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요? 학습 분량을 줄이고 수준을 낮춘다고 해결되면 좋으련만, 미국의 사례를 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결국 모든 문제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수학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논란이 되어 왔습니다. 세계 수학교육의 역사를 돌아보면 수학교육의 방법과 내용에 대해 크게 세 가지 관점이 있었습니다. 시대 흐름에 따라 ‘전달 중심’의 교육과 ‘이해 중심’의 교육, 그리고 ‘구성 중심’의 교육 순으로 전개되어 왔습니다.

먼저, ‘전달 중심’의 수학교육에서는 학생들이 배워야 할 수학적 정의, 법칙, 공식 등을 이미 완벽하게 짜여진 불변의 독립된 지식으로 간주합니다. 따라서 이미 완성된 수학적 지식을 그대로 습득할 수 있도록 주입식 전달을 강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기능이나 절차의 숙달을 중요시 하죠.

따라서 주입식의 ‘기계적인 암기’를 필요악으로 여깁니다. 학생은 학습을 통해 수학적 지식을 있는 그대로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며, 학생의 사고에 의해 지식이 형성되거나 개선 또는 첨가는 불필요한 것으로 여깁니다. 전통적인 교육에서 그랬듯이 교사는 권위를 가진 지식의 전수자로서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이 같은 관점을 교육심리학에서는 ‘행동주의’라고 합니다.

다음, ‘이해 중심’의 교육에서는 수학을 독립된 지식을 단순히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 상호 관련된 개념과 기능의 연결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개념을 이해하게 되면 곧 기능을 쉽게 터득할 것이라 생각하여 개념을 먼저 익히고, 그 개념과 관련된 수학적인 절차, 규칙, 공식 등을 습득하는 것이 ‘의미 있는 학습’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전달 중심’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수학을 불변의 진리로 간주하며, 학생들이 이해할 수는 있지만 새로 만들어지거나 개선되지는 않는다고 가정합니다. 다만 수학을 ‘방법과 그 이유까지 아는 것’이라 믿기에, 학습은 기계적인 암기보다는 ‘의미 있는 암기’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보는 겁니다.

이때 교사는 학습 내용을 학생이 소화하기 좋게 잘 구조화하여 전략적으로 제시하는 설계자의 역할이 중요해집니다. 교육심리학에서는 이러한 관점을 ‘인지주의’라고 하지요. 우리는 ‘개념학습’이라 하여 가장 좋은 공부법이라 믿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다는 것을 곧바로 알게 되겠지만요.

마지막, ‘구성 중심’의 교육에서는 앞의 두 관점과는 달리, 학습이란 인식의 주체인 학생 자신이 스스로 개념과 원리를 탐구하고 생각하는 능동적인 구성 과정으로 봅니다. 잘 포장된 지식을 의미 있는 암기로 이해하고 연결한다손 치더라도, 결국 그것은 수동적인 전달이나 습득일 뿐이지 학생 자신이 구성한 지식은 아니라는 겁니다.

따라서 학생 자신의 생각으로 떠올리고 그려서 깨달음을 얻기 위한 탐구 과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수학적 탐구 과정이란 창의적인 생각으로 패턴을 찾고 논리적 사고로 수학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역동적 활동이라는 것이죠.

결국 수학교육은 생각하는 힘, 즉 수학적 사고력을 촉진하고 개발하는 데 초점이 맞춰 집니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학생이 탐구할 과제를 선택하고, 전략을 고안하여 스스로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상담자나 안내자의 역할을 합니다. 이를 교육심리학에서는 ‘구성주의’라고 하죠.

이러한 수학교육에 대한 세 가지의 관점은 시비(是非)와 경중(輕重)을 따지기 전에 교육 현장에서는 분명한 차이로 드러납니다. 즉, 수학적 개념과 원리의 이해, 문제해결의 접근에 대한 시각차로 인해 수학교육의 내용과 방법에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접근한다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