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공정한 이상적인 사회를 생각하지만, 현실은 승자독식의 경쟁사회가 심화하고 있다. 또한 학교의 역할이 사회가 요구하는 실력배양보다는 학벌과 경쟁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실력주의를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실력주의의 실체가 무엇인지, 실력주의가 우리사회에 드리운 그림자는 어떠한지,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개혁의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관해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전 광주교대 총장)는 신실력주의를 주장한다. 에듀인뉴스가 소개하는 박 교수의 신실력주의에 관한 제안에 독자들의 많은 토론을 기대한다.<편집자 주>  

1. 실력주의2)와 학벌에 대한 오해

1) 이 글은 〈실력주의 사회에 대한 신화 해체〉 (http://ngpark60.blog.me/220735463698) 중 일부를 발췌하여 보완한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해당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2) 우리 사회는 능력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타고난 능력에 노력과 기타 다른 요인이 더해져 만들어진 결실(실력)로 평가하는 사회라는 관점에서 볼 때 실력주의 사회(meritocracy)라는 말이 더 타당하다

우리 사회의 빈부 격차는 OECD 국가 중에서 2위이고, 계층 간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또한 고등학교 졸업자 수는 줄어든다는데 대입 전쟁은 약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박근혜 정부가 내걸고 있는 행복교육은 공허한 구호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시키기 위해 대입제도를 바꾸고, ‘학벌타파를 통한 능력주의 사회 구현’이라는 구호 아래 다양한 보완책을 내놓아도 백약이 무효하다.

1980년의 7.30 교육개혁을 거쳐 5.31 교육개혁, 그리고 현재까지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또한, 우리 사회의 빈부 격차와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심지어 신세습사회적 특성3)마저 점점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뿌리는 무엇이며, 해결책은 있는 것일까?

3) 신세습주의 사회는 http://ngpark60.blog.me/140205469058 참고

우리 사회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1) 실력주의 사회가 좋은(공정한) 사회라고 믿는 것, 2) 대한민국이 실력주의 사회가 아니라고 믿는 것, 3) 학벌을 타파하면 실력주의 사회가 구현될 것이라고 믿는 것, 4) 실력주의 사회가 구현되면 학교 교육이 정상화되고, 보다 실력을 갖춘 사람들의 계층이동이 원활해져 보다 공평한 세상이 되며, 사교육 문제가 해결되고 나아가 과도한 경쟁이 완화되며, 궁극적으로 인성교육이 꽃을 피워 바람직한 세계시민이 길러질 것이라고 믿는 것 등이 바로 실력주의와 관련된 신화(근거없는 믿음)이다.

2. 실력주의 사회에 대한 신화가 생겨난 배경

가. 실력주의 사회의 그림자

2001년 6월 29일, 85세의 나이로 병에 시달리며 죽음을 몇 달 앞둔 시점에서도 마이클 영은 ‘실력주의 타도’라는 짤막한 칼럼을 썼다. 이 글은 자신이 40여 년 전에 세상에 내놓았던 실력주의주장에 관한 마지막 입장 정리였다.

그의 책 《실력주의 사회 도래(The Rise of the Meritocracy)》는 ‘1958년부터 실력주의에 반대하는 최종 반란기로 생각되는 2033년 사이에 영국에서 일어날 것으로 생각되는 문제를 경고하기 위한 풍자였음’을 상기시키면서, 이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실력주의’라는 말을 사회적·정치적 이상으로 변용하여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자신이 두려워했던 것이 대부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실력주의 사회 도래》에서 마이클 영은 교육을 통한 대대적인 선발이 재개되고, 사회가 현재 우리 사회보다도 훨씬 더 극단적인 모습을 하게 될 것임을 예측하였다.

그가 주장한 내용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난한 사람과 소외된 사람은 지금까지도 그러했지만 더욱 수치를 당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학교를 통해 포장을 바꾸더라도 나중에 실업자가 될 가능성만 높아진다.

이들은 자수성가한 사람들에 의해 심한 멸시를 받고 사기를 잃게 될 것이다. 실력에 의해서 모든 것이 평가되는 사회에서 실력을 갖지 못한 사람은 어려움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역사상 사회 하층이 이렇게 도덕적으로 무방비 상태에놓인 적은 없었다. 그가 말하는 실력주의 사회의 그림자는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상층으로 몰림에 따라 하층민을 대변할 지도자 부재 및 이에 따른 하층민의 정치적 무관심과 자포자기 증가, 세습이 아니라 실력으로 지위와 부를 획득함으로써 정당성을 확보한 상층부의 과욕에 대한 사회적 제재 수단 결여, 이에 따른 계층간의 양극화 심화, 실력 판단 기준인 교육을 향한 경쟁의 극단적인 모습을 하게 될 것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즉,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제반 문제는 실력주의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결과가 아니라 실력주의 사회의 그림자인 것이다.

실력주의 사회와 달리 귀속주의 사회는 재산과 직업뿐만 아니라 교육권까지도 세습되는 사회이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도 교육이 점차 세습되는 양상을 보인다. 사회 계층에 따라 교육이 세습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실력’의 의미를 규정할 권한과 통제력을 가진 상층부가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게 실력의 의미를 규정함으로써 교육의 세습이 이루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5.31 교육개혁 이후에 ‘한 줄 세우기’를 비판하면서 수시입학제 도입, 입시전형요소 다양화, 입학사정관제 등 대입제도를 다양화하였다.

그 결과로 부모의 배경이 점차 직간접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마이클 영(Young, 1994)은 “완벽한 의미에서의 실력주의는 사람들을 한줄로 세울 수 있는 합의된 가치가 있을 때만 존재할 수 있다. 그와 상대되는 사회는 ‘계급이 없는 사회’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실력주의 사회를 구현하겠다고 하면서 ‘한 줄 세우기’를 비판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세습사회에서와 달리 실력주의 사회가 지속되면서 ‘타고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점차 상층으로 집약되는 양상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마이클 영(Young, 2001)에 따르면 인간의 능력이 계급과 무관하게 무작위로 배분되어 왔었는데 실력주의 사회가 되면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한 계급으로 몰리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의무교육 실시로 인해 속한 계급과 관계없이 가진 능력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고, 능력과 노력을 통해 실력을 갖게 된 사람들이 점차 상층부로 이동하게 됨에 따라 상층부에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집약적으로 모이게 되었다.

과거와 달리 개천에서 용이 별로 나지 않는 이유는 개천물이 말라 이무기(용의 새끼)가 제대로 크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력주의 사회가 지속되면서 개천에 새끼를 낳는 용이 점점 줄어가기 때문이기도 하다(박남기, 2004).

실력주의 사회가 진행되면 될수록 능력을 가진 사람이 상층에 집약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마이클 영은 이를 실력주의 사회의 그림자라고 이야기한다. 실력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한 실력주의가 드리우는 그림자를 없앨 수는 없다.

물론 해를 가려 만물의 그림자를 없애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결국 만물을 죽게 할 것이므로 대안이 될 수 없다. 우리가 찾을 수 있는 대안은 실력주의의 그림자를 옅게 하는 것이다.

마이클 영의 주장에 따르면 실력주의 사회 그림자가 짙어진 것이 문제인데,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여 보다 정확히 개인의 실력을 평가함으로써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하면 할수록 실력주의 사회의 그림자는 짙어지게 될 것이다.

나. 실력주의 사회에 대한 오해의 뿌리

실력주의 사회에 대한 신화 근간에는 실력이란 개인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 개인의 실력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개인적 요인(능력과 노력)과 개인 외적 요인(교육+비실력적 요인)으로 나뉜다.

개인적 요인은 타고난 것 즉, 주어진 것(능력)과 의지적인 것(개인의 노력)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 믿음과 달리 노력이 완전히 개인의 순수 의지에 달린 것이 아니라 상당한 부분 타고난 집중력과 의지력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개인의 실력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 외적 요인은 (학교)교육과 비실력적 요인(α)으로 나눌 수 있다. 비실력적 요인에는 부모 및 가족의 배경, 불공평교육(사교육), 운(태어난 지역, 출생연월, 사회적 상황 등 기타 우연적 요소) 등이 포함된다.

실력형성에서 개인적인 요인, 특히 순수의지적 노력(개인 책임)이 차지하는 비중보다는 그 외의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즉, 실력 형성 결과를 모두 개인 노력의 결실로 보거나 개인 탓이라고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실력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형성된 실력 수준 자체라기보다는 실력에 따른 재화의 배분, 즉 개인의 성공 여부이다. 개인의 성공(자아 실현, 직장, 배우자, 행복감 등등)은 쌓아온 실력(업무수행능력)만이 아니라 개인의 특성(외모, 목소리, 성격 등등 의 유전적 요인 + 개인의 노력으로 형성된 습관 및 특성, 실용적 지식)과 비실력적 요인(β)의 영향을 다시 받게 된다.

이중 특히 부모의 배경은 실력 형성만이 아니라 성공(배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운 또한 실력 형성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개인의 실력 형성과 성공(배분)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비개인적인 요인을 감안하면 개인이 얻은 결실이 모두 개인의 순수 노력 결과로 착각하여 이를 독식하고자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타당하지 않고, 이를 보장해주는 사회제도 또한 정의롭거나 공정하다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실력에 따라 사회적 재화를 배분하는 실력주의 사회에서 실력을 길러주는 수단이자 실력 측정의 잣대가 되는 ‘좋은 교육(설령 불공정하다고 할지라도)’을 향한 부모와 학생의 전쟁을 멈추게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교육을 향한 전쟁을 없애기 위해 실력을 길러주는 수단과 실력 측정 잣대를 바꾸면 그것을 향한 전쟁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실력주의를 지탱하는 첫째 조건은 ‘기회의 균등’이고 두 번째 조건은 ‘과정의 공정성’이지만(오찬호, 2013), 실력주의 사회가 진행되면 될수록 이 둘 다 취약해지게 된다.

실력주의를 통해 부와 사회적 지위를 획득한 부모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를 자녀에게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전달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는 것은 어려서부터 모두를 유치원에 맡겨 국가가 획일적으로 기르는 극단적 사회주의사회에 서나 가능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미 쿠바를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에서 실험을 통해 보여준 것처럼 바람직하지도 않다. 실력주의 사회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스스로가 실력주의를 지탱하는 두가지 조건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실력주의 패러독스’ 현상을 만들어낸다.

3. 신실력주의 사회 구축

실력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한 실력주의 사회가 만드는 그림자를 없앨 수 없다. 심지어 정부가 나서서 학생들의 학습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학습 효율성이 계속해서 세계 꼴찌인 이유도 우리 사회가 실력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다(박남기, 2016.07).

실력주의 사회가 극을 향해 가면서 물질적 풍요는 어느 정도 달성하고 있지만 무한경쟁과 갈등, 빈부격차 등으로 인해 개인과 사회의 스트레스와 행복도는 추락하고 있다. 하나의 대안은 신실력주의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다. 신실력주의 사회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개인과 사회의 행복이다.

나아가 현재인의 것만이 아니라 미래인의 행복도 함께 고려하는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다. 경제적 차원에서 신실력주의 사회는 실력과 대학 선발, 실력과 직업 배분 사이의 연결 고리는 유지하되, 직업과 보상 사이의 연결 고리는 줄이는 사회이다.

누진소득세, 최고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임금체계 개혁, 저소득층 조세감면제도, 마이너스 소득제, 임금보호제도, 고용보호제도, 실업보호제도, 상속세, 기부문화 확산 등을 통해 근로의욕은 유지시키면서도 직업간 사회적 재화 분배 차이를 줄이는 제도적·사회 문화적 보완장치가 마련된 ‘근로의욕 고취형 복지사회’가 바로 신실력주의 사회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산업계와 노동시장의 양극화 및 이원화가 극심한 우리 사회에서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정부주도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만들어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합리한 임금 격차, 고용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은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와 같다. 이는 사회의 파멸을 가져올 뿐이다. 일반인은 기업가를 존중하고, 기업인은 사회 모두를 위한 부를 창출하는 역할을 할 때, 이에 필요한 사회구조의 틀을 만들 때, 그리고 교육이 사회구성원의 생각의 틀을 이쪽으로 이끌어갈 때 우리 사회는 두개의 기관차가 하나로 합체하여 더 큰 동력을 가지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듯이 힘차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사회구조 차원에서 신실력주의 사회는 수정된 공동체주의 사회를 지향한다. 공동체주의 주창자들은 보편적인 보건 서비스, 무상교육,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 등을 개인 권리로 간주한다.

그러나 공동체주의는 사회에 순응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는 경향이 있어서 자칫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제안된 것이 ‘수정 공동체주의’이다(Kotler, 2015: 215).

수정된 공동체주의는 ‘독재적 권력구조와 계층화, 소수집단에 대한 차별 등의 결함을 가진 전통적인 공동체주의’가 아니라 ‘참여, 대화, 공동의 가치’에 기반하고 있다. 방임적 개인주의나 독재적인 집산주의 사회가 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권리, 사회적 질서와 책임이 균형 잡힌 사회이다.

집산주의 사회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성취에서 자존감을 얻는 사회로 개인의 권리가 일부 침해되더라도 사회적 조화를 중시한다. 개인은 공동체 속에서 타인에게 훌륭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유교 사회, 이슬람, 중동 국가들이 일부 여기에 포함된다(Kotler, 2015: p.213).

이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교가 이에 적합한 미래 사회의 구성원을 길러내야 한다. 신실력주의 사회에서는 대학 입학전형 기준이나 사회적 지도자를 선출하는 기준을 마련할 때에도 지적 기능적 역량만이 아니라 수정된 공동체주의적 가치관에 부합하는 인재인지, 그리고 실제로 그러한 삶을 살아오고 있는지를 충분조건으로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신실력주의 사회가 되어 누구나 어느 정도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보장된다면 부모들은 자녀를 무작정 입시경쟁에 몰아넣지 않을 것이고, 학생들도 지금보다는 자유롭게 자신의 적성을 찾아 원하는 공부를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실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주위 친구들을 시기하거나 경쟁상대로 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실력을 통해 더 많은 사회적 재화를 창출하도록 장려할 것이다.

실력주의 사회라는 나무에서는 과도한 타인과의 경쟁, 교육전쟁, 학벌, 학교교육 파행, 갈등, 사회 양극화라는 열매가 열리는 반면 신실력주의 사회라는 나무에서는 최고가 되기 위한 자신과의 경쟁, 학교 교육정상화, 상생, 공존사회라는 열매가 맺힐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실력주의 사회를 지향하고 있고 극단적인 실력주의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학교와 교육이 할 수 있는 것은 있을까?

4. 교육개혁의 지향점

신실력주의 사회를 구축하는 데 큰 걸림돌이 있는데 그것은 실력을 갖춘 개인들이 자신이 실력으로 얻는 재화를 공유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교육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사회구성원들이 신실력주의 사회 구축에 공감할 뿐만 아니라 앞장서게 유도할 수 있도록 유치원에서부터 모든 학생들의 마음에 ‘상생의 씨’를 뿌리는 것이다.

학교가 해야 할 것은 훗날 자신이 획득한 사회적 재화 중에서 자신의 노력이 아닌 신에게서 받은 능력에 상응하는 부분은 사회로 환원하도록 교육하는 것, 서로의 노력을 인정하고 차이를 인내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희생과 봉사, 나눔의 정신을 가진 사회지도자를 배출하는 데 더 노력해야 한다. 신실력주의 사회 구축에 관심을 갖고 사회가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가며, 교육계도 학교 교육을 향한 경쟁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학교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바로 깨달을 때 교육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제안되는 각종 교육개혁안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교육개혁안을 마련할 때 우리 사회가 실력주의 사회인 까닭에 나타나는 문제와 교육이 잘못하여 나타나고 있는 문제를 구분하여 타당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이 원인이 아니라 실력주의 사회가 원인인 것을 교육정책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교육까지 해를 입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