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황제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가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말하고서 ‘루비콘 강’을 건넜다고 합니다. 이제 루비콘 강 대신에 ‘지식의 강’을 건너야 합니다.

지식 암기가 제 아무리 의미 있고 점수도 오르는 것이라 할지라도 결국 실패로 끝난다는 것을 이미 세계의 교육이 주사위를 던져 증명했습니다. 이제 ‘지식의 강’을 건너는 과감한 실천만 남은 셈이죠. 이제 ‘생각의 땅’으로 올라서야 합니다.

때로는 엉뚱하지만, 실생활의 다양한 경험과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아이들 스스로 떠올리는 ‘남다른 생각’을 존중해 주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교과서에는 없는 좀 엉성하고 비형식적이긴 하지만, 자신의 생각으로 탐구하여 그려내는 나름의 해법으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공부를 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 모두가 다 ‘생각교육’이요, ‘생각공부’입니다.

지식의 강을 건너 생각의 땅에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바꿔야 합니다. 지식을 ‘생각’으로 바꾸고 기교를 ‘사고’로 바꿔야 합니다. 생각을 ‘떠올려서 그리고 새기는’ 공부로 바꿔야 합니다. 생각을 생각하고 생각을 연결하여 생각에 몰입하는 생각공부로 바꿔야 합니다. 이것이 이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워야할 수학의 내용은 엄밀한 수학적 지식 체계가 아닙니다. ‘1%5Cdiv%20%5Cfrac%20%7B%201%20%7D%7B%202%20%7D%20’을 그림으로 나타내는 방법을 배우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실토하는 대학생이 없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려면 아이들의 눈높이로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수학적인 ‘생각놀이’를 제공하여, 아이 스스로 생각을 떠올려서 그리고 새기는 공부를 하도록 해야 합니다.

바로 이러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수학적인 생각거리를 교육학에서는 ‘내용교수지식(PCK, Pedagogical Content Knowledge)’이라고 합니다. 현 교과서에서 ‘스토리텔링’ 수학이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겁니다.

이 책에서 바꾸자고 주장하는 수학공부는 새로운 내용교수지식으로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형식적인 계산 알고리즘과 빠른 계산 능력만을 강조하는 교육에서 벗어나자는 것입니다. 암기한 공식에 대입해서 정답만 구하기 위해 문제풀이 훈련에 매달리는 공부에서 벗어나고자 함입니다.

그러려면 지금까지 해 왔던 방식으로 굳이 하지 않아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내용과 방법이 제공될 때 가능하다는 것은 당연하죠. 실제 교과서나 교재가 여전히 단순 계산 기능을 강조하고 개념과 공식의 일방적 전달에 머물러 있다면 그저 난망한 일이 뿐입니다. 그래서 뿌리부터 바꾸자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지도해왔던 내용교수지식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거나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혀 아닙니다.그 또한 수많은 고민과 경험의 산물로 축적된 우리 교육의 역사이기에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죠.

하지만 최소한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외면하거나 낙인찍지는 말아야 합니다. 교육의 핵심적 가치는 다양성과 자율성의 존중에 있습니다. 새로운 대안이라면 그 자체로 인정해주고 검증하는 아량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의 미덕이라 생각합니다.