하는 앎이다. 무의식적이고 직관적인 앎, 자동적이고 즉각적, 반사적인 앎을 ‘즉지(卽知)’라고 한다. 보통 문제해결에서 직관력 또는 통찰력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깊이 생각하는 의식적이고 분석적인 앎, 의도적이고 단계적, 순환적인 앎을 ‘인지(認知)’(넓은 의미에서 즉지를 포함하지만, 여기에서는 구분해서 사용함)라고 한다. 사고력 또는 추론력 같은 문제해결 능력으로 발휘된다. 즉지는 찰나의 생각으로 획득되고, 인지는 느린 생각의 과정을 거친다. 실제 이 두 가지 앎의 체계는 문제해결 상황에서 때로는 동전의 양면처럼 상호 작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야구 선수가 타석에서 투수가 던진 공을 찰나의 즉지에 의해 순식간의 연결된 동작으로 반사적이고 자동적으로 안타를 친다. 그런데 1루에서 2루로 도루할 때는 투수와 포수, 1루수와 2루수의 움직임까지 단계적이고 몇 번이나 분석하고 예측하여 도루의 기회가 인지되었을 때 2루를 향해 뛴다. 타자는 즉지와 인지 능력 모두가 뛰어나야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다. 투수가 타석에서 안타를 칠 때는 자전거 타기나 자동차 운전에 능숙해지면 굳이 조작법을 떠올리지 않아도 몸이 먼저 자동적으로 반응하고 움직여 작동하는 것과 똑같은 시스템이 작동한다. 바로 뇌의 장기기억에 저장된 절차적 지식이 절차기억으로 인출되어 즉각적이고 반사적인 자동화 시스템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또한 주자가 주루에서 도루를 할 때는 성공 여부와 관련된 변수들을 면밀히 따져서 세이프 가능성을 예측해 보고 확실한 기회라고 판단되면 결정하는 복잡한 시스템이 가동된다. 이는 그동안 야구를 배우고 익히면서 장기기억으로 저장해 놓은 다양한 개념적 지식을 의미기억으로 인출해 분석하고 추론하는 중앙통제 시스템을 가동해 도루를 감행한다.

 

  
<절차기억의 저장소인 기저핵>

스포츠 선수뿐만 아니라 피아니스트의 연주나 바둑 기사의 대국에서도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하기 전에 손가락이 먼저 자동적으로 움직여 실행된다. 이렇게 습관처럼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행동을 할 때 쓰이는 신경회로망과 목표를 위해 의식적으로 행동할 때 쓰이는 신경회로망은 다르다고 한다. 의식적인 행동은 전두엽에서 담당하지만, 자동적인 행동은 무의식적인 행동을 통제하는 뇌 안쪽의 기저핵 부위에 기록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기록하면서 연속적인 절차와 기능적인 의미를 한데 묶어 하나의 덩어리로 취급해 처리한다. 앞에서 살펴본 이중 부호화와 유사한 학습과 기억의 원리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반응 속도를 지체시키는 분석-판단-결정의 의식적인 과정이 생략되기 때문에 반사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물론 초기에는 목적에 따라 부분적으로 반응하지만 익숙해지면 나중에는 해당 자극만 있어도 반사적으로 자동적인 반응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여러 개의 절차나 명령을 하나로 묶어 컴퓨터의 단축키처럼 쓰인다고 해서 기억의 ‘매크로’라고 한다. 운동선수, 예술가, 기술자 등은 탁월한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으로 기억의 매크로를 형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한다. 수학공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주로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사칙연산을 배울 때는 절차적 지식을 기억의 매크로로 장기기억에 저장해 두어야 고학년이 되었을 때 자동화되어 빠르고 정확한 연산능력이 발휘된다는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때 연산의 절차적 지식을 통째로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를 통한 기능의 습득에 초점이 맞춰져야 절차와 의미가 결합되어 매크로 기억으로 자동화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수학은 실제 문제해결의 과정에서는 절차적 지식이 개념적 지식보다 더 유용할 때가 많다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앎을 방해하는 착각, 왜곡, 암시, 간섭을 제거하라   
학습과 기억으로 형성된 모든 앎은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는 것이 뇌과학에서 말하는 ‘진짜 잘하는 공부법’이다. 앎의 탁월함과 유능함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끊임없이 자신의 앎을 의심하는 것이라 한다. 우리의 기억은 뇌가 스스로 끊임없이 ‘재구성’한다. 문제는 우리의 선한 의지와는 무관하게 뇌가 이기적이고 편안한 방향으로 재구성하려는 속성에 있다. 그래서 나의 기억을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한다. 
뇌가 가장 빠지기 쉬운 유혹이 학습된 앎을 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한번 기억된 느낌은 잠시 머무르는 단기적인 기억일 뿐이며, 다져놓은 기억도 망각한다는 사실을 착각하는 것이 뇌의 본성이다. 다 안다고 느끼면 마음이 편해지고 스트레스도 없다. 그래서 안다고 착각하고 싶어 한다. 특히 읽기에 유창하면 내용에 숙달한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가짜 독서’라고 한다. 수학에서도 문제를 눈으로 풀면 다 아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착각이다. 이러한 착각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메타인지가 작동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공부가 시작된다. 모르는 것을 안다고 착각하면 더 이상의 계속 공부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모르는 것을 영원히 모른 채로 손 놓고 방치하게 된다.
뇌는 착각과 함께 또 다른 심각한 증상을 드러내기도 한다. 바로 기억을 ‘왜곡’하는 것이다. 흔히 ‘데쟈뷰 현상’도 이에 해당한다. 사실 처음 접하지만 이전에 본 것 같은 느낌 혹은  보았다는 느낌을 받은 상태를 말하는 현상이다. 뇌가 실제적인 사실 유무와 상관없이 자신의 심리적인 편안함에 맞춰 기억을 새롭게 재구성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객관적인 기록보다 자신의 기억을 더 신뢰하게 된다. 이것을 수학에서는 오개념이라고 한다. 
기억의 왜곡 현상은 주로 암시와 간섭에 의해서 발생한다. 어린 시절 친한 친구가 과거의 일을 꾸며서 사실처럼 몇 번 이야기해 의도적으로 암시를 주면 꾸며낸 이야기를 실제 있었던 일로 재구성해 기억한다. 새빨간 거짓말도 자꾸 반복적으로 들이면 진실로 받아들이는 동조 현상도 일종의 암시 효과다. 또한 이전 기억의 ‘간섭’ 때문에 생기는 왜곡도 있다. 지난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으면 현재의 기억을 간섭해 혼란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처음 이사를 간 몇 일 동안은 자기도 모르게 직전에 살던 집 쪽으로 향하는 경험이 이에 해당한다. 초등수학에서는 덧셈적 사고가 깊게 남아 있어서 분수의 연산에서도 간섭받게 되어 오류를 발생시키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기억의 착각과 왜곡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능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 무능한 사람은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표현하지 않는다. 행여 무식하다는 핀잔을 듣기 싫어서다. 또 모른다는 것을 인식해도 왜 모르는지를 알려고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더구나 모르는 이유를 자꾸 남의 탓으로 돌리려 한다. 교재가 나빠서⋯, 시간이 없어서 ⋯ 등등. 또한 자신보다 잘하는 다른 사람과 비교할 줄 모른다. 남보다 못하다는 느낌이나 평가를 듣기 싫어서다. 결국 무능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길은 기억의 착각과 왜곡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착각과 왜곡은 일종의 ‘앎의 저주’처럼 보인다. 지식의 저주로부터 해방되는 길은 ‘생각공부’ 밖에 없다.


잘못된 공부 상식은 하루라도 빨리 버려야 한다   
뇌가 스스로 안다는 착각에 빠지고 싶어 하고, 뇌가 자신의 기억을 왜곡하려고 하는 것은 뇌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본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공부 잘하는 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착각과 왜곡, 암시와 간섭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조절하고 통제하는 수밖에 없다. 뇌가 얄팍한 기회주의나 자기만족에 안주하고 싶은 작태는 실제 공부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우리가 당연한 상식처럼 생각하고 있는 공부법이 사실은 모두 잘못된 것임을 뇌과학에서 밝혀지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자신의 뇌가 유혹에 빠져 잘못된 공부법인지도 모르고 기를 쓰며 공부해 왔다. 그렇다고 억울해할 필요는 없다.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당장 눈에 보이는 점수나 성적과 같은 단기적인 성과 달성을 보장해주는 지식공부에만 오로지 몰두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모두가 하나같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뇌기반 학습과학에서는 뇌의 착각과 왜곡, 암시와 간섭으로부터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기억을 자주 꺼내서 점검하고 보완해주는 것이라고 일관되게 강조한다.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단기적인 기억 암기는 당장 내일보는 시험에는 효과적일지 모르나 답안지를 제출하자마자 머릿속에 있던 기억이 모두 휘발되어 버린다. 수년을 거쳐 살아 있는 지식과 기술을 익히고 전문적인 기능과 수행을 발휘해야 삶의 공부는 달라야 한다. 잘 익히고 오래 기억하는 공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다음은 기존의 지식공부에 즐겨 사용했을 것 같은 반복읽기, 집중연습, 즉시복습, 학습유형 등등 잘못된 공부상식과 함께 올바른 뇌기반 학습과학이 말하는 공부를 표로 정리해 놓은 것이다. 이미 앞에서 한두 번은 지적했던 내용이니 체크해 보기 바란다.

 

<잘못된 공부상식과 올바른 뇌과학 공부법>

 

 

지금 당장 남다른 생각을 위한 '생각공부'를 시작하라
간곡히 제안한다. ‘생각공부’을 시작하라는 것이다. 앞의 잘못된 공부 상식들은 모두가 기존에 해왔던 ‘지식공부’와 관련된 학습기술들이다. 반면 뇌기반 학습과학에세 말하는 공부법들은 모두 ‘생각공부’에 동원되는 학습기술이다. ‘생각공부’는 말 그대로 생각하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생각을 편집하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메타인지를 스스로 편집할 줄 알도록 하고, 장기기억을 위한 공부를 위해 스키마를 연결해 지식으로 편집하는 기술을 익히는 것이고, 스스로 자신의 동기와 행동을 조절하는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방법을 체득하는 공부다. 한마디로 생각을 편집하는 기술을 배우는 공부인 셈이다. 
유쾌한 인문학자이자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 박사는 최근 베스트셀러로 관심을 모았던 『에디톨로지』라는 책에서 “세상의 모든 창조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또 다른 편집이다. 천재는 태어나지 않는다. 편집될 뿐이다. 창조는 편집이다!”고 강조한다. 모두가 속속들이 옳은 말이다. 지금 우리는 지식이 넘쳐나는 ‘지식의 홍수’ 속에서 역설적으로 ‘지혜의 가뭄’ 시대를 살고 있다. 지식의 바다에 널려 있는 정보를 선별하고 연결하여 새로운 지식으로 ‘편집’해 생산할 줄 아는 능력이 ‘창의’요 ‘창조’다. 뇌가 기억의 바다에서 생각을 생각하고 생각을 연결하고 생각에 몰입하는 공부의 원리와 너무나도 똑같다. 이것이 21세기 미래 핵심 역량이라고 하는 ‘창의성’이다. 그리고 이 창의성은 오로지 ‘생각공부’로 이를 수 있는 ‘탁월함(aretē; 아레떼)’의 경지일 뿐이다.  
스키마 학습법에서 말하는 ‘생각공부’에서 ‘생각의 편집 기술’을 간단히 소개한다. 먼저 “A는 무엇인가” 질문하라. 그리고 “A는 B이다”고 정의하라. 이것은 뇌 속에 개념을 형성하는 방법이자 개념의 원형 스키마를 새기는 과정이다. 생각을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A”에서 “B”를 얻었다. 이제 “A와 B는 어떤 관계인가” 탐구하라. 그래서 “A와 B의 관계는 C이다”고 추론하라. 생각과 생각을 연결하는 과정을 통해 뇌 속에 형성된 개념과 개념을 연합하는 방법이다. 이 과정을 통해 기존의 스키마가 결합되거나 수정되면서 새로운 변형 스키마를 재구성해 나간다. 우리는 “A”가 “B”인 이유 “C”를 얻었다. 하지만 아직 그것이 확실한 진짜인지는 아직 모른다. 그래서 “A와 B가 C의 관계인 이유를 무엇인가” 그 근거를 찾아라. 그래서 “A와 B의 관계가 C인 이유는 D이다”고 논증하라. “A”와 “B”의 관계가 “C”인 이유에 생각을 몰입함으로써 마지막 “D”의 깨달음에 이르게 되었다. 이제 비로소 “A가 B이고, A와 B는 C의 관계이며, A와 B의 관계가 C인 D라는 이유”를 완벽하게 복원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공부’는 나의 뇌 속에 흩어진 기억을 완전한 “앎”으로 복원하고, 그 앎을 바탕으로 “깨우침”의 아레떼(탁월함)을 창조하는 과정과 다름없다. 이것이 ‘남다른 생각’으로 ‘남다른 공부’를 통해 ‘남다른 탁월함’에 도달하는 “남다른 생각공부”다. 이렇게 활자화된 순백색의 지식에 나의 ‘감정’이 실리고 나의 ‘손때’가 묻어야 나의 지식이 된다. 그래야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지식, 내 손에 익숙한 지식이 된다. 이것을 앞에서는 ‘변형 스키마’라고 했다. 책 속의 지식이 나의 ‘감정 실린 지식’, 나의 ‘손때 묻은 지식’이 될 때 비로소 나의 ‘인생을 바꾸는 지혜’가 되는 것이다.
지식은 부서지고 해체될 때만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지식은 고정되고 불변인 화석일 뿐이다. 그런 지식에서는 그 어떤 창조도 나올 수 없다. 이것이 스키마 학습에서 말하는 ‘생각공부’의 요체다. 이제 수학공부를 완전히 해체해 보자. “수학이란 무엇인가? 수학공부는 왜 하는가? 수학은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가? 수학을 잘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가?” 좀 더 깊이 파헤쳐 보자. “수학적인 재능은 어떻게 발달하는가? 해법을 익히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기 전에 해법부터 미리 알려주는 것이 왜 잘못인가? 이해하지 못하는 해법을 기계적으로 암기시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아이들마다 서로 달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제해결 전략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등등등...”
이 모든 질문에 독자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하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답을 ‘즉지’했던 ‘인지’했던 자신의 머리에 스키마를 떠올릴 수 있는 독자는 틀림없이 ‘생각공부’에 성공한 것이나 진배없다. 생각하는 뇌, 공부하는 뇌가 바로 삶과 업의 ‘살림’임을 다시금 새겨 본다. 

 

꾸준한 노력은 뇌를 변화시키고 인생을 바꿔 준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두뇌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며 IQ는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뇌는 평생에 거쳐서 변화한다. 미국 사람들은 지난 60년 동안 평균 IQ가 18포인트나 올랐다고 한다. 영국의 신경과학 연구팀은 2011년 보고서에서 뇌의 대체적인 구조는 유전자에 상당히 많이 좌우되는 듯하지만, 뇌 신경망의 미세한 구조는 경험에 따라 형성되며 상당히 많이 변화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 외도 뇌가 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수없이 나오고 있다. 뇌 속의 연결을 지도화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HGP; Human Genome Project)’는 이미 10여 년 전인 2003년에 완성되기도 했다. 
대뇌 피질에서 회질 부위는 뉴런의 세포체로 그리고 백질 부위는 뉴런의 연결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연결망은 다른 뉴런의 수상돌기에 연결된 축색돌기를 감싸는 하얀 미엘린(myelin) 수초로 되어 있다. 미엘린 수초는 축색돌기의 겉을 여러 겹 싸고 있는 지방질의 막으로, 전선의 플라스틱 피복처럼 뉴런을 통해 전달되는 전기신호가 누출되거나 흩어지지 않게 보호하는 일종의 절연체 구실을 한다. 이 미엘린 수초의 두께는 사람의 능력과 깊은 관련이 있다. 연구에 의하면 연습을 많이 할수록 연관된 경로를 따라 미엘린 수초가 더 많이 형성되고 전기신호의 강도와 신호도 높아지며, 그 결과 수행의 수준도 높아지는 것이 명백히 밝혀지고 있다. 숲이 울창하려면 나무들의 뿌리가 깊고 튼튼해야 한다. 기억의 숲 또한 ‘뿌리 깊은 지식’이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피아노 연습을 많이 한 피아니스트는 음악에 필요한 인지 기능과 손가락 움직임에 관련된 신경 섬유들의 수초가 늘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반 사람에게는 거의 없는 변화라고 한다.
뇌를 변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생각공부’다. 지식도 ‘생각공부’를 통해 익혀야 한다. 생각이 빠진 지식공부는 대다수의 잘못된 공부상식과 일치하다는 것도 알았다. 우리는 그동안 ‘생각공부’를 잘 몰랐기 때문에 올바른 뇌과학 공부법이 오히려 틀렸다고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 뇌는 공부법도 끊임없이 왜곡하고 착각하게 한다. 우리가 누누이 강조하는 ‘생각공부’는 뇌가 스스로 활동하기 위해서 원하는 공부, 뇌가 변하기 위해서 필요한 공부, 뇌가 편하고 즐겁기 위해서 누리는 공부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새겨 둔다. 뇌가 간절히 원하고 뇌에 꼭 필요할 뿐만 아니라 뇌가 누려야할 ‘생각공부’는 자신의 뇌를 변화시키고 자신의 앎을 풍요롭게 만듦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인생을 바꿔 줄 것이다.  
공부가 뇌를 살린다. 뇌 건강에는 ‘공부’가 최고라는 건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지적인 자극이 가해지면 신경전도가 일어나고 신경가지가 두터워진다. 미엘린 수초가 울창해 지니까 신경회로가 넓어지는 것이다. 지적인 신경흥분이 막힘없이 순환된다. 그래서 공부는 치매 증세도 완화시킨다. 뇌는 나이에 따라 중점적인 발달 부위가 다르다. 초등학교 때는 주로 수학적, 물리학적 기능을 담당하는 두정엽과 언어 영역을 관장하는 측두엽이 발달한다. 그런데 아이들마다 뇌 발달에 차이가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아이슈타인은 두정엽이 보통 사람보다 15% 더 컸다고 한다. 두정엽이 수학, 물리학, 공간적 사고, 계산, 연상 등을 관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측두엽이 보통 사람보다 작아서 실제로도 세 살이 되어서야 말을 시작할 정도로 언어발달이 느렸다고 한다. 언어를 관장하는 측두엽 발달이 다른 사람보다 느렸던 것이다. 부모들은 가끔 자기 아이가 무엇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면 ‘영재다’ ‘천재다’고 착각하고 마구잡이로 공부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러다가 잘못하면 뇌 신경회로가 다 망가진다. 뇌는 절대 ‘과유불급’의 원칙을 지켜야 잘 성정한다. 머리가 좋고 나쁨은 뉴런의 신경회로망이 얼마나 치밀한가에 달려 있다. ‘뿌리 깊은 지식’으로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가 정교하게 많이 발달할수록 머리가 좋다. 초등학교때 두뇌를 계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학을 통해서 시작하는 것이다. 초등 수준의 수학은 그야 말로 생각을 생각하고 연결하고 몰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과목이다.


뇌를 알면 적당히 잘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   
이제 뇌를 바꾸는 공부, 인생을 바꾸는 공부를 어떻게 꾸준히 잘 할 것인가 정리해 보자. 첫 번째로 강조하는 것은 감정 실린 공부다. 공부는 몸과 마음에서 시작해 머리로 가는 것이다. 변연계에는 감정을 조절하는 편도체와 기억을 처리하는 해마가 있다. 이 두 기관은 상호 밀접하게 협력하면서 마치 한 몸처럼 작동하다. 편도체가 조절하는 감정정보는 해마로 들어오는 지식 정보를 버려야 할지 기억해야 할지를 결정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여러 감각기로부터 감지된 감정과 관련된 정보는 편도체로 들어와 감정 증폭회로를 거치는데, 이때 증폭되지 못한 신호는 사라지지만 증폭 가공된 감정은 해마에 작용해 임시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꾸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즉, 감정은 기억의 증폭시켜 준다. 이러하기에 우리는 감정이라는 증폭회로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편도체가 불쾌한 감정을 느끼게 되면 해마의 기억 처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무의식의 공부다. 공부에서 무의식이 작동하는 대표적인 것이 수면이다. 깨어있을 때 대뇌 피질에 아무렇게나 쌓아놓은 지식을 잠자는 동안 해마에서 다시 불러와 잘 정리하여 장기기억 저장소로 옮겨야 한다. 수면 중에 해마는 깨어 있으면서 실제적인 자료의 처리와 저장 작업을 시작한다. 물론 낮에 휴식을 취할 때도 작동한다. 낮에 자주 쉬면서 잠깐 낮잠을 자면 기억을 간간히 되새김하여 밤에 한꺼번에 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그래서 수면과 휴식은 중요하다. 같은 시간에 5∼10배 이상의 효율이 생긴다고 한다. 하지만 꼭 기억해야할 것이 있다. 단순 반복으로 암기된 기억은 재구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누차 강조하는 생각하는 공부, 깨우치는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다. 게다가 잠을 잘 자야 수면 중에 뇌의 노폐물을 깨끗이 청소를 해줘서 맑은 정신과 밝은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수면과 휴식은 우리 기억에서 가장 중요한 무의식의 공부인 것이다. 
세 번째는 꾸준히 하는 공부다. 벼락치기, 몰아치기 공부는 뇌에 고문을 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뇌가 금방 피로에 지칠 뿐만 아니라 그렇게 집어넣은 기억은 금방 사라진다. 따라서 적당한 간격을 두고 번갈아 가면서 되뇌기(시연)와 되짚기(회상), 되새김(반추)과 되먹임(피드백)으로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런 공부법을 습관화해야 잘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 좋은 공부습관은 하루 종일 온 정신을 집중해서 열심히 애쓰는 공부가 아니다. 적당한 휴식과 수면으로 생각의 연결에 의해 기억된 앎을 무의식의 공부를 통해 더욱 풍성한 지식으로 가꾸고, 깨어 있을 때 다시 꺼내서 되뇌고 되새기는 공부습관이 진짜다. 우리 몸에서 생체 시계를 교정해서 습관이 되는 데는 21일이 걸린다고 한다. 일명 ‘21일의 법칙’이다. 다른 연구에서는 완전한 습관 형성에 66일이 소요된다고 한다. 어째든 적당히 잘하는 공부는 습관으로 꾸준히 할 수 있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탁월함은 습관’이라 했다. 습관은 “모든 위대한 사람들의 하인, 모든 실패한 사람들의 주인” 그리고 “처음에는 거미줄 같다가 나중에는 쇠줄처럼 된다”는 스페인 속담도 있다. 또 “하루 연습을 안 하면 자신이 알고, 이틀 연습을 안 하면 아내가 알고, 사흘 연습을 하지 않으면 온 세상이 안다”고 했다.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는 말이다.

 

  
<공부하는 뇌의 두 가지 체계>

네 번째는 요령껏 하는 공부다. 우리 뇌에는 두 가지의 공부 체계가 있다. 전두엽에서 하는 공부와 기저핵에서 하는 공부가 그것이다. 개념을 이해하여 머리로 기억하는 공부는 전두엽, 특히 전전두피질에서 하는 공부다. 스스로 의식하여 기억을 불러와 연결하기 때문에 생각의 시간이 필요한 공부다. 반면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몸으로 기억하는 공부는 기저핵에서 하는 공부다. 무의식에 기억되기에 정확하고 오래도록 기억해주며 빠르게 자동화되어 반응하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다. 그리고 이 두 체계를 연결하여 시너지를 내도록 하는 것이 해마와 편도체 그리고 측좌핵이다. 
따라서 어떤 공부를 하느냐에 따라 요령이 있어야 한다. 지금 예체능이나 기술계로 진로를 정해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기저핵의 공부 체계를 적극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야구나 피겨 선수,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스트, 비행사나 엔지니어의 꿈을 가지고 있다면 몸으로 기억해 익히는 공부에 매진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공부에서 최고 수준의 ‘탁월함’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법칙’이 필요하다고 한다. 물론 1만 시간이라는 물리적인 시간 자체가 탁월함을 보장해 준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여 최고의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수많은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하나의 기술이나 기능이 의식적인 노력 없이 자동으로 튀어나와 동작하는 습관처럼 작동하려면 대체로 1000번 정도의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두 가지의 공부는 수학공부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령 곱셈의 원리를 개념으로 이해하는 공부와 구구단을 암기하는 공부를 들 수 있다. 실제로 구구단 게임에서 자동으로 튀어나오려면 1000번 이상 연습해야 한다. 그래도 평생에 걸쳐 헷갈린다. 그 이유는 앞에서 언급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공부는 전문적인 기술이나 기능을 익히는 공부가 아니다. 지금까지 가장 잘하는 공부라고 예찬해 왔던 ‘열심히 애쓰는 공부’, ‘지식쌓기에 목매는 공부’ 그래서 개념조차도 깡그리 암기하라는 공부는 모두 기저핵이 작동하는 공부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잘하는 공부’가 되려면 연산 문제도 분수 문제도 또 방정식 문제도 최소한 1000번을 반복해서 풀어야 한다. 또 그렇게 반복 연습한다 한들 새로운 문제 상황에 닥치면 어찌할지 막막해 진다. 
마지막 결론으로 또 강조한다. 공부의 중심은 전두엽이 작동하는 공부, 개념을 이해하는 공부, 생각을 생각하고 생각을 연결하는 생각에 몰입하는 ‘생각공부’에 있다. ‘생각공부’야말로 ‘요령껏 잘하는’ 공부요, ‘적당히 잘하는’ 공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